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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9.11. 선고 2015고합253 판결
살인미수[추가된죄명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외국사절폭행,업무방해
사건

2015고합253 살인미수[추가된 죄명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

등)],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

피고인

A

검사

백재명(기소), 김성동(기소, 공판), 김주필, 허훈, 최행관(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5. 9. 11.

주문

피고인을 징역 12년에 처한다.

압수된 유인물 29장(증 제2호), 과도 1개(증 제4호)를 모두 몰수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1. 범행 배경

피고인은 시민사회단체인 'C'의 대표로서,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었다는 생각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등을 주장하여 왔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15. 3. 2. 시작되자, 피고인은 2015. 3. 5. 07:00부터 09:00까지 서울 종로구 D E F에서 사단법인 G(이하 G'이라 한다)가 주최하는 H(이하 'H'라 한다) 초청강연회에 참석하여 H인 I(I)에게 위해를 가함으로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5. 3. 2.경 서울 서대문구 J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 등에 접속하여 'I, I 부임, K 키' 등을 검색하고 I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등 정보를 수집하고, L도서관에 설치된 컴퓨터로 전쟁훈련 중단,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남북공동성명 이행 등을 촉구하는 유인물 수십장을 제작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계획·준비하였다.

2. 범죄사실

가.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

피고인은 2015. 3. 5. 07:36경 E F1)에서 H 초청강연회에 참석하여 6번 테이블에 앉아 기회를 엿보던 중, 피해자 I(42세)가 헤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07:38경 6번 테이블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해 간 '남북대화 가로 막는 군사훈련 중단하라, 군사주권 없는 우리의 처지가 비통하다'는 내용이 기재된 유인물 29장(증 제2호)을 5번 테이블에 앉아 있던 M에게 건넨 후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오른손으로 상의 주머니에서 과도(총 길이 24㎝, 칼날 길이 12.5㎝, 증 제4호)를 꺼내머리 위로 치켜들고 "전쟁훈련 그만 해"라고 소리치며 피해자의 오른쪽 얼굴을 내리찍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얼굴과 목 부위 등을 향해 3회 이상 찌르는 등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면서 공격하였으나, 피해자가 왼팔을 들어 방어하고 주위 참석자들과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제지하는 바람에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안면, 우측 귓바퀴 앞 및 볼의 깊은 열상, 좌측 전완부 내측 및 외측 관통상 등의 상해를 가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주위 사람들에 의하여 제지당하고 경찰관들에게 체포됨으로써 미수에 그침과 동시에 대한민국에 파견된 외국사절에 대하여 폭행을 가하였다.

나. 업무방해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약 10분간 과도로 I H에게 위해를 가하고 "전쟁훈련 그만 해"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워 강연자인 H가 병원으로 후송되도록 하여, 피해자 G이 주최한 H 초청강연회를 중단시켰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력으로써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N, O, P, Q의 각 법정진술

1. M, R, S, T, U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V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현장검증조서

1. 각 압수조서(순번 1, 30), 각 압수목록(순번 2, 31)

1. 감정인 N의 감정서

1. 각 상해진단서

1. H 피습 사건 현장 사진, 유인물, 피의자 오른손 상처 사진, 견적서, 동시통역장비 임대견적, 초청장 제작 견적서, E 대여료 등, 진행잡비(문구류, 명찰 등), 수사보고(참고인 W 전화통화 내용)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4조, 제250조 제1항(살인미수의 점), 제108조 제1항(외국사절에 대한 폭행의 점), 제314조 제1항(업무방해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살인미수죄와 외국사절폭행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살인미 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살인미수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을, 업무방해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각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살인미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1. 몰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 I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

2. 검토

가. 관련 법리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된다.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아니하고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고 있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 · 종류 · 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적어도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고 인정된다.

1) 피고인은 평소 미국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으로 남북통일이 미뤄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미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 사건 무렵에는 한미연합군사 훈련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었다고 보아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관철하기 위하여 H인 피해자에게 과도로 위해를 가하기로 마음먹었다.

2) 피고인은 2015. 3. 5. 07:36경 H 초청강연회장에 총 길이 24cm, 칼날 길이 12.5㎝의 과도를 외투 주머니에 숨기고 총 길이 18.5cm, 칼날 길이 7㎝의 문구용 커터칼을 호주머니에 소지한 채 들어와 6번 테이블에 잠시 앉아 있었다. 그로부터 약 2분도 채지나지 않아 피해자에게 빠르게 접근하여 과도를 꺼내들고,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 피해자의 오른쪽 얼굴과 목 방향을 향해 1회 내리찍고, 피해자가 왼팔을 들어 방어하고 주위 사람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적어도 3회 이상 피해자를 공격하였다. 피해자는 얼굴과 팔에 중한 상해를 입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에 처하였다.

