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의 과잉 원외처방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또는 제2항 에 근거하여 의료기관으로부터 약제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 처분의 효력(=당연무효)
[2]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을 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을 하였음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제비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의료기관으로부터 징수한 사안에서, 그 징수처분은 당연무효이므로 의료기관은 공단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게 되나,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을 한 의료기관으로서는 공단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므로, 공단은 의료기관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위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에 의한 부당이득의 징수 대상자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인바, 설령 의료기관이 과잉 원외처방을 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용지출을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단으로부터 약제비 상당의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의료기관이 아니고, 과잉 원외처방과 관련하여 약국 등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스스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것도 아니므로,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약국 등 보험급여를 받은 자 역시 위 조항에 근거한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의료기관이 과잉 원외처방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허위의 진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같은 법 제52조 제2항 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하여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공단이 같은 법 제52조 제1항 또는 제2항 에 근거하여 의료기관으로부터 위 약제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이다.
[2] 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급여의 기준을 법으로 정하여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목적을 위하여 설정된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인정하고 요양급여의 범위나 방법에 대한 판단에 있어 의료기관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있고, 요양급여기준은 법이 요양급여의 기준을 법정하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요양급여를 방지하고 요양급여와 비용의 합리성을 확보하여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최대한의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인바, 결국 위 요양급여기준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 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법률상 위임근거가 있는 법규명령이고 강행규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정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이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응 위법성이 인정된다.
[3]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을 하였음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국에게 지급한 약제비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의료기관으로부터 징수한 사안에서, 그 징수처분은 당연무효이므로 의료기관은 공단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게 되나,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을 한 의료기관으로서는 공단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므로, 공단은 의료기관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위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 제2항 [2]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 제10조 , 제11조 , 민법 제750조 [3]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 , 제52조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 제10조 , 제11조 , 민법 제492조 , 제741조 , 제750조
참조판례
원고, 피항소인
서울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두륜)
피고, 항소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권광중)
변론종결
2009. 7. 16.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186,710원 및 이에 대한 2007. 8. 1.부터 2009. 8. 27.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가. 가지급물반환신청에 기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4,106,512,164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12. 27.부터 2009. 8. 2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의 나머지 가지급물반환신청을 기각한다.
다. 위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4. 소송총비용(가지급물반환 신청비용 포함) 중 9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106,712,020원 및 그 중 1,755,550원에 대하여는 2002. 1. 1.부터, 93,134,840원에 대하여는 2003. 1. 1.부터, 1,228,398,470원에 대하여는 2004. 1. 1.부터, 751,592,430원에 대하여는 2005. 1. 1.부터, 1,550,309,000원에 대하여는 2006. 1. 1.부터, 171,981,650원에 대하여는 2007. 1. 1.부터, 309,540,080원에 대하여는 2007. 8. 1.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2007. 8. 10.)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가지급물반환신청취지
원고는 피고에게 4,106,712,020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12. 27.부터 2009. 8. 27.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을 제15호증, 을 제16호증의 4, 을 제23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에 의하여 설립된 국민건강보험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0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요양기관이고, 피고는 법 제3장의 규정에 따라 설립된 건강보험의 보험자이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이라 한다)은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법 제55조 에 의하여 2000. 6. 29. 설립된 법인이다.
다. 보험급여 지급은, 가입자가 요양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은 후, 요양기관이 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청구를 하고, 심사평가원은 그 청구된 내용이 법 제39조 제2항 , 제3항 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고시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이하 위 규칙과 고시를 합하여 ‘요양급여기준’이라 한다) 등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지급금액을 확정하여 심사결과를 요양기관 및 피고에게 통보하고, 피고는 이에 따라 요양기관에게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법, 시행규칙 및 요양급여기준 규정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라. 과거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에는 의료기관이 진료·처방·조제까지 실시하였으므로 의료기관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에 약제비에 관한 요양급여지급청구를 하였고,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은 약제비 청구가 법령의 기준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구 의료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폐지되기 전의 법률, 이하 ‘구 의료보험법’이라 한다) 제45조 제1항 및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폐지되기 전의 법률, 이하 ‘구 국민의료보험법’이라 한다) 제44조 제1항 ( 법 제52조 제1항 과 유사함)에 의하여 약제비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의료기관으로부터 징수하였는바, 이는 위 규정들에 의한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청구한 의료기관’과 같았기 때문이다.
