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고단4497 사기
피고인
A
검사
이지윤(기소), 김진영(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4. 11. 28.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무속인이다.
피고인은 사실은 피해자 C이 돈을 내고 내림굿을 받는 등 피고인이 지정하는 무속 활동 등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남편이 칼을 맞아 죽는 등 재앙이 내리게 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2. 9. 24. 속리산 공터에서 굿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내림굿을 받지 않으면 남편은 칼을 맞아 죽고, 시어머니도 죽고, 딸도 무당이 되고, 지금 하고 있는 굿이 끝나지 않는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내림굿을 받겠다는 승낙을 받은 후 2012. 10. 8. 공주시 D 소재 E에서 내림굿을 하면서 피해자로부터 금 2,000,000원을 교부받고, 금 18,000,000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굿비용, 기도비, 초값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 등 재앙이 내릴 것처럼 행세하여 2006. 11. 27.경부터 2013. 2월 중순경까지 총 92회에 걸쳐 합계 96,740,000원 상담을 편취하였다.
2. 판단
무속은 그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의 일반 대중 사이에서 오랫동안 상당히 폭넓게 행하여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서,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 보다는 영혼이나 귀신 등 정산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다.
이러한 부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요성자가 반드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그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7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무속 행위를 하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의사로서 이를 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시행자인 무당 등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시행자가 진실로 부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 있는 것같이 가장하고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요청자를 적극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과 고소시기 ·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진실로 무속행위를 할 의사 없이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 있는 것같이 가장하고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종교행위의 범주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피해자를 적극 기망함으로써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
피해자는 2004년 말경 피해자 남편의 알콜중독과 폭력문제로 고민하던 중 피고인동생을 통하여 무속인인 피고인을 소개받은 후 2013. 2.경까지 약8년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였는바, 가족동반 등산 및 여행, 명절 때 등 가족간 왕래, 피고인이 피해자 부탁으로 적금을 수차례 들어주거나 계금을 부어 주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의 제반정황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단순한 고객의 차원을 넘어서 상당한 친분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무속행위 경위 및 전후정황 우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남편의 알콜중독과 가정폭력 때문에 피해자가 요청해서 굿을 하기 시작하다는 것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굿비용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고도 굿을 해주지 않은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의 위와 같은 힘든 상황을 이용하여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하여 굿을 하거나 초를 켜서 기도드리는 행위 등 무속행위를 하여야 한다고 계속하여 권유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① 앞서 본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② 공소사실 기간 중 피해자의 수차례 복권 당첨 사례, ③ 돈이 교부된 명목 및 시기 · 횟수, (④) 피해자의 나이, 경력, 직업(피해자는 1991년 신혼초부터 남편과 같이 닭판매 장사를 계속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대졸 학력의 피해자 남편도 초창기 굿부터 피해자와 같이 대부분 참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과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불행의 예언 1)을 그대로 믿고 이에 속아 약7년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피고인에게 굿비용, 초값, 기도비, 남편생일값 등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역시 남편 알콜중독 문제 등으로 힘는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무속의 힘에 의지해 보려는 생각에서 또는 친분관계 형성에 따른 의례상의 인사 내지는 감사하는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피고인의 별다른 기망행위가 없었음에도 지속적으로 무속행위를 부탁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멸지 순번 87, 88번 관련하여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 피해자에게 신기운이나 신병(무병)이 없고 신내림굿을 받더라도 영적인 치유나 일신상에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어서 피해자가 신내림굿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거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공소사실과 같이 해악을 고지하는 등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내림굿을 받게 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해자의 남편 등의 동의를 구하고 신내림굿을 받기로 결정 하였던 정황이 엿보이기도 한다.
(3) 무속행위 내지 그 대가의 적정성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받은 후 실제로 피해자를 위해 굿이나 기도 등을 드리거나 부적을 만들어 주는 등 이를 위한 물품 등을 구입하거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 볼 때 신내림굿을 포함하여 피고인이 시행한 굿의 내용과 형식 및 절차 등이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굿(산내림굿)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굿값(신내림굿값 포함)의 책정경위 및 굿을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바, 기록상 피고인의 면소가 전혀 비합리직인 것이라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굿값이 통상의 범주를 벗어난 이례적인 고액이라거나 피고인이 금원을 편취할 의도로 굿을 너무 자주 시행한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판사임민성
주석
1)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기망방법의 내용은 대부분 장래 재앙이 온다는 내용으로 다소 추상적이다.
2) 피고인은 대부분 금원을 계좌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 별지 순번 기재 88번 현금 500만원을 받았는지도
명백하지 않다.
3) 약7년기간의 공소사실 기간과 무속행위 규모, 횟수 및 내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지급
된 금원이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