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0고합507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
1. 이00, 의사
주거 부산 부산진구 ○○동
등록기준지경남사천시00면
2. 정○○, 의사
주거 김해시 ○○동
등록기준지 경남 김해시 00 면
3. 김○○, 의사
주거 부산 연제구 00동
등록기준지 부산 서구 ○○동
4. 김○○, 의사
주거 부산 서구 ○○동
등록기준지 부산수영구 00 동
5. 양00, 의사
주거 부산 영도구 OO동
등록기준지전북김제시○○면
6. 정○○, 공중보건의
주거 경남 거창군 ○○면
등록기준지 부산 영도구 ○○동
7. 이○○, 의과대학 교수
주거 부산 수영구 OO동
등록기준지 부산 부산진구 ○○동
검사
권순향(기소), 기노성(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좋은(피고인들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황종국
판결선고
2012. 5. 21.
주문
피고인 정○○을 금고 1년에, 피고인 이○○을 벌금 1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이00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피고인 정○○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김○○, 김○○, 양○○, 정○○, 이○○은 무죄. 피고인 김00, 김00, 양00, 정OO, 이OO에 대한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범죄사실(피고인 이00, 정 ㅇㅇ) 피해자 김○○은 2009. 8. 29. 6:30경 전남 부안군 ○○면에 있는 서해안 고속도로 하행선 23.4km 지점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을 충격하는 교통사고로 턱 등에 부상을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 피해자는 ○○종합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고, 그 후 ○○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CT 촬영 등 검사와 하악 골절에 대한 양약 고정술 등 임시 치료를 받은 다음 전원하여, 같은 날 21:45 경 부산 서구 OO동에 있는 ○○대학교의료원(이하 '○○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였다. 당시 ○○대병원 이비인후과 1년차 전공의였던 피고인 이○○과 흉부외과 3년차 전공의였던 피고인 정○○은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하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대학교 병원에서 촬영한 CT 영상 등을 통해 피해자의 목 척추 앞쪽과 종격동 상부에 기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피고인 이○○은 이학적 검사와 후두내시경 검사 결과 후두 개곡 혈종과 인두 후방의 부종과 발적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피고인 이○○이 혈종 크기 증가로 인한 기도 폐쇄 가능성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한 것 외에는, '피해자에게 이비인후과와 흉부외과적으로 특이 소견이 없고, 수술 금기 사항이 없으므로 성형외과 수술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염증 발생 가능성이나 그와 관련하여 관찰해야 하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따로 주의를 주지 않았다.이 때문에 피해자가 2009. 8. 30. 14:10경 성형외과 병동에 입원하여 진통제와 항생제를 투여받으면서도 계속해서 목 부위 이물감, 흉부와 경부 통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고, 피해자의 체온·혈압·맥박·호흡 등 활력징후가 불안정하였음에도, 성형외과 의사인 김○○, 김○○, 양○○, 정○○, 이○○은 감염에 대비한 적절한 관찰·치료·협진 요청 등을 하지 못한 채 성형외과 수술에 대비해 필요한 정도의 항생 제만을 투여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정○○은 2009. 9. 2. 3:30경 피해자를 직접 진료하고 피해자의 흉부 CT를 새로 촬영하였음에도 '(종격동에) 공기량이 많지 않고 특별한 감염 소견도 보이지 않으므로 다른 과에 문의하라.'라는 의견만 제시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이○○ 역시 피해자의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지기 시작한 후인 2009. 9. 2. 21:30경 피해자를 진료하면서도 기관절개 필요성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인후부 손상이나 염증 가능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피해자의 치료에 관여한 의사인 피고인들로서는 교통사고로 턱 부위 골절상을 입고 입원한 피해자에게서 턱과 가까운 경부에 기종, 혈종, 부종, 발적이 관찰되고 종격동 상부에까지 기종이 퍼져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인두파열이나 그 부분 염증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인두 부위 염증은 종격동염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들은 비정상적인 기종과 이비인후과적 손상을 확인하여 인후부 손상 및 이에 따른 감염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피해자의 상태를 추적 · 관찰하면서 피고인 이00은 인후부에, 피고인 정○○은 종격동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확인해야 하고, 피해자가 입원한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염증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주면서 감염 판단에 필요한 징후가 발견될 경우 알려달라고 하여야 하며, 감염내과와의 협진 등을 통해 시의 적절하게 항생제를 투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피고인 이00은 피해자의 인후부 감염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다른 의사들에게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였고, 피고인 정○○은 종격동염을 의심·예방·진단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는 2009. 