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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나4931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항소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혜인)

피고,피항소인

대한민국 외 1인

2017. 1. 10.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4가단5134739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각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는 2013. 5. 29.부터, 원고 5, 원고 6에게는 2013. 6. 10.부터 각 2017. 2. 9.까지 연 5%,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는 2013. 5. 29.부터, 원고 5, 원고 6에게는 2013. 6. 10.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사안의 배경

1) ○○자동차 주식회사(이하, ‘○○차’라고 한다)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다가 2009. 2. 6.경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차 법정관리인은 2009. 4. 8.경 인력구조조정 등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근로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정리해고를 실시하려 하였으나 ○○차 노조는 이를 반대하며 공장 점거 및 파업 등을 벌였다. 이후 ○○차 노사는 2009. 8. 6.경 향후 경영상태가 호전되면 희망퇴직 등을 한 근로자들을 복귀, 재채용하기로 하고 생계안정 등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추진키로 하는 등의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위 파업은 종료되었다.

2) 그러나 ○○차가 어느 정도 회복 조짐을 보임에도 복직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일련의 ○○차 파업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병사하거나 자살한 노조원 또는 그 가족의 수가 22명에 이르게 되자, 2012. 4. 5.경 서울 중구 (주소 생략)에 있는 대한문 앞 인도 상에 망인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용 천막이 설치되었다.

3) 2012. 4. 13.경 민주노총, 불교평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차 희생자 범국민 추모위원회가 구성되었다가, 2012. 5. 19.경 개최된 ‘5. 19. 범국민대회’ 집회 후 ○○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차 대책위’라고 한다)로 확대되었고, 이후 ○○차 대책위는 대한문 앞 인도 상에 분향소와 농성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시위를 개최하여 왔다.

4) 위와 같은 집회 및 시위가 계속되던 중, 서울중구청장은 위 천막 등이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아니한 것이라는 이유로 자진철거를 요청하였고 ○○차 대책위가 이에 응하지 않자, 2013. 4. 4.경 행정대집행 절차를 진행하여 위 천막 등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마사토를 깔고 회양목 60여 그루를 심은 후 소형 화분 약 500개를 비치하고 보호용 울타리를 설치한 화단(이하, ‘이 사건 화단’이라고 한다)을 조성하였다.

5) 이후 ○○차 대책위 회원들은 이 사건 화단 앞에 임시분향소를 설치하였다.

나.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1) ○○차 대책위 등 여러 단체로 구성된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은 2013. 5. 29. 19:30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에서 ‘시민의 집회 시위 권리 찾기 프로젝트 - 꽃보다 집회’(이하,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라고 한다)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위 집회에 대하여 신고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집회 명칭 : ○○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문화제
○ 개최목적 :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와 ○○차 정리해고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문화제 개최
○ 개최일시 : 2013. 5. 28. 0시 ~ 2013. 5. 29. 23시 59분
○ 개최장소 : 덕수궁 대한문 앞(정문 앞 수문장교대식 행사기간 제외) ~ 우측 10번째 가로수까지
○ 주최자 · 주관자 · 주최단체 대표자 : ○○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범국민대책위원회
소외 1
○ 연락책임자 : 소외 2
○ 질서유지인 : 15명
○ 참가예정단체 : 민주노총, 사회운동단체, 시민
○ 참가예정인원 : 150명
○ 참고사항 : 평상시 70명이나 거리특강, 거리음악회 시 인원 150명, 낮에 상시 20명 대기

2) 원고 1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원고 2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활동가, 원고 3은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 원고 4는 인권운동공간 ‘△’의 활동가로서, 위 원고들은 당일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준비하였다. 피고 2는 2011. 1. 14.경부터 ○○차 대책위 등이 ○○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하여 대한문 부근에서 개최하여 온 집회 및 시위의 현장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한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이다.

3) 집회 주최측은 집회장소로 신고한 대한문 앞부터 우측 10번째 가로수 사이에 있는 이 사건 화단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기로 하고, 2013. 5. 29. 19:28경 이 사건 화단 앞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무대를 마련하고 그 무대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의자를 배치한 후 화단 나무 사이에 ‘시민의 집회 시위 권리찾기 프로젝트 - 꽃보다 집회’라고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였다.

