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7나4561 손해배상(의)
원고항소인
1. 이○○
경남 함안군
2. 이○○
창원시 도계동
3. 이○○
서울 송파구
4. 이○○
서울 송파구
5. 이○○
창원시 봉곡동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DDD
피고피항소인
1. 의료법인 □□의료재단
서울
송달장소 마산시 의료법인 □□의료재단 분사무소
대표이사 OOO
2. 백
진주시
3. 최
마산시 마산□□병원내 외과과장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07. 2. 7. 선고 2005가단28207 판결
변론종결
2007. 9. 20.
판결선고
2007. 10. 18.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이○○에게 34,038,690원, 원고 이○○, 이○○, 이○○, 이○○에게 각 11,545,455원과 각 이에 대하여 2003. 5. 1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의 1 내지 5, 갑2호증, 갑6호증의 6, 을1호증, 을2호증의 1 내지 11, 을3호증의 1 내지 3, 을4호증의 1, 2, 을5, 6호증, 을7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갑6호증의 1 내지 5, 7, 8, 을2호증의 12의 각 일부 기재, 제1심 법원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및 대한의 사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피고 백 본인신문결과 및 원고 이OO에 대한 일부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 이00은 피고 의료법인 □□의료재단에서 운영하는 마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이 쇼(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처이고, 나머지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2) 피고 의료법인 □□의료재단은 의료진을 고용하여 마산 ○○구 ○○2동 50 소재 마산□□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고, 피고 백소는 피고 병원에서 근무하던 외과 전공의이며, 피고 최◇◇은 외과 전문의로서 피고 병원의 외과 과장이다.나, 망인의 전원 경위
(1) 망인은 2003년 4월경부터 우측 상복부 통증(RUQ pain)을 수반한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주거지인 경남 함안군 소재 함안중앙병원, 해림병원 등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복용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하여 2003. 5. 7. 오전 마산시 소재 마산의료원에 내원하였다.
(2) 마산의료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한 결과 담낭 아랫 부분에 담석이 있고, 담낭염과 함께 낭포 주위의 농양 형성이 의심되는 소견을 보이자, 위 병원 내과전문의 김미정은 망인의 가족들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전원을 권유하며 초음파검사 결과를 첨부한 진료의뢰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위 진료의뢰서의 상병명란에는 "담낭염 의증(R/O cholecystitis), 낭포주위농양 형성 의증(R/O pericystic abscess formation)"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전원 후의 경과 및 담낭절제술의 시행
(1) 망인은 같은 날인 2003. 5. 7. 13:33경 우측 상복부 통증(3분 정도 지속되며 양상은 둔통)을 주소(chief complaint)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는데, 당시 망인의 혈압은 130/80㎜Hg, 맥박은 분당 90회, 호흡수는 분당 24회였고, 체온은 37.7℃였다. (2) 응급실 당직 수련의인 김요는 망인을 진찰한 다음, 내과 전공의로서 당직 의인 정에게 연락하였고, 위 당직의가 망인에 대한 문진과 함께 시진, 촉진, 청진 등의 이학적 검사를 시행한 결과 망인은 내원 한 달 전부터 열감 및 오한, 우측 상복부 통증이 있었고, 내원 10일 전부터는 소화불량, 식욕부진이 동반되었으며, 3, 4일 전부터는 오심이 있고 오한이 지속되는 증상이 있었고, 우측 상복부 늑골연에 압통을 동반하는 통증 부위가 있는 소견을 보였다.
(3) 이에 위 당직의는 망인에 대한 진단 및 수술전 상태 평가를 위한 응급혈액검사, 응급생화학검사 및 전해질검사, 혈액응고검사, 동맥혈가스검사, 응급뇨검사, 흉부 및 복부 단순 방사선 촬영검사, 심전도검사 등을 시행함과 아울러 같은 날 15:35경 망인에 대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을 시행하였는데, 혈액검사 및 생화학검사 결과 백혈구(WBC, While Blood Cell) 35,600개/(참고치 3,900 내지 9,700개/), 혈소판 69,000개/ul(참고치 150,000 내지 450,000개/ul), 젖산탈수소효소(LDH,Lactate Dehydrogenase)1) 2,880u/ℓ(참고치 266 내지 500u/l), 백혈구 중 호중구 (neutrophil)2)의 백분율이 84.4%(참고치 50 내지 70%), 백혈구 모세포(母細胞, blast)3)는 0%로 나타났고, 전산화단층촬영결과 담낭저부의 담석과 함께 양측 늑막참출이 발견되었다. 한편 같은 날 15:55경 망인의 혈압은 110/70㎜Hg, 맥박은 분당 72회, 호흡수는 분당 20회였다.