마. 그런데 의약분업이 2000. 7.부터 실시되어 요양급여 실시가 의료기관의 진료와 약국의 조제로 구분된 결과, 약제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요양기관은 당해 의료기관이 아니라 약국이 되었으나, 피고는 여전히 의약분업 이전과 같이 의료기관의 처방전 발급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다고 통보받은 경우 법 제52조 제1항 에 근거하여 약국이 지급받은 약제비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그 처방전을 발급한 의료기관으로부터 징수하여 왔다.
바. 의약분업 실시 후의 처방전 발급, 요양급여(진료비 및 약제비)청구, 삭감 및 징수처분의 관계는 아래 도표와 같은바, 이와 같이 피고는 의료기관이 수령하였던 진료비(이 사건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물론, 약국이 수령하였던 약제비까지도 의료기관으로부터 삭감 또는 징수하였다.
사. 이러한 피고의 약제비 징수 조치에 대하여 의료기관들이 그 징수처분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여, 의료기관에게 약제비 징수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두7037 판결 )에 이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징수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는 판결(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두6642 판결 )이 선고되기에 이르렀다.
아. 한편, 원고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인 2001. 6.경부터 2007. 5.경까지 건강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들에 대하여 처방전을 발급하고 심사평가원에 심사청구를 하였는데, 심사평가원은 원고 소속 의사들이 원외처방전을 발급함에 있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하 ‘식약청장’이라 한다)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등의 처방을 한 부분을 삭감하여야 한다는 심사결과를 피고에게 통보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는 2001. 11. 13.경 원고에게 차기 요양급여비용 지급시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통보를 받은 약제비용을 차감함으로써 이를 징수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고 징수처분을 한 이후, 계속하여 2007. 7.경까지 원고에게 지급할 요양급여비용에서 위 약제비용을 징수, 차감한 나머지 금원만을 지급하여 왔다(피고는 위 대법원 2006두6642 사건의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 2004구합18108 판결 이 선고된 후인 2006. 3. 3. 이후에는 위 징수처분과 아울러 일부 요양급여비용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의 상계를 함께 통보하기도 하였다).
자.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2001. 6.경부터 2007. 5.경까지의 요양급여비용 중 징수처분에 의하여 지급을 차감·거절한 액수는 합계 금 4,044,586,658원에 이른다.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지급을 구하는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권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인정되는 권리로서 심사평가원의 심사결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권리에 해당하는데, 원고의 요양급여규정 위반으로 피고가 추가 지출하게 된 금액에 관한 공정력 있는 심사평가원의 심사결정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의 불복을 하지 아니하여 그 심사결정이 확정되었는바, 심사평가원의 심사내용을 다투지 아니한 채 곧바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징수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로서, 반드시 심사평가원의 심사결정에 대한 불복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법 제52조 제1항 은, 피고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은, 제1항 의 경우에 있어 요양기관의 허위의 진단에 의하여 보험급여가 실시된 때에는 피고는 요양기관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하여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법 제52조 제1항 에 의한 부당이득의 징수 대상자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인바, 설령 원고가 과잉 원외처방을 함으로써 피고의 비용지출을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로부터 약제비 상당의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원고가 아니고, 과잉 원외처방과 관련하여 약국 등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스스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것도 아니므로, 원고는 물론이고 약국 등 보험급여를 받은 자 역시 법 제52조 제1항 에 근거한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법 제52조 제2항 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보더라도, 원고가 과잉 원외처방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허위의 진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법 제52조 제2항 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하여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법 제52조 제1항 또는 제2항 에 근거하여 원고로부터 위 약제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두6642 판결 참조).
그렇다면 피고의 위 징수처분이 무효가 됨으로써 충당 또는 차감행위 역시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고, 피고는 지급을 거절하였던 위 요양급여비용 합계 4,044,586,658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피고가 지급을 거절한 요양급여비용이 위 인정 금액을 넘는 4,106,712,020원이라고 주장하나, 을 제15호증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지급을 거절한 요양급여비용이 위 인정 금액을 넘는 4,106,712,020원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인정 금액을 넘는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시효소멸 항변
(1) 피고는, 법 제79조 제1항 제3호 에 의하면 ‘보험급여비용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07. 8. 3.로부터 3년 전인 2004. 8. 3. 이전에 ‘원외처방 약제비’로 차감·징수한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시효완성으로 소멸된 것이라고 항변한다.
