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7. 7. 8. 선고 96도1540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공1997.8.15.(40),2429]
판시사항

[1] 교통사고 운전자가 사고 직후 사고 경위에 관하여 한 진술의 신빙성

[2] 교통사고 발생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본래 교통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의 경위는 이를 잘 알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그 사고 운전자가 사고 직후에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진술한 바가 있다면 그 진술은 진실에 가장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것은 아니다.

[2] 교통사고 발생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노무현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1994. 4. 18. 21:00경 아버지인 공소외 1 소유의 서울 4무7658호 프레스토 승용차를 운전하여 과천시 과천동 남태령고개 도로상을 과천방면에서 사당역방면으로 편도 4차선 도로의 4차선을 따라 시속 약 50㎞ 내지 60㎞로 진행하게 되었는바, 당시 차량들이 과속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야간으로 시야장애가 예상되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자로서는 진로의 전방좌우를 잘 살피고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위 차를 운전하면서 피고인 차 앞으로 끼어 들던 번호 불상의 택시를 보고 운전미숙으로 조향장치를 좌측으로 과대하게 조작하여 3차선으로 급하게 진입한 과실로, 때마침 3차선에서 진행하던 피해자 윤정원 운전의 경기 8보6550호 라보화물차의 우측 앞부분을 피고인 차 좌측 펜더 부분으로 충격하고 계속하여 두 차량이 계속적으로 스쳐 충돌하면서 중앙분리대 쪽으로 진행하여 위 라보화물차 좌측 옆부분으로 1차선으로 진행하던 피해자 손진현 운전의 서울 1투2780호 프라이드 승용차 앞부분을 충격토록 하여, 피해자 윤정원으로 하여금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전두부다발성좌상 등을, 위 라보화물차에 타고 있던 피해자 김경일로 하여금 1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두개골골절상 등을, 피해자 손진현으로 하여금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부염좌상 등을 각 입게 한 것이다.

2. 원심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가. 우선 이 사건 사고 직후 위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피고인까지도 일치하여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경위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위 윤정원 및 손진현에게 사고발생 경위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3차선에서 진행하던 번호 불상의 택시가 갑자기 피고인이 진행하던 4차선으로 끼어 들어와 이를 피하느라고 핸들을 급히 좌측으로 틀어 3차선으로 차선을 침범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고, 그 후 경찰서에 가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그러한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다음날 경찰서에서 제1회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할 때부터 진술을 번복하기 시작하여 그 후로는 계속하여 위와 같은 사고경위를 부인하면서 피고인이 3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려고 후사경을 보는 순간 라보차량이 그 우측 앞부분으로 피고인 운전의 프레스토 승용차 좌측 뒷부분을 추돌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당황하여 핸들을 좌측으로 꺾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위 라보차량의 운전자인 위 윤정원은 일관하여 피고인이 갑자기 3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위 프라이드 승용차의 운전자인 손진현은 경찰에서는 피고인이 3차선으로 급차선변경을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1차선을 진행하던 중 명백히 보았다고 진술하다가, 검찰 1회 진술조서 작성 당시에는 1차선을 진행하던 중 '쿵'하는 소리를 듣고 소리나는 쪽을 보니 프레스토 승용차와 라보 화물차가 나란히 붙어서 진행하고 있었고 프레스토가 4차선에서 3차선으로 진입하여 2차로 큰 충격이 있었으며 위 두 차량 중 어느 쪽이 먼저 접촉을 야기하였는지는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그 이후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경찰에서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차선을 변경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윤정원, 손진현 및 이 사건 사고를 처음 조사한 경찰관 황용, 사고 당일 피고인과 함께 지냈고 사고 직후 현장에 왔던 피고인의 친구 지국보 등은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및 사고 당일 경찰서에서 번호 불상의 택시가 갑자기 프레스토 앞으로 끼어드는 바람에 3차선으로 급차선 변경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위 택시를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라보차량의 동승자인 위 김경일의 형인 김광일은 위 윤정원으로부터 프레스토 차량의 운전자인 피고인의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그러면서도 원심은 위 각 진술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배척하고 있는바, 순차 살펴보기로 한다.