(4) 위 당직의는 위 검사 및 진찰소견을 바탕으로 결석으로 인한 급성 담낭염으로 판단하여 패혈증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날 16:20경 외과에 담낭절제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협진을 의뢰하였고, 이에 외과 당직 의인 최♤♤이 망인을 진찰하는 한편 같은 날 17:00경에는 외과 전공의인 김♤♤이 망인을 진찰한 다음 동일하게 판단하여 외과과장인 피고 최◇◇에게 담낭절제술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보고하였고, 위 피고 역시 망인을 진찰한 후 마산의료원의 진료의뢰서와 위 진찰 및 검사소견을 종합하여 담낭염이 원인이 된 패혈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여 시급히 담낭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판단하였으나 그밖에 백혈병 등 다른 질병의 가능성은 의심하지 못한 채, 항생제 투여와 함께 수술 준비를 지시하였다. 망인의 같은 날 20:10경의 혈압은 120/80mHg, 맥박은 분당 88회, 호흡수는 분당 20회, 체온은 37.1℃였고, 같은 날 22:30경의 혈압은 130/90㎜Hg, 맥박은 분당 80회, 호흡수는 분당 22회, 체온은 37.8°C였다.
(5) 김♤♤은 같은 날 18:25경 망인의 가족들에게 망인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였고,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망인의 가족들의 동의를 얻은 다음 예정되어 있던 다른 수술을 마치고 2003. 5. 8. 00:25경 망인에 대한 전신흡입마취 하에 피고 최소이 집도 하고 피고 백소가 보조하여 망인의 담낭저부에 직경 2.5cm 가량의 결석이 매복된 중등도로 팽창된 담낭을 제거하는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라. 수술 후의 경과 및 망인의 사망
(1) 망인에 대한 수술을 마친 후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수차례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수술 직후 일시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였다가 다시 계속적으로 증가하자(2003. 5. 8. 03:35경 20,400개/l, 10:16경 20,600개/l, 14:18경 35,200개/ rk, 18:04경 시행 41,300개/uk, 22:07경 57,300개/), 피고 최소은 혈액학적 이상을 의심하여 2003. 5. 9. 혈액종양내과에 의뢰하여 협진을 시작하였고, 피고 병원의 외과 및 혈액종양내과 의료진은 망인의 백혈구 수가 여전히 정상치보다 높고 계속 증가하며 범혈관내 응고증 소견을 나타내자 다른 원인의 존재를 의심하여 항생제 투여를 계속하면서 혈액검사를 반복하여 백혈구 수와 백혈구 분별계수를 확인하는 한편, 말초혈액도 말검사를 시행하였다.
(2)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2003. 5. 10. 그 전날 시행한 혈액도말검사결과를 판독한 결과 미성숙혈액세포를 발견하자 백혈병을 의심하게 되어 망인을 혈액종양내과로 전과하는 한편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혈액 제제를 수혈하였다.
(3) 망인의 상태가 2003. 5. 11.에도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었고,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판단하여 다발성 장기부전, 호흡부전의 소견을 보이는 망인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혈액 제제를 수혈하였고, 2003. 5. 12. 오후 망인의 백혈병의 혈액학적 분류와 확진을 위하여 골수검사를 시행한 결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판명되었다.
(4) 망인은 2003. 5. 13. 08:00경부터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08:20경 혈압이 70/30 mHg로 떨어지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후 심폐정지까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 받았으나 같은 날 16:52경 사망하였다.
(5)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사망일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기재되어 있고, 같은 날 작성한 소견서에는 병명란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담낭염, 범발성 혈관내 응고장애,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소견란에 "담낭염으로 내원하여 담낭제거 위한 수술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하여 항암치료 예정이었으나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하여 사망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남부분소 법의학과장 김광훈이 망인을 부검한 다음 작성한 부검감 정서에는 사인이 "급성백혈병으로 인한 파종성 혈관내응고병증4) 및/또는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증"으로 기재되어 있다.
마. 관련 의학지식
(1) 패혈증 및 패혈성 쇼크 패혈증은 세균이 무균 상태의 혈액 속에 들어가 번식하면서 그 생산한 독소에 의해 중독 증세를 나타내거나, 전신적인 고열, 백혈구증다증, 저혈압등의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원인 병소로는 중이염 · 피부화농증 · 욕창·폐질환 · 충치 · 담낭염·신우염·골 수염·감염자궁 등을 들 수 있으나 화농균의 침입장소가 확실하지 않은 것도 있다. 병원균으로는 연쇄상구균 · 포도상구균·대장균 · 폐렴균 · 녹농균·진균 등이 있다. 증세는 갑자기 오한 전율을 동반한 고열이 나고, 관절통·두통·권태감 등도 볼 수 있다.