(2)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을 권리’가 아니라, 피고가 법 제52조 에 근거하여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통보를 받은 약제비용을 차감·징수한 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이유로 그 차감·징수한 부분에 상당하는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162조 제1항 에 정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할 것이고, 원고가 반환을 구하고 있는 것은 2001. 6.경부터 2007. 5.경까지의 요양급여비용 중 징수처분에 의하여 지급이 차감·거절된 금액으로서 아직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 항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법 제40조 에 의한 의료기관인 원고로서는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기 위하여 요양급여기준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는 법규정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거나, 또는 법규정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제도 관련자들 사이의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거나, 아니면 넓은 의미의 채권관계에서 발생한 부수적 주의의무로 인정되는 것인데, 원고가 위와 같은 준수의무를 위반하여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여 피고로 하여금 약제비용 4,044,586,658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니, 원고에 대한 위 채무불이행에 기한 위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에 대한 위 채무와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피고는 위 법에 의하여 설립된 공법인이고, 피고의 회계연도는 정부의 회계연도에 따르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예산안 승인 및 결산보고를 거쳐야 하며( 법 제33조 내지 제35조 ), 요양기관은 그 지정이 강제되고( 법 제40조 ), 피고가 법 제52조 에 의하여 요양기관에게 보험급여 징수처분을 한 경우 이를 다투는 요양기관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 하고( 법 제78조 ), 피고는 위 금원을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으며( 법 제70조 ),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처분을 할 수 있는바( 법 제85조 ), 위 규정에 비추어 보면, 요양기관과 피고 사이에서는 위 법이 정하는 공법상의 법률관계가 발생할 뿐, 사법상의 채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사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합의 또는 이러한 책임을 전제로 하는 법률관계의 형성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거나, 사법상의 채권관계에서의 부수적 주의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 항변 및 재항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요양급여기준은 강행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데, 원고 소속 의사들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배되는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강행규정 위반행위로서 위법하고, 이로 인하여 피고는 위 처방전에 따라 약국 등에게 불필요한 약제비 4,044,586,658원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니, 원고에 대한 위 불법행위에 기한 위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에 대한 위 채무와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국민건강보험은 헌법 제36조 제3항 에 따라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를 구현하기 위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법 제1조 ), 위 법은 모든 국민에게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을 강제하고, 법정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여 강제로 징수하며, 보험급여의 기준도 법으로 정하여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목적을 위하여 설정된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인정하고 요양급여의 범위나 방법에 대한 판단에 있어 의료기관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고, 요양급여기준은 법이 요양급여의 기준을 법정하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요양급여를 방지하고 요양급여와 비용의 합리성을 확보하여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최대한의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인바( 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6헌마417 결정 참조), 결국 위 요양급여기준은 법 제39조 제2항 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법률상 위임근거가 있는 법규명령이고 강행규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 할 것이고(구 의료보험법에 관한 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두12267 판결 등 참조), 더욱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0조 , 제11조 , 제5조 제1항 [별표1] 제3의 가(2)항 등에 의하면, 요양기관 등은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에 대하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게 요양급여대상 여부의 결정을 신청하여 그 결정을 받아 피고나 환자 측으로부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고,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사항이 정하여져 있는 의약품 중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의 경우에는 허가사항의 범위를 초과하여 처방·투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증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로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약제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공고한 범위 안에서 처방·투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요양급여기준은 의약계 전문가의 의견 등을 반영하여 마련된 것으로서 일응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 할 것이므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정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이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응 위법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또한,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심사평가원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이미 수차례의 공문을 통하여 요양급여기준 및 고시 내용을 벗어나거나 의학적 관점에서 적절하지 못한 처방 등 상병명과 처방내역을 비교하여 부적절하거나 과다 처방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적정한 약제비 및 처방료, 조제료를 조정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을 통하여 각 의료기관에게 고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원외처방을 함에 있어 고의·과실도 인정된다).
그런데 위 거시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01. 6.부터 2007. 5.까지 내원한 환자들에 대하여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여 피고로 하여금 약국 등지에 약제비용 명목으로 4,044,586,658원을 지급하게 함으로써 피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외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입증이 없는 한, 원고는 피고에게 일응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위 4,044,586,658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의 피고에 대한 앞서 본 이 사건 4,044,586,658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같은 금액 상당의 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다고 할 것이고, 상계 의사표시가 포함된 피고의 이 사건 2007. 10. 5.자 답변서의 송달로 인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상계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상계 항변은 일응 이유 있다.
(3)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가) 이에 대하여 원고는, 요양급여기준이 의사의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보다 우선할 수 없고, 원고 소속 의사들이 요양급여기준과 달리 약을 원외처방한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이는 불법행위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사유인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상계가 인정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재항변한다.
