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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0.1.17. 선고 2018구합90701 판결
단체협약시정명령취소
사건

2018구합90701 단체협약시정명령 취소

원고

A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신선아

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

변론종결

2019. 11. 22.

판결선고

2020. 1. 17.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 10, 5. 원고에게 한 원고와 B조합 및 C 주식회사 사이에 각 체결된 2017년도 단체협약 제11조 제4항에 대한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2007. 3.경 전국의 건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상급단체는 D단체이다.

2) B조합(이하 '이 사건 B조합'이라 한다)은 전국 95개 타워크레인 사업자로부터 2017년도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권 및 체결권한을 위임받은 사용자이고,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는 전국 23개 타워크레인 사업자로부터 2017년도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권 및 체결권한을 위임받은 사용자이다.

나. 2017년도 단체협약의 체결

원고는 2017. 10. 25. 이 사건 B조합 및 C와 2017년도 단체협약을 각 체결하였는데(위 각 2017년도 단체협약을 통틀어 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는 아래와 같은 조항이 각 포함되어 있다.

제11조(인사원칙)

① 회사는 조합원의 고용개선 등을 위하여 최대한 협조한다. 이를 위해 TF팀을 구성하여

위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1)

② 회사는 직원의 채용, 전보, 휴직, 포상, 징계, 해고 등 제반인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기준

원칙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행하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못한다.

③ 회사는 여성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 못한다.

④ 회사는 현장 발생 시 조합원을 채용한다(본 사항을 이유로 사측을 고소, 고발하지 아니

한다).

⑤ 회사는 조합원 채용시 현장에서의 면접을 원칙으로 한다.

다. 시정명령의 경위

1) 피고는 2018. 5. 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단체협약 제11조 제4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이 사용자에게 원고 조합원만 채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위법하다.'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1조 제3항 등에 따른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을 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2)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8. 31. '이 사건 조항은 원고 조합원에 대한 우선 채 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채용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규정한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 민법 제103조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 요청을 인용하기로 한다.'라는 취지의 의결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의결'이라 한다).

3) 이 사건 의결에 따라 피고는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에 근거하여 2018. 10. 5. 원고에게 2018. 12. 10.까지 이 사건 조항을 시정할 것을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 한다). 한편 원고에게 통지된 이 사건 시정명령서에는 이 사건 의결서가 첨부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시정명령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단체협약 시정명령 제도는 노사 간의 협약자치 원리를 침해하고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정명령은 위법하다.

1)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 경위, 이 사건 조항의 문언, 원고 조합원에 대한 고용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이 사건 조항을 삽입한 점,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후 원고 조합원의 고용률이 오히려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은 원고 조합원에 대한 '우선 채용 조항'이 아니라 원고 조합원에 대한 채용을 기피하지 않기로 하는 '일반채용조항'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앞서 본 사정들에 채용관련 내용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개별 규정은 없는 점, 원고가 비조합원들의 가입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비조합원들에게도 이 사건 단체협약이 확장적용될 여지가 있는 점, 2004년경 있었던 고용노동부 회시에서 조합원 우선채용조항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적도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조항이 원고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사용자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민법 제103조 등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등을 위한 교섭(이하 '이 사건 교섭'이라 한다) 과정에서 이 사건 B조합 등 사용자 측에 "회사는 현장 발생시 조합원을 우선 채용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 사건 B조합 등 사용자 측은 이를 거절하였다.

2) 원고와 이 사건 B조합, C는 2017. 9. 21. 제14차 이 사건 교섭에서 이 사건 조항을 이 사건 단체협약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다. 당시 작성된 교섭일지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항의 단서 조항은 사용자가 채용을 해주는 입장임에도 고소·고발을 당하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함이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위 교섭일지에 원고 측 교섭위원, 이 사건 B조합 측 교섭위원, C 측 교섭위원이 모두 서명 날인하였다.

3) 이 사건 B조합은 2017. 9. 26. 조합원들을 상대로 위 단체협약 교섭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으나, 결국 부결되었다.