패혈증의 임상적 진단기준의 하나로서 ① 체온이 38도 이상 또는 36도 이하인 경우, ② 맥박수가 분당 90회 이상인 경우, ③ 호흡수가 분당 20회 이상인 경우, ④ 백혈구 수가 당 12,000개 이상이거나 4,000개 이하인 경우 중 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를 들 수 있으나, 확진을 위하여는 세균배양검사나 FDP(Fibrinogen Degradation Product)검사 등이 필요하다.
패혈증에서는 미세동맥이 확장되어 저항이 감소되고 모세혈관과 정맥이 확장되어 혈액이 저류되면 유효순환혈량이 감소되어 쇼크를 유발한다.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에 의하여 혈액응고기전이 활성화되며 혈관내에서 미세혈전을 형성하여 파종성 혈관내 응고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패혈성 쇼크는 박테리아가 혈류 속으로 들어와 혈관이 과도하게 이완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풀이되는데, 패혈증의 가장 심한 상태인 패혈성 쇼크가 되면 혈압이 심하게 떨어지고 온몸의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며, 사망률이 약 40 내지 50%에 이른다.
(2) 급성 담낭염 및 백혈병
가) 급성 담낭염은 주로 담석이 담관을 막았을 때 생기며, 그 외에도 대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을 받은 사람, 간흡충증이 있는 사람, 당뇨 환자에게 잘 발생한다. 담관이 막히면 담즙의 농도가 짙어져 염증이 생기며, 이 부위가 대장균 등 세균에 감염되어 급성 염증이 발생한다. 급성 담낭염의 흔한 임상증상은 우측 상복부의 통증 및 국소적인 압통이다. 급성 결석성 담낭염의 치료 방법으로는 내과적인 치료(환자에 대해 음식 섭취를 금지하고 항생제와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와 외과적인 치료(수술)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합병증이 있거나 초기 내과적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면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담낭이 팽창되고 염증이 파급되어 주위 혈관 및 림프관의 폐쇄를 일으켜 담낭벽에 심한 허혈 현상과 괴사를 야기할 수 있는데, 담낭천공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은 20 내지 70%에 이른다. 통증과 압통이 의미 있게 증가하고, 고열, 백혈구 증가 및 오한이 발생하면, 질병이 발전된 단계로 진행된 것으로 즉각적인 수술이 권유된다. 합병증이 없는 급성 담낭염 환자의 대부분은 백혈구 수치가 12,000 내지 15,000이고, 백혈구 수치가 20,000개 이상일 경우 괴사성 담낭염, 담낭천공, 담도염 또는 담도결석 기타 심각한 합병증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개 혈액검사 상으로는 백혈구가 15,000개 이상이면 합병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고,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패혈증이 진행되면 사망률이 40 내지 50%로 알려져 있으며, 고령의 환자에서 내과적인 질환이 동반되거나 환자의 전신상태가 나빠 마취의 위험이 있을 때, 담낭과 주위 유착 등이 심해서 담낭절제의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담낭조루술을 시행할 수 있다.
전형적인 급성 담낭염의 85%에서 백혈구 증가를 보이는데, 임상적으로 패혈증이 존재한다면 백혈구 수치가 30,000개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 급성 백혈병 환자는 빈혈이나 백혈구 수의 변화, 혈소판의 감소 등에 따라 피로 및 쇠약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쉽게 출혈(코피, 잇몸출혈 등)되고, 쉽게 감염되며 이에 따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생화학 검사에서 혈청 젖산탈수소효소 값이 대부분 환자에서 증가되고, 저칼륨혈증도 관찰될 수 있으며,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 현상도 나타날 수 있으나, 확진을 위하여는 혈액도말검사나 골수검사가 필요하다.
백혈병 환자에 대하여도 담낭염의 존재가 발견될 경우에는 백혈병으로 인하여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등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담낭염이 진행되면 일반적인 환자에 비하여 중한 상태로 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담낭절제수술 없이 백혈병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할 경우 약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담낭의 괴사 및 담낭천공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담낭염에 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함이 바람 직하나, 수술을 먼저 시행할 경우 창상감염에 따른 패혈증의 위험성 때문에 수술 직후 항암제 사용이 제한되는 문제점이 있다.