4) 그러자 피고 2의 지시를 받은 경찰기동대 약 30명은 19:35경 이 사건 화단 앞으로 들어와 일렬로 화단을 둘러쌌다. 피고 2는 집회참가들에게 이 사건 화단은 집회신고장소에 포함되지 않으며 화단 나무에 현수막을 거는 것은 신고된 장소를 벗어난 불법집회라고 방송하였다.

5) 경찰들이 무대를 준비하던 공간을 점거함에 따라 뒤쪽으로 밀려난 집회참가자들은 집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경찰이 집회장소를 점거하는 것은 집회방해로서 부당하고 항의하며 물러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 2 등 경찰이 응하지 않으면서 화단을 뒤에 두고 경찰과 집회참가자들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6) 당시 현장에는 집회참석자 약 150명이 있었다. 일부 집회참가자는 산발적으로 이 사건 화단 앞의 경찰들을 밀고 당기는 등 유형력을 행사하였고 일부 집회참가자는 경찰들을 향해 물총을 쏘았으나, 대부분 집회참가자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이 사건 화단 앞에 줄지어 서 있는 경찰과 주변에서 경찰을 지휘, 감독하던 피고 2에게 집회장소에서 나가라며 말로 항의하였다. 경찰은 20:09경 일부 집회참가자들이 밀고 당기거나 말로 항의하는 과정에서는 그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정도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일부 집회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물총을 쏘기 시작하자 물총을 쏘는 집회참가자를 향해 최루액을 분사하고, 물총 11개를 현장에서 압수하였다.

7) 피고 2는 20:07경 종결선언요청, 20:26경 자진해산요청, 20:35경 1차 해산명령, 20:42경 2차 해산명령, 20:57경 3차 해산명령을 방송하였다. 그 과정에서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화단 부근에서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는 등의 발언 위주로 집회를 진행하다가 22:00경 집회를 종료하였다.

다. 2013. 5. 29.자 남대문경찰서 집회

1) 대한문 집회를 마친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등 집회참가자 약 50명은 2013. 5. 20. 22:10경 대한문 집회에서의 경찰 대응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를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22:25경 남대문경찰서 앞으로 이동하였다.

2) 집회참가자들은 대한문 집회에서 이용한 방송차량 1대를 경찰서의 비상통행로에 주차하고 경찰서 중앙계단 앞 인도에 모여 경찰의 집회방해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구호와 노래를 제창하며 집회를 진행하였다(이하,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라고 한다). 당시 경찰은 비상통행로에 주차된 방송차량을 견인하려고 하였으나 집회참가자 2명은 방송차량 앞에 연좌하여 이를 제지하였다.

3) 피고 2는 22:27경 자진해산요청, 22:32경 1차 해산명령, 22:36경 2차 해산명령, 22:42경 3차 해산명령, 22:54경 4차 해산명령, 23:10경 5차 해산명령, 23:19경 6차 해산명령을 하였다.

4) 경찰이 해산명령 직후인 23:21경부터 23:50경까지 4차례에 걸쳐 집회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한 결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 , 별표 제2호의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 70dB를 초과한 78.4dB, 77.9dB, 72.4dB, 77dB 등으로 각 측정되었다.

5) 집회참가자들은 2013. 5. 30. 01:15경 집회를 종료하고 해산하였다.

라. 2013. 6. 10.자 대한문 기자회견 및 집회

1) 서울 중구청장은 2013. 5. 30.경, 같은 해 6. 3.경 ○○차 대책위에 이 사건 화단 앞 인도상에 설치된 임시분향소를 자진 철거할 것을 명하였다.

2) 이에 ○○차 대책위가 불응하자 서울 중구청장은 2013. 6. 10. 09:18경부터 09:42경까지 중구청 직원 약 50명을 동원하여 임시분향소를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하였고, ○○차 대책위 회원 약 30명이 현장에서 철거에 항의하였다.