9. 3. 18:10경 ○○대병원 심중환자실에서 하방 인두파열에 의한 경부와 흉부의 화농성 염증 및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정○○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홍○○의 법정진술
1. 피고인들과 이00, 양OO, 김OO, 김00, 정○○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최○○, 조○○, 방○○, 양○○, 이○○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피고인들과 김00, 이00, 선00, 유○○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감정결과회보(부검감정서), 감정서(00 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감정 결과추가회보, 감정촉탁 회신의 건, 감정촉탁 회신 [각 검사 제출 증거 43, 55, 58, 60, 78번] 1. 변사사건 임장결과 회시
1. 수사보고(검사 제출 증거 6, 7번)
1. 진료기록 및 번역문(검사 제출 증거 83번) 쟁점에 대한 판단
1.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치료하면서 의사로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고, 피해자의 인두는 교통사고 충격 때문이 아니라 2009. 9. 2. 시술한 기도삽관 과정에서 파열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성형외과에서 피해자에게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한 점, 2cm 이하 인두파열에 대한 치료법은 금식하면서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것인 점, 종격동염이 발생하면 생존 확률이 거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
2. 인정 사실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관련자들의 지위
이 사건 사고 당시 이○○과 피고인 이○○은 각 1, 2년차 이비인후과 전공의, 피고인 정○○은 3년차 흉부외과 전공의, 김○○, 김○○, 양○○은 각 1, 2, 3년차 성형외과 전공의로 ○○대병원에 근무하면서 피해자의 진료에 관여하였다.
나. 사고 발생 후 ○○대병원에 입원하기까지 경위
(1) 피해자는 2009. 8. 29. 6:30경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같은 날 10:30경 00 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었다.
(2) ○○대학교병원에서의 진료 경과는 다음과 같다.
○ 피해자의 하악 골절에 대한 양악 고정술과 턱 부위 열상 봉합술 시술
○ 턱과 경부 CT 촬영 결과 척추 앞 공간에서 다량의 공기방울(Large amount of air)이 관찰되었고, 경부 CT 가장 아래 부위에 기종이 있어 흉부 손상을 확인하기 위해 흉부 CT를 촬영한 결과 종격동 상부에서도 기종이 관찰됨
○ 진단방사선과 CT 판독 결과 : 하부 목의 오른쪽 측면과 인두 후 공간에 다량의 공기방울이 보이고 아래쪽으로 하부 폐정맥 부위 종격동까지 확장되어 보임. 주변 종격동에는 연조직의 진득함과 함께 스캔에서 일부 고밀도를 보여 혈종 동반한 것으로 보임.
(3) 피해자는 ○○대학교병원에서 전원하여 2009. 8. 29. 21:45경 ○○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였다.
(4)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는 당뇨병, 고혈압, 결핵, 간염 등의 질병 등을 앓고 있지 않았고, 사망 원인이 된 질환과 관계된 치료를 받은 적도 없었다.다. ○○대병원 응급실에서의 진료
(1) 성형외과 김○○은 하악골 골절에 대한 성형외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양○○에게 보고하였다. 그리고 경부 기종 등을 이유로 응급실 수련의 이○○에게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유하였다.
(2) 이비인후과 피해자는 2009. 8. 29. 23:20 경부터 이비인후과 처치실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과 피고인 이○○은 이학적 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통해 피해자의 경부에서 발견된 기종을 교통사고 충격과 하악 골절로 인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경과기록지에 "현재 후 두개곡 혈종 소견 보임. 혈종 크기 증가시 기도 폐쇄 소견 보일 수 있어 응급 기관절 개술 가능성 설명함. 성형외과 수술시 삽관 어려움의 가능성 설명, 수술 금기 사항은 아니나 삽관 힘들 수 있으나 수술 후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기재하였으며, 김○○에게도 부종과 혈종 증가에 의한 기도 폐쇄로 인한 호흡곤란에 대해서만 주의를 주고,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서 경과관찰을 하면 된다고 하였다.