2.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진단상의 과실에 관한 주장
(1) 주장의 요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응급수술을 결정하기에 앞서 망인의 수술전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보다 지나치게 높고 급성 담낭염에서는 높아지지 아니하는 젖산 탈수소효소 수치도 뚜렷하게 높아서 담낭염이나 패혈증이 아닌 백혈병 등 다른 질환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고 응급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패혈증의 확진을 위한 FDP 검사나 망인에 대한 추가검사 없이 백혈병 환자에게는 하지 않아야 할 응급수술을 시행함으로써 결국 망인으로 하여금 백혈병에 대하여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
(2) 판단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여야 하며, 특히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는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해당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 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
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 최소, 백소를 비롯한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망인의 백혈구 수치의 증가에 대한 담낭 제거술의 시행 이전에 백혈병의 존재를 의 심하지 못하고 백혈병을 진단하지 못한 채 수술을 시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제1심 법원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위 감정인은 피고 병원의 진료기록에 관한 감정의견으로서, 망인에게 담낭결석 이외에 농양 등 뚜렷한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최초 응급혈액검사에서 패혈증으로 단정하기에는 말초혈액의 백혈구 수가 지나치게 많았으며, 혈소판이 감소한 상태였고, 응급생화학 검사상 젖산탈수소효소도 뚜렷하게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백혈병은 아니더라도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규명하였어야 하였고, 피고 병원에 내원할 당시 망인의 상태가 응급수술을 시행하였어야 할 정도로 보이지는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회보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앞서 든 사실관계에다가 을2호증의 2, 7의 각 기재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대한 위 감정촉탁결과 및 제1심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를 비롯한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위 감정회보의 내용은 그 전체적인 취지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망인에 대한 의료행위 당시의 상황에 터잡은 임상적인 측면에서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악결과가 발생한 이후의 시점에서 수술 이후에 밝혀진 망인의 질병과 결과를 두고 회고적으로 고려하여 내린 사후적, 후향적 판단에 가까운 것으로 보여 위 회보결과의 의료과오의 유무에 관한 견해를 그대로 받아 들이기는 적절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최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의 모세포가 0%라는 결과가 피고 병원의 의료진으로 하여금 백혈병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였을 수 있고, 진료기록만으로 망인의 내원 당시 백혈병의 진단이 가능하였을 것인지 여부나 망인에 대한 수술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 함께 기재되어 있어, 위 감정 회보의 내용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망인이 피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내원한 마산의료원에서 작성한 진료의뢰서에는 담낭염 및 낭포주위농양 형성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기재되어 있었던 데다가, 실제로 피고 병원에서 시행한 전산화단층촬영 결과에서도 담낭저부의 담석과 늑막참출이 발견된 상태였고, 그에 더하여, 앞서 본 망인의 병력기간, 문진과 이학적 검사 소견, 혈액검사상 백혈구의 수치와 호중구의 백분율 비율, 맥박, 호흡수를 비롯한 망인의 임상증상 등을 함께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호소한 복부 통증 및 발열, 백혈구 증가 등을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 병소를 이미 전산화단층촬영 결과로 확인한 피고 병원의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에 대한 담낭염의 진행에 따른 패혈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감정회보에 따르더라도, 망인이 당시 패혈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음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혈액검사상 통상 담낭염, 맹장염, 복막염 등의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호중구의 증가가 뚜렷하였을 뿐 백혈병의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 백혈구의 모세포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망인에 대한 문진과 이학적 소견상으로도 백혈병으로 의심할 만한 뚜렷한 임상증상이 없었던 상황 아래에서 망인의 백혈구나 젖산탈수소효소 수치의 증가가 백혈병으로 인한 것으로 진단해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와 같은 이유로 제1심 법원의 사실조회촉탁에 대하여 대한의사협회장은, 망인에 대한 수술 이전 응급실에서의 각종 검사소견 및 진찰소견을 종합하면 가장 가능성 높은 진단은 급성 결석성 담낭염이나 괴사성 담낭염이고, 그밖에 담낭암 등 다른 질환의 가능성은 희박하며, 정확한 판단은 어려우나 앞서 든 소견들과 간호기록지의 기재에 비추어 패혈증이 동반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반면, 담석이 발견된 상태에서 백혈병의 진단을 내리기는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회신하였고, 원고들이 피고 최소, 백소를 고소하여 진행된 경찰수사절차에서의 수사기관의 질의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장의 회신에서도 당시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결과만으로 담낭염에 의한 패혈증과 백혈병을 감별하기는 어렵고, 혈액 검사결과 중 백혈구 모세포에 대한 결과, 망인의 임상증상 및 이학적, 방사선학적 소견을 종합하면 백혈병보다는 심한 급성 