① 현장에서 피고인의 범행을 목격한 O, P, R, W, T, V 등은 피고인이 칼 또는 무언가로 피해자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리쳤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과도는 총 길이 24cm, 칼날 길이 12.5㎝의 날카로운 흉기이다. 이를 이용하여 사람의 얼굴 또는 목 부위에 중대한 상해를 가하는 경우에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③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우측 광대뼈부터 턱 밑까지 길이 11cm의 안면부 심부열상을 입었다. 상처의 깊이가 광대뼈 부분은 약 5mm, 턱 밑 부분은 3㎝로 아래로 갈수록 깊어지고 상처 부위 아래쪽에는 가로 방향으로 피부가 가늘게 연결된 부분이 남아있다. 이러한 형태는 피부가 접혀 있을 때 칼이 위에서 아래로 찍히는 방법으로 상처가 만들어졌을 경우에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피고인 주장과 같이 칼끝이 앞을 향한 채로 내리긋는 방법을 취했다면 이와 같은 상처가 발생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

④ 범행 과정에서 피고인의 오른손 손바닥 엄지와 검지 사이 부위에 약 1.5cm, 오른손 손날 부위에 약 0.5㎝의 상처가 발생하였다. 피고인이 과도를 칼끝이 아래를 향하도록 잡고 내리찍다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과도가 손 안에서 미끄러져 생긴 상처로 보는 것이 위 상처를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⑤ 이러한 상처 부위와 모양에 비추어 피고인이 강력한 가해의사로 피해자를 공격하였다고 인정된다.

⑥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오른손의 장애로 인하여 칼끝이 아래로 향하는 모양으로는 과도를 제대로 쥘 수 없고 피해자에게 단순히 위협만 가할 의도에서 과도를 칼끝이 위를 향하도록 잡고 비교적 약한 힘으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그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과도를 잡고 피해자를 수회 공격하여 판시와 같은 상처가 발생한 것이 결과로 나타난 이상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정확히 얼굴 또는 목의 특정 부분을 겨냥해 의도한 그대로 이 사건 상해 결과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이러한 취지로 선해하여 일부 참작하기로 한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의 위 범행으로 인하여 우측 안면부에 길이 11cm, 깊이 1cm 내지 3cm의 심부열상, 좌측 전완부의 관통상을 비롯하여 좌측 전완부 및 수부에 다발성 자상, 우측 대퇴부에 길이 12cm, 깊이 1㎜ 내지 2㎜의 열상을 입었다. 피고인이 처음 공격한 부위는 생명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얼굴과 목 부분이다. 왼팔의 관통상도 피해자가 다음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이때의 공격 방향도 얼굴이나 목 혹은 가슴 쪽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이 정확히 특정한 얼굴 부분 또는 목 부분을 겨냥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몸통이나 팔 부분이 아닌 얼굴과 목 부위를 향해서 공격하였다고 인정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위 안면부 심부열상 부위 바로 1cm 내지 2cm 아래로 경동맥이 지나고 있으므로 위 경동맥이 칼에 찔렸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3. 결론

이 사건 범행 경위 및 동기, 과도의 크기와 용법, 공격 강도, 부위와 반복성,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부위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처단형의 범위

5년 이상 35년 이하의 징역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살인미수죄

[유형의 결정] 비난 동기 살인, 제3유형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미필적 살인의 고의, 가중요소 : 중한 상해

[권고영역의 결정] 기본영역

[권고형의 범위] 5년 이상 13년 4월 이하의 징역2)

나. 업무방해죄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범죄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의 결정] 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1년 이상 3년 6월 이하의 징역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은 피고인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면서 이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개된 강연회에 참석한 H를 칼을 이용하여 사망 위험이 발생할 정도로 공격한 사안이다.

대한민국에 파견된 외국사절을 심각하게 공격한 최초의 사건이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과 충격을 주었다. 한미 외교관계, 동맹관계의 위축·악화에 대한 우려가 초래되었다. 법률적으로 외국사절폭행이라는 죄명이 함께 인정되기는 하지만 살인미수 행위 자체에 대하여도 이와 같은 특수한 성격이 중대하게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사망 결과에 대하여 확정적인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범행을 진지하게 계획하였다. 범행수법도 매우 대담하다. 사망의 위험이 대단히 높았다. 치명적일 수 있는 부위를 향해 단시간 내에 수회의 공격을 한 점에서 강력한 공격 의사도 확인되었다.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고 있다.

