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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광주지방법원 2020.12.18. 선고 2020고합426 판결
국가공무원법위반,공직선거법위반
사건

2020고합426 국가공무원법위반, 공직선거법위반

피고인

A

검사

박상희(기소), 김연수(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20. 12. 18.

주문

피고인을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광주 서구 C에 있는 D중학교에서 한문교사로 재직 중인 교육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권유 운동 및 선거 운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날인 2020. 4. 14. 21:51 무렵부터 선거당일인 4. 15. 00:21 무렵까지 자신의 주거지에서, 자신의 중학교 제자였던 선거권자인 E, F, G, H 등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낼은 무슨 날인고? 너희는 뭣을 해야하는고?", "그럼 몇 번 찍어야 하는고? 대답해라", "틀리면 축사망" 등 메시지와 '투표들 정신차리고 해! 내가 똑똑히 쳐다 본다! 나의 미래가 걸려 있다!'라는 문구가 삽입된 그림, 'I의 J사랑 메시지, K번 L정당, M번 N정당, J I와 손잡았다, 코로나치료제 함께 만들자'라는 문구가 삽입된 그림, '우리동네 투표는 K 번째 칸(L정당), 비례대표 투표는 O 번째 칸(N정당), 일찍 투표하고 오자!'라는 문구가 삽입된 그림, '다음 정부는 J 정부가 아니라 L정당 정부, 기호 K번 L정당, 기호 M번 N정당' 문구가 삽입된 그림,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투표는 한다!!'라는 문구가 삽입된 그림 등(각 학생에게 보낸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유사하므로 이하 이들을 포괄하여 '이 사건 메시지'라고 칭한다)을 송부하였다.

이로써 공무원인 피고인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를 하도록 하는 권유 운동을 함과 동시에,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한 선거운동을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 진술

1. P, Q, F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인터넷 화면 출력(피고인이 교육공무원인 사실에 관한 것)

1. E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 [증거목록 순번(이하 '순번'이라고 한다) 3, 10, 11], F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순번 5, 16, 17), G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순번 6), H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순번 31), 각 수사보고(F 진술 청취, H 진술 청취)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특정 정당 지지 위한 투표 권유 운동: 국가공무원법 제84조 제1항, 제65조 제2항 제1호(포괄하여)

○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의 선거운동: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2호, 제60조 제1항 제4호(포괄하여)

2.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국가공무원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

3. 자격정지

4. 선고유예할 부분의 형

징역 6개월

5. 선고유예 부분

형법 제59조 제1항, 제2항(하나의 죄에 대하여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해야 할 경우에도, 자격정지형에 대하여는 선고하면서 징역형에 대하여는 선고를 유예할 수도 있다. 대법원 1976. 6. 8. 선고 74도1266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개월 ~ 3년 및 자격정지 1년 ~ 3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국가공무원법위반죄와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서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그런데, 양형기준은 상상적 경합범에 대하여 별도의 처리방식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형이 더 무거운 국가공무원법위반죄에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도 않다.

3. 선고형의 결정(= 자격정지 1년) 및 징역형의 선고유예 이유

가. 범행의 개요

이 사건은 공립학교 교원으로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투표 권유 운동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피고인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전날 과거 중학교 제자로서 이제 막 선거권을 갖게 된 4명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내용으로 기표하도록 권유한 사안이다.

나. 불리한 정상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그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필요가 있으므로 자격정지형 부분은 그대로 선고하기로 한다.

