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승철)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0. 11. 18.
주문
1. 피고가 2009. 10. 21. 원고에 대하여 한 7,432,980원의 부당이득징수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7. 6. 4. 업무상 재해로 ‘경추부 염좌, 좌측 완관절 염좌, 우측 제2수지 열상, 좌측 슬관절 염좌, 좌측 완관절 삼각섬유연골 복합체 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요양하다가 2007. 12. 24. 치료를 종결한 후 피고에게 장해보상을 청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청구’라 한다).
나. 피고는 2008. 3.경 원고의 장해상태가 왼쪽 손목관절의 운동범위 115도로 ‘한쪽 팔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장해가 남은 사람’인 장해등급 제12급 제6호에 해당한다고 결정(이하 ‘이 사건 장해등급 결정’이라 한다)하여 원고에게 장해보상일시금 11,562,410원(이하 ‘이 사건 급여’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다. 그런데 피고는 2009. 10. 21. “원고의 좌측 손목관절 장해상태는 운동범위 175이고 동통이 잔존하는 상태로 ‘국부에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인 14급 9호에 해당하는데 운동범위를 115도로 잘못 계산하여 장해등급 12급 6호에 대한 장해보상금을 지급하였다”는 이유로 장해등급 차액 7,432,98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는 결정을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다시 산업재해보상보험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10. 6. 24. 기각되었으며 2010. 6. 30. 그 결정문을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의 좌측 완관절은 현재 운동가능 범위가 90도에 불과하여 충분히 제12급 제6호에 해당됨에도 피고가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부당이득징수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
(2) 이 사건 장해등급 결정은 피고가 한 것이고 원고는 그에 따라 이 사건 급여를 지급받았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피고가 뒤늦게 이 사건 장해등급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며 부당이득징수 결정을 한 것은 너무 가혹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이 사건 청구를 하면서 주치의(제천현대병원 의사)의 2008. 2. 13.자 장해진단서를 첨부하였다. 그 장해진단서에는 ‘지속적 동통 및 관절운동 제한이 있으며 특히 좌측 완관절 부위의 근력약화 소견이 있는 상태로 좌측 손목관절의 운동가능범위는 135도(굴곡 60도, 신전 40도, 요사위 15도, 척사위 20도)’라는 소견이 제시되어 있다.
(나) 피고 충주지사의 자문의는 2008. 2. 21. ‘원고의 좌측 완관절부 관절운동범위 정상이며 근력약화 없음, 뚜렷한 지속적 동통도 없고 양 상지에 간헐적 통증이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다) 위와 같이 원고의 주치의와 피고 자문의의 소견이 큰 차이를 보이자 피고는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에 원고에 대한 특진을 의뢰하였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담당 의사는 2008. 3. 10. 원고를 상대로 특진을 실시한 결과 ‘① 좌 완관절 운동범위 : 수동운동은 전 운동범위 가능하며, 능동운동은 배굴/장굴(55/70도), 요사위/척사위(20/30)임, ② 영구적 지속적 통증 여부 : 영구적 통증은 연골손상 환자에게 관찰되기도 함. 따라서 물건 드는 동작에서 완관절부의 통증 가능하나 어느 정도의 중량에서 통증이 유발되는지는 알 수 없음. ③ 좌 완관절의 근력 약화 여부 : 이학적 검사상 근력약화 있는 듯하나 전기진단검사(근전도 검사)상 이상소견 없는 것으로 보아 근력약화에 대한 객관적 소견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라) 피고는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특진결과를 토대로 하여 2008. 3. 21. 이 사건 장해등급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특진소견서상 각 운동범위의 합계는 175도(= 55 + 70 + 20 + 30)였으나 착오를 일으켜 115도로 잘못 합산하는 바람에, 원고가 손목의 정상운동가능영역(180도)이 4분의 1 이상 제한된 자로서 ‘한 팔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된다고 보고 장해등급 제12급 제6호로 판정하였다.
(마)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급여를 지급한 후 2010. 3. 24. 원고의 장해등급을 12급 6호로 적시하여 장해급여 11,562,410원을 지급하였다는 내용의 보험급여 지급확인원을 발급하여 주었으나, 그런 결정의 근거가 되는 특진결과의 내용이나 장해등급 결정 기준에 대하여는 따로 통보한 적이 없다.