피고인은 자신의 정치적인 주장을 널리 알리고 관철하기 위한 목적에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였다. 우리 사회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내용이나 방식 또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비록 구성원 다수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내용과 형식을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왔다. 이는 남북 분단과 전쟁 위험이라는 어려운 조건 아래에서 우리 사회가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함께 만들어 온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서든 국가에 의해서든 부당한 폭력이 어떠한 목적의 수단이 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우리 사회가 조심스럽게 만들어 온 소중한 질서와 문화에 대하여 심각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지켜나가고 나아가 더 많은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하여는 그 합의를 깨트리는 행위에 대하여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피고인 주장의 당부를 떠나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방법을 선택하였다는 점만으로도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피고인은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오히려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박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거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치중하였다.

피고인은 2010년경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하기 위해 AS에게 시멘트 조각을 던져 외국사절폭행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동종의 범행을 반복한 점에서도 책임이 크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참작하였다.

피고인은 그동안 궁핍한 환경에서도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지 않고 우리 사회 나아가 남북한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연구활동과 시민운동을 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사건 또한 어떤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동기에서 범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간질 장애를 앓아 왔고, 2007년 이후 분신 후유증으로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 지금도 좋지 않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고,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침전쟁연습이므로 중단되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H인 피해자 I에게 위해를 가함으로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키기로 마음먹고, 판시 제2의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그 판시와 같은 경위로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침으로써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가. 공소권남용 주장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살인미수 등의 혐의와 함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관한 조사를 하고도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다가, 실질적인 추가조사 없이 뒤늦게야 공소장변경을 통하여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추가함으로써 피고인의 행위 동기를 폄훼하였다. 이는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여 이 부분 공소제기는 무효이다.

나.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의 점에 관한 주장

1) 국가보안법헌법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다.

2) 피고인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I H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아니다.

3. 공소권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이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 평가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직무상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577 판결 등 참조).

검사는 2015, 4. 1. 피고인을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는데, 2015. 7. 20. 종전 수사기록을 토대로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에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여,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종료되었으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하여는 아무런 검찰의 처분이 없었고, 검사는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죄의 공소시효 기간 내에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수사와 공소제기의 경위, 공소장변경 전후의 공소사실 내용, 이 사건 범행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제기가 검사의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권을 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의 점에 관한 판단

가.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및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여부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반국가단체활동 동조 여부

1) 관련법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서 말하는 '동조' 행위는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 · 가세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도63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조행 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의미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의미는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3헌바85, 102(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 113 결정 등 참조].

2) 판단

가) 피고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주장을 사회에 알리고 관철할 목적으로 H에 대하여 위해를 가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은 북한이 지금까지 각종 대남선 전매체를 통해 주장해 온 내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나)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을 통하여 피고인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할 정도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주장이 북한의 대외적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를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주장, 예컨대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핵실험에 대한 옹호·찬양 등에 관한 것과 같게 볼 수는 없다. 이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북한의 주장과 무관하게 이미 학계나 시민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피고인의 위 주장내용 자체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미수 등 범행 당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목적으로 준비해 간 유인물의 내용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와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표현내용과 방식에서 북한의 체제 및 이념, 정치노선 또는 그 주의·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그 정당성을 인정하여 적극적 · 직접적인 방법으로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3) 아래와 같은 피고인의 전력, 활동, 사고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북한의 주장에 추종∙동조하여 위와 같은 주장 또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① 피고인이 1984. 3.경 설립하여 운영하여 온 'C'은 전통문화의 복원·보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민간단체로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이적행위로 평가할 만한 활동을 한 바 없다. 피고인은 X대학교 Y대학원에서 교육문화정책을 전공하여 1995. 12.경 『Z』 라는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위 논문은 통일문화운동을 남북 분단 이후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극복하기 위한 자주적 민족문화로 정의하고 통일과 관련한 예술운동을 정리한 내용이다. 피고인은 그동안 전통문화의 계승과 남북통일 문제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연구를 하여 왔다.