(1) 원심은 먼저, 피고인의 다음과 같은 변소, 즉,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번호 불상의 택시가 갑자기 피고인 운전의 프레스토 앞으로 끼어 들어와 이를 피하느라 핸들을 급히 좌측으로 꺾어 3차선으로 진입하다가 위 라보차량과 1차로 충돌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게 된 것은 당시 면허도 없이 아버지 소유의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게 되어 몹시 당황하였고 왜 사고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잘 모른 채 택시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얘기하면 책임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엉겁결에 위와 같이 얘기하게 된 것이라는 변소에 대하여, 피고인이 위 윤정원, 손진현에게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 현장에 온 친구 지국보에게까지 같은 내용의 얘기를 하였고 경찰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할 때까지 같은 내용의 얘기를 계속하였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으나, 당시 피고인이 나이가 어리고 사회경험이 적은 데다가(19세로서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모델생활을 하고 있었음), 면허도 없고 따라서 운전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아버지 소유의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앞으로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 및 아버지의 꾸지람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고 원인도 잘 알지 못한 채 얼떨결에 위와 같이 허위의 상황을 조작하여 진술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더구나 피고인이 처음 주장했던 문제의 번호 불상 택시가 3차선 또는 다른 차선에서 4차선으로 갑자기 끼어 들었다면 적어도 3차선을 운행하던 위 윤정원은 이를 목격하였을 터인데 그가 이에 관한 진술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점(위 손진현도 위 택시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과, 피고인 역시 위 택시의 번호, 차종, 색깔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택시의 출현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교통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의 경위는 이를 잘 알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그 사고 운전자가 사고 직후에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진술한 바가 있다면 그 진술은 진실에 가장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그런데, 피고인은 원심도 인정하듯이 사고 직후 피해자들이나 다른 목격자들에게는 물론이고 그 후 자신의 친구와 경찰서에 와서까지 위 사고발생에 관하여 자신의 핸들 급좌회전의 잘못을 인정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아무리 운전면허 없이 아버지의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게 되자 어린 나이에 당황한 나머지 자신에 대한 비난과 아버지의 꾸지람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위와 같은 허위의 상황을 조작하여 진술을 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차량을 충격하였다는 위 라보차의 운전자에 대하여 오히려 허위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통상 상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아버지의 꾸지람 등이 무서울수록 오히려 위 라보차의 운전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할 것인 데다가, 피고인의 진술 가운데 급차선변경을 하게 된 것은 택시가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는 진술 부분은 피고인이 자신의 운전미숙으로 인하여 급차선변경을 하여 사고를 내게 된 일방적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하여 허위의 변명으로 내세웠을 수도 있으므로(수사기록 제195쪽 참조), 위 윤정원이나 손진현이 번호 불상의 택시를 목격한 바가 있다는 진술을 하지 아니한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의 위 사고 직후의 진술이 허위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이런 점에서는 위 윤정원, 손진현이 택시에 관하여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은 