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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6다22009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갑 등이 수사기관에 불법체포 되어 가혹행위를 당하고, 고정간첩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갑의 가족인 을 등이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학력, 경력에 상응하는 수입을 얻지 못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의 위 불법행위 당시 을 등이 경력에 상응하는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을 등이 사직한 이후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일실수입을 산정한 후 그 기간 동안 을 등이 얻은 실제 소득을 공제하거나 또는 그것이 분명치 않을 때에는 을 등이 일용 노임조차 얻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일용 노임 상당 소득을 공제한 금액을 을 등의 재산상 손해로 인정하였어야 하는데도, 국가의 위 불법행위와 을 등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의 순번 3, 6 기재와 같다.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의 순번 1, 2, 4, 5, 7 내지 14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3, 원고 6 패소 부분 중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3, 원고 6의 나머지 상고 및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 3, 원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 3, 원고 6의 재산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남매 관계인 원고 1, 원고 9는 1981. 3.경 불법체포 되어 가혹행위를 당하고 기소된 후 1982. 4. 20. 항소심에서 고정간첩 범죄사실로 원고 1은 징역 7년, 원고 9는 징역 15년의 유죄판결(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한 원고 1, 원고 9의 상고가 1982. 7. 27. 모두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원고 1, 원고 9는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2014. 6. 26. 원고 1, 원고 9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3) 원고 1의 아들인 원고 3은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75. 10.경 주식회사 비와이씨에 취업하여 근무하다가 1980. 7.경 주식회사 현대종합상사에 경력사원으로 특채되어 근무하던 중 1982. 7. 말경 퇴사하였다.

(4) 원고 1의 사위인 원고 6은 1969. 2.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3. 10. 주식회사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4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하여 □□과장으로 근무하였으나, 1983. 2. 10. 퇴사하였다.

(5)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범죄사실 중에는 원고 9가 “1980. 11. 일자미상경 주식회사 삼성전자의 거래업체인 789개 회사의 명단을 입수하고, 1981. 1. 중순경 주식회사 현대종합상사의 거래업체인 169개 회사의 명단을 입수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자로서 그 목적수행을 위해 간첩하였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6) 당시 ‘남매간첩단’, ‘고정간첩 2명 검거’ 등의 제목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는데, 원고 1, 원고 9의 이름과 나이, 사진, 직업 등이 모두 구체적으로 보도되었고, 그 기사 중에는 “삼성전자 □□과장 원고 6에게 20만 원을 제공, 삼성전자 등의 거래처 명단을 입수하였다.”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 원심은 원고 3, 원고 6의 재산상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불법행위와 위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수사기관이 원고 1, 원고 9를 기소하기 직전 국내에서 고정간첩으로 암약하던 원고 1, 원고 9를 검거하였다는 발표를 함에 따라 다수의 언론에서 원고 1, 원고 9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고 이들이 고정간첩이라는 내용을 중요 사건으로 여러 차례 반복하여 보도하였다.

(2) 당시 원고 3, 원고 6은 명문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유수의 회사들에 취직하여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 3의 어머니이자 원고 6의 장모인 원고 1과 그 동생인 원고 9에 관한 이와 같은 대대적인 언론보도로 인하여 원고 3, 원고 6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기 전부터 직장에서 종전에 하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3)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재심대상판결의 내용 중에 원고 9가 원고 3, 원고 6이 근무하고 있던 회사들의 거래정보를 입수하여 고정간첩에게 제공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원고들은 근무하던 회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사직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4) 특히 당시 언론에서 원고 6의 실명 및 직책까지 그대로 적시하면서 원고 6이 원고 9로부터 돈을 받고 거래처 정보 등을 유출하였다는 내용을 보도하여 원고 6의 경우에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영업비밀 유출 등의 혐의로 회사로부터 고발당하여 수사를 받게 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였다.

(5) 결국 원고 6은 2013. 2. 10., 원고 3은 2012. 7. 말경 각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였다.

(6) 위 원고들이 회사를 사직하고 정권이 바뀐 후에도 남·북한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사실 및 고정간첩에게 자신들이 다니던 회사의 거래정보를 유출한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자신들의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은 직장에 취업하여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라.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와 원고 3, 원고 6이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위 원고들의 학력, 경력에 상응하는 수입을 얻지 못한 재산상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불법행위 당시 위 원고들의 경력에 상응하는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위 원고들이 사직한 이후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일실수입을 산정한 후 그 기간 동안 위 원고들이 얻은 실제 소득을 공제하거나 또는 그것이 분명치 않을 때에는 위 원고들이 일용 노임조차 얻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일용 노임 상당 소득을 공제한 금액을 위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로 인정하였어야 한다(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14703 판결 참조).

그럼에도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와 원고 3, 원고 6의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위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배상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불법행위와 재산상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원고 3, 원고 6의 위자료 산정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 3의 위자료를 1억 5,000만 원, 원고 6의 위자료를 1억 원으로 인정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1, 원고 9가 영장 없이 체포되어 강압적인 조사를 받은 후 유죄판결을 받고 장기간 구금되었던 것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소멸시효 및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3, 원고 6 패소 부분 중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 3, 원고 6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 3, 원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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