(3) 흉부외과 이○○으로부터 피해자의 진료를 의뢰받은 피고인 정○○은 2009. 8. 30. 1:00경 응급실에서 피해자의 진료기록과 00 대학교병원 흉부 CT 영상을 확인한 다음, 종격동 기종의 양이 적은 점, 활력징후가 응급 상황이 아닌 점 등을 근거로 교통사고 충격과 턱뼈 골절로 발생한 종격동 기종이므로 자연 소멸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정○○은 환자를 직접 문진하거나, 식도 파열 확인을 위한 식도조영술 등 정밀검사를 하거나, 인후부 파열 가능성과 경부 기종 발생 원인에 대하여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문의하지 아니한 채 경과기록지에 "신체검사 : 특이 소견 없음. 진단 : 종격동 기종 의증"이라고 기재하였고, 1주일 뒤에 연락을 달라는 취지로 "치료계획 : 관찰 및 1주일 후 f/u(follow up)"이라고 기재하였다.
(4) 성형외과 입원 결정양○○은 2009. 8. 30. 새벽, 혈종 크기 증가로 인한 기도 폐쇄 가능성 외에는 이비인후과와 흉부외과 특이소견 없고 성형외과 수술이 가능하다는 피고인들의 소견에 따라 피해자를 성형외과에 입원하도록 하였다.
라. 성형외과 병동에서의 치료
(1) 피해자는 2009. 8. 30. 14:10 성형외과 병동에 입원하였다. 김○○은 입원 직전 피고인 정○○에게 종격동 기종이 있는데 성형외과 병동에 입원해도 되는지 문의하였으나, 피고인 정○○은 '종격동 기종이 있기는 하지만 흉부외과에서 치료해줄 것은 없다.'라고 대답하였다.
(2) 피해자는 2009. 8. 30.부터 침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의 목과 어깨 통증,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흉통, 오한 등을 호소하였고, 항생제와 진통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증상이 계속되었으며, 활력징후 역시 불안정하였다.
(3) 성형외과에서는 2009. 8. 31.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정형외과에, 2009. 9. 2. 흉부외과, 순화기내과, 소화기내과, 외과에 공식적으로 협진 의뢰를 하였고, 전화로도 다른 과에 여러 차례 협진을 요청하였다.
(4) 피해자는 2009. 9. 2.경부터는 계속해서 심한 흉통을 호소하였고, 혈압이 80/50까지 떨어졌으며, 그날 저녁 무렵부터는 산소포화도가 81%까지 떨어지고, 맥박이 분당150~160회, 호흡이 분당 38~49회에 이르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5) 피고인 정○○은 성형외과의 협진 의뢰에 따라 2009. 9. 2 2:40경부터 3:50경까지 피해자를 직접 진료하고, 흉부 CT를 새로 촬영하여 척추주위 연부조직 및 흉강 내에 염증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CT 영상을 보았음에도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종격동에 공기량이 많지 않고 특별한 감염 소견도 보이지 않으므로 다른 과에 문의하라.'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6) 피고인 이○○은 성형외과의 협진 의뢰에 따라 2009. 9. 2. 21:30경 피해자를 진료한 결과 후두개곡 혈종과 인두 하 후방 부종이 더 커져 있는 것과 인두 하 후방 점막에 염증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도(증거기록 84면) 기도 폐쇄 위험에 따른 응급기 관절개술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성형외과나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7) 피해자는 2009. 9. 3. 3:00경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8:00경 흉부외과 전문의 방00의 진료 결과 종격동 염증과 급성 폐기능 부전증이 확인되었으며, 13:00경 흉부외과로 전과되었고, 16:50경 심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18:10경 하방 인두파열에 의한 경부와 흉부의 화농성 염증 및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마. 부검결과 (00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연구소) 인두의 오른쪽 하 후방이 파열(1cm 가량)되어 있고, 파열된 부위를 중심으로 경추부 및 흉추 전면을 따라 광범위한 화농성 염증이 보임. 이 염증은 목의 측면 연부조직으로 파급되어 있고, 양쪽 흉강에서 다량의 화농성 삼출물이 포함된 늑막염이 관찰되는 등, 하방 인두파열에 의한 경부와 흉부의 화농성 염증과 이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을 것으로 보임. 하방 인두파열은 교통사고 당시 턱 부위 충격과 같은 외력에 의하여 일어난 손상일 것으로 생각함.
바. 관련 의학 지식
(1) 종격동 기종(기흉) : 흉부의 종격동 내에 공기나 가스가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통상 기관이나 식도 파열로 인한 것일 경우 활력징후가 불안정하나, 단순 외상으로 인한 것일 경우 자연적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공기량이 늘어나거나 감염 소견을 보이는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50% 이상 되므로 최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2) 종격동염 : 종격동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식도에 구멍이 생기고 세균에 감염된 음식이 종격동을 오염시킬 경우 급성 염증이 일어난다. 급성인 경우 고열, 오한, 빈맥, 심한 흉통,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방치하면 패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목 부위 염증이 종격동으로 퍼질 경우 48시간 이내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이다.