오히려 그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원심이 지적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에 한 위의 진술을 허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2) 원심은 위 손진현의 진술 중 피고인이 4차선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3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여 위 라보차량과 충돌하는 것을 보았다는 진술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또한 경찰에서는 라보 우측 앞 모서리 부분과 프레스토 좌측 앞바퀴 부분이 최초로 충돌하였다고 진술하다가(수사기록 36쪽)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라보의 앞부분과 프레스토의 뒷부분이 최초로 충돌하였다고 진술하는 등(공판기록 64쪽) 그 진술에 모순이 있어 동인이 프레스토와 라보의 1차 충돌 상황을 제대로 목격하였다고 보여지지는 않으므로 이를 믿을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당시는 야간으로서 1차선을 진행하던 위 손진현이 3차선, 4차선을 달리던 두 차량 사이에 일어난 사고경위를 최초의 순간부터 정확하게 목격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의 진술 가운데 프레스토가 3차선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중요한 부분에 관하여는 대체로 진술이 일관되어 있으므로, 원심이 지적하는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손진현의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원심은 피고인의 급차선변경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라보차량의 운전자인 위 윤정원의 진술과 피고인이 사고 직후 자신의 차선변경사실을 시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위 윤정원, 손진현, 황용, 지국보의 각 진술은 아래 (가)항에서 보듯이 사고 이후 나타난 객관적 자료들이 피고인의 급차선변경으로 인하여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명백히 배치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 또한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 원심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즉,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 이홍석의 원심 증언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의 기재 및 그에 첨부된 각 사진의 영상(수사기록 81쪽 이하), 사설기관인 교통사고해석연구원을 운영하는 홍성민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과 동인이 작성한 교통사고해석보고서의 기재 및 그에 첨부된 각 사진의 영상(공판기록 23쪽 이하),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교통사범 지휘품신에 첨부된 각 사진의 영상(수사기록 113쪽 이하)에 의하면, 이 사건 도로의 4차선 오른쪽 부분에서 시작한 프레스토의 우측 앞바퀴의 요마크(yaw-mark, 자동차 무게중심에는 힘이 세 방향에서 작용하는데, 하나는 롤링모멘트라고 하여 구르려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요모멘트라고 하여 회전하려는 힘이며, 나머지 하나는 피칭모멘트라고 하여 앞으로 진행하려는 힘인데, 통상 스키드마크는 피칭모멘트가 제어되어 노면에 나타나는 바퀴자국을 말하고, 요마크는 과대한 요모멘트가 발생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회전상(회전상) 바퀴트레드흔으로 나타나는 것임, 수사기록 제171쪽 참조)가 15.8m의 비교적 긴 궤적을 그리며 3차선 쪽으로 완만하게 나 있는 사실, 위 프레스토의 요마크는 3차선에서 심하게 꺾여 진행방향 전방으로 이어져 있고 위 요마크가 급히 꺾인 지점부터 위 라보차량의 바퀴 끌린 자국이 나타나 있는 사실, 프레스토의 좌측면에는 뒷바퀴 윗부분 주유구가 있는 차체면과 뒷바퀴 펜더 뒤쪽에 충격방향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난 라보차량과의 충격흔적이 있고, 앞바퀴 펜더 위쪽 부분과 운전석 쪽 앞문에 충격방향이 좌전방에서 우후방으로 난 라보차량과의 충격흔적이 있으며, 프레스토 좌측 뒤범퍼 하단부에 라보의 타이어 측면부분으로 회전상(회전상) 충격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는 사실, 라보차량의 우측 앞범퍼 및 전면부위가 프레스토와의 충격으로 인해 심하게 파손되어 있고 라보의 좌전면 모서리에 사고 프라이드의 우전면 모서리부분과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강한 충격흔이 있는 사실 등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① 프레스토는 4차선을 진행 중 어떤 연유에서였던지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하려는 