4) 이 사건 B조합은 2017. 9. 29. 피고에게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고, 원고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며, 결국 노동조합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게 된다.'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하였다(위 진정을 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

5) 결국 원고와 이 사건 B조합, C는 2017. 10. 25. 제14차 이 사건 교섭안대로 이 사건 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6) 이 사건 B조합은 2017. 11. 17. 재차 피고에게 '이 사건 조항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노총 측에서 이 사건 B조합 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 진정 사항에 대하여 속히 검토

해주기 바란다.'라는 취지의 진정을 하였다.

7) C 대표이사 E은 2019. 4. 5.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고약15832호로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라는 노동조합법위반죄의 범죄사실로 벌금 2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않아 그대로 위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8) 또한 이 사건 B조합 이사장 F은 2019. 4. 12.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8고정 342호로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라는 노동조합법위반죄의 범죄사실로 벌금 2백만 원을 선고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9호증, 을 제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조항의 해석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은 원고 조합원에 대한 '일반채용 조항이 아닌 '우선 채용조항'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가) 원고는 이 사건 교섭 과정에서 "회사는 현장 발생시 조합원을 우선 채용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하 '이 사건 원고 요구 조항'이라 한다)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 사건 B조합 등 사용자 측이 이를 거절하자, 이 사건 조항으로 수정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 사건 조항 삽입을 잠정 합의한 제14차 이 사건 교섭일지를 보면, 원고 등이 '이 사건 조항이 우선채용조항으로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사용자 측이 형사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조항의 삽입 경위 등을 살펴보면, 원고 조합원에 대한 채용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일반채용조항인 이 사건 조항의 삽입을 요청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고, 원고와 이 사건 B조합, C는 이 사건 원고 요구 조항을 포함시키지 아니하되 다소 표현만을 완화하여 원고 조합원 우선채용조항인 이 사건 조항을 이 사건 단체협약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나) 이 사건 교섭의 당사자인 이 사건 B조합 측은 '이 사건 조항이 우선채용조항으로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라는 취지의 이 사건 진정을 한 바도 있고, 이 사건 B조합 이사장 F은 실제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C의 대표이사 E은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라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발령 받았음에도 이에 대해 사실상 다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반채용조항의 취지로 이 사건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라면, 사용자 측인 이 사건 B조합, C가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이 사건 조항이 사용자 측에 불리한 우선 채 용조항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이유도 없다.

2) 이 사건 조항이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의 시정명령 대상이 되는지 여부 노동조합법 제31조는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의 위법한 내용에 해당하여 시정명령 대상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 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특히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사회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희망과 소양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9864 판결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헌법 제11조의 취지에 따라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 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 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의 입법 취지와 헌법상 평등권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은 단순히 당사자의 의사로 그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항은 원고의 조합원인지 여부에 따라 그 채용에 있어 차별을 두고 있고 이와 같이 차별을 할 합리적인 이유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에 위배되는 위법한 조항이다.

나) 노동조합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은 헌법이 규정하는 근로3권을 구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에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제90조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제84조, 제85조에서 행정상의 구제절차까지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72046 판결 참조).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근로자가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실제로 C 대표이사 E, 이 사건 B조합 이사장 F은 이를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강행규정인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에도 위배되는 위법한 조항이다(한편 원고는 '이 사건 조항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에 위배된다는 점은 이 사건 시정명령 당시 처분사유로 삼은 바 없고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이를 새로운 처분사유로 추가한 것이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의 적법한 처분사유로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라고도 주장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시정명령서에 첨부된 이 사건 의결서의 내용에서 보듯이 이 사건 시정명령은 '이 사건 조항이 원고 조합원에 대한 우선채용조항으로서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채용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규정하여 위법하다.'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므로, 원고 조합원 우선채용조항인 이 사건 조항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호에 위배된다는 점을 이 사건 시정명령의 처분사유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 그리고 ①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은 원고 조합원 소속이 아닌 자들의 평등권과 취업기회를 침해하고 더 나아가 이들의 단결권까지 침해할 여지가 있는 조항인 점, ② 더욱이 이 사건 조항은 노동조합법 제90조, 제81조 제2호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에도 해당하는 점, ③ 이 사건 B조합 등 사용자 측의 인사경영권까지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도 위배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성규

판사강지성

판사지선경

주석

1) 위 제1항 2문은 원고와 이 사건 B조합 간의 이 사건 단체협약에만 있는 내용이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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