3) 당시 현장에 있던 원고 5는 임시분향소 강제철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11:00경 임시분향소가 있던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개최한다고 예고하였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의 변호사인 원고 6도 위 기자회견을 듣기 위하여 11:00경 대한문 앞에 도착하였고, 연합뉴스 등 언론사 기자 30여명이 취재를 위해 참석하였다.

4) 피고 2는 원고 5가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는 정보를 취득하고 경찰 2개 중대를 이 사건 화단 앞 주변으로 집결시켜 대한문 앞부터 이 사건 화단 주변까지 여러 줄로 넓게 서 있도록 지시하며 ○○차 대책위 회원 등 참석자들의 접근을 차단할 것을 지시하였다.

5) 경찰은 10:18경 이 사건 화단 주변으로 앰프 1개가 담긴 여행용 가방을 옮기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압수하였다가 현장에 있던 소외 3이 기자회견에 사용될 장비인데 압수의 근거가 무엇인지 항의하자, 10:25경 이를 반환하였다.

6) ○○차 대책위 회원 등 30여 명은 10:55경 피고 2에게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하며 경찰들을 취재라인 밖으로 철수시킬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2가 이에 응하지 않아 경찰과 밀고 당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7) 기자회견을 듣기 위해 모인 참석자들은 피고 2에게 기자회견을 막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니 기자회견 장소를 확보하여 달라는 요청과 항의를 계속하였으나 피고 2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8) 원고 6을 포함한 참석자 약 30명은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자, 그 주변에서 피고 2 등 경찰들의 기자회견 방해행위와 임시분향소의 기습철거를 비판한다는 취지의 자유발언을 돌아가며 하는 항의집회를 시작하였다(이하,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라고 한다).

9) 그러자 피고 2는 11:00경 자진해산요청, 11:07경 1차 해산명령, 11:15경 2차 해산명령, 11:24경 3차 해산명령, 11:53경 4차 해산명령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내지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의 주장

피고 2의 지휘를 받은 경찰들은 법률적 근거 없이 집회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 공간을 점거하고, 관련 법령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해산명령을 발하거나 최루액을 발사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들의 주장

(가) 집회장소 점거에 대하여

○○차 대책위는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의 구성단체로서 꽃보다 집회의 개최자는 ○○차 대책위 소외 1이므로, ○○차 대책위와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은 상당히 밀접성이 있는 단체이다. 그런데 ○○차 대책위는 2013. 4. 4. 대한문 앞에 설치된 천막이 강제철거된 후에도 5차례 이상 화단으로 침입하여 공유재산인 화단을 훼손한 전력이 있었다. 이와 같은 ○○차 대책위의 대한문 앞 농성과 화단 훼손의 전력 등에 비추어 이 사건 5. 29.자 대한문 집회에서도 집회참가자들의 화단 훼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의 화단 접근을 제한하고,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화단 앞에 일렬로 서서 질서유지선을 설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경찰권의 행사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이라고 한다) 제6조 , 제2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13조 제1항 , 동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4호 라.목 제6호 에 근거한 것이다.

(나) 해산명령에 대하여

당시 집회참가자들은 화단 진입을 시도하며 이를 막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경찰관들을 밀거나 넘어뜨리고 물총을 쏘는 등 폭력을 행사하고 모욕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초래된 상황이었으므로, 피고 2의 해산명령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에 근거한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이다.

(다) 최루액 분사에 대하여

피고 2 등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총을 이용하여 최루액으로 의심되는 액체를 쏘아대자 경찰들의 신체와 공공시설 안전에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최루액 사용을 사전 경고한 후 최루액을 분사한 것이므로, 이는 경직법 제10조의3 에 따른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이다.

나. 화단 앞 집회장소의 점거에 관한 판단

1) 경직법 제6조 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인지

경직법(2014. 5. 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 즉, 눈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경찰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이다.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역시 그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도록 그 발동·행사 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적용의 범위 내에서만 우리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 조항과 그 정신 및 해석 원칙에 합치될 수 있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집회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한 경찰의 행위는 경직법 제6조 의 즉시강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어서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였다고 볼 수 없다.