(바) 피고는 2009년 정기 감사에서 위와 같이 원고의 특진결과에 따른 손목관절의 운동범위를 잘못 계산하여 원고에게 장해보상일시금을 과다 지급한 사실을 지적받고 그 차액을 징수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사)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원고의 심사청구를 받고 피고는 본부 자문의에게 관련 자료의 검토를 요청하였다. 피고 본부 자문의는 'EMG 검사상 이상 소견 없으며 상병명인 좌측 완관절 염좌 및 삼각섬유연골 복합체 손상으로는 완관절의 관절운동제한에 심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특진결과에 따른 장해등급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 을 제1, 2, 3, 4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첫 번째 주장에 관한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 는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에 공단은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당초 특진 결과에 기하여 원고에 대한 장해등급 판정을 할 때 손목관절의 운동가능범위가 175도였음에도 부분별 운동가능범위의 합산을 잘못하는 명백한 계산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이 사건 장해등급 결정을 하였다. 원고의 장해상태에 관하여 제시된 모든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검토할 때 이 사건 청구 당시 원고의 좌측 손목관절의 운동가능영역이 1/4 이상 제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원고의 장해등급이 14급 9호에 해당함에도 12급 6호로 잘못 결정된 결과 보험급여가 과다하게 지급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초과 지급된 보험급여의 차액을 환수하여야 하고, 혹시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그 후 원고의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12급 6호에 해당하게 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초의 장해등급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스스로 취소할 수 있으나,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3두46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고는 이 사건 청구를 할 때 좌측 손목관절의 운동범위가 135도라는 소견이 기재된 장해진단서를 첨부하였고, 이를 인정받을 경우 손목관절의 운동범위가 1/4 이상 제한된 때에 해당하므로 위 소견을 그대로 채택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라 장해등급 12급 6호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피고는 이에 관하여 자문의의 의견을 들은 결과 원고가 제출한 장해진단서의 소견과 너무나 달리 원고의 손목관절 운동범위가 정상이고 근력약화 및 뚜렷한 지속적 동통도 없다는 견해가 제시되자, 최종적으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에 원고에 대한 특진을 의뢰한 후 거기서 나온 소견에 기하여 원고의 장해가 12급 6호에 해당한다는 이 사건 장해등급 결정을 하였다. 물론 실제로 위 특진 결과에 의할 경우 원고의 장해등급이 14급 9호에 해당됨에도 피고는 순전히 계산 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이 사건 장해등급을 12급 6호로 잘못 결정하였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청구를 하면서 좌측 손목관절의 운동범위가 135도라는 소견이 기재된 장해진단서를 첨부하였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상 손목관절의 운동범위가 1/4 이상 제한된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이 되고, 외견상 피고는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고의 장해등급을 12급 6호로 판정하였으며, 이를 원고에게 통지할 때도 장해등급과 장해급여 일시금의 액수만 알려주었을 뿐 특진 결과에 나타난 운동범위의 제한을 비롯하여 그와 같이 판정한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피고는 당초 원고가 제출한 장해진단서의 소견을 채택하였을 경우 원고의 장해등급을 12급 6호로 판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고 피고는 실제로 그렇게 판정을 하였으며, 비록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특진을 의뢰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장해등급을 결정하려고 하였더라도 이는 순전히 피고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상의 문제에 불과하므로 원고로서는 이런 사정을 조금도 알 수 없었고, 아울러 그 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장해등급 판정을 고지할 때 이에 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당시 원고는 신청한 대로 장해등급이 인정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모든 사정을 종합할 때 비록 원고의 장해등급을 14급 9호로 판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좀 더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누구에게나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였다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였고, 비록 피고의 의사결정 과정 및 최종 판단에 큰 착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피고의 내부적인 문제에 불과하며, 원고의 입장에서는 장해진단서라는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본인이 신청한 대로 등급판정을 받았으므로 원고가 이를 신뢰하였다고 하여 거기에 무슨 책임을 탓할 만한 잘못이 조금이라도 개재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고에게 지급한 이 사건 급여의 상당 부분을 1년 반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 다시 환수한다는 것은 오로지 피고의 잘못으로 발생한 부적절한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과 그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신뢰와 법률생활의 안정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이는 이 사건 처분으로 보호하려는 공익적 측면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그에 비하여 원고가 입는 손해가 훨씬 더 크다고 보이므로 정의의 이념과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
(4)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원고 청구 인용.
[별지 관계 법령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