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은행과 섭외영업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갑 은행으로부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받아 갑 은행의 고객에게 전화로 카드론에 관하여 홍보하고 신청을 권유하는 업무를 수행한 을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 등이 갑 은행에 근로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을 등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2]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2다20550 판결 (공2015하, 1123)
원고(선정당사자), 상고인
원고(선정당사자)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지 담당변호사 채지훈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씨티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제호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2다2055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와 섭외영업위촉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받아 피고의 고객에게 전화로 카드론에 관하여 홍보하고 그 신청을 권유하는 업무를 수행한 원고(선정당사자)들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들’이라고 한다)이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퇴직금을 구하는 이 사건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수행 중 준수할 사항이 기재된 ‘카드 텔레마케팅 전화권유판매원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 등 가이드라인을 배부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금융감독원의 신용카드사 전화마케팅 모범규준 등의 제한에 따라 법령 및 관련 규정 위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업무지침이나 안내자료일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위 모범규준과 관련 법령 등은 카드회원의 권익을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켜야 할 절차와 기준에 관한 것인데, 피고의 업무운용수칙은 첫머리에 ‘다음 사항을 엄수하기로 하고 은행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는 물론 은행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다. 위반 시 제재조치가 수반된다.’고 하면서, ‘고객보다 먼저 전화를 끊지 않아야 한다. 근무시간 중에는 타인의 업무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상담성과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고, 스크립트 등 가이드라인에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기 위한 내용뿐만 아니라, 끝인사, 거절극복을 위한 대사, 고객들의 대응 유형을 분류하여 각 유형별로 카드론 상품을 이용하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사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 등은 관련 법령 준수를 위한 지침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피고를 위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방법 등에 관한 지침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섭외영업위촉계약서에는 원고들의 업무운용수칙 위반 시 징계해고에 상응하는 계약해지의 불이익이 규정되어 있다.
나. 그리고 원심은, 원고들이 규정위반행위 등을 하였을 경우 피고로부터 통보를 받고 통보횟수에 따라 급여가 차감된 사실, 원고들의 통화량과 통화시간이 전산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사실, 민원 등이 제기되었을 때 피고가 통화녹음내용을 확인하여 위반사항을 원고들에게 통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수시로 모니터링하지는 않았고 통화횟수 대비 위반횟수나 수수료 차감액수가 적은 편이어서,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과정이나 결과를 관리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등으로 관리·감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수많은 통화내용에 대하여 모두 모니터링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된 경우에만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어, 통화횟수에 대비한 위반횟수나 수수료 차감의 비율이 적다고 하여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과정을 모니터링하거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는 민원발생뿐만 아니라 ‘실적조작,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설명, 신청서 오류기재, 명시되지 않은 위반사항으로서 위험성이 높고 위반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업무수행 불량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분류하여 ‘통보서 유형별 등급표’를 마련하여 두고, 위 등급표에서 통보서 발부 횟수에 따라 생산성 인센티브에서 일정금액 차감 또는 미지급, 해당 실적 커미션에서 차감, 계약해지 등 제재수단을 규정하여 이를 적용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통화녹음내용 등을 모니터링하였다. 결국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과정이나 결과 등에 대하여 관리·감독을 하였고, 그에 대한 제재 수단도 있었다.
다. 또한 원심은, 원고들과 같은 전화권유판매원의 전산 로그기록이 09:30경부터 18:30경 사이에 몰려 있고, 원고들은 피고가 마련한 사무실에 피고의 정규직 직원 3명과 함께 근무하면서 자리가 지정되어 있었으며, 자리이동을 원할 경우 매니저로부터 허락을 받은 사실, 피고의 정규직 직원인 매니저들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한 사실, 매니저들이 원고들에게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각 또는 결근으로 인한 징계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아 특정 시간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지각 또는 결근으로 인한 징계 등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정규직 직원인 매니저들은 원고들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원고들의 출근 여부, 통화 여부, 통화횟수 등을 알 수 있었고, 실제로 일별로 목표 통화횟수나 실적에 따른 추가 데이터베이스 제공 등의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전화권유판매원들의 업무수행이나 실적을 관리하였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통화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배받았으므로 스스로의 노력으로 상품판매계약을 체결하여 실적을 늘릴 수는 있으나, 거래할 수 있는 고객의 양 자체를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원고들로서는 피고로부터 받는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양과 질이 중요한데, 피고가 전화권유판매원별로 일정한 양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09:30경부터 18:30경까지의 근무시간 중 30분 내지 1시간 단위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배하므로, 지각, 조퇴, 무단이탈, 결근 등의 경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적게 분배받게 되고 이는 실적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된다.
라. 한편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전화기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원고들은 내근직으로서 피고로부터 받은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피고로부터 받은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에 따라 전화를 하는 업무의 성격상 위와 같은 물품 외에 업무수행에 추가로 드는 상당한 비용이 들 여지가 없고,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또한 원고들은 계약상 ‘은행의 신용카드상품 내용을 홍보함으로써 은행상품에 관한 약정이 체결되도록 하여야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업무의 대행이 금지되었는데, 원고들은 피고의 지시에 따라 계약상의 업무 외에 고객정보 변경, 캐시백서비스 안내, 일시불의 할부전환 업무 등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고들과 같은 전화권유판매원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수수료에 ‘토요근무 수수료’란이 따로 마련된 적도 있었고, 실적에 따른 수수료 외에 생산성수당 등 명목의 돈이 지급되기도 하였다.
바. 위와 같은 실적이나 업무수행 불량 또는 업무운용수칙 등 위반 시 부과된 제재 또는 불이익, 업무의 성격과 내용, 근무장소가 정해져 있고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얻게 되는 실질적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근로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사. 그런데도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선정자 명단: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