담낭염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④ 담석에 의한 단순한 담낭염이라도 백혈병이 있는 환자에게 발생하였을 경우 괴사성 담낭염 또는 화농성 담낭염 등의 중한 상태로 쉽게 진행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백혈병이 발견되었더라도 반드시 망인에 대한 담낭의 제거가 불필요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망인의 사인으로 패혈증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을2호증의 2)}, ⑤ 원고들은 망인에 대한 수술을 결정할 당시 망인에게는 패혈증의 증상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남부분소 법의학과장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망인의 사인으로 파종성 혈관내응고병증 이외에도 패혈증이 경합하였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보더라도 망인에게 패혈증의 증세가 있었다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가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으로부터 드러나는 망인의 병력 및 이학적, 방사선학적 검사결과, 혈액검사 및 생화학검사 결과, 망인에 대한 진단 및 치료경위, 담낭염의 합병증으로서의 패혈증의 발생 가능성 및 위험성, 백혈병에 대한 진단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망인에 대한 임상적 판단과 응급혈액검사, 생화학검사 및 전산화단층촬영결과를 종합하여 담낭염의 합병증으로서 패혈증의 진행 가능성을 우려한 끝에 외과적 수술의 시행을 결정하여 담낭절제술을 시행한 이후에 비로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견됨으로써, 혹시 당장 수술을 하지 아니하고 추가로 검사한 다음에 치료를 시작하였더라면 망인이 생존하였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사후에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수술 당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단 및 처치는 의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에 속하는 행위 또는 보통의 의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오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이를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의료상의 과오라고 볼 수는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설명의무 위반
(1) 주장의 요지
피고 백소가 원고들에게 망인의 담석증 및 패혈증 증세가 심하여 시급히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패혈증의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고 하여, 원고들이 위 피고에게 다시 정밀검사를 해 본 이후에 수술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였음에도 피고 백는 이를 피고 최소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서 원고들에게 다음날이 휴일인 사정 등으로 더 이상 피고 병원에서 검사를 실시할 수가 없고 서울의 다른 병원으로 후송하는 도중에 망인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시급히 수술하여야 한다고만 설명하여 원고들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피고 병원은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살피건대, 원고들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갑6호증의 1 내지 5, 7, 8, 을2호증의 12의 각 일부 기재 및 이 법원의 원고 이00 일부 본인신문결과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달리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반면, 오히려 을1호증, 을2호증의 3, 8, 10의 기재와 이 법원의 피고 백소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최소을 도와 망인에 대한 담낭절제술을 시행하게 된 피고 백는 2003. 5. 7. 11:30경 망인의 가족인 원고들에게 담낭염으로 패혈증 증세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백혈구 수치가 상당히 높은 등 증세가 심각하여 시급히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수술의 합병증 등을 설명한 사실, 당시 원고들은 피고 백에게 패혈증이 담낭염으로 인한 것임이 확실한지를 물었고, 이에 대하여 위 피고는 패혈증의 원인이 담낭염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고 담낭염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면 담낭을 절제하더라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망인의 담낭은 언제가 되든 반드시 절제하여야 하고, 현재로서는 심각한 패혈증 증세의 원인이 담낭염 때 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므로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며, 응급실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검사는 없고 추가로 검사를 원하면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명한 사실, 이에 원고들이 망인에 대한 담낭절제술의 시행에 동의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앞서 본 망인에 대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
를 함께 고려하여 보면, 피고 백◇◇는 망인에 대한 수술에 앞서 원고들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것이고, 위 피고가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들의 수술 여부나 추가 검사 여부에 관한 자기 선택권을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형남
판사김홍일
판사최환
주석
1) 조직에서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효소로 간장, 심장 근육, 적혈구 등에 함유되어 있어 이들 세포의 파괴가 생기면 혈중의
LDH치가 상승하게 된다. 급성 간염, 진행성 간경변, 울혈간, 원발성 간암, 소화관 담도, 악성종양, 혈액 질환, 심장 질환 등에
서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백혈병에서도 높아지지만 급성 담낭염에서는 현저히 높아지지는 않는다.
2) 세균감염, 조직손상의 경우 호중구의 증가가 발생한다.
3) 정상에서는 말초혈액에서 보이지 않지만, 통상 백혈병에서는 모세포가 말초혈액에 나타나게 된다.
4) 원인질환에 2차적으로 발생하는 급성 혹은 만성의 응고기전장애이다. 미세혈전이나 색전 또는 응고인자의 소모와 이로 인한
응고장애를 특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