(3) 인두파열 : 인두강을 형성하는 구조물인 인두벽이 파열되어 식도와 같은 주위구조물과 연결되는 상황을 말한다. 인두파열로 인한 증상은 경부통증, 연하통, 호흡곤란, 애성 등이 있다. 경부에 가해진 무딘 외력에 의한 인두파열은 전체 인두파열의 2% 미만으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고, 인두 내에 국한된 2cm 미만의 작은 인두 파열은 금식 및 정맥 항생제 등의 비수술적 치료로도 합병증 없이 치료될 수 있다. 인두 후방이 파열될 경우 침 등의 분비물이 종격동 주위 조직 염증 유발하며, 위치상 배농이 어려워 염증이 가속될 수 있다.
3. 피고인들의 과실
가. 판단 기준
(1)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고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여기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 등 참조).
(2) 한편 오늘날 의학지식과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의학은 점점 더 전문화 · 분업 화·세분화하고 있고, 그 결과 종전보다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진료를 분담한 의료인들 사이에 긴밀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식과 정보, 책임이 분산됨으로써 오히려 분업화되지 않은 의료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위험을 환자에게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복합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의 치료를 분담한 의사들 사이에서 과실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개 의사가 자신이 분담한 영역에서 진료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뿐만 아니라, 분업화된 의료행위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사소통과 협력 의무를 다하였는지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과실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의사로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여 환자를 진료하였는지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진료 결과, 의심되는 증상, 치료 방법,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사항 등에 관한 정보를 치료에 참여한 다른 의사들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협력을 요청했는지 여부나 다른 의사들의 협력 요청에 적절하게 응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 이00의 과실
(1) 피해자는 인두파열에 의한 감염이 종격동염으로 전이된 결과 패혈증으로 사망
하였다. 그리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아래 ① 내지 ③항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에게서 경부 기종, 후두개곡 혈종, 인두 부종과발적 등을 확인하였으므로 피해자의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① ○○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는 '피해자의 경우 비정상적인 기종이 확인되는 등 기도손상을 의심할 수 있는 상태였고, 이비인후과적으로도 손상이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라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음에도 감염증 등을 의심·진단하거나 혹은 이에 대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기도 손상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하였고, 대한의사협회 감정서(흉부외과)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② 대한의사협회 감정서 (이비인후과) 역시 '종격동과 경부에 기종을 보이고 목내시경에서 후두개곡 혈종과 부종 소견을 보인다는 것은 외상으로 인해 인후부 후방이 손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후 이 부위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음.'이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하였다.
③ 피고인 스스로 수사기관에서 인두 후방 파열 소견은 보이지 않았지만 의심은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비인후과 2년차 전공의 이00 역시 혈종과 부종, 기종이 있어 감염 가능성을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여기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아래 ④, ⑤항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비인후과 전공의인 피고인으로서는 종격동 기종과 연관하여 경부기종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살피고,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가능성을 조금 더 심각하게 고려했어야 하며, 그러한 가능성과 그 징후 및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 등에 관한 정보를 흉부외과 의사 등 진료에 참여한 다른 의사들과 공유하고, 성형외과에 그와 같은 징후가 나타날 경우 피고인에게 통보하도록 주의를 줌으로써, 흉부외과 의사들이 종격동 기종에 대해 적정한 진단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성형외과 의사 등과 협력하여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가능성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의 경부뿐만 아니라 종격동에서도 기종이 발견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학교병원에서 촬영한 경부 CT 영상을 보았으므로 피해자의 목 아랫 부분에서 다량의 공기방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종격동 기종 이 피해자의 경부에서 기인한 것일 가능성과 그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0 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서OO 역시 같은 CT 영상을 보고 피해자의 종격동 기종이 경부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⑤ 인두 아랫부분에 염증이 발생할 경우 종격동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염증이 종격동으로 퍼질 경우 48시간 이내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 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더욱 면밀하게 염증 가능성에 대하여 검사 · 추적·관찰하였어야 한다.
(3)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인후부 손상이나 염증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여 그에 대한 검사나 추적 진료를 소홀히 하였고, 흉부외과나 성형외과에 그러한 가능성과 위험성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성형외과에 감염징후가 나타날 경우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지도 않았다.