가)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는 ○○차 대책위 외에도 여러 단체가 참여한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이 ○○차 정리해고와 관련된 사망자 등을 추모하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보장을 촉구하기 위하여 개최한 집회였다. 당시 집회 주최측은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회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하여 이 사건 화단 안으로 잠시 들어간 것일 뿐이고, 집회 주최측이나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화단을 훼손하기 위한 조직적인 준비나 시도를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로 인해 화단 훼손 등 중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 2가 화단 앞에 경찰들을 배치한 조치가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이 사건 화단이 위치한 곳이 과거 ○○차 대책위가 설치한 분향소가 철거된 장소였다거나 분향소 철거 이후 ○○차 대책위 일부 회원들이 몇 차례 화단에 진입한 전력이 있었다는 사정은 즉시강제의 적법 요건인 눈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집회의 목적, 내용과 집회의 장소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집회의 장소에 대한 선택이 집회를 성과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회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참조). 따라서 집회참가자들은 집회의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 결정할 수 있고, 집회 장소를 제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에 해당하므로, 경찰 등 공권력은 다른 중요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의 장소를 제한할 수 없다.

라) 이 사건 화단 앞 공간은 ○○차 파업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병사하거나 자살한 노조원 등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오랫동안 설치되어 있다가 행정대집행으로 강제철거된 곳이어서 ○○차 정리해고와 관련된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의 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소였고, 이에 따라 집회 주최측은 이 사건 화단 앞을 집회장소로 결정하고 마이크와 엠프를 설치하고 의자를 배치하는 등 집회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므로, 피고 2가 집회의 가장 중요한 장소에 경찰들을 배치하여 이 사건 화단 앞 공간을 점거하여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가사 그 목적이 화단의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경직법 제6조 제1항 의 즉시강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2) 경직법 제2조 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인지

가) 경직법 제2조 는 경찰관에게 직무수행의무를 부과하는 전제로서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개괄적으로 한정하여 표시해 주는 조항인데, 이와 같은 조항을 이른바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제한 또는 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 우선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반드시 ‘법률’에 근거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조직법적 규정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개별적 또는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작용법적 조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개별적, 구체적 기본권제한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경찰작용에 관한 개별적 수권조항을 자세히 규정한 입법자의 의도에도 어긋나는 해석이다. 나아가, 국가기관의 조직에 관한 다른 법률에서도 임무 또는 직무에 관한 조항을 둔 예는 무수히 찾아볼 수 있으나 이를 가지고 구체적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 삼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는데, 위와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경직법 제2조 가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수권조항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명확성의 원칙 위반이라는 또 다른 위헌성을 피할 수 없으므로 결국 합헌적인 법률적 근거로 볼 수 없게 된다( 헌법재판소 2011. 6. 30. 선고 2009헌마406 결정 등 참조). 따라서 경직법 제2조 는 경찰들의 이 사건 화단 앞 점거행위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다.

나) 가사 경직법 제2조 를 경찰권 발동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더라도, 일반적 수권조항은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바, 경직법은 제6조 등에서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개별적 수권조항을 두고 있고, 나아가 집시법 제13조 등에서도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개별적 수권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개별적 수권조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찰권의 발동이 경직법 제2조 에 따라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단 앞은 ○○차 정리해고와 관련된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의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상징적 장소였던 점, 피고 2 등 경찰들로서는 화단의 훼손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집시법이 예정한 경계표지를 설치하는 등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집회참가자들이 선택한 집회장소를 점거한 경찰들의 행위는 그 목적이 화단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것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찰권행사에 요구되는 최소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 경찰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3) 집시법 제13조 에 따른 적법한 질서유지선의 설정이었는지

가) 집시법 제13조 제1항 은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 제3호 집시법 제13조 에 따라 경찰관서장이 설정한 질서유지선을 경찰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상당 시간 침범하거나 손괴·은닉·이동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질서유지선’이란 관할 경찰서장 등이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보호하고 질서유지나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나 행진 구간을 일정하게 구획하여 설정한 띠, 방책, 차선 등의 경계표지를 말한다( 집시법 제2조 제5호 ).