1)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대한민국헌법 제7조 제1항 전문), 정치적 중립성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대한민국헌법 제7조 제2항). 공무원은 정치 운동이 금지되는데(국가공무원법 제65조), 그중 하나로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하여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 제1호), 같은 취지에서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4호, 이하 '선거운동'이라 할 때는 위 투표 권유 운동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대한민국헌법 제31조 제4항), 정치적 중립성의 요청에 따른 선거운동의 금지는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교육공무원에게까지 요청된다. 만약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면, 교육공무원의 지위와 권한을 특정 개인을 위한 선거운동에 남용할 소지가 많게 되고, 자신의 선거운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으로 직무를 집행하거나 관련 법규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는 등, 그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법률이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헌법재판소 2019. 11. 28. 선고 2018헌마2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그럼에도 피고인은 선거일에 임박한 시점에 위와 같은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였다. 더군다나 그 방법이나 이 사건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과거 제자들에게 갑자기 연락을 하여 일방적이고 노골적이며 지시하듯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도록 요구한 것이어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할 때 어떠한 가치관만을 응당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틀린 것으로 취급하며 이를 마치 학생들에게 주입하듯이 상대방에게 말하였다. 이 사건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들은 단순히 대등한 사인간의 관계에서 투표 권유나 정보 제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으로부터 특정한 정치성향을 강요받았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핵심요소로 하는 민주주의 이념에 정말로 부합하는 것이었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4) 피고인은 2013. 4. 24. 광주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 그 범죄사실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인 2012. 8. R 주최의 S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문제를 출제하면서 피해자 T에 관한 허위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고인은 과거에도 교육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배되는 듯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다. 유리한 정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징역형 부분은 선고를 유예함이 타당하다.

1) 피고인의 행위는 교육공무원으로서 직무와 관련하거나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한 것이 아니다. 4~5년 전 중학생 시설 제자였지만 이제는 어엿하게 선거권을 가진 성인들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하여 안부를 물은 후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서,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교육공무원으로서 직무나 지위와는 무관한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 행위이다. 비록 피고인의 행위가 현행법상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과의 관계에서 볼 때 교육활동영역 외의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관하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는 점(헌법재판소 2019. 11. 28. 선고 2018헌마222 전원재판부 결정에서도 재판관 3인의 위헌의견이 있었다)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법률이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원래의 목적 측면에서는 위법성의 정도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2) 피고인의 행위는 비공개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학생들은 감수성, 모방성, 수용성이 왕성하여 교육공무원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교육공무원의 활동은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므로, 교육공무원의 경우에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고인은 이미 성인이 된 과거 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였기 때문에 이로 말미암아 현재의 제자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3) 이 사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4명의 과거 제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것뿐이다. 이미 성인이 된 그들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피고인의 행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이로 말미암아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도 매우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4) 고발인은 피고인이 다른 과거 제자들에게도 이 사건 메시지를 보냈고,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들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심법원의 양형에 관한 재량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의 죄책에 관한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 사실심법원이 피고인에게 공소가 제기된 범행을 기준으로 범행의 동기나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조건으로 포섭되지 않는 별도의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사정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춘 증거에 따라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양형조건으로 삼아형의 양정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35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가 신청한 증거들만으로는 고발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 법원은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인 '4명의 과거 제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행위를 놓고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할 수밖에 없다.

5) 피고인은 교육공무원이라 하더라도 교육활동영역 외의 사적인 영역에서는 시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사적인 영역에서 하는 선거운동도 법률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앞으로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6) 피고인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위반죄(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공직선거법위반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처럼 선거범과 다른 죄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선거범의 분리 선고가 허용되지 않으므로(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은 선거범과 다른 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을 때만 선거범을 분리 선고하도록 한 취지이다), 피고인은 그중 중한 죄인 국가공무원법위반죄에 정한 형(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필요적 병과)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징역형 부분을 선고하면 그 전부가 선거범에 대한 형으로 취급되어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참조), 그 징역형을 기준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권, 피선거권 및 공무담임권 등의 제한(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 제19조 제1호, 제60조 제1항 제3호, 제266조 제1항 참조)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위반죄에 대한 형으로는 벌금형이 적정한 사안도 결국 국가공무원법위반죄에 대한 징역형을 기준으로 하여 선거권, 피선거권 및 공무담임권 등에 관하여 보다 장기간의 제한이 발생하는 불합리가 있다. 이러한 입법상 흠을 피고인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7) 이 사건으로 징역형 부분의 형을 선고하게 되면 피고인은 교육공무원 직에서 당연히 퇴직할(교육공무원법 제43조의2, 제10조의4 제1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3, 4호)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지급도 일부 제한이 된다(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앞서 본 1) 내지 3)과 같은 유리한 정상들을 감안하면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지급까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죄형 균형의 원칙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8) 피고인은 23년간 중학교 교사로서 근무하면서 열의를 갖고 학생들을 지도해 온 것으로 보인다. 동료 교사와 과거 제자 몇몇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라. 결론

이러한 사정들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노재호

판사 차기현

판사 차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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