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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직권면직무효확인등][미간행]
판시사항

[1] 해고된 근로자가 이의의 유보나 조건 없이 퇴직금 등을 수령한 다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명시적 이의 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나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

[2] 갑 협회의 감사 을이 비위사실 등을 이유로 병에 대한 직권면직을 요청하여 갑 협회의 회장 직무대행자 정이 병을 직권면직하였는데, 병이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하거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은 채 입금된 퇴직금을 소비하면서 한편으로 을과 정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고 갑 협회의 대표자 선출 및 행정업무에 관여하다가 고소사건처분결과통지서를 수령한 후 직권면직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이 직권면직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다툰 것으로 보기에 충분한 사정이 있고, 직권면직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래 담당변호사 구욱서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월드 담당변호사 황경남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아래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3827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의 감사 소외 1은 피고의 회장 직무대행자 소외 2에게 ‘원고가 피고의 거래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비위사실이 드러났고,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협회 내 주요 회원과 단체를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여 비리사실을 은폐하려 한 단서가 포착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중앙회 관리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원고에 대한 직권면직을 요청하였고, 이에 소외 2는 2010. 11. 15. 피고의 인사규정 제30조 제1항 제2호, 제8호 등을 들어 원고를 직권면직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권면직’이라 한다).

나. 피고의 경리과 소속 직원은 2010. 12. 21.경 원고의 금융계좌로 원고의 퇴직금 159,458,102원을 송금하였는데, 그 송금 전에 원고에게 이를 미리 알린 사정은 찾을 수 없다. 원고는 입금된 퇴직금을 인출하여 소비하면서 피고에게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하거나 조건을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다. 그런데 원고는 퇴직금이 입금되기 전인 2010. 12. 6.경 소외 2와 소외 1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였다.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소외 1이 원고에 대한 직권면직을 요청하면서 소외 2에게 제출한 직권면직요청서에 기재된 원고의 비위사실에 관한 내용은 허위로서, 소외 1은 이에 기초하여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피고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 배포하고, 소외 2는 위 요청서를 근거로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직권면직을 하면서 인사발령공문에 허위사실이 기재된 위 요청서를 첨부하여 피고 산하 전국 조직에 배포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라. 한편 피고의 후임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소외 2를 지지하는 임직원들과 소외 3을 지지하는 임직원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였는데, 원고는 2011. 1. 11. 소외 3을 지지하는 임직원들 측에 가담하여 그들과 함께 소외 2가 점유 중인 피고 협회 건물의 출입구를 부수고 건물 안으로 침입하여 건물을 점거한 다음, 소외 2 측 임직원들에 의하여 다시 피고 협회가 점거당할 때까지 임시회장으로 선출된 소외 3 등과 함께 피고 직원들에 대한 인사발령업무 등 피고의 행정업무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였다.

마. 검사는 2011. 8. 26.경 원고에게 소외 2를 명예훼손으로, 소외 1을 명예훼손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각 약식기소처분을 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사건처분결과통지서를 보냈고, 원고는 그 무렵 이를 수령한 다음 2011. 9. 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바. 소외 2, 1은 위 약식기소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법원은 2012. 1. 17. 원고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로비를 전개한 사실 등이 없음에도 소외 2, 1이 위와 같은 허위사실이 기재된 서면을 배포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형을 선고하였고, 그 후 위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고는 퇴직금을 송금받기 전으로서 이 사건 직권면직을 받고 3주 만에 이 사건 직권면직의 근거가 된 비위사실이 허위임을 주장하면서 소외 2, 1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함으로써 이 사건 직권면직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그 직권면직의 사유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피고 협회의 다른 임직원들과 함께 피고 협회의 대표자 선출 및 행정업무에 관여함으로써 여전히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행동을 취하였다.

나. 따라서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송금된 퇴직금을 지출하면서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직권면직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거나 이에 승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의 형사 고소가 이 사건 직권면직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법적 절차로는 부족하다거나 원고가 피고 협회의 업무에 다시 관여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달리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원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다툰 것으로 보기에 충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리고 원고가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하지 아니하고 퇴직금을 송금받아 지출한 때부터 8개월 남짓의 기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검사로부터 위 형사 고소에 대한 고소사건처분결과통지서를 받은 지 불과 1주일 만에 제기된 것으로서 앞서 본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원고로부터 고소를 당한 소외 2나 그가 대표자였던 피고 협회로서는 사회통념상 근로자인 원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의 결과를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직권면직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소외 2 등에 대한 고소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 직권면직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소 제기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의 유보 없는 퇴직금 수령 시에 해고 효력이 부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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