나) 이와 같은 규정에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질서유지선을 침해하는 범죄의 태양을 형법상 손괴죄에 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 경찰관들을 줄지어 세우는 방법으로 설치된 폴리스라인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관하여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한 점,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집시법 제2조 제5항 , 제13조 , 제24조 제3호 에서 각 규정하고 있는 ‘질서유지선’은 유형적인 물건에 의하여 설치된 경계표지를 의미하는 것이고, 경찰들을 줄지어 세우는 소위 ‘폴리스라인’은 집시법상의 질서유지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경찰들이 화단 앞을 점거한 행위가 집시법 제13조 에 따른 적법한 경찰권행사라고 볼 수 없다.

4) 소결

따라서 피고 2 등 경찰이 집회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한 행위는 법률적 근거와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다. 해산명령에 관한 판단

1) 집시법 제20조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의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를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 정신 등에 비추어 해산명령의 요건과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일부 집회참가자가 폭행 등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그 집회가 전체적으로는 평화롭게 진행되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불법행위를 개별적으로 처벌하거나 제지함은 별론으로 하고 일부 집회참가자의 개별적인 불법행위를 이유로 집회 전체를 해산할 수 없다.

2) 피고 2 등 경찰들이 집회장소에서 나가라는 집회참가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이 사건 화단 앞을 일렬로 둘러싸고 서 있는 상황에서, 집회참가자 중 일부가 집회장소 점거에 항의하며 경찰을 밀거나 끌어당기며 몸싸움을 벌였고, 일부는 물총을 쏘기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경찰이 참가자 2명을 폭행 혐의로 체포하고 물총 11개를 압수한 점은 인정되나, 이와 같은 경찰과 집회참가자들의 대치 상황과 일부 참가자들의 충돌은 집회의 시작 단계에서 집회의 핵심적인 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미리 점거한 경찰의 행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따라서 만약 경찰이 집회참가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화단 앞 점거를 풀었다면 위와 같은 갈등과 대치상황은 쉽게 해소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더욱이 집회참가자 일부의 경찰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집회참가자는 경찰의 집회장소 점거에 산발적으로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정도에 그쳤으므로, 당시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발생하여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2의 대한문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권의 행사에 해당한다.

라. 최루액 발사행위에 관한 판단

1) 경직법 제10조의3 은 경찰관은 불법집회로 인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와 재산 및 공공시설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 현장책임자의 판단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분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 2 등 경찰은 당시 집회참가자들이 밀고 당기는 유형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는 최루액을 분사하지 않다가, 일부 집회참가자가 경찰에게 물총을 쏘자 물총을 쏘는 집회참가자를 상대로 최루액을 분사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등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은 일반의 집회참가자들에게 최루액을 무차별적으로 분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당시 일부 집회참가자가 경찰에게 물총으로 분사한 액체의 성분이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인지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경찰의 최루액 분사가 경직법 제10조의3 을 요건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3.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의 주장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는 같은 날 대한문 집회에서의 피고 2 등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항의하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개최된 우발적 집회이므로 집시법 제6조 제1항 의 신고를 요하는 집회에 해당하지 않아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설령 미신고 집회라 하더라도 폭력이나 협박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히 존재하지 않고 일반인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피고 2의 집회 해산명령은 그 법적근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권의 행사이다. 또 경찰은 당시 집회를 방해하기 위하여 집회참가자들의 방송 마이크 선을 절단하였는데, 이는 경직법 제6조 의 즉시강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행위이다.

2) 피고들의 주장

남대문 경찰서 집회는 미신고 집회 또는 신고된 대한문 집회를 일탈한 불법집회로서 당시 집회참가자들이 방송차량을 비상통행로에 주차한 후 소음기준을 초과하여 소음을 유발하였고, 소음의 중지를 하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절하였으며, 비상통행로에 주차한 방송차량을 옮기려는 경찰을 방해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그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피고 2의 해산명령은 적법하며, 당시 경찰이 집회참자가의 방송 마이크 선을 절단한 사실은 없다.

