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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42407 판결
[구상금][공2001.2.15.(124),336]
판시사항

산부인과 의사가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입원하였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이 지나 집을 출발하여 수술 지연으로 인하여 태아가 사망한 것에 대하여 산부인과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산부인과 의사가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입원하였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이 지나 집을 출발하여 수술 지연으로 인하여 태아가 사망한 것에 대하여 산부인과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부영)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광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인정ㆍ 판단하였다.

소외 1은 출산예정일을 1주일 앞둔 1994. 12. 25. 04:00경 양수가 터져 같은 날 04:45경 강남성모병원에 내원하여 의사인 소외 박혜정이 진찰해 본 결과 태아가 둔위(둔위)상태로서 빠른 시간 내에 제왕절개수술에 의한 분만이 필요하다고 진단하였는데, 당시 강남성모병원은 다른 임산부에 대한 응급 제왕절개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소외 1에 대하여 바로 수술을 할 수가 없어, 박혜정은 같은 날 05:30경, 05:40경 두 차례에 걸쳐 원고가 경영하는 인근 병원에 전화를 걸어 제왕절개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소외 1에게 인근 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하였다.

이에 따라 소외 1은 같은 날 06:10경 인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5분 간격의 규칙적인 진통을 호소하면서 제왕절개수술을 요구하여 산부인과 간호사인 소외 이은영의 지시에 따라 06:30경 응급실로 갔으며, 응급실 간호사인 소외 박은영은 소외 1에 대하여 기본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06:40경 그 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피고에게 전화를 걸어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으로 나와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무렵 이은영도 피고에게 전화로 연락을 하였다.

소외 1은 07:30경 수술실로 옮겨진 이후 계속적으로 심한 진통을 호소하여 08:20경 산부인과 간호사인 소외 조영숙이 내진한 결과 자궁경부가 많이 열려 태아의 한쪽 손발이 자궁경부까지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응급실에 있던 당직의사인 원고의 지시에 따라 피고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는 07:40경에야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08:35경 병원 수술실에 도착하여 진찰한 결과 이미 태아의 한쪽 발이 질구 밖으로 나온 데다가 청색증이 심하여 제왕절개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이어서 자연분만을 유도하여 태아는 08:52경 몸 전체가 배출되었으나, 심한 청색증과 함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10:35경 태아호흡곤란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는데, 부검 결과 폐포 내에 다량의 양수가 흡입된 것으로 관찰되었다.

태아가 둔위상태인 경우에는 정상적인 두위(두위)상태에 비하여 분만손상, 후속아두(후속아두)의 정착(정착), 분만지연 등의 원인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둔위이면서 이미 양막이 파열된 경우에는 때늦지 않게 태아의 심음(심음)을 자주 측정하고 분만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여 신속히 제왕절개수술 등 분만 방식을 선택한 후 적절한 처치를 할 필요가 있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피고는 06:40경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내원한 것을 전화로 보고받고도 그로부터 한 시간 가량 지체된 07:40경 집을 출발하여 뒤늦게 병원 수술실에 도착함으로써 소외 1에 대한 제왕절개수술이 지연되어 태아가 자궁 내에서 양수를 흡입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함으로 인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도 이 사건 사고 당시 당직중인 일반외과 의사로서 소외 1의 내원사실을 보고받고서도 직접 진료하지 아니하고, 08:20경 조영숙으로부터 소외 1의 상태를 다시 보고받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는 인근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산부인과 의사로서, 그 날 06:40경 간호사인 박은영과 이은영으로부터 전화로 소외 1이 신속히 제왕절개수술을 받아야 할 상태에 있음을 보고받고도 특별한 사정 없이 한 시간 가량 지체한 07:40경 출발하여 뒤늦게 08:35경에야 병원에 도착한 잘못이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제왕절개수술의 지연 및 그로 인한 태아의 사망에 대하여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와 반대의 견해에서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주심) 윤재식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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