(4) 피고인의 이러한 업무상 과실로 흉부외과에서는 종격동 기종의 원인, 인후부 손상이나 염증으로 인한 종격동염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적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였고, 피고인 스스로도 성형외과로부터 피해자의 감염 징후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아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여부에 대해 다시 한 번 판단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다. 피고인 정○○의 과실
(1) 피고인이 응급실에서 피해자의 경부와 종격동 기종을 확인한 점, 앞서 살펴본 종격동 기종과 종격동염의 특성과 위험성, 제2. 나. 항에서 살펴본 ○○대학교병원 진단방사선과의 흉부 CT 판독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흉부외과 전공의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를 진료함에 있어 ① 진료기록과 CT 영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직접 문진하여 교통사고 경위, 충격 부위, 피해자의 증상, 식도나 인후부 파열 징후가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② 식도조영술, 방사선과 CT 판독 의뢰,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경부 기종의 원인과 인후부 손상 가능성을 문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격동 기종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이 경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지 등을 확인하며, ③ 종격동 기종이 자연 소멸되지 않고 종격동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가능성과 위험성을 진료에 참여한 다른 의사들에게 알리고, ④ 피해자가 입원한 성형외과에 흉통이나 활력징후 불안정 등 종격동염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피고인에게 알려달라고 하고, 성형외과의 협진 의뢰가 있으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⑤ 특히 인두 아랫부분과 종격동 상부에서만 기종이 발견되어 종격동 기종이 경부에서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인두 아랫부분에 염증이 있을 경우 종격동염으로 이완될 가능성이 크며, 경과기록지에 인후부 부종과 발적에 관한 기재가 있었으므로, 이비인후과에 인후부 손상과 감염 가능성에 대해 문의하는 것은 물론 종격동염과 관련된 사항을 알려주어 이비인후과 의사들로 하여금 인두 손상이나 염증 가능성을 조금 더 면밀하게 검사하도록 하였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⑥ 한편 피고인은 당시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3년차 전공의로서 진료 경험이나 흉부외과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으므로 선배 전공의나 전문의에게 진료 내용을 보고하고 자문을 구하였어야 한다.
(2) 그럼에도 피고인은 ① 최초 진료시 피해자나 보호자를 대면하지도 않고, 식도나 인후부 파열 가능성에 대해 검사하거나 이비인후과에 그와 같은 가능성에 대해 문의하지도 않은 채, 진료기록과 CT 영상, 활력징후만을 확인한 다음 피해자의 식도나 기관지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은 낮고, 종격동 기종은 교통사고 충격으로 인한 것이어서 자연 소멸될 것이라고 단정하였고, ② 응급실 입원 당시 종격동에 공기량이 많지 않고 활력징후가 안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종격동염은 6~24시간 만에 감염되어 48시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 되는 질병으로 활력징후 등이 급속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으며, ③ 그에 따라 2009. 8. 30. 경과기록지에 '특이소견 없음. 경과 관찰하며 1주일 후에 연락을 달라.'라는 취지(증거기록 885면)의 기재만을 남기고, 종격동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나 그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으며(의례적인 항생제 처방조차 하지 않았다), 양○○에게 '피해자는 종격동 기종이 있지만 치료는 침상안정 및 통증조절만 하면 된다. 하악골절 수술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라고 하고, 같은 날 14:00경 성형외과 전공의 김○○에게도 '종 격동 기종이 있으나 흉부외과에서 치료할 것은 없다'라고 하였고, ④ 위와 같은 일련의 진료 과정에서 다른 흉부외과 전공의나 전문의의 자문을 받지도 않았으며, ⑤ 늦어도 2009. 9. 2. 3:50경 피해자를 직접 진료하고 새로 흉부 CT를 촬영한 후로는 종격동염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를 해야 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종격동에 공기량 이 많지 않고 특별한 감염 소견도 보이지 않으므로 다른 과에 문의하라.'라고만 하였고, 같은 날 16:00경 양○○로부터 재차 흉통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한 문의를 받고도 ' 통증조절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하는 등 흉부외과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
(3) 피고인의 이러한 업무상 과실로 이비인후과에서는 인후부 손상이나 염증 가능성을 적정하게 판단하지 못하였고, 성형외과 입원 후 피해자에게서 종격동염의 여러 징후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음에도 피해자는 2009. 9. 3. 중환자실로 옮겨질 때까지 그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였다.