나. 판단

1) 해산명령에 관한 판단

가) 집시법 제6조 제1항 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할 것을 규정하므로, 그러한 신고를 하지 아니한 집회는 집시법상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48시간 이내에 신고를 할 수 없는 긴급한 사정이 있고, 옥외집회나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바가 없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고, 나아가 사안에 따라서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1헌바174 결정 참조).

나)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를 비롯한 대한문 집회에 참여한 참가자 약 50명은 당일 체포된 집회참가자의 석방을 촉구하고 경찰의 대응에 항의하기 위하여 대한문 부근에서 남대문 경찰서 앞으로 이동하여 방송차량 1대를 비상차량 통행로에 주차하고 노래와 구호를 제창하는 등 집회를 개최한 것인바, 이와 같은 집회의 목적 및 개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는 우발적으로 개최된 것이었고 당시 48시간 이내에 신고를 할 수 없는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그러나 우발적인 긴급한 집회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으로 인해 집시법 제22조 제2항 위반죄 등의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는 집시법상 미신고 집회 또는 신고 범위를 일탈한 집회와 마찬가지로 집시법 제20조 가 규정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해산명령이 있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원고들이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하지 않고 평온하게 진행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집회 주최측은 22:25경부터 6차 해산명령이 있은 23:19경까지 계속해서 남대문 경찰서의 비상차량 통행로에 방송차량을 주차하고 경찰의 요구에도 이를 이동시키지 않거나 경찰이 이동시키려는 것을 방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집회참가자들은 남대문 경찰서 앞 인도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동원하여 노래와 구호를 반복하여 제창하였는데, 피고 2의 6차 해산명령 발령 직후 측정한 집회현장의 소음 정도는 집시법 등이 정한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을 초과하였던 점, 2013. 5. 29.자 남대문 경찰서 집회는 10:25분경 시작되어 자정을 넘은 00:20경까지 약 50명의 참석자가 남대문 경찰서 앞 인도를 점거하며 계속되었던 점 등이 인정될 뿐이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마이크 선 절단 여부

당시 피고 2 등 경찰이 집회참가자의 마이크 선을 절단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2013. 6. 10.자 기자회견 및 대한문 집회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5, 원고 6의 주장

원고 5가 2013. 6. 10. 11:00경 예정한 기자회견은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없는 단순한 기자회견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2는 2013. 6. 10.경 경찰권을 남용하여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하고, 준비한 기자회견용 엠프를 빼앗는 등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이에 항의하는 집회에 대하여 위법한 해산명령을 반복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2) 피고들의 주장

당시 이 사건 화단 앞에 경찰을 배치한 것은 적법한 행정대집행을 무시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전력이 있는 ○○차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빙자하여 다시 도로를 무단점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즉시강제에 해당하므로 적법하다. 나아가 당시 기자회견의 실질은 집시법상의 규제를 받는 집회에 해당하고 그 후에 이루어진 항의집회는 위 기자회견과 실질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바,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는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미신고 집회이므로, 이에 대한 피고 2의 해산명령은 적법하다.

나. 기자회견 장소의 점거에 관한 판단

1) 집시법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도11518 판결 참조). 일반적인 기자회견은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고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기자회견은 제한 없이 허용되는 반면, 옥외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의 경우 질서유지의 필요성이 있고, 일반 공중에 대하여 직접 자신들이 지닌 공동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는 집회로서 효과를 함께 기대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 5가 2013. 6. 10. 예정한 기자회견은 비록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 실질은 임시분향소 철거에 대한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사건 화단 앞에서 모이기로 한 집시법상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5가 예정한 기자회견은 집회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집회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서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집회참석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으므로, 원고 5 등 집회참석자들은 임시분향소의 철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의 목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개최할 권리가 있다.

