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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19. 3. 26. 선고 2018노4026 판결
[공무집행방해] 상고[각공2019상,542]
판시사항

피고인과 같은 아파트의 주민으로부터 피고인의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갑, 을이 피고인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 현관문 앞에서 피고인에게 사건 경위를 추궁하자, 피고인이 “너것들이 뭐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빈 유리병을 갑을 향해 던지고 주먹으로 갑의 뺨과 턱 부위를 때리는 등 폭행함으로써 경찰관들의 112 신고 사건 처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하여 경찰관들을 폭행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과 같은 아파트의 주민으로부터 피고인의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갑, 을이 피고인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 현관문 앞에서 피고인에게 사건 경위를 추궁하자, 피고인이 “너것들이 뭐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방에 있던 빈 유리병(10cm×16cm) 1개를 갑을 향해 던지고 주먹으로 갑의 뺨과 턱 부위를 때리는 등 폭행함으로써 경찰관들의 112 신고 사건 처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경찰관들은 당시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한 적이 없는 점, 피고인의 주거지를 범행 직후의 장소로 볼 만한 사정이 없고, 더욱이 압수·수색·검증에 대한 사후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은 점,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 도착했을 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다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과 달랐으며, 신고자가 경찰관 갑의 신원 파악 요청에 불응하는 등 신고의 진정성 자체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으므로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그 외에 피고인의 방문 요청이나 주거지 출입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법률에서 정한 강제처분의 요건 또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하여 경찰관들을 폭행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이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이지연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승엽 외 1인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12. 4. 07:35경 대구 (주소 생략)에 있는 월성주공아파트 117동 404호 피고인의 주거지 내에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서 △△파출소 소속 경위 공소외 1로부터 사건 경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너것들이 뭐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방에 있던 빈 유리병(10cm×16cm) 1개를 위 경찰관을 향해 던지고 주먹으로 위 경찰관의 오른쪽 뺨과 턱 부위를 때리는 등 폭행하여 위 경찰관의 112 신고 사건 처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하지도 아니하였고, 피고인을 현행범인이나 준현행범인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허락 없이 피고인의 주거에 들어갔는바,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이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 해당하거나,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해당하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7조 제1항 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출입한 행위는 적법하다.

그럼에도 사후적·결과적으로 확정된 사실관계만을 기준으로 소급하여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출입한 직무집행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공무집행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형법 제136조 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하여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992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 등 참조).

2) 한편 수사에 관한 강제처분은 형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하지 못하고(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단서),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 다만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

3) 또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7조 에 의하면, 경찰관은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그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경찰방문및방범진단규칙 제5조에 의하면, 경찰 방문은 방문 요청이 있거나 경찰서장 또는 지구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실시할 수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1) 피고인과 같은 아파트 주민이 이 사건 당일 07:28경 피고인의 주거지인 대구 (주소 생략)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있다는 취지로 112 신고를 하였고, 위 신고를 받은 경찰관 공소외 2, 공소외 1이 이 사건 현장에 바로 출동하여 현장에 07:38경 도착하였다.

2) 위 경찰관들이 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였을 당시에는 싸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고, 피고인 주거지의 초인종을 수회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3) 이에 경찰관 공소외 1이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하여 신고 내용을 확인하였는데, 신고자는 통화 도중에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여 위 경찰관이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하려 하자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 되느냐’는 식으로 따져 더 이상 대화를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위 경찰관은 통화를 하며 신고자가 술에 취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그 와중에 경찰관 공소외 2가 피고인 주거지의 현관문을 열어 보자 현관문이 열려 피고인의 허락 없이 피고인 주거지에 들어갔고, 경찰관 공소외 1도 위 통화를 마친 후 경찰관 공소외 2를 따라 피고인의 허락 없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 경찰관들과 피고인이 현관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5) 이후 피고인의 주거지 내 현관문 앞에서 경찰관과 피고인 사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집 안에 문제가 없느냐’, ‘누구냐, 당신들 누구냐’는 취지의 대화가 수회 오갔다.

6) 이후에도 경찰관들은 피고인의 집에서 퇴거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범죄 여부를 추궁하는 취지의 대화를 하던 중, 피고인이 유리병을 집어 들고 던지려는 시늉을 2, 3번 하자 경찰관 공소외 1이 집 안으로 들어가 이를 제지하려고 하였고, 그 찰나에 피고인이 유리병을 던지며 경찰관 공소외 1에게 왼손 주먹을 휘두르면서 이 사건 폭행이 일어났다.

7) 이 사건 폭행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 내에는 피고인과 피고인의 모 2명만 있었고, 피고인은 해체성 조현병을 앓고 있어 종종 혼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는데, 이웃은 이를 다툼으로 오해하기도 하였다.

8) 검사 공소외 3은 이 사건이 있은 다음 날인 2017. 12. 5. ‘112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고 범행이 발생하고 있거나 그 직후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경찰관이 임의로 주거지에 임장하여 정신병을 앓고 있는 피의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영장신청을 기각하였다.

위와 같이 인정된 사실들에 앞서 본 법리를 비추어 살피건대, ① 경찰관들은 당시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이를 제시한 적이 없고, ②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를 범행 직후의 장소로 볼 만한 사정이 없었으며, 더욱이 압수·수색·검증에 대한 사후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③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 도착했을 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다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과 달랐으며, 신고자가 경찰관 공소외 1의 신원 파악 요청에 불응하는 등 신고의 진정성 자체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으므로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④ 그 외에 피고인의 방문 요청이나 주거지 출입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경찰관들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법률에서 정한 강제처분의 요건 또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적법한 공무집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하여 경찰관들에게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적법한 공무집행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종한(재판장) 전명환 이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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