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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비율 80:20  
서울고법 2001. 2. 15. 선고 99나44412 판결 : 상고
[보험금][하집2001-1,210]
판시사항

[1]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되는 가스사고 중 '화재'의 개념

[2]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의 피보험자인 가스판매업자가 액화질소가스를 주문받았음에도 실수로 액화산소가스를 배달하여, 주문자가 진공열처리로의 냉매제로 액화산소가스를 투입하게 됨으로 인하여 인화물질인 산소의 작용으로 급격한 발화가 일어나서 진공로의 내부온도가 설정온도를 넘어 상승함으로써 진공로가 녹아내린 경우, 이는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하는 화재에 의한 가스사고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불이 화재로 평가되는 것은 재앙으로 볼 수 있는 경우로서 원래 불이 있어서는 안될 곳,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경우와 정상적인 장소에 있던 불이 그 범위를 벗어난 경우를 들 수 있으나, 사람들이 의도한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는 불이라도 너무 장시간 계속되거나 과열되는 등 과도하게 된 경우에는 불이 재앙으로 변하여 화재가 된다고 할 것이다.

[2]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의 피보험자인 가스판매업자가 액화질소가스를 주문받았음에도 실수로 액화산소가스를 배달하여, 주문자가 진공열처리로의 냉매제로 액화산소가스를 투입하게 됨으로 인하여 인화물질인 산소의 작용으로 급격한 발화가 일어나서 진공로의 내부온도가 설정온도를 넘어 상승함으로써 진공로가 녹아내린 경우, 이는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하는 화재에 의한 가스사고라고 본 사례.

원고,항소인

이승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종원)

피고,피항소인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배 외 3인)

주문

1. 원심판결 중 제2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피고는 원고에게 56,547,781원과 이에 대하여 1999. 4. 9.부터 2001. 2. 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총비용은 이를 2등분하여 그 중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과 이에 대한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원고는 1996. 5. 15. 금천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서울 금천구 가산동 542-1에서 "신진가스"라는 상호로 고압가스 판매업을 경영하고 있다.

나.원고와 피고는 1998. 5. 4.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고를 보험자로 하여 다음과 같은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1) 보험기간:1998. 5. 4. 16:00부터 1999. 5. 4. 16:00까지

(2)보상하는 사고(가스사업자):보험증권에 기재된 사업소(서울 금천구 가산동 542의 1 신진가스)에서 가스취급업무의 수행 또는 그 결과에 의해 발생한 '가스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타인의 신체 또는 재물에 대한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

(3)용어풀이:'가스사고'라 함은 가스로 인한 폭발, 파열, 화재 및 가스의 누출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거나 재물이 없어짐, 훼손, 망가지게 하는 것을 말함

(4) 보상한도액(대물사고):1 사고당 1억 원

다.원고는 1998. 7. 2. 14:00경 주식회사 대림진공열처리('대림진공')로부터 액화질소가스를 주문받아 80ℓ들이 가스통 2개를 배달하였는데, 착오로 그 중 1개를 액화질소가스 대신 액화산소가스로 배달하였다. 원고는 스테인리스로 된 가스통을 원래 액화질소 충전용으로 사용하여 오다가, 액화산소용기가 부족하게 되자 매직펜으로 용기의 표면에 액화산소(LO2)라고 표시한 후 액화산소용기로 사용하였는데, 착오로 배달된 위 액화산소가스의 용기표면에 적힌 액화산소(LO2)의 표시는 주의깊게 살펴보지 아니하면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져 있었다. 당시 소매업자인 원고는 도매업자인 이승원이 운영하는 "두이에너지"를 통하여 동양산업가스 주식회사로부터 가스충전을 받아왔는데, 이승원이나 동양산업가스 주식회사도 위 액화산소가스의 용기표면에 적힌 액화산소(LO2)의 표시가 희미해진 사실을 발견하여 다른 용기를 사용하거나 표시를 명확하게 한 후 가스를 공급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라.대림진공은 액화질소가스를 진공열처리로(진공열처리로)의 냉매제로 사용하였다. 진공열처리로는 진공펌프를 이용하여 진공로 내부의 산소를 제거한 진공상태에서 일정한 온도(1,050℃)를 유지하면서 내부의 금형을 가열한 후 불연성가스인 질소가스를 투입하여 냉각시킴으로써 더욱 강한 금형을 만드는 장비로,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가열하여 산화를 방지하고 금형이 변색 없이 원래의 색상을 유지하도록 하는 장점을 가지는 진공로이다. 그런데 대림진공의 작업원이 1998. 7. 4. 24:00경 진공열처리로를 냉각시키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액화산소가스를 액화질소가스로 알고서 투입하는 바람에, 인화물질인 산소의 작용으로 급격한 발화가 일어나서 진공로의 내부온도가 약 3,000℃까지 상승함으로써 용융점이 2,600℃인 몰리브덴으로 된 몰리브덴형 진공로가 녹아내리고 그라파이트형 진공로가 손상되는 한편, 진공로 내부에서 열처리중이던 220여 개의 금형이 용융, 산화, 부식되어 버렸다('이 사건 사고'). 다만, 대림진공의 작업원이 진공로의 작동을 정지함으로써 폭발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

마.이 사건 사고 당시 대림진공의 작업원은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액화가스의 용기표면을 면밀히 살펴보지 아니한 채 액화질소가스인 것으로 가볍게 믿고서 이를 냉매제로 투입하였다.