4. 인과관계
앞서 인정한 사실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과실이 경합하지 않았다면 흉부외과에서는 종격동염 가능성을, 이비인후과에서는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가능성을 보다 면밀하게 검사하였을 것이고, 성형외과 의사들 역시 감염 징후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보다 기민하게 그에 대처하였을 것이며, 피고인들이나 성형외과 의사들이 감염내과 등과 협진을 통한 적절한 항생제 사용, 항생제 증량·혼 합·교체, 배농술 등 수술적 치료, 인두나 식도 손상을 염두에 둔 금식 등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의 인두나 종격동에 염증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점, 설사 감염이 되었더라도 조기에 감염이 발견되거나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 급성 종격동염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점, 급성 종격동염으로 발전한 경우에도 생존 확률이 50% 정도는 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5.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2009. 9. 2. 저녁 시행한 기도삽관으로 인해 인두가 파열되었다는 주장 피해자가 기도삽관 이전부터 흉부 염증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점, 부검 결과 나타난 염증의 분포와 형태, '하방 인두파열은 교통사고 당시 턱 부위 충격과 같은 외력에 의하여 일어난 손상일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취지의 부검감정서 기재, '이 환자에서의 감염은 확실히 인후부의 파열로 인해 종격동으로 감염원이 들어갔고, 이로 인한 종격동 감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대한의사협회 감정서 (이비인후과)의 기재를 종합하면, 피해자가 교통사고 당시 받은 충격 때문에 인두가 파열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성형외과에서 고단위 항생제를 사용했음에도 효과가 없었으므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
성형외과 의사들이 피해자에게 3세대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인 플루마린은 계속 투여한 사실은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플루마린이 종격동염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구강 내 상재균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 이00과 성형외과 전공의 김○○ 등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들조차 수사기관에서 '인두 후방 파열에 의한 기종이라고 생각했거나 종격동 기종의 위험성을 알았더라면 항생제를 더 많이 투여하거나 수술적 치료도 고려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 '초기 항생제 선택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제시될 수 있으나, 감염증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였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라는 ①0 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감정서 기재, '항생제 사용에 좀 더 많은 고려가 있었어야 하고, 항생제 선택에 있어 전문가인 감염내과 등과 협진을 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취지의 대한의사협회 감정서 (흉부외과) 기재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과실이 아니었다면 피해자를 치료한 의사들이 항생제 증량 · 혼합·교체나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었던 사실과 그와 같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피고인이 사망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2cm 이하의 인두파열은 비수술적 치료로도 완치될 수 있으므로, 인두파열을 발견하지 못한 피고인 이○○의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 피고인 이OO의 과실은 인후부 손상이나 감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다른 과 의사들에게 알리지 않은 탓에 흉부외과와 성형외과 의사들이 피해자의 증상에 대해 적절하게 진단 ·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고, 인두파열에 대한 봉합술을 시행하지 않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두파열의 치료방법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은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인두파열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는 광범위 항생제 투약, 구강 음식섭취 제한, 주의 깊은 관찰을 근간으로 하는 것인데, 피고인 이○○이 의례적인 항생제 처방만을 하고 금식 조치를 하지 않은 탓에 피해자가 음료수와 미음 등을 구강으로 섭취하면서 인두와 종격동의 염증이 발생 또는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282, 367, 947면), 2cm 이하의 인두파열이라고 하더라도 '주의 깊은 관찰' 결과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고 피해자의 경우처럼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배농술이나 파열부위 봉합 등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형의 선택
피고인 정○○ : 금고형 선택
피고인 이○○ : 벌금형 선택
1. 노역장 유치
1. 집행유예
