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카합50252 판매 배포 금지 가처분
채권자
별지1 채권자 목록 기재와 같다.
채권자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도태우
채권자 백*목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수정, 이명규
채무자
김*균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향법 담당변호사 권정호, 하인준
결정일
2021. 5. 13.
주문
1. 채권자들의 신청을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신청취지
채무자는 별지2 목록 기재 서적(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 한다)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거나 배포하여서는 아니 된다. 채무자는 위 서적에 대한 점유를 풀고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속 집행관으로 하여금 이를 보관하게 하여야 한다.
이유
1. 채권자들 주장의 요지
김일성은 유엔(UN)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반인도범죄자인데, 이 사건 서적은 위 김일성 일가를 미화한 책으로서 법원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1)에서 소지·판매·배포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책이고, 통일부는 이 사건 서적에 대하여 출판을 목적으로 반입을 승인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채무자가 이 사건 서적을 일반인들에게 판매·배포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및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고, 헌법 제3조 및 헌법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하고 있어 이 사건 가처분을 구한다.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채무자는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이 사건 서적의 판매 등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당사자적격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판매금지청구와 같은 이행의 소에서는 채권자가 그와 같은 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로써 채권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있는바(대법원 1977. 8. 23. 선고 75다1676 판결 등 참조), 채무자를 상대로 판매금지를 구할 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채권자들은 당연히 당사자적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민사소송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는 권리관계에 관하여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이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채무자가 일반인에게 이 사건 서적을 판매·배포하는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의 금지를 구하기 위한 가처분을 명하기 위해서는 그로 인하여 보전되는 권리가 사법(私法)상의 권리로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한편,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私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私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私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기본권의 침해와 관련한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금지청구권의 인정 여부도 위와 같은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으로 보호되는 법익침해 등의 형태로 논하여야 할 것이다.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채권자들에게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인간의 존엄성 등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인 인격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지만, 인격권에서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는 사법(私法)상의 구체적인 권리가 곧바로 부여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채권자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등 채권자들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채권자들이 대세적인 효력을 가지는 인격권에 기하여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을 것이나, 채권자들 스스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서적의 내용이 채권자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이 사건 서적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서 소지·판매·배포 등을 할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는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행위가 채권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사전적으로 이 사건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나아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권자들은 주로 채권자들 자신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일반인들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서 채권자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하여 이와 같은 신청을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주장 및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구할 피보전권리나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들의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1. 5. 13.
판사
재판장 판사 박병태
판사 인진섭
판사 권경선
주석
1)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 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⑥ 제1항 또는 제3항 내지 제5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