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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9. 5. 29. 선고 2008가합40668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09하,1025]
판시사항

[1]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를 정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이 예시규정인지 여부(소극)

[2] 다단계판매업체의 사기사건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가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국가정보원이 그 직무 범위를 벗어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그 영업 및 범죄 의혹에 관한 정보를 조사·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수사기관 및 언론 등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관리한 행위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기업 등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4]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이 작성한 다단계판매업체의 비리에 관한 보고서 중 일부를 기자에게 교부하고, 기자는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대부분이 허위인 기사를 인터넷 신문에 작성·게재함으로써 위 업체 등의 명예를 훼손한 사안에서, 국가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정보원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국가정보기관으로서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 의 취지에 따라 정부조직법에 설립의 근거를 두고 국가정보원법에서 그 직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이 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규정 자체를 살펴보더라도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1호 에서 정보수집활동의 범위에 관하여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라고 명확히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3호 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을 뿐이어서(또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5호 는 일반적인 정보 및 보안 관련 업무의 ‘기획’을 국가정보원의 직무로 규정한 것이므로, 이것이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각 호 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수집활동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문언상 명백하다), 국가정보원의 설립 목적, 비공개적 업무 성격, 변화된 안보개념 등을 이유로 위 규정을 예시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

[2] 다단계판매업체의 사기사건이 전국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함으로써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규모의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는 수사기관의 직무에 해당하는 것이지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국가정보원이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의 수집, 내란죄 등과 같은 특정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기업과 그 대표자를 대상으로 그 기업 등의 영업 및 그와 관련된 범죄 의혹에 관한 정보를 조사·수집하고 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수사기관 및 언론 등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관리한 행위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기본권인 기업 등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그로 인하여 기업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4] 국가정보원이 법령에 규정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조사·수집하여 작성한 다단계판매업체의 비리에 관한 보고서 중 일부를 그 소속 공무원이 언론사 기자에게 보여주거나 교부하고, 기자는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여 대부분이 허위인 기사를 작성한 후 인터넷 신문에 게재함으로써 다단계판매업체와 그 대표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안에서, 위 공무원과 기자는 위 업체 등의 명예훼손에 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따라서 국가는 기자와 더불어 위 업체 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제이유네트워크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상운)

피고

대한민국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백규)

변론종결

2009. 4. 24.

주문

1. 원고들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각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6. 4. 17.부터 2009. 5. 2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피고 2는 피고 대한민국과 각자 위 금원 중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6. 4. 17.부터 2009. 5. 2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 중 10분의 9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대한민국이 각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2 사이에 생긴 부분 중 5분의 4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2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원고들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각 5억 원 및 이에 대한 2006. 4. 17.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피고 2는 피고 대한민국과 연대하여 위 금원 중 각 2억 원 및 이에 대한 2006. 4. 17.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제이유네트워크 주식회사(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는 2001. 5. 23. 설립되어 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다단계판매업을 영위해 온 기업으로서, 방문판매업체인 소외 제이유백화점 주식회사, 다단계판매업체인 소외 제이유피닉스 주식회사 및 에스엘테크 주식회사 등 25개 회사로 구성된 제이유그룹의 모기업이고,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원고 주수도는 제이유그룹의 회장으로서 그룹 운영의 전반을 총괄 지휘하는 자이다.

나. 피고 대한민국(피고 1) 산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팀인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팀’에서는 2004년 6월경부터 제이유그룹 관련 비리정보를 수집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판단실에서는 2005년 1월경 ‘제이유그룹이 납품가 조작 등의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고, 사채놀이 등을 통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후,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여 비자금을 밀반출한다는 의혹이 있으며, 원고 주수도 등이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으로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회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을 확장하여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부패를 은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금품을 살포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의 내부 보고서와 위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된 정·관계 인사 및 경찰관, 검사, 판사,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등의 근무 관서, 직위 및 성명(성만 기재되어 있음)과 금품이 수수된 날짜, 금액, 사유 등이 기재된 리스트 2매를 작성하였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보고서’라고 한다).

