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8고합633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피고인
A (52년생, 남), 건설업
검사
허정수
변호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 변호사 김관중
판결선고
2008. 11. 4.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매매계약의 체결
피고인은 2007. 7. 3.경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아파트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 V에게 피고인 소유의 부산 해운대구 산 임야 17,572m(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함, 그 중 일부가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이었으나, 2008. 4. 25.자 토지분할로 인하여 그 중 위 산 9,879㎡는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이 아님)를 매매대금 '45억5,000만원', 계약금 '10억원', 1차 중도금지급 '2007. 7. 20. 18억5,000만원', 2차 중도금지급 '2008. 1. 10. 7억원', 잔금지급 '2008. 7. 8. 10억원'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계약금 및 중도금의 수령
피고인은 위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계약당일 피고인 명의 의농협통장으로 계약금 10억원, 2007. 7. 19.경 위 농협통장으로 1차 중도금 중 일부 15억원, 2007. 8. 24.경 위 농협통장으로 1차 중도금의 나머지 3억5,000만원을 입금받았고, 피해자는 2008. 1. 18.경 위 농협통장계좌가 폐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부산지방법원에 잔금 7억원을 공탁하였다.다. 가처분결정
피고인은 가항에 기재된 것과 같이 2007. 7. 3.경 피고인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후 피해자가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위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삼아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사건번호 2007카단4109), 위 법원이 2007. 10. 9.경 "채무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매매, 증여, 전세권, 저당권, 임차권의 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피고인이 위 가처분에 관하여 가처분이의를 신청하여(사건번호 위 법원 2008카단543), 위 이의신청사건에서 피보전권리가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청구권으로 변경되어 심리한 결과 위 가처분이의신청이 기각되면서 위 2007. 10. 9.자 가처분결정이 인가되었다.
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관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토지의 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안의 토지에 관하여 관할 행정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처음부터 그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일 경우에는 확정적 무효로서 유효화될 여지가 없으나, 이와 달리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거래계약일 경우에는 일단 허가를 받을 때까지는 법률상 미완성의 법률행위로서 거래계약의 채권적 효력도 전혀 발생하지 않지만, 일단 허가를 받으면 그 거래계약은 소급해서 유효로 되고 이와 달리 불허가가 된 때에는 무효로 확정되는 이른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규제지역 내의 토지에 대하여 거래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효력이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음이 당연하므로, 계약의 쌍방 당사자는 공동으로 관할 관청의 허가를 신청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에 위배하여 허가신청절차에 협력하지 않는 당사자에 대하여 상대방은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써 구할 수 있으며(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판결 등 참조),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하여 체결된 매매계약의 매수인은 비록 매매계약이 허가를 받을 때까지는 법률상의 미완성의 법률행위로서 소유권의 이전에 관한 효력이 전혀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 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매매목적물의 처분을 금하는 가처분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다44376 판결 참조).
이 사건 토지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의 토지이므로 이 사건 계약은 관할관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기까지는 그 계약 내용대로의 효력이 있을 수 없어 피해자로서도 그 계약 내용에 따른 대금지급의무가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2차 중도금 지급기일을 도과하였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다.
마. 임무에 위배하여 근저당권 설정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 및 가처분결정에 따라 2008. 7. 8. 피해자로부터 잔금 10억원을 수령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임무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08. 1. 30.경 피고인의 후배 C와 함께 이 사건 토지에 주식회사 XXX 스포츠센타(2007. 10. 17.자 법인설립, 2007. 12. 29.자 관할구처에 체육시설로 건축허가 신청)를 운영하기로 하여, 피고인이 토지를 제공하고, 위 C가 건물(골프연습장)을 짓는 자금을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C가 자금이 없어서 D로부터 돈을 차용함에 있어 이 사건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사건 토지에 채권최고액 26억원', 근저당권자 'D', 채무자 '주식회사 XXX 스포츠센타'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바. 결론
이로써 피고인은 위 D에게 26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매매계약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무효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3. 판단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1)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 17,572㎡ 전체에 관하여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V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한 사실, (2)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는 그 일부인 2,178㎡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그 부분이 분할되지 않는 한 이 사건 토지 전체에 관하여 관할 관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만 유효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토지였던 사실, (3) 피고인은 피해자 V가 2차 중도금 지급기일인 2008. 1. 10.까지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아, 2008. 1. 16. 계약해제를 통지하였고, 같은 달 18. 해제통지서가 피해자 V에게 도달된 사실, (4) 피고인은 계약해제통지서를 발송한 이후인 같은 달 30.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D 앞으로 채권최고액이 26억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5) 이 사건 토지는 위 계약해제 통보 및 근저당설정 이후인 2008. 4. 25. 부산 해운대구 XX, 같은 동yy, 같은 동 zz로 분할된 사실, (6) 위 근저당권설정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하여 관할 관청으로부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토지거래허가는 받지 못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살피건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정된 토지의 거래계약 허가구역 안에 있는 토지의 매매에 관하여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바 없다면, 그 계약은 유동적 무효로서 채권적 효력도 없는 것이어서 매도인에게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의무가 생겼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매도인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허가구역 안에 있는 토지의 거래당사자 사이에 그 허가를 받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아직 타인의 사무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6. 2. 9. 선고 95도2891 판결 등 참조). 또한 매매목적 토지 중 일부만이 토지거래 허가대상인 경우에는 민법 제137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매매계약의 전부가 유동적 무효라고 할 것인바, 다만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1994. 6. 28. 선고 94도1279 판결 등 참조). 한편, 허가신청절차에 협력하지 않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이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써 구할 수 있고,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 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매매목적물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구할 수 있다하더라도, 이는 계약 당사자들이 유동적 무효인 매매계약에 기하여 각자 허가신청 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상대방에 대하여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상으로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 그러한 점이 매도인이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할 임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이유나 근거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다.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V는 이 사건 토지 중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된 2,178㎡ 부분을 구분하거나 특정함이 없이 이 사건 토지 전체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매매대금을 45억5,000만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위 매매계약에 관하여 관할관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바 없고, 달리 피고인과 피해자 V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위 토지부분이 없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 전부가 무효라 할 것이므로, 대금의 지급 여하와는 상관없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V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가사 나머지 토지부분만으로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 그 부분에 관하여는 유효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하더라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에 앞서 2007. 5. 8. 피고인과 피해자 V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대금을 45억5,000만원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었으나, 피해자 V가 약정기일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되었던 사실 및 그 후 피고인과 피해자 V가 위 최초 계약의 대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다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별첨 특약사항으로 1차 중도금은 2007. 7. 20.까지, 2차 중도금은 2008. 1. 10.까지 지급하기로 하되, '중도금 및 잔금지급일에 하루라도 지연되면 별도 통보 없이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실권특약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V가 2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무효가 되었다고 볼 여지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어서, 근저당권 설정 당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공소사실과 같은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피고인의 배임행위나 그 범의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재승
판사전국진
판사신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