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이 강박행위가 되는 경우
[2] 민법 제146조 소정의 취소권 행사의 제척기간의 기산점
[3]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권을 취소의 의사표시를 담은 반소장 부분을 송달함으로써 재판상 행사하는 경우 취소권의 적법한 행사 요건(=반소장 부본이 제척기간 내에 송달)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 (공1993상, 595) [2]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7421 판결 (공1999상, 33) [3]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6664 판결 (공1997하, 2366)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46945 판결 (공1999상, 840)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재윤)
피고(반소원고, 선정당사자),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승 담당변호사 정상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강박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언론에의 제보 등은 그것이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때에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부정한 이익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행위나 수단 등이 부당한 때에는 위법성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반소원고, 선정당사자, 이하 ‘피고’라 한다)의 부(부)인 망 소외 1은 2001. 7. 26.경 뇌경색증으로 쓰러진 후 2002. 10.경 담도암 진단을 받았고 2003. 4. 14. 사망할 때까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2003. 2.경에는 말이 어눌하고 혼자서는 거동하지 못하는 정도로 증상이 진행되었으나, 정신이나 사리분별에는 지장이 없었던 사실,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의 부(부)인 소외 2는 1983. 6.경 소외 3의 소개로 소외 1을 알게 된 이래 소외 1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였는데, 소외 1이 입원한 후 2003. 2. 11. 병원으로 소외 1을 찾아가 그동안 소외 1의 가짜 도인행세에 속아 거액의 돈을 사기당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외 1과 아들인 소외 4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자신의 돈을 내놓지 않으면 소외 1을 사기꾼으로 형사 고소하는 한편 한국문화방송의 PD수첩과 불교방송에 ‘21세기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내용으로 소외 1을 취재해 달라고 부탁해 놓은 상태라고 말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협박한 사실, 소외 1은 소외 2의 협박을 받고 처음에는 그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였으나 소외 2가 거듭하여 사기죄 고소 및 방송 등을 언급하면서 재산 이전을 요구하자 건강상태의 악화와 명예의 훼손 및 가족관계의 파탄 등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소외 2에게 서울 용산구 후암동 (지번 1 생략) 대 33㎡(이하 ‘이 사건 (지번 1 생략) 토지’라 한다)와 서울 용산구 후암동 (지번 2 생략) 대지 및 지상 주택[이하 ‘이 사건 (지번 2 생략) 부동산’이라 한다]을 비롯한 여러 부동산을 양도할 것을 약정하고(이하 ‘이 사건 양도약정’이라 한다), 2003. 2. 12. 이 사건 (지번 2 생략) 부동산을 소외 2의 아들인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에 소외 1이 소외 2로부터 사기꾼으로 고소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받자 자신의 부모 묘소가 있는 그 소유의 논산시 내동 소재 대지와 임야, 과수원 등 13필지 토지를 소외 2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 직후인 2003. 2. 17. 위 토지들에 관하여 동생인 소외 5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점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양도약정은 소외 1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소외 2의 소외 1에 대한 강박행위에 의하여 체결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소외 2의 강박행위는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사기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는 과정의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위법하지 않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 2가 소외 1을 스승이자 도사로 따르면서 보시금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금원을 지급하여 왔고, 소외 1과 사이에 금원 대여와 차용 등 금전거래를 하여 온 사실은 엿보이나, 소외 1이 소외 2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편취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소외 1이 소외 2의 재산을 편취하였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내세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는 부정한 이익의 취득을 목적으로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강박행위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제척기간의 기산점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는 이 사건 양도약정일인 2003. 2. 11.로부터 3년의 제척기간을 도과한 후에야 취소권을 행사하였으므로 피고의 취소권 행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그 효력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2는 2003. 3. 중순경까지 소외 1의 병실에 찾아가서 소외 1에게 협박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2는 소외 1이 2003. 4. 14. 사망하기 직전인 2003. 3. 중순경까지도 소외 1에 대한 협박을 계속하였으므로, 소외 1은 그 이후에야 강박상태에서 벗어났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적어도 2003. 3. 중순 이후라 할 것인데, 이 사건 반소장에 담긴 피고의 취소의 의사표시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이전인 2006. 2. 15.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146조 전단은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민법 제144조 제1항 에서는 “추인은 취소의 원인이 종료한 후에 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민법 제146조 전단에서 취소권의 제척기간의 기산점으로 삼고 있는 ‘추인할 수 있는 날’이란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어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없어져서 취소권자가 취소의 대상인 법률행위를 추인할 수도 있고 취소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된 때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7421 판결 등 참조). 한편,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권은 형성권의 일종으로서 그 행사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하고, 위 취소권은 재판상이든 재판외이든 그 기간 내에 행사하면 되는 것으로서, 취소권자가 취소의 의사표시를 담은 반소장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함으로써 취소권을 재판상 행사하는 경우에는 반소장 부본이 원고에게 도달한 때에 비로소 취소권 행사의 효력이 발생하여 취소권자와 원고 사이에 취소의 효력이 생기므로,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반소장 부본이 제척기간 내에 송달되어야만 취소권자가 제척기간 내에 적법하게 취소권을 행사였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6664 판결 ,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4694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반소장이 2006. 2. 15. 제1심법원에 접수되어 그 부본이 2006. 3. 13. 원고에게 송달되었음을 알 수 있고, 한편 ‘중순’이라 함은 ‘한 달의 11일에서 20일까지의 10일 동안’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반소장 부본이 원고에게 송달된 2006. 3. 13.이 원심이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시한 ‘2003. 3. 중순경’ 이후부터 3년 내인지 여부가 그 자체로 분명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소외 2의 강박행위가 ‘2003. 3. 중순경’에도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로는 소외 1의 사위이자 피고 선정자 4의 남편인 제1심 증인 소외 6의 “2003. 3. 중순경에도 소외 2가 병원에 와서 소외 1을 협박하였다는 사실을 선정자 4로부터 들었다”는 전문진술 밖에 없는바, 소외 1은 이미 2003. 2. 11. 소외 2의 협박이 있은 후 소외 2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포함한 여러 부동산을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2003. 2. 12. 이 사건 (지번 2 생략) 부동산을 소외 2의 아들인 원고에게, 2003. 2. 20. 소외 1 소유의 서울 종로구 사직동 (지번 1 생략) 대지 및 주택과 사직동 (지번 2 생략) 대지를 소외 2의 동거녀인 소외 7에게, 소외 4 명의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지번 생략) 대지를 위 소외 7에게, 2003. 2. 25. 소외 4 명의의 경기 여주군 점동면 산 (지번 생략) 임야를 소외 2에게, 2003. 2. 27. 소외 4 명의의 충남 서천군 종천면 신검리 산 (지번 생략) 임야를 소외 2에게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또 자신의 부모 묘소가 있는 그 소유의 논산시 내동 소재 대지와 임야, 과수원 등 13필지 토지를 소외 2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2003. 2. 17. 위 토지들에 관하여 동생인 소외 5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6의 증언만으로는 소외 2의 강박행위가 ‘2003. 3. 중순경’에도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 제척기간의 기산점에 대하여 더 심리하여 이를 명확하게 밝힌 다음,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반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때에 취소권의 행사가 있은 것으로 보고 제1심 증인 소외 6의 전문증거만을 기초로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권 행사 및 그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