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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11. 1. 20. 선고 2009구합44430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항소[각공2011상,437]
판시사항

기관사가 열차운전 중 고라니를 치어 죽인 사고 직후 그 충격으로 뇌경색이 발병하여 결국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망인이 한국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교번근무제에 따라 화물열차를 운전하여 오던 중, 열차로 고라니를 치어 죽인 사고 직후에 뇌경색이 발병하여 결국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은 장기간에 걸쳐 불규칙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육체적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과로와 스트레스는 고혈압 등 망인의 기존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특히 기관차승무사업소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지기 직전에 있었던 고라니 충격사고로 망인이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고라니를 충격한 순간 놀람과 흥분으로 인해 망인의 혈압이 급격히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급격한 혈압 상승은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점,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는 뇌경색 등 뇌혈관계 질환의 유발요인이 될 수 있고 특히 고혈압 등 뇌졸중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율신경계의 항진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한 뇌경색의 발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만성적인 과로 및 스트레스 상황과 고라니 충격사고로 초래된 급격한 스트레스가 망인의 기존질환에 겹쳐 뇌경색을 유발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고,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두섭)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0. 12. 21.

주문

1. 피고가 2009. 9. 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인(1950. 9. 25.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 부산기관차승무사무소 소속 기관사로 근무하다가 2007. 12. 17. 부산기관차승무사업소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져(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뇌경색, 소뇌경색, 신경인성 방광, 연하장해, 신경인성 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나. 망인은 2008. 5. 19. 업무상 사유에 의해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8. 6. 19. 망인에 대하여, ‘발병 전 작업환경이나 작업량의 급격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 점, 기존질환으로 고혈압이 있고 건강검진상 당뇨 및 고지혈증이 의심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존질환이 자연적인 경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요양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망인은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8. 12. 12. 망인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한국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망인이 2008. 8. 17. 사망한 후,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9. 9. 2. 위 요양불승인 결정과 같은 이유에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원고에게 그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4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오랫동안 기관사로 근무해 오면서 교번근무제로 인한 불규칙한 근무시간 및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하여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다. 위와 같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뇌경색을 유발하였거나 고혈압 등 기존질환에 겹쳐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 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및 근무상황

(가) 망인은 1978. 7. 4. 철도청(2005. 1. 1.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되었다)에 입사하여 1990. 10. 26.까지 부기관사 및 기관사로 근무하였고, 1990. 10. 27.부터 1999. 1. 1.까지 승무운용원(열차운행 관련 서무 업무를 행함)으로 근무하였으며, 1999. 1. 2.부터 이 사건 재해 당시까지 기관사로 근무하였다. 다만 망인은 1999. 1. 21.부터 2004. 12. 31.까지는 가야역에서 준비기관사(차고지 내에서 도착하는 기관차를 낮은 속도로 운전하여 급유, 전향, 정비선 등으로 이동하고 정비가 완료된 기관차를 이동하는 작업을 함)로 근무하였고, 2005. 1. 1.부터 정식기관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과 같은 기관사들은 계획 승무근무표(DIA, diagramm의 약자로, 출근시각부터 퇴근시각까지의 승무사업을 조합하여 월 단위의 근로일, 당해 근로일별 근로시간, 휴일 등을 지정한 승무사업계획표이다)에 의한 근무(이하 ‘교번근무제’라 한다)를 하고 있다. 교번근무제는 매번 다른 열차를 운행하여야 하고, 열차 운행시간에 따라 기관사의 출·퇴근시간 및 근무장소가 달라지고 업무시간도 불규칙하게 되며, 그에 따라 식사시간, 휴식시간, 취침시간 등이 매일 변경될 정도로 불규칙한 특징이 있다. 예컨대 망인의 경우, 열차 출발시각이 09:20 → 18:21 → 02:50 → 06:10 → 08:20로 변화하였고, 퇴근 직전 열차 도착시각이 18:33 → 01:53 → 12:54 → 11:40 → 18:40로 변화하였기 때문에(갑 14호증의 1 내지 5 참조) 망인의 출·퇴근시간 및 근무시간도 밤과 낮의 구분 없이 일정하지 않았고, 일반 근로자에 비해 야간 근무비율이 높았다.