피고인 정○○ :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양 형이 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할 당시 이미 피해자에게서, 종격동과 경부 기종, 인후부 혈종·부종·발적 등 인후부 손상과 종격동염 발생을 예상할 수 있는 여러 징후가 있었고, 실제 피해자는 성형외과에 입원한 직후부터 지속적인 흉통 호소와 활력징후 불안정 등 비교적 명확한 염증 징후를 보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조금만 더 감염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각자의 진료 결과를 치료에 참여한 다른 의사들과 적절하게 공유하였다면, 32세의 건강한 남성으로 별다른 기저질환 이 없었던 피고인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에 대한 아쉬움은 증거로 제출된 여러 감정서의 행간에도 배어 있다. 특히 피고인 정○○은 흉부외과 의사로서 종격동 기종과 관련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응급실 진료기록과 흉부 CT 영상만을 근거로 기종이 자연 소멸될 것으로 단정함으로써 피해자에게서 치료의 기회를 박탈하였으므로 그 잘못이 크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유족들과 합의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피고인 이○○은 초범이고, 피고인 정○○은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들이 당시 대학 병원에서 전문의의 지도 아래 수련을 하고 있던 전공의였던 점 등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 있으므로 이를 참작하고, 그 밖에 진료 경위와 결과,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전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피고인 김OO, 김OO, 양OO, 정OO, 이OO)
1. 공소사실
피고인 김○○, 김○○, 양○○, 정○○는 성형외과 전공의, 피고인 이○○은 성형외과 부교수로 ○○대 병원에 근무하던 중 이비인후과 전공의 이○○, 이○○, 흉부외과 전공의 정00과 함께 피해자 김○○의 치료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00, 이00, 정00은 피해자가 00 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할 당시 피해자의 목척추 앞쪽과 종격동에 기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학적 검사와 내시경 결과 후 두개곡 혈종과 인두 후방의 부종과 발적을 확인하고도 '성형외과 수술 금기사항 아니어서 하악골 골절 고정술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여 성형외과 입원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피해자는 성형외과에 입원하여 하악골 고정술을 받기를 기다렸고, 피고인김OO, 김00은 각 1, 2년차 성형외과 전공의로서 피해자를 1차적으로 진료하고, 피고인 양○○, 정○○는 각 3, 4년차 성형외과 전공의로서 피고인 김○○, 김○○의 보고를 받아 피해자를 진료한 후 이를 이OO(부교수로서 피해자의 주치의)에게 보고하고, 피고인 이○○은 피고인 김○○, 김○○, 양○○, 정○○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매일 1회 회진을 하며 피고인을 진료하였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그 보호자 김OO, 김○○로부터 '피해자가 목 부위 이물감이 있고, 상흉부와 목 부위 통증이 심하다. 입에서 젓갈냄새가 난다. 호흡이 곤란하다.'라는 호소를 지속적으로 듣고, 피해자의 인두에 혈종·부종·발적이 있는 것을 진료를 통해 확인하였으며, 2009. 8. 30. 피해자에 대한 CRP 수치가 9.96, 백혈구 수치가 13,080으로 높게 측정된 것을 확인하였고, 2009. 8. 31. 22:00경 피해자가 가슴이 결리면서 열이 나는 것을 확인하고 마약성 진통제 데메롤, 해열진통제 발렌탁을 처방하였는데도 2009. 9. 1. 다시 오한이 나고 체온이 37.9℃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하여 감염을 의심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근이완제 메소카바롤과 해열진통제 발렌탁을 추가로 처방하고 항생제는 입원 당시부터 투여해왔던 후루마린을 1일 500㎎씩 2회만 계속 유지하는데 그쳤다.
피해자의 치료에 관여한 피고인들과 이○○, 이○○, 정○○은 교통사고로 턱 부위골절상 등을 입고 전원된 피해자에게서 턱과 가까운 경부에 기종 등이 관찰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인두파열을 의심하여 파열 부위 염증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인두 부위 감염은 종격동염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비정상적인 기종이 확인되고 이비인후과적으로도 손상이 확인되었으므로 기도손상 가능성 및 이에 따른 감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항생제 투여 등 치료에 따른 피해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간호사로부터 피해자의 상태에 대하여 보고받거나 진료기록 뿐만 아니라 간호일지 상 피해자의 상태 변화 중 의사의 회진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심각한 증세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항생제 투여에도 피해자의 백혈구 수치가 높고 해 열제 투여에도 고열이 나는 등 감염 정도가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충분한 상황에서 감염내과와 협진 등을 통하여 감염증 진행에 따른 시의 적절한 항생제 투여를 신속히 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인두 후방 파열상 및 성형외과 수술대기 중 감염증을 발견하거나 의심·진단하거나 피해자의 감염 여부 및 그 진행상태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이○○, 이○○, 정○○, 피고인 김○○, 김○○, 양○○, 정○○는 전공의로서 판단이 어렵거나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책임 전문의에게 신속히 의뢰하여 환자로 하여금 시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피고인 이○○은 책임 전문의로서 자신이 지도하는 전공의들의 진료행위의 적정성 여부를 감독하고 회진시 환자인 피해자에게 문진 등 실질적인 진료를 함으로서 피해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만연히 하악골 고정술을 위한 피해자의 염증 호전만 기다리다가 피해자의 인두파열 및 이로 인한 기종, 기흉 등으로 말미암은 감염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였다.
