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두19882 징계처분취소
원고, 피상고인
A
피고, 상고인
해군 제1함대사령관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8. 21. 선고 (춘천)2012누1353 판결
판결선고
2014. 1.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1) 원심은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해군 중령인 원고가 'B'(이하 '합작소'라고 한다)의 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로 2011. 8. 17. 피고로부터 감봉 2개월의 이 사건 징계처분을 받았고, 이에 원고가 항고하였으나 해군본부 항고심사위원회는 '아래 징계사유 중 ⑤항의 징계사유에 대한 혐의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비행사실이 적극적인 업무수행과정에 발생한 것으로 감경사유에는 해당하나 징계양정은 감경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내용'의 심의를 거쳐 2011. 11. 25. 원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다는 것이다.
① 원고의 직권을 남용하여 합작소 경비반장에게 합작소장, 감시대장, 합작소장지인들의 출입에 대하여는 그 출입사실을 출입일지에 기록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② 2011년 합작소장의 지휘운영비(매월 544,000원)와 241감시대장의 지휘부 운영비(매월 283,000원)를 통합하여 사용하였고, 2010년 10월분부터 생활반장에게 지급하여야 할 생활반장 활동비 합계 912,000원의 예산을 전용하였으며, 2010년 9월분부터 소대지휘자 등에게 지급하여야 할 소대지휘활동비 합계 710,000원의 예산을 전용하였다.
③ 합작소장으로 임명된 이후 35명의 소속부대원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하였다.
④ 독신자숙소 운영비 합계 128,540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⑤ 군 관사 입주자 중 초기대응반 대기태세유지를 위한 인원이 있는데도 대응태세 유지를 위한 내규 개정이나 지침 등의 대책수립을 소홀히 하였고, 원고가 배정받은 군 관사를 타인에게 무단으로 대여하였으며, 위 군 관사에 TV, 냉장고 등의 군내 비품을 부당하게 비치하여 사용하였다.
(2) 나아가 원심은 앞서 본 ①항 내지 ③항의 각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감봉 2개월의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위 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비위의 정도에 비하여 과중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을 취소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즉 군인징계령 제20조 제1항 제2호, 해군징계규정 제35조 제1항 나목에 의하면 징계심의대상자의 비행사실이 성실하고 적극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발생한 경우에는 징계감경을 할 수 있는데, 해군본부 항고심사위원회에서도 원고의 비행사실에 대하여 적극적인 업무수행과정에 발생한 것으로 감경사유에 해당하고, 또한 당초 징계사유로 삼았던 사유 중 ⑤항의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점, 이 사건 징계사유들은 주로 경미한 위반이거나 경과실로서 해군징계규정의 [별표 1] 징계양정기준상 감봉, 근신 또는 견책에 해당하는 점, 원고가 25년간 해군에 근무하면서 징계전력이 전혀 없는 점, 원고가 근무환경이 열악한 최전방 부대에서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창안하여 적용함으로써 국방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한 점, 원고가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를 전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유용한 금액이 없었으며, 위와 같은 원고의 조치에 찬성하는 부대원들도 있었던 점, 원고가 최전방 부대에서 상시 긴장 속에서 지내다가 업무와 관련하여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욕설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 욕설이 단순히 개인적인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듣는 사람에게 심한 모욕감을 줄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던 점 등이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따라서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라면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6951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두10895 판결 등 참조).
또한 수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아니하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누4102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등 참조).
한편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고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최전방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솔선수범하여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부대를 지휘·운영하여야 함에도, 자신의 직권을 남용하여 자신과 감시대장 그리고 자신의 지인들 출입사실을 출입일지에 기재하지 말도록 하급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였고(위 ①항의 징계사유), 용도와 지급대상이 정하여진 예산을 자신이 부당하게 통합하여 사용하거나 전용하는 등으로 회계질서를 어지럽혔으며(위 ②항의 징계사유), 대부분의 소속 부대원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을 하는 등 언어폭력을 자행함으로써 지휘관이 지녀야 할 품위를 저버렸음(위 ③항의 징계사유)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원고의 각 행위는 부대의 질서를 어지럽히며 소속 부대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그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그에 이른 경위나 결과, 그 비위행위의 내용 및 성질, 원고가 수행하는 군 지휘관으로서의 직무의 특성 등에 비추어, 위 ①항의 징계사유는 해군징계규정의 [별표 1] 징계양정기준(이하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비행의 유형이 '성실의무 위반(직권남용)'으로 적어도 '경미한 위반 중 고의'에 해당하여 감봉, 정직, 강등 또는 해임에 처할 수 있는 사유이고, 위 ②항의 징계사유는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에서 정한 비행의 유령이 '성실의무 위반(회계질서 문란)'으로 적어도 '경미한 위반 중 고의'에 해당하여 해임 사유이며, 위 ③항의 징계사유는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에서 정한 비행의 유형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언어폭력)'으로 적어도 '경미한 위반 중 고의'에 해당하여 정직 또는 강등 사유이다.
한편 위와 같은 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비위행위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비위행위가 성실하고 적극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해군징계규정 제35조 제1항 나목에서 정한 징계감경사유인 '징계심의대상자의 비행이 성실하고 적극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상 원고에게 위 규정 제35조 제1항 가목 및 다목에서 정한 징계감경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원고가 징계전력이 전혀 없고 국방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예산을 전용한 것이 아니라거나 업무지시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욕설을 한 것이라는 등의 정상은 이 사건 징계처분 및 해군본부 항고심사위원회의 징계양정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3)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의 사유가 된 위 ④항 및 ⑤항의 각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위 ①항 내지 ③항의 나머지 각 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양정기준상 더욱 무거운 징계가 가능한 사안에서,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2개월을 선택한 피고의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위 각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사실의 내용과 정도,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의 정도에 비하여 과중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처분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 등 재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주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