다. 국가정보원의 정보판단실장인 소외 1은 이 사건 보고서가 2005년 1월경 청와대에 보고되고, 2006년 1월경 검찰에 지원되었음에도 제이유그룹의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어 보도되지 않자, 2006년 4월경 국가정보원의 직원으로서 5급 정보사무관인 소외 2에게 이 사건 보고서를 제공하면서 제이유그룹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이에 소외 2는 2006. 4. 14. 평소에 친분이 있던 기자인 피고 2에게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이 사건 보고서 중 리스트 2매를 보여 주었고, 피고 2는 이 사건 보고서의 리스트 중 일부 정·관계인사를 제외한 62명의 경찰관, 검사, 판사,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등의 근무 관서, 직위 및 성명과 금품 수수 날짜, 금액, 사유 등을 옮겨 적은 후 리스트를 재작성하였다. 소외 2는 다음날 피고 2를 다시 만나 이 사건 보고서 중 일부(리스트 2매 제외)를 교부하였다.

라. 피고 2는 2006. 4. 17. 인터넷 신문인 ○○뉴스에 “[독점] 제이유그룹, 검·경에 무차별 ‘돈 로비’, 직위, 직급따라 5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라는 제목으로 제이유그룹이 경찰, 검찰의 간부들에게 무차별 ‘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뉴스의 취재 결과 밝혀졌고, 제이유그룹의 로비는 일부 법원 간부 및 공정거래위원회 간부에게도 예외 없이 이루어졌는데, 경찰 간부 20여 명, 현직 검사 1명, 전직 검사 1명, 검찰청 직원 1명, 판사 3명, 공정거래위원회 과장 및 사무관이 돈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금품을 수수한 간부들의 근무 관서와 성명 등을 영문 이니셜로 처리하여 각각의 구체적인 금품 수수 액수 및 시기 등을 밝히는 내용의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고 한다)를 게재하였다. 피고 2는 2006. 4. 21.까지 4회에 걸쳐 ○○뉴스에 제이유그룹에 관한 후속보도기사를 게재하였다.

마. 원고 주수도 및 제이유그룹의 경영진은 2006년 4월경부터 검찰(서울동부지검 등)에서 제이유그룹의 다단계판매업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수사를 받았고, 원고 주수도는 2006. 8. 2.경 제이유그룹의 다른 간부들과 함께 사기, 배임, 횡령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어, 2007. 2. 20. 1심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2007. 6. 21.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그 후 상고심에서도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012 판결 ).

바. 검찰(서울중앙지검)에서는 2007. 3. 8.부터 제이유그룹의 로비의혹과 관련하여 재차 수사를 한 후, 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소외 3, 전 국회의원 소외 4, 5 등을 기소하였고, 원고 주수도를 다시 배임증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였는데, 원고 주수도는 2009. 3. 27. (명칭 1 생략)의 이사장 소외 6, (명칭 2 생략)의 뉴스추적 제작팀 차장 소외 7에게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하에 금품을 공여하였고, 소외 4에게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고합695, 2008고합391(병합) 사건}.

사. 한편, 원고 주수도가 2007년경 ○○뉴스의 운영회사인 주식회사 (명칭 3 생략)의 대표이사인 소외 8과 국가정보원장인 소외 김승규, 소외 2와 피고 2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였는데, 검찰에서는 2008. 3. 13. 김승규 및 소외 2의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이 국가정보원직원법이나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말하는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범죄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소외 2의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고서 중 일부를 피고 2에게 건네주면서 ‘취재에 참고하고 취재를 통하여 사실 관계를 확인한 다음 보도하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어 명예훼손에 대한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증거가 불충분하고, 김승규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는 김승규가 이 사건 보고서의 유출에 관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외 8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는 소외 8은 이 사건 기사의 보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처분을 하였다. 검찰의 수사결과, 이 사건 보고서 내용 중 제이유그룹에서 수십 명의 경찰관, 검사, 판사 등에게 뇌물을 주었고, 해외에 거액을 밀반출하였다는 부분은 과장되었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갑 제6호증).

아. 피고 2는 2008. 3. 12. 허위 내용인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여 피해자인 원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약식 기소되어, 벌금 5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고 정식재판청구를 하여, 현재 그 재판(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정4303 )이 계속중이다.