결국 피고인들과 이○○, 이○○, 정○○의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경합하여 화농성 염증이 피해자의 파열된 인두 부위와 경추부 전면 및 흉추부까지 퍼져 피해자가 2009. 9. 3. 18:10경 ①0대병원 심중환자실에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2. 판단
가. 과실 판단 기준
(1) 일반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의사들 사이에 수평적 분업이 이루어진 경우, 각각의 의사가 자신이 분담한 분야에서 주의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였다면 다른 의사도 그가 분담한 분야에서 주의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것과 그들의 진료 결과를 신뢰하면 충분하고, 다른 의사의 판단에 의심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거나 그의 주의의무 위반이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까지 예상하여 의료행위를 할 필요는 없다.
(2) 다만 이 사건과 같이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특정 과에 입원하여 그 과에서 환자의 향후 진료, 예후,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 그 과의 의사들로서는 단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어느 과의 진료영역인지를 불문하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여야 하고, 보통의 평균적인 의사가 갖추고 있어야 할 의학지식과 다른 과의 진료결과에 비추어 볼 때 환자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거나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 신속하게 관련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등 분업적 의료행위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사소통, 협진, 분담영역 사이의 업무 조정 등의 기능을 주도함으로써 분업적 의료행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
나. 피고인들의 과실 유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된 인두파열, 종격동염, 패혈증, 폐 손상 등의 진단과 치료는 모두 성형외과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입원시,켜 그 진료에 대하여 전반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성형외과의 의사들로서 위 가. (2)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아래 ① 내지 6항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들이 환자의 관찰이나 협진 요청 등을 소홀히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비인후과 전공의 이○○과 이○○은 응급실에서 피해자를 진료하고도 피고인들에게 인두파열이나 그 부분 염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피고인김○○에게 기도 폐쇄로 인한 호흡곤란에 대해서만 주의를 주면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서 경과관찰을 하자고 하였다. 한편 성형외과 입원 후에는 피해자의 이비인후과적 증상이 현저하지 않았던 점, 이○○, 정○○, 박○○ 등 이비인후과 의사들조차 2009. 9. 2. 21:30경 피해자를 직접 진료한 후에도 인후부 손상이나 염증 가능성을 의 심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성형외과 의사들인 피고인들이 인후부 손상이나 염증 가능성을 예상하여 이비인후과에 협진 요청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② 흉부외과 전공의 정○○은 응급실에서 피해자를 진료하고도 피고인들에게 종격 동염이 발생할 가능성이나 그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고, 경과기록지에도 특이소견 없으므로 경과관찰하고 1주일 후에 연락을 달라는 의견만 기재하였다. 그리고 피해자가 성형외과에 입원하기 전 피해자의 상태를 묻는 피고인 김○○에게도 "종격동 기종이 있으나 흉부외과에서 치료할 것은 없다."라고 답변하였다.
③ 피고인들과 성형외과 간호사들은 성형외과 입원 기간에 문진, 활력징후 확인, 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피해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였고, 성형외과 내부의 의사소통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④ 그 결과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고,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흉통 등을 호소하며, 그 외에도 복통, 구토, 오한 등의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입원 다음날인 2009. 8. 31.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정형외과에, 2009. 9. 2. 흉부외과,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외과에 공식적인 협진 의뢰를 하였으며, 흉부외과, 순환기 내과, 일반외과에는 전화로도 협진 의뢰를 하였다.
⑤ 피고인들은 2009. 9. 2. 2:30경 정○○에게 협진을 요청하였으나, 정○○은 피해자를 직접 진료하고 새로 흉부 CT를 촬영한 후에도 '종격동에 공기량이 많지 않고 특별한 감염 소견도 보이지 않으므로 다른 과에 문의하라.'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양○○은 2009. 9. 2. 8:00경 피해자의 흉통에 대하여 흉부외과에 평가를 의뢰하였으나 2009. 9. 3. 9:00경에야 흉부외과 전문의에 의한 진료가 이루어졌고, 같은 날 16:00경 피고인 양○○이 재차 정○○에게 흉통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문의하였으나 '통증조절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6 인후부 파열이나 종격동염은 피고인들의 진료 영역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대처가 신속하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
판사이미정
판사서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