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3두11499 판결
[해고무효확인등][미간행]
판시사항

갑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을 고등학교에 영상음악 과목을 가르치는 산학겸임교사로 채용된 병이 고용계약을 갱신하면서 근무해 오다가 갑 지방자치단체가 고용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사안에서, 병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갑 지방자치단체의 갱신 거절은 위법하여 효력이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덕 외 2인)

피고, 상고인

경기도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효원 담당변호사 최중현 외 6인)

주문

1. 원심판결 중 근로계약 갱신 거절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파기한다.

2. 원심에서 변경된 청구에 따라 피고 경기도가 2010. 2. 28. 원고에게 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원심에서 추가된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4. 피고 경기도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5.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경기도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경기도가, 원고와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가. 갱신기대권의 존부 및 갱신 거절의 합리성에 관하여

1)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며, 근로계약을 갱신 체결하지 못하면 사용자의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703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한 후,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 한다)의 계약 갱신 관련 규정, 이 사건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경위, 원고의 근무기간 및 이 사건 학교에서의 원고를 포함한 산학겸임교사들의 계약 갱신 실태,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학교의 ‘산학전공교사 선정 및 운영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 능력이 인정되고 원만한 성격으로 임금협의 및 조정에 이의가 없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산학겸임교사의 경우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 경기도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의 담당과목이 폐지되고 다른 과목이 신설되었는데 원고는 신설 과목을 담당할 능력이 없었고 원고의 수업 및 근무태도도 불성실하였으므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피고 경기도의 주장에 대하여, 위와 같은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 경기도가 위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 경기도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더 이상 적용될 여지가 없게 되었다는 피고 경기도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할 것이고,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학겸임교사의 갱신기대권 및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인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유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갱신 거절 무효확인의 상대방에 관하여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5호 (가)목 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 경기도에 의하여 설립된 이 사건 학교의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인 피고 경기도의 사무로서 그 공공적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석되고, 형식적으로는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과 원고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위 근로계약은 공법상의 근무관계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여 피고 경기도와 원고 사이에 대등한 지위에서 의사가 합치되어 성립하는 공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그 갱신 거절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의 피고적격은 피고 경기도에 있다(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두7794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계약 갱신 거절 무효확인의 상대방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하여 2010. 2. 28.자 근로계약 갱신 거부처분 무효확인을 구하다가,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진술된 2013. 1. 16.자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는 주위적으로는 피고 경기도에 대하여, 예비적으로는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하여 2010. 2. 28.자 근로계약 갱신 거절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는데, 원심은 원고의 피고 경기도에 대한 이 부분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면서도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원고의 피고 경기도 및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한 주위적 및 예비적 갱신 거절 무효확인 청구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해당하고, 이는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 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이므로, 모든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하고( 민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 그중 일부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만 판결을 하거나, 남겨진 자를 위한 추가판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630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피고 경기도에 대한 주위적 갱신 거절 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하더라도 다른 공동소송인인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도 판결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에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소송요건에 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장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근로계약 갱신 거절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 사건은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당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37조 에 의하여 자판하기로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경기도의 이 사건 갱신 거절은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경기도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법상의 법률관계를 다투는 당사자소송은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 제39조 에 의하여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인 국가·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가 피고적격을 가지고 권리주체가 아닌 피고 애니메이션고등학교장은 당사자적격이 없으므로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며, 피고 경기도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고,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경기도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경기도가, 원고와 피고 한국애니메이션학교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 고영한(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