자. 소외 2는 이 사건 보고서의 유출행위와 관련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가, 2006. 8. 31. 국정원장으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았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국가정보원이 원고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 및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국가정보원법이 정한 직무범위를 일탈하여 한 위법한 정보수집활동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명예와 프라이버시권, 영업상의 비밀 등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이 허위임에도 피고 2에게 제공하는 등 이를 이용함으로써 원고들의 명예와 신용 등 인격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인 소외 2는 이 사건 보고서가 ○○뉴스 기자인 피고 2에게 제공될 경우 그 내용이 보도되리라는 점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보고서를 피고 2에게 교부하였고, 피고 2는 대부분의 내용이 허위인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기사로 작성하여 게재함으로써 원고들의 명예와 신용을 크게 훼손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2는 각자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국가정보원의 위법한 정보수집활동 등에 의한 피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

가. 원고들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의 위법성

(1)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은 ‘국가정보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다만, 각급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초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에 관한 정보를 조사 및 수집하여 작성된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은 제이유그룹의 다단계판매사업을 통한 불법적인 이익의 취득과 비자금 조성, 비자금의 해외 밀반출, 부실한 경영 은폐를 위한 사업 확장, 정·관계인사와 수사 및 사법기관 등에 대한 대규모의 금품 수수에 관한 것으로서, 설령 그 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내용은 형법 및 관련 특별법에 규정된 사기, 횡령, 배임 또는 뇌물수수 및 공여, 배임수증재 등에 관한 것이므로, 이와 관련된 정보수집활동이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각 호 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정보원의 직무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음은 그 문언의 해석상 명백하다.

따라서 국가정보원이 원고들에 관한 정보를 조사 및 수집하여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한 행위는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에 규정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정보수집활동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국가정보원의 설립목적이나 비공개를 특징으로 하는 업무성격 등에 비추어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에 관한 규정은 포괄적 해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의 개념이 과거의 국방이나 외교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경제, 통상, 환경 등 사회 전분야를 포괄하는 새로운 안보개념으로 변화되었으므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은 예시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제이유그룹의 다단계판매 사기사건과 같이 전국적으로 수만 명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그 피해액도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를 정도로 국가 및 사회 전반의 불안을 조성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관하여도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사안이 아니므로 국가정보원이 정보수집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명확히 구별할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아가 이 사건 보고서는 대규모의 부패 및 비리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이라고 한다) 제56조 에 규정된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의무 및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규정’은 국가정보원의 부패 및 비리 관련 정보수집활동의 근거가 되므로, 원고들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은 국가정보원의 적법한 직무범위에 속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 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국가안전보장이란 국가의 존립·헌법의 기본질서의 유지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 등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참조). 국가정보원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국가정보기관으로서 그 업무수행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 의 취지에 따라 정부조직법에 설립의 근거를 두고 국가정보원법에서 그 직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이 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규정 자체를 살펴보더라도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1호 에서 정보수집활동의 범위에 관하여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라고 명확히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3호 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을 뿐이어서(또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5호 는 일반적인 정보 및 보안 관련 업무의 ‘기획’을 국가정보원의 직무로 규정한 것이므로, 이것이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각 호 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수집활동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문언상 명백하다), 국가정보원의 설립목적, 비공개적 업무성격, 변화된 안보개념 등을 이유로 위 규정을 예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위 헌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 국가안전보장의 의미는 질서유지의 개념과 구별되어야 하므로, 제이유그룹의 다단계판매로 인한 사기사건이 전국적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됨으로써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규모의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는 수사기관의 직무에 해당하는 것이지, 이것이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부패방지법 제56조 는 일반 공무원들에게 부패행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일반 규정에 불과하고,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규정 제2조는 국가정보원장을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배석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위와 같은 규정을 이유로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가 부패 및 비리 관련 사건에 미친다는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나아가 피고 대한민국은, 설령 원고들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이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 관한 정보는 대규모 사기범행과 관련된 것으로서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과 피해이익을 비교형량했을 때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이 국가정보원법이 정한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아 위법한 이상, 원고들에 관한 정보가 전국적인 규모의 사기범행과 관련되었고 원고들의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확산 방지 및 국민경제적 손실의 최소화라고 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정보수집활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 등으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보고서는 제이유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및 경찰관, 검사, 판사 등에 대한 금품수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위와 같은 의혹은 과장되었거나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바, 이러한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활동이 피해이익보다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는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원고들의 자기정보통제권 침해로 인한 손해의 발생

