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가재울뉴타운제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호)
피고
서울특별시 서부수도사업소장
변론종결
2010. 7. 8.
주문
1. 피고가 2009. 9. 30. 원고에 대하여 한 손괴자부담금 125,621,790원의 부과처분 중 989,390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9. 9. 30. 원고에 대하여 한 손괴자부담금 125,621,790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7. 9.경부터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144 토지 일대 239,873.7㎡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층의 구성상태, 지질구조 및 토질의 일반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하우드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하우드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로 하여금 사업시행구역 일대의 지반조사를 하게 하였고, 이에 하우드엔지니어링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소외 1(○○○○)이 2008. 11. 20.경부터 같은 해 12. 5.경까지 사업시행구역 일대에서 시추조사(Boring Test)를 실시하였다.
나. 피고는 2009. 3. 30.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117-11 도로상(이하 ‘이 사건 손괴현장’이라고 한다) 지하 1.5m 지점에 매설되어 있던 상수도관이 손괴되어(이하 ‘이 사건 손괴’라고 한다) 누수가 일어난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이 사건 손괴 및 이로 인한 누수가 소외 1의 시추조사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해 9. 30. 주택재개발사업 주체인 원고에 대하여 구 수도법(2010. 5. 25. 법률 제10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수도법’이라고 한다) 제72조 제1항 , 제2항 , 제71조 제2항 ,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3 내지 6항 , 구 서울특별시 수도시설 이설 등 원인자 및 손괴자 부담금 징수조례(2010. 1. 7. 서울특별시 조례 제49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징수조례’라고 한다) 제8조 제1항, 제3조 제2항 등에 의하여 상수도 요금 68,276,880원, 부담금(복구공사비) 989,390원, 하수도 요금 47,685,440원, 물이용부담금 8,670,080원 합계 125,621,790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4호증, 을 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나 소외 1이 상수도관을 손괴한 사실이 없고, 설령 소외 1이 상수도관을 손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손괴에 대한 책임은 시추조사를 담당한 하우드엔지니어링이나 수급인인 소외 1이 부담할 뿐이며 원고는 손괴자부담금을 부담할 주체가 아니다.
(2) 설령 원고가 이 사건 손괴로 인한 손괴자부담금을 부담할 주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수도시설의 손괴 등으로 인하여 새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 수돗물의 요금에 상당하는 금액’(이하 ‘누수 금액’이라고 한다)까지도 손괴자부담금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5항 제1호 및 징수조례 제3조 제2항 제3호는 수도법의 위임 범위를 넘은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누수 금액을 포함시킨 부분, 즉 복구공사비 989,390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인 수도법 시행령 및 징수조례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손괴한 사실이 없거나 손괴자부담금의 부담 주체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가) 갑 2 내지 4호증, 을 1 내지 4, 6 내지 10,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소외 2의 증언 및 위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소외 1이 ‘비트코아’(내지는 ‘시추코어비트’, 이하 ‘비트코아’라고 한다)라는 기구를 사용하여 시추조사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손괴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사업시행구역의 지반조사와 관련하여 원고로부터 도급을 받은 하우드엔지니어링이 다시 소외 1에게 도급을 주어 83공의 시추조사를 실시하도록 하였는데, 이 사건 손괴현장은 위 83개의 시추공 중 1개의 위치에 2m 정도 근접한 곳에 위치한다.