2) 피고들은 원고 5 등 ○○차 대책위 회원들이 임시분향소를 다시 설치하는 등 도로의 무단점용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 5는 이 사건 화단 앞에 설치되어 있던 임시분향소의 철거 집행이 완료된 이후에 그에 대한 비판과 의견을 대외적으로 밝히기 위하여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이었을 뿐, 당시 이 사건 화단 앞에 임시분향소 등을 다시 설치하여 도로를 점용하기 위한 어떠한 준비나 시도를 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사정을 현장에 있던 피고 2도 능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시 기자회견으로 인해 화단의 훼손이나 도로의 무단점용 등 중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 2가 집회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경찰들에게 점거하게 한 것이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2 등 경찰이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한 행위는 경직법 제6조 의 즉시강제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행위이다.

나. 엠프를 압수한 행위에 대한 판단

원고 5는 경찰이 다른 참석자가 준비한 엠프를 빼앗은 행위는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2는 경찰이 엠프를 압수한 직후 기자회견에 사용될 장비임을 확인하고 기자회견 개최 전에 곧바로 반환한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원고 5의 기자회견이 방해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5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해산명령에 관한 판단

1)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한 사전신고제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 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2는 원고 5 등이 11:00경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던 이 사건 화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예정한 기자회견 시간이 임박하자 집회참석자 일부가 기자회견 장소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며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고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한 경찰의 행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경찰이 원고 5 등 집회참석자들의 요구에 따랐다면 쉽게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직후 이루어진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는 경찰들의 기자회견 방해와 임시분향소의 철거를 비판하는 자유발언을 하며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므로, 피고 2가 최종 해산명령을 방송한 11:53경까지의 집회 상황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피고 2 등 경찰이 소외 4 등 10명을 경찰에 대한 폭행 등 협의로 체포한 것은 해산명령 이후인 12:10경 발생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피고 2의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권의 행사이다.

5.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앞서 본 바와 같이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및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에서의 피고 2 등 경찰의 집회장소 점거와 피고 2의 해산명령은 그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력의 행사인바, 피고 2 등 경찰이 집회의 목적과 분리될 수 없고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중요한 집회장소를 점거한 것은 집회참가자인 원고들이 자유롭게 집회장소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고, 피고 2가 위법한 해산명령의 방송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평화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표명하여야 할 집회의 평온함을 방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장차 해산명령의 불응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여 집회참가자인 원고들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2) 나아가 즉시강제와 해산명령 등 피고 2가 집회 현장에서 경찰권 행사의 근거로 내세운 법률요건은 경직법, 집시법 등 관련 법령의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고, 그와 더불어 공권력에 의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고,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여러 차례 밝혀온 확립된 법리인 점, 피고 2는 남대문 경찰서의 관할 구역에서 이루어지는 적법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직무를 현장에서 책임지는 경비과장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집회의 자유의 보장과 제한에 관한 법률요건과 법리를 충분히 숙지할 직무상 무거운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고, 더욱이 위 각 위법행위 당시 해당 집회의 참석자들이 경찰들의 집회장소 점거와 해산명령이 법률상 근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위법한 경찰력의 행사를 지속한 점, 2013. 5. 29.자 대한문 집회 및 2013. 6. 10.자 대한문 집회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지 않았고 그러한 위험도 명백하게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장에서 집회상황을 직접 지켜본 피고 2가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2는 단순히 법령의 해석이나 현장의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 직무집행을 하면서 약간의 주의만 하였더라도 쉽게 위법한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공무원인 피고 2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나아가 피고 2는 집회현장의 경찰책임자에게 요구되는 직무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중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2 개인도 자신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침해된 법익의 내용 및 중요성, 불법성 및 귀책사유의 정도, 나아가 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 예방할 필요성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들에 대하여 각 200만 원으로 정하기로 한다.

6. 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2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는 2013. 5. 29.부터, 원고 5, 원고 6에게는 2013. 6. 10.부터 각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7. 2. 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이와 결론을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들 패소부분을 각 취소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위 각 금원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기영(재판장) 박은영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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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 판결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결정

헌법재판소 2011. 6. 30. 선고 2009헌마406 결정

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1헌바174 결정

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도11518 판결

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참조조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4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6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5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2호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3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3조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3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5호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3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3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2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2호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4가단513473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