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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3. 9. 17. 선고 2003나7724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강릉시(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한수)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조흥은행(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현석)

변론종결

2003.8.27.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8,3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00. 3. 7.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억 5,0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00. 3. 7.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2002. 12.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호증의 1 내지 7, 갑 3호증의 3, 11, 갑 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라파즈한라시멘트 주식회사(이하 ‘한라시멘트’라 한다)는 2000. 2. 23. 원고에 대하여 1999년도 광해방지사업보조금교부 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담당자 횡령 등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은행 계좌이체의 방법에 의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한라시멘트는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하여 입금받을 계좌내역을 기재한 청구서 등도 함께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나. 원고의 지역경제과 지방자원 주사보로서 위 보조금지급 관련업무 담당자인 소외 2는 신청을 받은 다음날인 2000. 2. 24. 한라시멘트에게 지급될 보조금을 자신이 개설한 통장으로 지급받아 이를 편취할 의도로, 동해시 묵호동 소재 피고은행 묵호지점에서 임의로 한라시멘트 명의의 계좌(계좌번호: (생략))를 개설하였다.

다. 그 후 2000. 2. 28. 소외 2는 한라시멘트가 이미 제출한 보조금 수령용 계좌내역이 적힌 청구서 및 입금의뢰명세서 등을 첨부하여 광해방지사업 보조금으로 2억 5,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품의서를 작성하여 원고 시장의 결재를 받았다.

라. 소외 2는 그 결재서류를 원고의 회계 담당자에게 교부하면서 보조금의 지급을 의뢰할 때, 한라시멘트가 제출하였던 청구서와 입금의뢰명세서를 빼내고, 그 대신 소외 2 자신이 임의로 개설한 한라시멘트 명의의 위 계좌번호를 기재한 청구서 및 입금의뢰명세서를 끼워 넣었다.

마. 원고의 회계 담당자는 2000. 3. 6. 소외 2가 임의로 개설한 위 계좌로 한라시멘트에 대한 교부금 2억 5,000만원을 입금하였으며, 그 다음날 소외 2는 피고은행 강릉지점에서 위 계좌로 입금된 2억 5,000만원을 출금하여 이를 임의로 사용하였다.

바. 한편, 피고은행 묵호지점의 직원 소외 1 등은 전국은행연합회의 금융실명거래업무지침에 따라 법인의 대표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의 신청에 의하여 법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할 때 법인과 대리인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법인사업자등록증 및 대리인의 신분증, 대리권의 존재를 확인할 자료로서 법인인감증명서가 첨부된 법인대표자 작성의 위임장 등을 제출 받아 계좌 개설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업무지침에 반하여 2000. 2. 24. 소외 2로부터 위와 같이 한라시멘트 명의의 계좌개설을 의뢰받을 때, 소외 2가 미리 위조하여 소지하고 있던 한라시멘트 명의의 인장을 사용하여 작성한 한라시멘트 명의의 은행거래신청서, 법인인감증명서 사본 및 사업자등록증사본만을 제출 받았을 뿐, 통장개설에 관한 한라시멘트의 위임장, 법인인감증명서 원본 등을 제출 받지 않았고, 통장개설을 의뢰한 자인 소외 2의 신분을 확인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외 2가 작성한 은행거래신청서상의 한라시멘트의 인영과 법인인감증명서 사본에 나타난 한라시멘트의 인영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서로 상이함이 명백함에도 이를 간과한 채, 소외 2에게 그가 의뢰한 대로 한라시멘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2. 당원의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은행의 직원인 소외 1 등은 소외 2의 의뢰에 따라 한라시멘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할 때 실명확인을 하거나 인영의 동일성을 충분히 확인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과실로 말미암아 소외 2가 무단히 한라시멘트 명의의 계좌를 개설받아 원고가 한라시멘트에게 지급할 보조금 2억 5,000만원을 위 계좌로 입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결과 소외 2가 한라시멘트가 지급받아야 할 위 보조금을 편취할 수 있도록 하였는바, 그렇다면, 원고는 소외 2의 고의에 기한 편취행위와 피고은행 직원 소외 1 등의 계좌개설에 관한 과실의 공동불법행위로 말미암아 편취당한 보조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소외 1 등의 사용자인 피고은행은 위 소외 2와 각자 원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는, ① 피고은행 직원의 과실로 인한 계좌개설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며, ② 위 보조금은 원고의 예산으로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산업자원부)가 영달하여 피고가 집행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발생후 한라시멘트는 원고에 대하여 위 보조금 청구를 포기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담당자 횡령 등 예상되는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보조금 수령자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을 강제하고 있는데, 피고은행 직원의 과실로 인하여 한라시멘트 명의의 계좌가 무단히 개설됨으로써 소외 2가 이를 이용하여 보조금을 이체받을 수 있도록 한 이상 피고은행 직원의 과실로 인한 계좌개설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며, ② 원고가 국가로부터 수령한 보조금 관련 재원이 원고의 일반 예산으로 편입되어 원고에게 귀속된 후 그 중 2억 5,000만원이 무단히 지급되어 편취당한 이상 원고에게 이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피고 주장과 같이 한라시멘트가 보조금 청구를 확정적으로 포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없다.

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는 원고의 직원으로 보조금 지급업무를 담당하면서 고의로 위 보조금을 편취한 반면, 피고은행 직원은 예금계좌 개설에 관한 과실로 위 손해발생에 가담한 것이므로, 피고은행과의 관계에서 원고는 소외 2의 사용자로서 그 관리·감독상의 책임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손해의 상당한 부분을 감수하여야 할 것인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은행이 원고에게 이 사건 손해에 관하여 배상하여야 할 책임범위를 위 손해의 1/3 정도로 제한함이 상당하므로(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의 책임을 면제할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아니한다), 결국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8,300만원(2억 5,000만원의 1/3은 83,333,333원이 되나, 피고만이 항소하였으므로 8,300만원만 인정함)이 된다.

3.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8,3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2000. 3. 7. 부터 2003. 5. 31.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2003. 5. 10.자로 개정된 것)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은 그 범위에서는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인정한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일환(재판장) 이상민 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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