② 소외 1은 수도법위반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소외 1) 이외에 이 사건 손괴현장 부근에서 따로 지질조사를 하는 회사는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
③ 이 사건 손괴는 자연적인 부식이나 철거작업에 수반하는 1회적인 충격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비트코아’와 같은 기구 끝의 예리한 날이 돌아가면서 상수도관을 충격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가 2008. 8.경 채취하였다고 주장하는 상수도관 시편의 손괴부분의 모습과 피고가 시추조사 당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트코아’ 끝부분의 모습이 서로 일치한다(을 4, 10호증 참조). 한편, 소외 1은 증인신문 당시 위 시편 표면의 색(위 증인신문조서에 첨부된 첨부자료 1의 두 번째 사진 참조)이 2009. 3.경 손괴현장이 발견될 당시의 상수도관의 표면의 색(위 첨부자료 1의 첫 번째 사진 참조)과 차이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 시편이 당시 손괴된 상수도관에서 채취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색의 차이는 물의 접촉 여부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보일 뿐이고, 달리 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④ 소외 1은 2009. 11. 30.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수도법위반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소외 1이 상수도관을 손괴하였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손괴 사실은 인정되나 손괴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과실로 인한 손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원고가 추진하는 주택재개발사업은 사업시행구역 내 기존건물 등의 철거공사와 건물신축에 앞서 지질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한 지반조사 등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철거공사나 지반조사 등도 여전히 주택재개발사업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반조사(시추조사) 과정에서 발생된 수도시설의 손괴에 관하여는 원고가 수도법 제72조 에서 규정하는 ‘수도시설을 손괴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서 손괴자부담금을 부담하여야 하고, 위 시추조사를 다른 업체에 도급하여 주었고 실제 손괴행위를 한 자는 수급인인 소외 1이였다고 하여 달리 볼 바 아니다{또한, 주택재개발사업 승인협의조건 중 상수도 급수를 위한 협의이행조건(을 5호증)에는 “기존 건물 철거 작업시 충격 또는 기존관 철거 폐쇄지연으로 사업시행단지 내에서 누수 발생시 우리수도사업소 긴급누수복구반이 출동하여 복구하며 이에 따른 소요공사비(손괴원인자 부담금)를 부과하면 즉시 납부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원고가 직접적인 손괴행위자가 아니므로 손괴자부담금을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누수금액까지도 부과하도록 규정한 수도법 시행령 및 징수조례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수도법 제72조 제1항 은 손괴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수도시설의 수리·유지에 관한 비용’이나 ‘손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을 그 사업자 또는 행위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수도법 제72조 제2항 , 제71조 제1항 은 부담금의 산정 기준과 징수 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하였으며,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5항 제1호 는 위 수도법 조항의 위임에 따라, 그리고 징수조례 제3조 제2항 제3호는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6항 의 위임에 따라 부담금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면서 누수 금액까지 손괴자부담금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수도법 시행령 및 징수조례 규정에서 정하는 누수 금액은 아무리 넓게 해석하더라도 앞서 본 수도법 제7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수도시설의 수리·유지에 관한 비용’이나 ‘손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누수 금액까지도 손괴자부담금에 포함하도록 한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5항 제1호 및 징수조례 제3조 제2항 제3호는 수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것이고, 결국 이 사건 처분 중 누수 금액을 포함시킨 부분은 법령상 근거가 없이 행하여진 것으로서 위법하다.
덧붙여 살피건대, 이 사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수리비와 달리 누수 금액은 누수가 발견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크게 늘어나는데, 손괴의 원인행위가 고의행위인지 또는 과실행위인지조차도 구별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손괴행위자 등의 과실의 정도 및 사후조치의 기대가능성 등 제반 사정에 따른 차등 부과의 근거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측면에서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5항 제1호 는 비례의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반면,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5항 제1호 가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는 입장에 설 경우 서울특별시로서는 손괴행위자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누수 금액 상당의 손해액을 전보받는 방법을 취하게 될 터인데, 이처럼 민사상의 손해배상제도에 의할 때에는 과실상계 등 책임제한에 관한 일반 법리가 작동하게 되어 양 당사자 사이의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달성하기가 보다 용이해진다는 사정도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손괴로 인한 수도시설의 수리비용, 즉 복구공사비가 989,390원임에 다툼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처분 중 위 복구공사비를 부과한 부분은 적법하고, 복구공사비를 초과하는 부분, 즉 누수 금액까지도 부담하도록 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원고의 둘째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 중 누수 금액을 포함시킨 부분을 취소하는 이상, 누수 금액이 과다하다는 취지의 원고의 셋째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계 법령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