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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
[손해배상(기)][공1998.12.15.(72),2863]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의 방법

[2] 공사도급계약의 수급인이 인접 주택의 소유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를 건축주로부터 직접 지급받도록 요청하는 통지서를 보낸 경우, 채무승인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

[2] 피고(수급인)가 공사도급계약에 기하여 건물 신축을 위한 지하굴착공사를 시행하다가 인접한 원고 소유의 주택에 복구공사비 상당의 손해를 가한 사안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통지서의 기재 내용을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복구공사비 채무의 존재를 인정함을 전제로 하고 다만 그 지급 방법에 관하여 건축주와 피고 사이의 합의에 따라 원고가 건축주로부터 이를 직접 지급받을 것을 원고에게 요청한 취지라고 해석하여 피고는 이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복구공사비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문우)

피고,피상고인

성수종합건설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피고는 그 판시와 같이 소외인과의 공사도급계약에 의하여 소외인 소유의 대지에 건물 신축을 위한 지하굴착공사를 시행함으로 인하여 그에 인접하여 있는 원고 소유의 주택에 벽면 균열, 지하수 유출 및 누수 등 복구공사비 금 25,359,647원을 요하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그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나, 그 이후 원고는 피고 또는 피고의 현장소장에게 수차례 손해배상을 요구하다가 1993. 9. 1. 피고에게 건물의 수리 및 배상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보낸 후 1996. 12. 13.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위 1993. 9. 1.로부터도 이미 3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갑 제4호증의 1, 2는 피고가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이 소외인에게 있다는 내용을 원고에게 통보한 것이므로 이로써 피고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승인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여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원고의 재항변을 배척하고 있다.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배척하고 있는 갑 제4호증의 1, 2를 살펴보면, 이는 피고가 1995. 1. 27. 및 1995. 10. 6.의 2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보낸 통지서로서, '원고가 주장하는 건물 피해에 대하여는, 건축주(소외인)가 제시한 방법대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에 따라, 공인 감정평가법인이 산출한 복구비용명세(감정서)를 건축주에게 송부하고 합의내용에 따라 피고가 받을 기성고에서 원고에게 우선 지급하고 잔여액을 피고에게 지불하여 주도록 요청하였고, 이와 같은 진행사항을 원고에게도 이미 통지한 바 있으며, 건축주도 피고와의 기성고 청구소송에서 주변건물의 피해복구비는 기성고에서 공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피해복구비에 대하여는 감정서에 따라 건축주와 협의하여 해결하기 바란다.'는 요지로 되어 있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하는 위 금 25,359,647원은 위 갑 제4호증의 1, 2에서 말하는 감정의 결과 산출된 복구공사비의 금액임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원·피고의 주장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는 처음부터 피고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였을 뿐 소외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로 합의하거나 동의한 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의 주장은 다소 엇갈리고는 있으나, 소외인이 원고와의 합의를 시도하기 위하여 피고와의 협의하에 원고의 건물피해에 대한 감정을 시행한 다음 원고에게 감정결과에 따라 보수비를 지급하겠다고 제의한 바 있고 피고 또한 원고에게 소외인으로부터 배상을 받도록 권유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하였다는 것이 주장의 대체적인 요지임을 알 수 있다(특히 기록 162쪽 이하 참조).

위와 같은 쌍방 주장의 취지와 갑 제4호증의 1, 2의 문언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 제4호증의 1, 2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복구공사비 채무의 존재를 인정함을 전제로 하고 다만 그 지급 방법에 관하여 소외인과 피고 사이의 합의에 따라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이를 직접 지급받을 것을 원고에게 요청한 취지로 해석함이 옳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복구공사비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 제4호증의 1, 2는 복구공사비 채무가 소외인에게 있을 뿐 피고의 채무는 이를 부정한 의미라고 해석한 나머지 승인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위 증거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여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는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천경송 신성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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