(1) 헌법 제10조 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7조 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참조), 이러한 자기정보통제권은 기업의 영업 및 그 밖의 활동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도 인정되며, 그 정보가 설령 불법적인 기업 활동이나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규정과 적법한 절차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헌법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 산하의 국가정보원이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의 수집, 내란죄 등과 같은 특정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원고들을 대상으로 원고들의 영업 및 그와 관련된 범죄 의혹에 관한 정보를 조사, 수집하고 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수사기관 및 언론 등에 제공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이용, 관리한 행위는 위와 같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서, 피고 대한민국은 이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이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은 국가정보원이 원고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당시에는 그에 관하여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고 그로부터 상당 정도 시간이 지난 뒤인 검찰 수사과정에서 원고들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활동 자체로 인하여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포함하여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국가정보원이 위법하게 원고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 수집하고 이를 수사기관과 언론 등에 제공함으로써 원고 회사가 입은 기업 활동과 관련된 손해 및 원고 주수도가 입은 정신적 손해는 원고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인바, 이러한 손해는 원고들이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 사실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4. 이 사건 기사의 보도와 관련된 원고들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가. 피고 2와 소외 2의 공동불법행위책임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 대한민국 산하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인 소외 2는 이 사건 보고서 중 일부를 ○○뉴스 기자인 피고 2에게 보여 주거나 교부하고, 피고 2는 위와 같이 교부받은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여 대부분이 허위인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한 후 인터넷 신문에 이를 게재함으로써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피고 2와 소외 2는 이 사건 기사의 보도로 인한 원고들의 명예훼손에 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2와 각자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소외 2가 피고 2에게 이 사건 보고서를 전달하면서 사실을 확인한 후 보도하도록 당부하였으므로 소외 2에게는 명예훼손의 고의나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나, 을 제1호증 3, 4, 7, 8, 10의 각 기재만으로는 소외 2가 피고 2에게 사실확인을 당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사실확인을 당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2가 이 사건 보고서 중 일부를 피고 2에게 보여 주거나 건네줌으로써 이 사건 기사가 작성되게 된 이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다. 피고 2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에 대하여 피고 2는, 이 사건 기사는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이 사건 기사를 보도한 것은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전체적인 취지로 보아 진실한 사실이거나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기사를 보도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2) 이 사건 기사는 제이유그룹이 경찰관, 검사, 판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대규모의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내용으로서 이 사건 기사에 적시된 금품수수 및 로비활동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기초사실에 의하면 검찰의 수사결과, 이 사건 기사 내용의 대부분이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등 참조).

갑 제7호증의 19(을 제1호증의 9)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2는 이 사건 보고서만을 근거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사를 작성, 보도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기사는 구체적인 인물의 금품수수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허위내용이 보도될 경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도된 공무원들의 명예뿐만 아니라, 그 제공자인 제이유그룹의 명예 및 신용의 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 2가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서 작성된 이 사건 보고서를 근거로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였다는 점만으로는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5.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원고들의 자기정보통제권 침해에 의한 손해(피고 대한민국)

기초사실 및 갑 제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국가정보원의 원고들에 대한 정보수집의 범위가 광범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1호증의 8의 기재에 의하면 갑 제1호증으로서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 현출된 부분 9쪽 분량 이외 30쪽 가량의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인정된다), 위와 같은 국가정보원의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수사기관 및 언론기관 등에 유출로 인하여 원고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이 침해됨으로써 원고 회사의 기업활동과 관련된 영업상 비밀 또는 원고 주수도의 사생활의 비밀 등의 침해 정도가 심각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정보의 내용도 수사결과 상당 부분 허위인 것으로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자기정보통제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각 10,000,000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

나.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피고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사 내용은 제이유그룹의 다단계판매업을 통한 사기범행 자체와는 관련이 없는 금품수수 및 로비 관련 의혹에 관한 것으로서 그 내용의 대부분이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는바, 이 사건 기사의 허위성의 정도,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된 인테넷 언론매체의 파급효과, 허위내용의 보도로 인한 원고들의 명예 및 신용의 훼손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각 10,000,000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

6.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각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일(이 사건 기사의 게재일) 또는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06. 4. 17.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09. 5. 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피고 2는 피고 대한민국과 각자 위 금원 중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일인 2006. 4. 17.부터 피고 2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09. 5. 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영화(재판장) 이용호 박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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