(인정 근거)갑 제1, 2, 4, 6호증, 이 법원의 주식회사 대림진공열처리에 대한 2000. 1. 17.자 사실조회결과와 변론의 전취지

2. 판 단

가. 보험금 청구권의 발생 여부

(1)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피보험자인 원고(가스사업자)가 보험기간 중에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업소인 신진가스에서 액화질소가스 대신 액화산소가스를 잘못 배달하여 야기된 사고로서, 가스취급업무를 수행한 결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

(2)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말하는 가스사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보험계약서에는 가스로 인한 폭발, 파열, 화재 및 가스의 누출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거나 재물이 없어짐, 훼손, 망가지게 하는 것을 가스사고로 정의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의 경우 대림진공의 작업원이 진공로의 작동을 정지함으로써 폭발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으므로 '화재'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이 사건 보험증권에 화재의 정의를 따로 규정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일반적으로 '화재'란 불이 나는 재앙을 말하고, '불'은 물질이 열이나 빛을 내면서 타는 현상 또는 그 때 생기는 열·빛·불꽃을 의미한다. 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아니 되는 중요한 수단이고, 불이 정상적인 장소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을 때에는 이를 화재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예컨대 정상적으로 타고 있는 난로 속에 금반지를 던져 넣어서 발생한 손해를 화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불이 화재로 평가되는 것은 재앙으로 볼 수 있는 경우이다. 불이 재앙으로 되는 것은 첫째, 원래 불이 있어서는 안될 곳,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경우, 예컨대 산불의 경우를 들 수 있고, 둘째, 정상적인 장소에 있던 불이 그 범위를 벗어난 경우, 예컨대 난로가 넘어져서 집기를 태우는 경우를 들 수 있다.

(3)그런데 사람들이 의도한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는 불이라도 너무 장시간 계속되거나 과열되는 등 '과도하게 된 경우'에는 불이 재앙으로 변하여 화재가 된다고 할 것이다.

(4)이 사건의 경우 불이 진공로 안에 머물러 있기는 하였으나 인화물질인 산소의 작용으로 내부온도가 설정온도인 1,050℃를 넘어서서 3,000℃까지 상승하는 바람에 진공로 안의 금형뿐 아니라 진공로 자체까지 용융시키는 등 불이 재앙으로 바뀌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화재'에 의한 가스사고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1 사고당 대물피해 보험금 1억 원의 한도 내에서 원고가 대림진공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고압가스의 고유한 성질이 발현되어 일어난 사고를 보상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예컨대 고압가스용기의 운반 도중 행인이 가스용기에 부딪혀서 일어난 사고나 이 사건 사고와 같이 가스의 내용물이 바뀜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예정하는 위험과 동질의 위험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과 별도로 존재하는 영업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가스취급업무 수행결과에 의해 발생한 가스사고에 해당되는 이상, 원고가 액화산소가스를 주문받은 후 액화산소가스를 배달함으로써 가스사고가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액화질소가스를 주문받은 후 과실로 말미암아 액화산소가스를 배달함으로써 가스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이 사건 보험계약이 보상하는 보험사고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보험증권에서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분류한 "피보험자의 작업상 결함으로 인한 작업목적물의 망그러뜨림 그 자체에 따른 손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증권에는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13개항을 나열하면서 그 제13항에서 "피보험자가 판매, 공급한 재물 또는 피보험자가 수행한 작업상의 결함으로 인한 당해 재물 또는 작업목적물의 망그러뜨림 그 자체에 따른 손해"를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보험자가 판매, 공급한 재물이나 '당해 재물'이란 액화산소가스를, 피보험자가 수행한 '작업'이란 운반작업을, '작업목적물'이란 운반작업의 대상이 되는 가스통을 각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전기로 자체나 그 속에 든 금형을 작업목적물로 보아 그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의 범위

갑 제2, 3호증, 갑 제9호증의 1 내지 10,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대림진공이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몰리브덴형 진공로 수리비 19,539,600원, 그라파이트형 진공로 수리비 39,120,127원, 금형손해 12,025,000원 합계 70,684,727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사실과 원고와 대림진공이 1998. 11. 30. 원고가 대림진공에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은 손해배상으로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후 원고가 1998. 8. 31.부터 2000. 4. 29.까지 적어도 위 70,684,727원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대림진공에 지급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갑 제3호증, 갑 제9호증의 1 내지 9, 갑 제10호증의 각 일부 기재와 이 법원의 주식회사 대림진공열처리에 대한 2000. 10. 9.자 사실조회 결과는 이를 믿지 아니한다.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시 대림진공의 작업원이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액화가스의 용기표면을 면밀히 살펴보지 아니한 채 액화질소가스인 것으로 가볍게 믿고서 이를 냉매제로 투입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이 사건 사고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대림진공에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인데,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대림진공에 배상할 손해액은 위 과실상계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80% 부분인 56,547,781원(70,684,727원×0.8, 원 미만 버림)으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억 원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대림진공에 배상한 돈 중 상당한 금액인 56,547,781원과 이에 대하여 소장송달 다음날인 1999. 4. 9.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01. 2.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위에서 인정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한다.

판사 채영수(재판장) 박상훈 한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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