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합769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피고인
A
검사
이선기(기소), 김재혁, 나하나(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8. 4. 6.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 6개월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5. 5. 20.경 서울 강남구 C에 있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 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 E에게 "3,000만 원만 빌려주면 의류 원단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월 1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이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빌려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시도하여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운 상태였고 회사의 매출로는 직원 급여, 차용금 변제 등 각종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려 의류 원단을 구매하지 아니한 채 기존 채무를 돌려막기를 할 생각이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6. 8. 5.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35회에 걸쳐 합계 1,769,099,000원을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1,769,099,000원을 교부받았다.
증거의 요지
1.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1. 제3회 공판조서 중 E의 진술기재, F의 일부 진술기재
1.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E이 작성한 고소장, 진정서, 진술서
1. 수사보고(피해금액 산정)
1. 각 통장거래내역서[증거목록 순번 2, 17, 23, 25번, 이하 순번만 기재함], 차용증, 채 권양도계약서, 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등본, 부동산등기부등본, 각 사건조회 [순번 10, 19번], G 투자제안서, 잔액증명서, 투자약정서, H 팜플렛, 잔고증명 등, 채무각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원, 판결문
법령의 적용
○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47조 제1항(포괄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유죄의 이유)
1.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 요지
가. 피고인은 자신이 진행하던 사업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여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빌리게 된 것일 뿐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에게 합계 10억여 원을 변제하는 등 처음부터 편취의 의사로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빌린 것이 아니다.
나.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변제한 10억여 원에 관하여는 편취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은 편취금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2. 기망과 편취의 범의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047 판결 등 참조),
2)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1도1185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의류 원단 구입 등 당초 피해자에게 설명한 용도대로 자금을 사용하려고 한 것이 아닐뿐더러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돈을 갚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편취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사업들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는 등 사업들이 확장될 것이고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피고인이 설명한 사업들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던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을 사업들의 운영이나 확장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것이고 사업 수익금에서 원금을 변제받을 뿐 아니라 상당한 이자도 취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금을 빌려주기로 판단한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기존에 빌려주고 변제받지 못한 원리금이 쌓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단순히 고율의 이자를 받을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기존에 변제받지 못한 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에서라도 피고인에게 계속 자금을 빌려주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피고인이 빌린 자금을 상당한 수익이 기대되는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자금의 용도 및 대여 목적은 피해자에게 있어 피고인에게 계속하여 자금을 빌려주는 데 중요한 판단의 기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빌리기 시작한 2015. 5. 20. 무렵에는 D의 사업을 확장하는 등으로 월 임대료, 직원 급여 등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하는 채무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 나아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금을 빌려준 2015. 5. 20.경부터 2016. 8. 5.경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던 D의 매출 규모는 2015년 상반기 약 1억 6,700만 원, 2015년 하반기 약 3억 원, 2016년도 상반기 약 2억 4,800만 원, 2016년도 하반기 약 4,200만 원에 불과하여 피해자 등으로부터 빌린 돈을 제대로 변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4)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설명한 부산 사업은 부산 I에 요트장, 호텔,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의 개발하는 'G 사업'으로, 피고인은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팜플렛을 보여주면서 '이거 완벽하게 거의 2개월 내로 다 된다. 이게 거의 다 진행이 됐기 때문에 곧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나, 위 사업은 실제로는 거의 진행이 되지 않아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설명한 중국 사업은 주식회사 J(이하 'J'라고 한다, 대표이사는 K이었으나 그 후 피고인으로 변경되었다)가 중국의 L의 국제전자상거래 부문 한국지사로서, 독점권 계약에 따라 한·중간 모든 전자상거래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을 말하는데, 위 사업에 투자하였던 F은 위 사업이 전면 중단되었으며 매출에 관하여 들어본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대구 M 공장부지가 국가 소유로 외국인 투자유치만 받는 땅인데, 피고인이 중국에 있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 명의를 빌려 그 부지에 공장을 지어서 매달 얼마씩 받고 거기에 대한 시세차익을 보는데, 이 사업이 거의 진행이 다 되었기 때문에 곧 돈이 들어온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J가 주식회사 N(이하 'N'라고 한다)와 사이에 2016. 6. 28. N가 대구 M 사업에 미화 3,000만 불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투자약정서를 작성한 사실은 있으나, 그에 따른 N의 실제 투자나 피고인의 구체적인 사업 진행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피해자에게 설명한 사업들이 실제로 진행되어 자금이 이동되거나 이를 위한 비용이 필요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5)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2015. 6. 내지 7.경부터는 사업확장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서 돌려막기를 시작했는데, 사업을 처음부터 주변인들 돈을 가지고 시작을 했다. 고정비 대비 매출이 많이 떨어져서 그것을 감당하려고 친구들에게 돈을 많이 빌리기 시작했고, 이자비용도 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증거기록 제180, 181쪽),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등으로부터 높은 이율로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피고인의 사업이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임에도 계속해서 돈을 빌리고 높은 이자를 부담하였는바, 피고인은 결국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갚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6)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을 자신이 말한 사업 운영이나 확장을 위한 용도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차용금을 받자마자 단기간 내에 대부분을 기존 차용 원리금의 변제나 투자금의 반환 등 전혀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고(이는 최초 편취금액인 2015. 5. 20.자 차용금을 포함하여 이 사건 범행 초기에 받은 자금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에게 실제 사용처를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자신의 사업들에 일부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에 지출한 자금의 규모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빌려줄 것을 요구한 자금에 비하여는 소액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편취의 범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7)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사업에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고 사업 확장으로 그 수익의 확대가 기대된다는 사정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정이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사업을 확장할 여력이 별로 없었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을 자신이 말한 용도에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 등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피고인에게 처음부터 자금을 빌려주지 않았거나 기존 차용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계속하여 자금을 빌려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3. 편취금액 주장에 관한 판단
재물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그 영향이 없으므로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라 할 것인데(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기존 채무를 돌려막기를 할 생각으로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의 자금을 편취한 이상, 사후에 피해자에게 그 원리금을 변제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편취금액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가. 유형의 결정: 사기 > 일반사기 > 제3유형(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나.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 이상 6년 이하(기본영역)
3. 선고형의 결정
아래와 같은 사정들과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불리한 사정: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용금 등을 변제하는 속칭 '돌려막기' 방식으로 약 1년 2개월의 상당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피해자에 대한 사기 범행을 저질렀고, 그 피해금액 또한 약 17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 수법, 범행 기간, 피해금액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적지 않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법원의 공판과정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 또한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 유리한 사정: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D의 사업을 실제로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 중 일부도 실제로 D의 사업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빌린 자금의 원금과 이자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변제하여 실제로 취득한 이득액은 판시 범죄사실 기재 편취액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인한 벌금형 1회 이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판사
재판장판사성창호
판사이승엽
판사강명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