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 연장을 위하여 개정하려던 인사규정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경우, 인사규정의 효력(무효) 및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정년 연장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직원에게 효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성격과 설립 목적,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감독에 관한 여러 규정, 정년 연장의 예산의 지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 연장을 위하여 개정하려던 인사규정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경우 비록 단체협약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 인사규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고, 나아가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정년 연장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역시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공간 담당변호사 오윤식)
피고, 상고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원정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2008. 11. 28. 노동조합과 3급 이하 직원의 정년을 58세로 연장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와 저촉되는 기존 인사규정을 개정하고자 이사회를 개최하여 그 개정안을 상정하였으나 이사회에서 부결된 사실을 인정한 뒤, 한국산업인력공단법(이하 ‘공단법’이라고 한다)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고 한다) 등의 해당 규정에 비추어 단체협약의 내용이 직원의 보수 및 인사와 관련된 경우 이사회의 의결과 주무장관인 노동부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인 피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고 원고의 정년은 단체협약에 따라 58세로 연장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가. 임원 및 직원에 관한 사항, 내부규정의 제정 및 개폐에 관한 사항 등을 정관의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정관 변경 시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구 공단법(2008. 12. 31. 법률 제9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조 제1항 제7호 , 제11호 , 제2항 은 정년 연장이 정관 변경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나. 매사업연도의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작성하여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한 구 공단법 제18조 는 예산 편성과 확정에 관한 행정절차를 정한 것일 뿐 예산 편성의 대상이 되는 개별적·구체적 사항까지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한 규정이 아님은 명백하므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법률로 볼 수 없다.
다. 임원 및 직원에 관한 사항 등을 정관의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정관 변경 시 주무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구 공공기관운영법(2008. 12. 31. 법률 제92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6조 제1항 제6호 , 제2항 , 내규의 제정과 변경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이사회를 두도록 한 구 공공기관운영법 제17조 제1항 제11호 는 모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및 경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임직원의 임용이나 신분 등에 관한 사항을 정관에 규정하게 하고 내규의 제정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의 심의·의결기구로 이사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한 것이지 직접적으로 직원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거나 관련 규정의 제·개정절차에 대한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어,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법률로 볼 수 없다.
라.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근로3권의 제한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나 그 법률로부터 위임받은 법규명령 또는 조례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인사규정의 제·개정 등을 이사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인사규정의 제·개정 등에 대하여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한 피고의 정관 제25조, 제35조는 위와 같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규정에 불과하여, 그것만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이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리고 구 공공기관운영법은 준정부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에 관한 필요사항을 정하여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예산, 정관의 변경, 내규의 제정과 변경 등의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를 두도록 하고 이사회의 구성 및 임원의 임면 등에 관하여 상세히 정하며 예산안의 확정·변경에 대하여 이사회의 의결과 주무장관의 승인을 거치게 하고 경영지침 이행이나 위탁한 사업의 적정한 수행 등에 관하여 감독을 받도록 하는 등 준정부기관의 관리·운영 전반에 대하여 국가의 엄격한 감독을 규정하고 있다( 제17조 , 제40조 , 제51조 등). 아울러 구 공단법 역시 비슷한 취지에서 중요사항을 심의·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두게 하고 매사업연도의 사업계획 및 예산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며 노동부장관이 업무를 지도·감독하게 규정하고 있다( 제12조 , 제18조 , 제22조 등).
한편 정년 연장은 필연적으로 인사규정의 변경과 예산 지출 및 신규 고용 규모 등의 변동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그 내용 확정이나 이행을 위하여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피고의 성격과 설립 목적, 운영자금의 조달 및 집행 과정, 국가의 관리·감독에 관한 여러 규정, 정년 연장의 예산의 지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 연장을 위하여 개정하려던 인사규정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경우 비록 단체협약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 인사규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고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86235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정년 연장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역시 피고나 피고의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의 정년이 58세로 연장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준정부기관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