(나) 살피건대, 의사에게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가 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요양급여기준을 어긴 원외처방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관하여 요양급여기준과 달리 약을 원외처방한 것이 당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는 구체적 사정에 관하여 주장·입증이 있어야만 할 것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나는 총 4,044,586,658원 상당의 원외처방 전부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 것이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래 (다)항에서 인정한 경우들 외에는, 이를 인정할 구체적 사정에 관한 원고의 주장·입증이 없다.
(다) 다만,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4, 갑 제7호증의 1 내지 4, 갑 제8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1 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환자 소외 2 , 3 , 4 , 5 , 6 에 대하여 [별지 2] ‘처방내용’란 기재와 같은 처방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별지 2] ‘피고 주장(거절사유)’란 기재와 같은 사유를 들어 총 186,710원(= 소외 2 모빅캅셀 7.5㎎ 28,360원 + 소외 3 스틸녹스정 4,870원 + 소외 4 카프릴정 25㎎/A 22,950원 + 소외 5 메소칸캅셀 127,980원 + 소외 6 엠티엑스정 2,550원) 상당의 보험급여를 차감·거절하였는데, ① 먼저, 소외 2 환자의 경우를 보면, 요양급여기준상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투약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모빅캅셀을 만 3세인 소외 2 에게 투여하도록 처방하였는데, 이는 모빅캅셀에 앞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테노캠을 처방하였으나 환자가 복용 후 구토와 복통증상을 호소하고 간수치가 상승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모빅캅셀을 처방한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이미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정보가 상당량 축적되어 있는 상태였고, ② 소외 3 환자의 경우, 진단명과 관계없는 스틸녹스정을 처방하였는데, 이는 기왕의 질환인 당뇨병과 고협압 외에 추가로 불면증을 호소하여 기왕의 질환에 대한 약 처방과 함께 새로운 증상인 불면증에 적합한 약인 스틸녹스정을 처방한 것이었으며, ③ 소외 4 환자의 경우, 요양급여기준상 소아에게 투약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카프릴정을 만 6세인 소외 4 에게 처방하였는바, 이는 소외 4 가 단심실 환자로서 3차례에 걸쳐 폰탄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에도 심실에 상당한 부담이 있고 심실비대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에 원고가 적극적으로 혈관수축 작용을 하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품인 카프릴정을 처방한 것으로서, 카프릴정은 이미 많은 소아에게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고, 외국에서는 소아뿐만 아니라 신생아에게까지 투여하고 있는 상황이며, ④ 소외 5 환자의 경우, 병용이 금지된 동맥경화용제인 메소칸캅셀을 플라비스정과 병용 처방하였는바, 이는 평소 뇌경색, 고지질혈증, 심장부정맥, 고혈압 등을 앓고 있어 뇌졸중 발생의 위험이 큰 환자에게 항혈소판제 한 가지를 사용하였지만 환자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할 수 없이 항혈전제인 메소칸캅셀을 추가로 처방한 것인데, 메소칸캅셀과 플라비스정은 같은 동맥경화용제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서로 작용기전이 다르고 효능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⑤ 소외 6 환자의 경우 테노캄정과 병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methotreaxate 성분인 엠티엑스정을 병용하여 처방하였는바, 이는 소아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하였으나 그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methotreaxate 성분인 엠티엑스정을 병용 투여한 것인데, 이러한 치료법은 소아 류마티스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병용 투여가 치료에 효과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인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위 소외 2 , 3 , 4 , 5 , 6 에 대한 원고의 위와 같은 원외처방은, 비록 그것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라) 결국 원고의 위 재항변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 사정에 관한 주장·입증이 있는 위 5건의 원외처방으로 인한 186,710원의 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에서 인정된 186,710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및 이에 대하여 2007. 8.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9. 8. 27.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가지급물반환신청에 대한 판단
한편,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1심판결 중 위 인용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은 당심 판결의 선고로 취소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제1심의 가집행선고도 실효되는 것인바, 을 제23호증의 1,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제1심판결의 가집행선고에 기하여 2008. 12. 26. 피고로부터 제1심 인용금액 중 4,106,712,02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당심의 인용금액에 관하여 위 가지급물 지급일인 2008. 12. 26.까지의 원리금을 계산하면 199,856원[= 186,710원 + (186,710원 x 0.05 x 514/365)]이 되므로, 원고는 가지급물 반환으로 피고에게 4,106,512,164원(= 4,106,712,020원 - 199,856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위 가지급물 지급일 다음 날인 2008. 12. 27.부터 원고가 가지급물반환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9. 8. 27.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피고의 가지급물반환신청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