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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도11404 판결
[의료법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사기][미간행]
판시사항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기 위한 요건 및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 /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고도 담당변호사 이용환 외 6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8. 17. 선고 2022노33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료법 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고 한다)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재단명 생략)(이하 ‘이 사건 의료법인’이라고 한다)의 설립허가를 받아 그 명의로 (병원명 1 생략) 및 (병원명 2 생략)(이하 ‘이 사건 각 의료기관’이라고 한다)을 개설한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각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위 각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을 개설하는 것처럼 외관을 가장한 뒤 실질적으로는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자신의 개인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

이러한 사정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

그중 전자의 경우,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는 등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

후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을 부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여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한 다음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1) 피고인은 이미 의료인 개인 명의로 운영하던 의료기관을 의료법인을 통하여 운영할 목적으로 직접 이 사건 의료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을 출연하여 법인 설립과정 전반을 주관하였고, 의료법인 설립 후에도 형식적인 이사회를 둔 채 주요 사항들을 주도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당연히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이 사건 각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한 경우 또는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야 한다.

2) 그런데 기록상 이 사건 의료법인에 대하여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설립허가가 이루어지는 등 피고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채로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 갖추기 위한 설립을 함으로써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3) 그러나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 없이 스스로 급여를 책정하고 재단 명의 법인카드를 임의사용하는 등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에 이르기까지 인정된 사실관계만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과 피고인 개인재산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거나 실질적 관점에서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되어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추가적으로 심리·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및 경위를 비롯하여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이 사건 의료법인의 규모, 수익 등에 비추어 수령한 급여액이 합리적인 범위를 지나치게 초과하는지 여부, 특히 이 사건 의료법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사건 각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시·도지사의 관리·감독을 받았는지,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한 사정은 없는지, 그와 같은 관리·감독하에 재산 유출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의료법 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이 부분과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각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안철상(주심) 노정희 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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