(다) 망인은 동력차승무원지도운영내규(갑 9호증)에 따라 열차 출발 예정시각 전에 출근하여 당무 지도운영과장으로부터 승무적합성검사와 운행에 따른 지시를 받고 상황실에서 운행구간에 대한 운전주의사항 및 정보사항을 기록, 숙지하고, 동력차를 인수하여 차량의 이상 유무를 점검한 다음 동력차에 탑승하여 대기하고 있는 해당 객·화차에 동력차를 연결(새마을 열차나 전동차와 같은 고정 편성차량은 동력차를 연결하는 작업이 없음)한 후 제동시험 등을 하여 운행준비를 마치며, 운행 중에는 신호상태 및 진로의 확인, 전방 선로 및 열차 후부의 이상 유무 확인, 계기등 확인 등 운전실 기기의 취급, 무선전화기 통화 및 통화내용 청취, 각종 제한속도(곡선 제한속도, 정거장 통과 제한속도, 차량 제한속도) 준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승무사업을 마치고 소속 사무소에 돌아오면 당무 운용계장에게 사업종료 보고를 하고 승무일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록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라) 망인은 부기관사 1인과 함께 근무하였는데, 망인이 운전관련 기기를 취급하여 운전하고, 부기관사는 망인의 업무를 보조하였다. 동력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망인과 부기관사는 승무원 휴양소에서 일정시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열차를 운행하였다. 기관사의 근무장소인 동력차 운전실은 협소한 공간이고, 위 운전실 내에서는 고속주행으로 인한 높은 소음이 들리고,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

(마)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되기 전에는 월 기본근무 시간이 192시간이었으나 전환된 후에는 월 165시간으로 감소되었고(열차 지연, 임시열차 운행 등의 사유로 실제 근무시간과 다를 수 있다), 휴일은 1년에 117일을 기준으로 주 2일 이상 부여되었다. 2007. 10. 망인의 야간(22:00~06:00) 근무시간은 약 65시간이었다.

(2) 이 사건 재해 및 사망 경위

(가) 망인은 2007. 12. 16. 00:00경 동대구역에서 출발하여 가야역으로 향하는 화물열차를 운전하여 원동~물금 사이를 통과하다가 선로에 서 있는 짐승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고 제동장치를 조작하였으나 정차하지 못하고 열차로 이를 충격하였다(이하 ‘고라니 충격사고’라 한다). 열차에 부딪힌 것은 고라니였는데, 당시 망인은 사람을 충격한 것으로 착각하여 놀란 마음에 손을 떨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에 망인과 함께 동승하였던 부기관사는 망인 대신 화물열차를 운전하여 가야역에 도착하였는데, 망인은 도착 후에도 계속 식은땀을 흘리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약간의 구토 증세를 보였다. 망인은 2007. 12. 16. 02:00경 귀가하여 구역질이 난다고 원고에게 호소하였고, 원고는 침으로 망인의 손을 따고 손, 발을 주물러 주었다. 망인은 2007. 12. 16. 아침부터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계속 누워 있었고, 병원에 가보자는 원고의 말에 “오늘은 대기 업무만 하면 되니까 내일 가자.”고 답하였다.

(나) 원고는 2007. 12. 16. 18:00부터 다음날 04:00까지 대기승무(비상시 항상 승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상태) 근무명령을 받고 18:00경 출근하였다. 망인은 집에서 침으로 손을 땄는데도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다고 하며 혈압이 올라가서 그런지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동료에게 호소하였다. 망인은 승무원 대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중 두통을 호소하며 옆에 있던 동료에게 침으로 발가락을 따 달라고 부탁해 동료가 망인이 소지하고 있던 사혈침으로 발가락을 찔러 피를 뽑았으나, 그 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증세를 보여 2007. 12. 17. 00:00경 119 구급대에 의해 춘해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다) 망인은 춘해병원에서 뇌경색 의심하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증세가 악화되어 2007. 12. 20. 부산대학교병원에 입원하였다. 망인은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그 후 망인은 한국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하다가 2008. 8. 17. 사망하였다.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뇌경색증, 선행사인은 고혈압, 당뇨, 소발작이다.

(3)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05. 2. 24. 상세불명의 뇌혈관 질환으로 진료받은 사실이 있고, 2006. 9. 7.부터 계속하여 본태성(원발성)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 왔다. 망인은 당뇨가 있었으나 이에 대하여 양방치료를 하지 않고 식이요법으로 당을 조절하며 약초 등을 복용하기도 했다.

(나) 망인에 대한 2006. 10. 16.자 건강검진 결과, 망인의 혈당(식전)은 177mg/dL, 혈압은 110/80㎜Hg(2006. 9.부터 2007. 11.까지 개인 의원에서 10여 차례 측정한 혈압의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총콜레스테롤은 253mg/dL이었다.

(다) 망인은 2007. 11. 14. 급성기관지염, 상세불명의 전신부종으로 진단을 받은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를 내어 15일 정도 쉬다가 다시 출근하였다.