요모멘트(yaw-moment)가 발생하여 이를 충분히 제어하지 못한 채 중앙분리대 쪽으로 원주(원주)운동을 하면서 3차선까지 요마크를 생성시키게 되었는데, 택시가 갑자기 끼어듦으로 인해 프레스토가 3차선으로 급차선 변경을 하여서는 15.8m에 이르는 완만한 형태의 요마크가 생성될 수 없고, 오히려 프레스토 좌측 뒤펜더 부위가 라보의 우측 전면부위에 충격되어 차체가 시계반대방향으로 원주운동을 하려 하면서 위와 같은 요마크가 생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이라 할 것이고, ② 또한 3차선상에 프레스토의 요마크가 급하게 방향을 꺾었고 라보차량의 바퀴 끌린 자국이 나타나 있는 것으로 보아 3차선에서 위 프레스토와 라보가 심하게 충격한 것으로 보이고, 프레스토의 좌측면에는 충격방향이 상이한 충격흔이 있어 프레스토와 라보는 서로 두 차례 충격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프레스토가 급차선변경을 하여 라보와 3차선에서 1차로 충격을 하였다면 나머지 한 번의 충격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해지며, 반면에 피고인 주장과 같이 라보가 4차선에서 프레스토를 1차 충격하고 이어 프레스토가 3차선으로 진입하여 라보와 2차 충격하였다고 보면 위 두 번의 충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지고(물론 3차선으로 급차선변경하여 진입하는 프레스토의 좌측 앞바퀴 펜더부위를 라보의 우측 전면부위로 1차 충격하고 그 충격으로 라보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프레스토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라보의 우측 뒤적재함 부분과 프레스토의 좌측 뒤펜더 부분이 맞물려 2차 충격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가정은 위 프레스토의 요마크흔적, 프레스토 좌측 뒤범퍼 하단부위에 있는 라보 타이어의 흔적, 프레스토 운전석 문짝에 나타나 있는 라보와의 충격흔적, 프레스토 좌측 앞바퀴 펜더 윗부분에 나타나 있는 충격의 방향이 좌전방에서 우후방으로 난 사실 등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③ 라보운전자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대로 라보의 우측 전면부위로 4차선에서 3차선으로 진입해 오는 프레스토의 좌전면 펜더부위를 충격하였다면 프레스토의 충격부위에는 그 충격방향이 좌후방에서 우전방으로 난 충격흔이 있어야 할 텐데 실제는 좌전방에서 우후방으로 충격흔이 나 있어 그 설명이 불가능해지는 점 등의 사정이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이유들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으로서 이 사건을 감정한 이홍석은, 최초 4차선에서 라보가 프레스토보다 빠른 속도로 프레스토 좌측을 뒤따라 가던 중 라보가 프레스토와의 추돌을 피하려고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라보의 우측 앞바퀴와 전면부위로 프레스토의 좌측 뒤범퍼 하단부위와 뒤펜더부위를 충격하여 프레스토의 충격부위에 타이어의 회전상 충격흔과 충격방향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난 충격흔을 발생시키고, 프레스토는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하려고 하는 요모멘트가 발생하여 4차선에서 3차선 쪽으로 요마크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위 충격 이후 라보는 좌회전상으로 이동하면서 속도가 느려지게 되었고 프레스토는 추돌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여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3차선으로 진입하면서 라보보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빨라지게 되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3차선에서 프레스토의 좌전면부위로 라보의 우측 전면부위를 충격하여 프레스토 좌측 펜더 윗부분에 충격방향이 좌전방에서 우후방으로 난 충격흔을 발생시키게 되었다고 감정하고 있고, 교통사고해석연구원을 운영하는 위 홍성민 역시 위와 같이 4차선에서 라보가 프레스토를 최초로 충격한 이후 라보의 속도가 프레스토의 속도보다 상대적으로 빨라 라보의 우전면 모서리 부위가 프레스토의 좌측면 앞모서리 뒷부분에 이르렀을 때 3차선에서 뒤따라 오던 프라이드(위 이홍석은 공소장기재와는 달리 프라이드 승용차가 3차선에서 진행 중이었다고 결론짓고 있다)의 우전면 모서리 부위가 라보의 좌측면 앞모서리부위를 충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위 3대의 차량이 3차선에서 거의 동시에 3중 충돌하면서 프레스토의 좌전면 펜더 윗부분에 충격방향이 좌전방에서 우후방으로 난 충격흔을 발생시키고 프레스토의 좌측면 주유구 부위는 라보의 우측면 적재함 끝부분에 충돌하기에 이르렀다고 결론짓고 있는바, 위 양인은 사고의 전 과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가정을 하고 있으나 최초 라보가 프레스토를 충격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결론을 같이 하고 있다.

