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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2006. 5. 18. 선고 2005누2245 판결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확정[각공2006.9.10.(37),1922]
판시사항

유류배달을 주업무로 하는 근로자가 이동주유화물차로 유류를 배달하다가 인근 주유소에 있던 지인을 만나려고 급하게 우회전하던 중 버스와 충돌하여 사망한 경우,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유류배달을 주업무로 하는 근로자가 이동주유화물차로 유류를 배달하다가 인근주유소에 있던 지인을 만나려고 급하게 우회전하던 중 버스와 충돌하여 사망한 경우, 유류배달 업무의 특성상 유류를 배달하는 과정에서의 사고는 출장중의 사고가 아닌 통상적인 업무수행중의 사고이고, 배달경로의 순간적인 이탈로 인하여 업무수행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전제일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심재필)

피고, 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6. 4. 20.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5. 5. 2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소외 1은 2002. 12. 1. 대한통운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소외 회사 대전지사에서 유류배달을 주업무로 하는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03. 11. 25. 09:35경 위 지사에서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이동주유화물차에 유류를 싣고 보조원인 소외 2를 조수석에 태운 채 위 차량을 운전하여 한솔제지 주식회사 내에 있는 동일화물에 유류배달을 가다가, 대전 대덕구 상서동 금강주유소 앞 도로를 산막삼거리 방면에서 상서동삼거리 방면으로 편도 4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우측으로 차선을 급변경하여 도로 우측에 위치한 금강주유소로 진입하다가 때마침 같은 방향 4차로로 진행하던 소외 3 운전의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시내버스와 충돌하여, 망인은 사망하고 동승자인 소외 2 및 시내버스 승객 여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 망인의 처인 원고는 2005. 4. 26. 위 사고가 망인의 업무수행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2005. 5. 25. 원고에게 ‘망인의 재해는 망인이 금강주유소에 있던 지인의 전화를 받고 동인을 만나려고 급차선변경하여 금강주유소로 진입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서, 이는 출장 도중 정상적인 경로(순로)를 벗어나 지인을 만나기 위한 사적 행위 그 자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 사실

(1) 망인은 소외 회사에 입사한 후부터 주로 가정 및 거래처(업체, 개인사업주 차량 등)에 대한 유류배달 업무를 담당하였고,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였으며, 근무형태는 주로 회사에 출근하여 주문받은 곳으로 배달을 나갔다가 배달 중에 배달할 곳이 생기면 회사에서 연락을 받아 배달을 하였고, 업무를 끝낸 후에는 회사로 복귀하여 퇴근을 하는 것이었다.

(2)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03. 11. 25. 09:35경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이동주유차를 운전하여 한솔제지 주식회사에 있는 동일화물 6227호에 주유를 하기 위하여 이동하였는데, 망인이 대전 대덕구 상서동 금강주유소 앞길을 산막삼거리 방면에서 상서동 삼거리 방면으로 편도 4차로 중 1차로로 진행하고 있을 때, 반대쪽 도로의 1차로에 망인의 지인인 소외 4가 산막삼거리 근처에서 금강주유소로 가기 위해 유턴을 하려고 차량을 대기하고 있다가 망인의 차량을 발견하였다.

(3) 이에 소외 4는 망인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이 망인의 운전 차량을 발견하였다고 말하였고, 이후 신호를 받아 유턴을 하여 금강주유소로 진입하면서도 계속 망인과 통화를 하였는데, 현재 자신의 차량이 금강주유소에 와 있다고 말하였다.

(4) 그러자 망인은 소외 4와 통화를 하면서 소외 4를 만나기 위하여 금강주유소 바로 앞 지점으로서 상서동 삼거리를 약 61m 남겨 둔 지점에서 거의 90도 각도로 오른 쪽으로 차량을 운전하여 금강주유소 쪽으로 진행하다가, 당시 같은 방향 4차로를 진행하고 있던 위 버스의 전면 부분과 망인 운전 차량의 오른쪽 뒤 옆면 부분이 충돌하여, 그 충격으로 망인 운전 차량이 전복되면서 망인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5) 망인이 차량을 급우회전한 지점은 금강주유소 바로 앞길로서 상서동 삼거리로부터 약 61m 떨어진 장소인데, 위 상서동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바로 배달장소인 한솔제지 주식회사 방면으로 갈 수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 2, 3호증, 을 제1, 2, 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7호증의 1 내지 8, 11 내지 34의 각 기재 및 영상, 을 제7호증의 9, 10의 각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관련 법령

제4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

법 시행규칙

제32조 (업무상 사고)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상이 다음 각 호의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1.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한 업무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수행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의 결함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여 사상하였을 것

2. 사고와 근로자의 사상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

3.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상이 아닐 것. 다만,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가 정신장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상하였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은 자

나.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요양 중인 자

제36조 (출장중 사고)

① 근로자가 사업주의 출장지시를 받아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상한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상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출장 도중 정상적 경로(순로)를 벗어났을 때 발생한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상

2. 근로자의 사적 행위·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상

3.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를 위반한 행위로 인한 근로자의 사상

②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출·퇴근 중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상한 경우에는 제1항 의 규정을 준용한다.

③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사업장 외의 장소로 출·퇴근하여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근로자(외근근로자)가 최초로 직무수행 장소에 도착하여 직무를 시작한 때부터 최후로 직무를 완수한 후 퇴근하기 전까지의 사이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상한 경우에는 제1항 의 규정을 준용한다.

다. 판 단

망인의 업무는 유류배달 업무이어서 그 업무의 성격상 통상적으로 사업장 밖에서 이동주유화물차를 이용하여 유류를 배달하는 것이므로 유류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를 가리켜 출장 중의 사고라고 할 수는 없고 통상적인 업무수행중의 사고라고 할 것이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비록 망인이 업무수행 중 지인을 만나기 위하여 배달 경로를 일시적으로 이탈하여 주유차량을 운행하여 가다가 사고를 당함으로써 사망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주유차량을 세워둔 채 지인을 만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유류배달이라는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주유차량을 운전하여 가다가 사고를 당하였으며 그 이탈의 시간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고 이탈의 장소 역시 업무수행의 장소로부터 근접한 곳에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배달경로의 순간적인 이탈로 인하여 업무수행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나아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재해가 본질적으로 업무수행중의 사고로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면 망인이 업무수행중 일시적으로라도 사적 행위를 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거나 망인에게 위 사고에 관하여 차량 운행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적절한 태도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당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업무상 재해에 있어서 망인에게 과실이 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러나 재해의 발생에 있어 근로자에게 과실이 있다 하여 업무상 재해의 성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석(재판장) 박병찬 이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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