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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5.10.29.선고 2015다210293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5다210293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

1. A

2. B

3. C.

원고 2, 3은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A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2. 12. 선고 2013나2023189 판결

판결선고

2015. 10. 29.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갑 제5호증(부검감정서)의 기재, 원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 연구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등에 의하여 망인의 사인이 괴사성 근막염 및 그에 따른 패혈증이라고 인정하면서, 피고의 망인에 대한 검사 및 처치와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여부 결정에 과실이 있고, 피고의 이러한 과실이 없었다면 망인이 적기에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여 괴사성 근막염에 대한 광범위 항생제 치료, 외과적 수술 등의 처치를 받아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위 의료상 과실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또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망인의 사망 전날 시행된 혈액검사 결과에 따르면 망인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주 내였고 망인이 사망 직전 병원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가 흡연을 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으므로 망인은 괴사성 근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기왕의 심장질환이 작용하여 돌연사한 것이고 따라서 설령 피고 및 피고 의원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일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에 대한 부검소견상 심근경색에 동반되는 심근의 허혈성 괴사나 섬유화 등이 확인되지는 않아 망인이 심근경색을 원인으로 사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반면 부검소견상 중증의 괴사성 근막염과 패혈증 소견이 뚜렷하게 확인되는 점, 중증의 패혈증 환자라도 정상적인 백혈구 수나 정상 체온 및 호흡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있는 점, 감염이 있더라도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면역 저하 등의 특성에 의하여 감염 초기에는 백혈구 수치가 잘 상승하지 않고 뒤늦게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 점, 망인에게 고열, 호흡곤란 등 전형적인 패혈증 소견이 나타나지 않은 것 또한 피고 내지 피고 의원 의료진이 입원 중 망인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간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 제1호증(대한의사협회 감정촉탁 회신의 건)의 기재와 제1심의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일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원심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일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만으로는 망인이 괴사성 근막염 및 패혈증의 발현과는 무관하게 기왕의 심장질환으로 급작스러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망인이 입원한 2012. 6. 14. 혈액검사를 시행하여 그 결과가 망인 사망 후 도착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망인의 백혈구 수치는 7.49(기준치 4~10)로 정상 범주 내였다.

2) 망인은 사망 당일인 2012. 6. 15. 03:22경부터 03:46 경까지 사이에 혼자 걸어서 엘리베이터로 주차장까지 이동한 다음 그 곳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흡연을 하고 5층 병실로 돌아왔고, 같은 날 05:00경 병문안을 온 동료가 망인이 병실 바닥에 엎드려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119구급대에 신고하였으며, 망인은 05:17경 H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는데, H병원 의료진은 당시 망인의 사후 강직이 매우 심하고 생명 징후가 없어 사망한 지 이미 오래 지난 것으로 판단하였다.

3) 제1심의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에서 감정의는 망인이 사망 당일 새벽 3:20 ~ 3:45경 스스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올라온 점을 고려할 때 패혈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고 심장성 돌연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원심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에서의 감정의 또한 망인이 잘 조절되지 않았던 장기간의 당뇨병과 흡연, 그로 인하여 진행된 혈관 합병증인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패혈증이 허혈성 심장질환을 더욱 악화시켰을 경우가 가장 개연성이 있고, 망인의 경우 괴사성 근막염에 의한 패혈성 쇼크가 환자의 사망에 일정 부분 기여는 하였겠지만 갑자기 24시간 내에 사망하는 급사의 단독 원인으로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며, 오히려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돌연사 등이 더 흔하다는 의견을 표시, 하였다. 그리고 피고가 업무상과실치사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사기관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감정심의 의뢰촉탁에서의 감정의 또한 망인이 전형적인 돌연사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패혈증에 의하여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병세가 점점 위중해지면서 서거나 걷는 것은 물론 앉아있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의식불명, 호흡곤란 등의 사경을 헤매다가 결국 사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병경과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인데, 망인의 경우 사망 직전으로 추정되는 사망 당일 03:22 ~ 03:46 사이에 스스로 병실에서 주차장까지 걸어서 이동하여 흡연하고 돌아온 이상 그 사망까지의 경과가 괴사성 근막염 및 그 합병증인 패혈증의 사망경과와는 전혀 달라, 망인의 사인은 패혈증에 의한 사망보다는 원인미상의 돌연사로 판단되고, 망인이 심한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었으므로 대개 갑자기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며, 사망 직전의 흡연이 부정맥 발생의 원인으로 매우 의심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다.

4) 한편 망인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소속 부검감정의는 그 부검감정서에서 망인의 사인에 대하여 당뇨가 있던 변사자가 수영장에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외상이 발생한 후 감염증이 갑작스럽게 전신에 퍼져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원심에서 망인의 사인을 급성심근경색증에 의한 돌연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한 각 사실조회에 대하여는, 망인에게 동맥경화는 보이나 심근의 허혈성 괴사나 섬유화와 같은 심근경색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고, 심각한 괴사성 근막염 및 패혈증 소견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기는 어렵다고 회신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제1심 및 원심법원에 의한 각 진료기록감 정촉탁에서의 각 감정의가 모두 망인의 백혈구 수치가 사망 전날까지 정상이었고 특히 망인이 사망 직전까지 걸어다닌 점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의 주된 사인이 괴사성 근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일 가능성보다는 심장성 돌연사 내지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수사기관에 의한 감정심의 의뢰촉탁에서의 감정의 또한 같은 이유로 망인의 주된 사인이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로 보인다는 의견을 표시한 점,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소속 부검감정의는 망인의 사인을 괴사성 근막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으로 판정하면서 심근의 허혈성 괴사나 섬유화와 같은 심근경색의 근거를 보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돌연사의 가능성은 배제하였으나, 부정맥 등으로 인한 다른 심장성 돌연사의 가능성은 사실조회 질의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이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고, 망인이 사망 직전 거동이 가능하였던 데 대하여도 아무런 설명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갑 제5호증(부검감정서) 및 원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 구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는 망인의 사인에 관하여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일 뿐 다른 심장성 돌연사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닌 반면, 다른 감정의들의 의견은 모두 망인의 사인이 심장성 돌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므로, 망인의 주된 사인은 괴사성 근막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이 아니라 부정맥이나 그 밖에 관상동맥질환에서 비롯된 심장성 돌연사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각 증거의 내용을 면밀히 비교하여 그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 사정만으로 갑 제5호증(부검감정서) 및 원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기하여 망인의 사인이 괴사성 근막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이라고 보아, 이를 전제로 피고의 과실 유무,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책임제한 비율에 관하여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의 과실 유무,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는 것인데, 이 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망인의 사인이 괴사성 근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임을 전제로 한 것이나 원심으로서는 망인의 사인에 관하여 다시 심리하여 그 심리 결과에 따라 피고의 과실 유무,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피고에 대한 책임제한의 비율도 다시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 각 점에 관하여 원심이 판단을 그르쳤는지 여부는 더 이상 판단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기택

대법관이인복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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