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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추5026 판결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구 지방자치법 제22조 에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의미 /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 공유재산에 대한 사용·수익을 제한한 취지 /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하여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반하는 내용으로 행정재산의 제3자 사용·수익을 허용하는 것이 위법한지 여부(적극)

[3] 인천광역시의회가 ‘인천광역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하며 현행 조례에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행정재산을 다른 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거나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6조를 신설하면서, 기존 임차인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현행 조례 부칙 제3조 제4항에서 설정한 2년의 유예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부칙 제3조 제4항에 추가하자, 인천광역시장이 위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 등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 상위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인천광역시의회가 위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한 사안에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0조 제3항 에 반하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위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의 취지에 배치되어 위법하고, 위 조례안의 일부가 효력이 없는 이상, 위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전부 효력이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인천광역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하종대 외 2인)

피고

인천광역시의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필운)

2022. 9. 29.

주문

피고가 2021. 12. 14. ‘인천광역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경위 및 주요 내용

갑 제3, 4, 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21. 10. 20. ‘인천광역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21. 11. 8.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과 부칙 제3조 제4항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이라 한다) 등 상위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21. 12. 14.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하였다. 행정안전부장관은 2022. 1. 7. 원고에게 재의결된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제소를 지시하였고, 원고는 2022. 1. 1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지하도상가는 행정재산의 용도폐지 후 매각할 수 있다(제11조 제3항).

2) 이 조례 시행 이전에 종전 제6조에 따라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다른 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거나 양도한 경우에는 제6조의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 시행일로부터 5년간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부칙 제3조 제4항).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전에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을 삭제하고 부칙 제3조 제4항을 개정하는 내용의 조례안(이하 ‘2차 개정조례안’이라 한다)이 의결되었으므로,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의 무효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2차 개정조례안에 의하여 이 사건 조례안의 위법성이 완전히 제거되어 이 사건 소를 유지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될 수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2차 개정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이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과 표현만 다를 뿐 실질적 내용이 동일한 이상,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과 마찬가지로 2차 개정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도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이로 인하여 2차 개정조례안 전체의 효력이 부인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조례와 법령의 관계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본문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때 ‘법령의 범위 안에서’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를 의미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령과 조례의 각 규정 취지, 규정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모순·저촉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추503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의 법령 위반 여부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지하도상가는 행정재산 용도폐지 후 매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원고는 지하도상가가 사실상 행정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용도폐지 및 매각을 하도록 한 것이 공유재산법령에 반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행정재산 용도폐지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공유재산법은 행정재산이 사실상 행정목적으로 사용되지 아니하게 되는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유재산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그 용도를 변경하거나 폐지할 수 있도록 한다( 제11조 , 제16조 제2항 제2호 ). 다만 용도폐지가 되더라도 장래의 행정수요에 대비하기 위하여 비축할 필요가 있는 재산, 사실상 또는 소송상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등의 사유로 매각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재산 등에 대하여는 매각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제36조 제1항 ,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의2 ).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용도폐지 후 매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으므로, 문언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반드시 행정재산에 대하여 용도폐지 후 매각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용도폐지 및 매각 제한에 관한 공유재산법령 규정과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의 문언에 따르면,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공유재산법령상 용도폐지 및 매각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행정재산 용도폐지 후 매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이와 다른 해석을 전제로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인천광역시 지하도상가의 경우 여전히 행정목적으로 사용되므로 공유재산법상 용도폐지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도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아니라 그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용도폐지처분의 위법성을 문제 삼는 것에 불과하여 역시 이유가 없다.

다.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의 법령 위반 여부

1) 부칙조항의 도입 배경 및 개정 경과

2002. 1. 7. 제정된 「인천광역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이하 ‘종전 조례’라 한다) 제16조 제1항은 인천시설공단이나 상가법인과 대부계약을 맺은 지하도상가 점포의 임차인들에게 관리인의 사전승인 하에 그 점포를 양도·양수 또는 전대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구 지방재정법, 공유재산법 등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피고는 2020. 1. 31. 위 조례를 개정하여(이하 개정된 조례를 ‘현행 조례’라 한다) 공유재산법에 따라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그 행정재산을 다른 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거나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6조). 다만 기존 임차권의 양수인이나 전차인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현행 조례 시행 이전에 종전 조례에 따라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다른 자에게 그 행정재산을 사용·수익하게 하거나 양도한 경우에는 제6조의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조례 시행일(2020. 1. 31.)부터 “2년간”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3조 제4항).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은 위 부칙 조항에서 정한 유예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2년간” 부분을 “5년간”으로 개정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후 피고는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의 “5년간” 부분을 날짜로 특정하여 “2025. 1. 30.까지”로 개정하는 내용의 2차 개정조례안을 의결하였다. 결국 2차 개정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은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과 표현만 다를 뿐 실질적 내용이 동일하다.

2)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이 공유재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공유재산법은 공유재산 및 물품을 보호하고 그 취득·유지·보존 및 운용과 처분의 적정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 ). 이를 위해 공유재산법은 그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공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하도록 하고( 제6조 제1항 ), 행정재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용·수익허가를 받아 사용하되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하며( 제20조 제1항 , 제22조 ), 행정재산의 사용허가를 받은 자가 다른 사람에게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을 금지한다( 제20조 제3항 ). 공유재산법이 공유재산에 대한 사용·수익을 제한한 것은 공유재산을 사유화할 경우 사회적 형평에 배치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이러한 공유재산법의 입법 목적, 공유재산에 대한 사용·수익 제한 규정을 둔 취지 등을 종합하면, 행정재산에 대한 제3자의 사적 이용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규율에 맡겨져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공유재산법에 반하는 내용으로 행정재산의 제3자 사용·수익을 허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 현행 조례는 이 같은 위법 상태를 시정하기 위하여 공유재산법에 따라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그 행정재산을 다른 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거나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6조를 신설하면서, 다만 기존 임차인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현행 조례 부칙 제3조 제4항에서 2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나) 현행 조례 부칙 제3조 제4항에서 2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 신뢰보호원칙 등에 기초하여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이 당초의 유예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추가한 것까지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이 재의결된 때는 종전 조례의 위법사항을 개선한 현행 조례가 시행된 지 이미 2년여가 경과하여 그 유예기간 만료를 앞둔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당시까지 현행 조례 시행 이전에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임차인의 종전 조례에 대한 신뢰가 지속되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에 관한 신뢰가 존재하더라도 보호가치가 있는 정당한 신뢰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을 재의결한 것은, 종전 조례에 대하여 수년간 지적되어 온 상위법령 위반 상태와 그에 따른 조례 개선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위법 상태의 지속을 앞으로도 용인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행정재산의 사용허가를 받은 자가 그 행정재산을 다른 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유재산법 및 이와 같은 내용을 규정한 현행 조례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현행 조례 시행 이후에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임차인과 현행 조례 시행 이전에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임차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지역 간, 주민 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의 유예기간을 종전보다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현행 조례 부칙 제3조 제4항에서 설정한 2년의 유예기간이 다른 법령과 비교하여 기존 임차인 등의 보호에 현저히 짧은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미 한 차례 유예기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그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당초의 유예기간보다 더 긴 유예기간을 규정함으로써 공유재산법 위반 상태의 지속을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다) 결국 공유재산법 제20조 제3항 에 반하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이 사건 조례안 부칙 제3조 제4항은 공유재산법의 취지에 배치되어 위법하고, 이 사건 조례안의 일부가 효력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전부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추19 판결 ,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추5162 판결 참조).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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