(나) 그러나,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사고의 발생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① 우선 요마크는 반드시 충격시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수사기록 제173, 174쪽 참조). 그리고, 기록(수사기록 제147, 149쪽 참조)에 의하면,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핸들을 좌측으로 꺾으며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운전이 미숙하여 악셀레이터(가속페달)를 밟아 차가 좌측으로 진행하면서 3차선으로 진입을 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사고 장소는 피고인 차량의 진행방향에서 보아 오르막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토대로 하여 볼 때, 피고인이 어떤 이유에서(당초 진술과 같이 택시가 급진입하는 바람에 놀라서이든지 아니면 운전미숙 기타 다른 사유로든지 간에) 갑자기 핸들을 좌측으로 꺾으면서 운전면허가 없이 운전이 미숙한 나머지 계속하여 악셀레이터를 밟으면서 오르막길을 진행하였다면 위 라보가 뒤에서 충격하지 않은 경우에도 원심이 말하는 요마크가 생길 수 있다고 할 것이다.

② 그리고, 원심 인정과 같이 위 라보가 4차선에서 위 프레스토를 추돌하여 그 좌측 주유구 부분에 보이는 충격흔적을 남겼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위 라보가 4차선 좌측 후방에서 우측 전방으로 비스듬한 방향에서 진행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것으로서 이 경우 그 방향에서 진행하던 위 라보가 바닥에 아무런 바퀴자국을 남기지 않은 채 다시 방향을 3차선 쪽으로 급히 꺾어 원심이 말하는 2차 충돌지점에서 강한 충돌을 하면서 그 곳에 처음으로 바퀴흔적을 남기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위에서 본 사정에다가 위 손진현의 앞서 본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위 프레스토가 4차선 쪽에서 도로 진행방향과 거의 수직으로 3차선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위 라보차량의 운전자인 윤정원이 발견하고 이를 피하면서 3차선에서 위 프레스토 뒷부분을 가볍게 들이받아 1차 충돌을 하면서 원심이 말하는 프레스토 좌측 주유구 부분의 충격흔적을 발생시켰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하는 바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말하는 위 2차 충돌지점에서 위 프레스토 좌측 전면부와 라보 우측 전면부가 강한 충돌을 한 후 위 프레스토는 시계방향으로 급하게 방향을 꺾으면서 회전하고 위 라보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상당한 각도로 회전하면서 계속적으로 스쳐 충돌하면서 중앙분리대 쪽으로 진행하여 위 프레스토가 그 곳 화단 위에 올라간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일련의 충돌과 그 후 최종적으로 정차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위 프레스토 좌측 부분에 원심이 지적하는 충격방향의 각 충격흔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부정할 것은 못 된다 할 것이다(원심도 이러한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아니하고 있다).

③ 한편, 위 프레스토는 오래된 낡은 차량으로서 왼쪽 후사경 부분에 위 라보차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녹색 페인트 흔적이 남아 있고(수사기록 제85, 101, 136, 176쪽 참조) 다른 부분에도 스친 흔적 등이 남아 있는 상태로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도 위 프레스토에 남은 흔적들이 위 라보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위 프레스토에 남아 있는 충격방향이나 충격흔적이 반드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고 단정할 것도 못 된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충격방향이나 충격흔적만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여러 증거들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④ 그리고, 원심이 들고 있는 위 이홍석, 홍성민의 감정은 우선 피고인이 좌측으로 꺾으면서 계속하여 악셀레이터를 밟았다는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다음으로 위 프레스토 차량에 남아 있는 충격방향과 충격흔적을 모두 이 사건 사고 당시에 생긴 것으로 가정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인 데다가 그 감정결과 자체도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므로 이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것은 못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다. 결국 원심이 그 설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최종영 정귀호(주심) 이돈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