② 피고인은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거나 국가보안법위반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③ 피고인이 이적단체인 범민련 남측본부, 실천연대 및 국가보안법위반 전력자들로 일부 구성된 단체들(AC, AE,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등)이 주관하는 각종행사 · 집회나 활동에 참여한 사실, 그 밖에 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 한미 FTA 반대서명운동,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남북공동조사 요구 활동 등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행사∙집회, 활동의 내용은 대부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이라 볼 수 없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에 관한 것이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위협하는 주장이나 그 실현을 위한 활동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위와 같은 활동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피고인이 참가한 통일운동 관련 활동이나 반미활동이 일부 이적단체나 국가보안법위반 전력자들과의 연계 하에 진행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정도의 연계성만으로는 이 사건 위해행위를 북한의 활동에 동조한 행위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④ 피고인이 자신의 주거지에 북한원전 등 이적성 문건을 보관하고 자신의 컴퓨터에 이적성을 띠는 이메일을 수신하여 저장해 두고 있었던 사실도 인정된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전통문화, 남북통일 등에 대한 방대한 양의 서적과 이메일도 함께 수집·보관하고 있었던 사실 또한 인정된다. 전체 서적과 이메일의 양에 비추어 보면 이적성을 띠는 위 북한원전과 이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특히 이메일의 경우, 피고인이 이에 호응하여 답신을 하거나 그에 따른 어떠한 실천적인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 북한의 핵 보유, 정전협정 폐지 및 평화협정 체결에 찬성한다. ㉡ 대한민국은 미국에 예속된 반식민지 사회이고 북한은 외세에 예속되지 않은 자주적인 정권이다. ㉢ AK은 20세기 훌륭한 민족지도자이다. ㉣ 정부의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사건에 관한 조사결과를 불신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 북한의 주체사상, 3대세습에 반대한다(증거기록 5권 4575쪽, 4578쪽, 6권 5266쪽, 5267쪽), ㉡ 북한은 우리나라에 대한 대남적화통일전략을 이미 포기하였고 그 실현가능성도 없다(증거기록 1권 665쪽, 4권 4886쪽, 6권 5268쪽), ㉢ 중립국 통일방안이 현실적인 방안이고(증거기록 5권 4580쪽, 8권 6865쪽)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증거기록 5권 4579쪽), ㉣ 북한은 미국이 조국통일을 방해하고 인민을 학살한 철천지원수라고 주장하나, 이는 북한 스스로 미국과의 대화를 단절하는 것으로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증거기록 6권 5273쪽), ㉤ 전통문화 계승 면에서 북한의 문화예술이 우리나라에 비해 우월하고 정통성이 있으나, 경제·군사적인 면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비해 우월하다(증거기록 6권 5914쪽), ㉥ 북한이 주체사상, 수령론, 조선노동당, 사회주의 등을 선전 · 강화하는 도구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것은 북한 집권층의 선동문화로서 자기 과시를 위한 예술 형식이다(증거기록 5권 4917쪽, 4918쪽)'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진술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진술내용 중 일부가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북한의 주장 ·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강조한다거나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⑥ 그 밖에 피고인이 작성한 글들 중에 일부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이 있다거나 글을 작성하는 데 북한식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부분, 피고인이 판시 범행 전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중단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보도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접속하였다는 부분 등은 판시 행위의 이적성을 판단하는 데 보조적인 징표라고 볼 것이다. 그 자체로도 피고인의 행위를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였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사정들을 통해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이상 이와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위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로 말미암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외교사절을 공격한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하게 중대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 외교관계가 악화될 위험이 발생하였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양국의 동맹·외교관계가 악화될 위험이 발생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이로써 곧바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였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비약이다. 관계 악화의 위험은 그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인정할 만한 믿을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사건 직후 각계의 즉흥적인 반응(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반응도 당연히 예상가능한 수준이었다)이나 막연한 불안감 정도만으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는 데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북한이나 이적단체 등과 직접 연계하지 않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범행하였다는 점도 사안의 성질이나 위험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양국의 동맹 · 외교관계가 악화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유사 범행이 발생할 위험이 초래되거나 증대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보아도, 미국과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식,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인 평가, 사상과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우리 사회의 성숙도 등을 종합하여 고려해 보면, 피고인의 범행으로 말미암아 반미의식이 고취되고 유사 범행이 발생할 위험이 초래되거나 증대하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3) 소결론

피고인이 일부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는 자신의 주장을 실현하는 방편으로 H에게 매우 비이성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위해를 가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북한의 선전·선동이나 그 활동에 호응 · 가세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판시 살인미수죄, 외국사절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동아

판사 강성훈

판사 강성영

주석

1) 당시 테이블 배치 모양은 별지 배치도면 기재와 같다.

2) 살인미수죄이므로 살인죄 형량범위(1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의 하한을 1/3로, 상한을 2/3로 각 감경한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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