(라) 망인은 30년 동안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웠고, 소주 한 병을 마셨다.

(4) 의학적 소견

(가) 피고 자문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인정되지 않고,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으며, 고라니 충격사고는 의미 있는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려운 점에서 망인은 기존질환이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사료된다.

(나) 삼성서울병원

ㆍ 부산대학교병원의 환자사정기록지 소견상 망인은 구음장애, 어지러움증, 우측 눈처짐, 우측 안면 감각저하 등 소견을 보인다고 기록되어 있고, 뇌 MRI상 우측 연수경색 및 우측 소뇌경색이, 우측 우두엽에서 색전증에 의한 작은 뇌경색이 관찰된다. 따라서 급성 소뇌의 뇌경색과 연수의 뇌경색을 진단할 수 있고 그 원인으로 동맥경화증이 의심되는 혈관협착을 진단할 수 있다. 급성 뇌경색을 진단하는 확산강조영상 소견상 망인에게 급성 뇌경색 병변이 관찰된다.

ㆍ 동맥경화증 등 기존질환, 또는 그 위험인자가 뇌경색의 발병에 관여하나 동맥경화증이 있는 모든 환자에게 뇌경색이 발병하지는 않고 뇌경색의 위험인자 외에 유발요인 역시 뇌경색의 발병에 관여한다. 다양한 신체적(감염 등), 환경적(공해 등), 직업적(과로 및 갑작스런 스트레스 등) 유발요인이 기존의 동맥경화증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의 의학적 보고에 의하면, 갑작스런 스트레스나 감정의 변화가 수일 내에 뇌경색의 발병을 촉발시키고, 스트레스는 뇌졸중의 발병을 30%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ㆍ 장기적인 과로나 스트레스는 뇌혈관계질환, 특히 뇌경색의 발병에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고혈압 등 뇌졸중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의 항진을 초래하여 뇌졸중, 특히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한 뇌경색의 발병을 촉발할 수 있다.

ㆍ 기관사로서의 망인의 업무내용과 특성, 작업환경을 고려할 때, 만성적 과로 및 스트레스와 갑작스런 사고(고라니 충격사고)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뇌경색의 발병을 유발하거나 촉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기관사의 과로 및 스트레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장거리 여객열차 운전, 불규칙한 교번근무제, 정시운전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 사상 사고에 대한 상시적 압박감, 차량고장 사고 위험성에 대한 스트레스

- 철도차량의 제동 특성에 따른 상시적 긴장감 유지

- 불편한 의자, 좁은 공간, 소음, 전신 진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 및 불안정한 근무자세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의 1, 갑 2호증의 1, 2, 갑 6, 9, 10, 12, 13호증, 갑 14호증의 1 내지 7, 갑 15호증의 1, 갑 16호증, 갑 17호증의 1 내지 4, 갑 18호증의 1, 2, 을 2호증, 을 3호증의 1, 2, 을 4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한국철도공사, 부산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0. 1. 27. 법률 제99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호 에 정한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그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그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사망에 이른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은 열차 기관사로서 장기간에 걸쳐 교번근무제에 따라 불규칙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육체적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은 과로와 스트레스는 고혈압 등 망인의 기존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특히 이 사건 재해 직전에 고라니 충격사고로 인하여 망인이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고라니 충격사고 순간 놀람과 흥분으로 인해 망인의 혈압이 급격히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급격한 혈압 상승은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점, 망인은 고라니 충격사고 직후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였고 뇌 MRI 검사상 급성 뇌경색 병변의 소견도 관찰된 점,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는 뇌경색 등 뇌혈관계 질환의 유발요인이 될 수 있고 특히 고혈압 등 뇌졸중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의 항진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한 뇌경색의 발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망인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 사건 재해 무렵 다른 요인 없이 독자적으로 뇌경색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만성적인 과로 및 스트레스 상황과 고라니 충격사고로 초래된 급격한 스트레스가 망인의 기존질환에 겹쳐 망인에게 뇌경색을 유발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피고는 고라니 충격사고 이전인 2007. 12. 11. 우측 신체에 감각이 없는 뇌경색의 전조증상이 망인에게 있었으므로 망인의 뇌경색은 고라니 충격사고 이전에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나, 을 2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은 2007. 12. 17. 춘해병원에 입원한 이틀 뒤 우측 팔다리에 감각이 어둔한 듯하다고 호소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고가 지적하는 부산대학교병원의 환자사정기록지에 기재된 화요일은 2007. 12. 11.이 아니라 2007. 12. 18.로 보인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이진만(재판장) 김강산 백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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