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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제주) 2016. 3. 16. 선고 2015노106, 2015전노9(병합)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강간)(인정된 죄명 강간, 강간미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강제추행)(인정된 죄명 강제추행), 부착명령][미간행]
피고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항소인

검사

검사

송가형(기소), 김기정, 오보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원 담당변호사 문성윤

주문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원심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 연혁과 문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은 같은 법 제6조 제4항 의 경우에만 요구되는 것이고,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같은 법 제6조 제1항 , 제3항 , 제5항 의 장애인강간, 장애인강제추행, 장애인위계등간음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요건이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인에 해당하고,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가 이러한 피해자의 신체장애를 범행에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장애인강간 등의 고의도 인정되므로, 주위적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이 사건은 피고인이 홀로 거주하는 장애인인 피해자를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안으로서 비난가능성이 큰 점, 피고인이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야 공소사실을 인정한 점,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이 피해 회복을 위한 충분한 액수라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려 피해자에게 2차적인 피해까지 입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양형(징역 3년의 집행유예 5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다. 공개ㆍ고지명령 면제 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의 공개ㆍ고지명령을 면제한 것은 부당하다.

라. 부착명령청구 기각 부당

원심이 재범의 위험성 있는 피고인에 대한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2. 판단

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 (강간) 또는 제298조 (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 규정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피해자가 지적 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지적 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2714 판결 등 참조).

이후 위 규정은 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었는데, 이에 따라 법 제6조 제1항 에서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주1) 여자 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 (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제6조 제2항 에서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구강ㆍ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ㆍ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라는 규정을, 제6조 제3항 에서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제6조 제5항 에서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간음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새로 추가하고, 개정 전에 제6조 로 규정하였던 것을 제6조 제4항 으로 이동하여 규정하면서 ‘항거불능’의 요건 외에 ‘항거곤란’의 요건을 추가하였다. 위와 같은 개정으로, 장애인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는 범행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일반 강간죄, 유사강간죄, 일반 강제추행죄, 위계등간음죄 등을 범한 경우까지 유형화하여 형법상의 규정보다 가중처벌하게 되었다.

한편 위 법률 제11088호에 관한 법률안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강간 또는 강제추행을 하는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어 형법상의 범죄로 처벌하게 되어 있으나, 장애인의 경우 인지능력, 항거능력 또는 대처능력이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가해자의 범죄가 용이하고 범죄가 발각될 가능성도 낮아 범행이 장기화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그 처벌도 일반 성폭력범죄보다 가중처벌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의 법률 문언 및 규정된 형량, 개정 내력과 그 취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위 규정의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1항 , 제3항 , 제5항 의 장애인강간죄, 장애인강제추행죄, 장애인위계등간음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을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피해자의 인지능력, 항거능력 또는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 하고, 피고인도 범행 당시 피해자가 위와 같은 장애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였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은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인 장애가 있을 것이 요구된다는 전제에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가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 가운데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만 한다는 취지로 설시한 부분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적절치 아니하다. 그러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의 사정들, 특히 피해자의 외형, 신체적 특징과 능력, 지능, 평소의 생활모습, 수사기관 또는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한 내용과 구체적인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위와 같은 장애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권고형량 등을 고려하여 그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심이 설시한 양형 사유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의 변화도 없다.

따라서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공개ㆍ고지명령 면제 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에 성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에 대한 보호관찰과 신상정보 등록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로도 피고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상당한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보이며,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가정환경, 성행,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등을 종합하면,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기대되는 이익 및 예방효과보다는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게 될 불이익과 부작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ㆍ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의 공개ㆍ고지명령을 면제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검사의 부착명령청구 기각 부당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장래에 다시 성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검사의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정희엽 윤현규

주1) 이 부분은 그 후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면서 그 대상이 ‘여자’에서 ‘사람’으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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