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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추5156 판결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시의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 시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기관·단체 또는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등에 대하여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무가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자치사무인지 여부(적극)

[2] 지방의회의 자치사무에 관한 조례 제정권의 범위와 한계

[3] 지방의회 집행기관의 인사권에 소극적·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집행기관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지 여부(소극)

[4]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조 의 입법 취지 및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 기준을 조례로 규정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4조 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소극)

원고

부산광역시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남훈)

피고

부산광역시의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판희)

2023. 6. 29.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22. 6. 21.에 한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이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및 주요 내용

갑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22. 3. 23.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는 ‘이 사건 조례’라 하고, 위 일부개정조례안을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2022. 3. 24.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22. 4 11.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예산안 의결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22. 6. 21.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이를 확정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 및 이 사건 조례안의 주요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부산광역시(이하 ‘시’라 한다) 소속 노동자 등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생활임금 기준을 정하여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적용 대상) ①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다음 각호 중 부산광역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이 제5조에 따른 부산광역시생활임금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각호 생략).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을 제외한다.

2. 그 밖에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

제4조(시의 책무) ② 시는 소속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10조(생활임금의 결정) ① 시장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연도부터 적용되는 생활임금을 결정한다.

제11조(생활임금의 장려) ③ 시장은 제3조 제1항 각호의 적용 대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조례안의 효력

가.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국가사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인지 여부

원고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사항은 법령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것인데(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본문),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시 소속이 아닌 노동자’의 생활임금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시의 자치사무가 아니고 상위법령에서 그 사항에 관하여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바도 없으므로, 위 사항은 조례의 제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의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 시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기관·단체 또는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등에 대하여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무는 그 주민이 되는 근로자가 시에서의 기본적인 생활여건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이라 할 것이고, 이는 경제적 여건이 상이한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생활임금의 지급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자치사무인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 중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에 해당되는 사무라고 할 것이다 .

따라서 ‘시 소속이 아닌 노동자’에 대한 생활임금 지급 사무가 자치사무가 아님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예산안 편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고유권한인 예산안 편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자치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은 의결기관으로서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으로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독자적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지방의회는 행정사무감사와 조사권 등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사무집행을 감시·통제할 수 있게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에 대한 재의 요구권 등으로 의회의 의결권 행사에 제동을 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는 자치사무에 관하여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추2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제3조 제1항 각호의 적용 대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한 생활임금의 반영을 규정하고 있고, 제3조 제1항은 원고로 하여금 각호의 노동자 중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적용 대상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에 의하여 호봉 재산정이 되어야 하는 적용 대상은 원고에게 이를 결정할 권한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생활임금 반영 효과가 호봉과 무관하게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생활임금 결정이나 호봉 재산정에 따른 임금 상승분의 결정은 여전히 원고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생활임금 적용 대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규정한 것이 집행기관으로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장 고유의 재량권을 침해하였다거나 예산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예산안 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인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원고는 지방자치법 제118조 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소속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전속적 권한인 인사권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에게 임금에 관한 일정한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원고의 인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소속 직원에 관하여 가지는 채용 및 관리에 관한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인사권의 행사에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의 인사권에 소극적·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이 정하고 있는 지방의회의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의 범위 내에 드는 적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 4. 11. 선고 96추138 판결 ,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추3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에 의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지급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고에게 여전히 상당한 재량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결국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시 소속 직원의 임금 지급에 있어 호봉 재산정으로 생활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 상승 효과를 고르게 누리도록 하라는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권한을 일부 견제하려는 취지일 뿐, 소속 직원에 대하여 특정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거나 임금 조건에 대하여 피고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의 임금 결정에 관한 고유권한에 대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4조 , 제12조 에 의하면, 시와 소속 직원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호봉 재산정’이라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분을 정하도록 조례로 강제함으로써 원고가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심히 침해하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4조 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제4조 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 한편 근로계약에 있어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법의 목적에서부터 비롯되는 최저기준의 원칙에 따라 수정된다. 즉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각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러한 결정은 법정 기준 이상의 근로조건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러한 근로기준법 제4조 의 입법 취지 및 내용에 비추어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4조 가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의 기준을 지방의회의 의결로 결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의 기준을 조례로써 규정하고 그 내용이 사용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자유를 일부 제약한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내용을 규정한 조례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 .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마.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이 사건 조례안 내 다른 규정과 충돌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조례가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원고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제3조 제1항, 제5조 제2항 제2호), 이 경우에도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는 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3조 제2항 제2호),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제3조 제1항 각호의 적용 대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이 사건 조례안의 위 각 조항과 상충되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 관한 원고의 결정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 권한을 전제로 호봉 재산정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례 제3조 제1항과 상충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본문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례는 상위법령에 위반되는 경우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것일 뿐(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추13 판결 참조) 어느 하나가 적용 우위에 있지 않은 조례 규범들이 상호 모순·저촉된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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