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각서상 '본인의 귀책사유로 판정될 경우'라는 문언의 해석
[2] 신용카드 가맹점업자가 가맹점 허가증 등을 양도하고 양수인에게 신용카드대금결제계좌의 비밀번호까지 알려 준 경우, 그 양수인이 제3자의 신용카드를 위조한 다음 그 가맹점 명의의 허위매출전표를 작성하여 은행으로부터 매출금액 상당을 편취한 데 대하여 그 가맹점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각서상 '본인의 귀책사유로 판정될 경우'라는 문언의 해석에 관하여 보건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시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대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위 각서에 기재된 '귀책사유'라 함은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책임 발생의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2] 신용카드 가맹점업자가 가맹점 허가증 등을 양도하고 양수인에게 신용카드대금결제계좌의 비밀번호까지 알려 준 경우, 그 양수인이 제3자의 신용카드를 위조한 다음 그 가맹점 명의의 허위매출전표를 작성하여 은행으로부터 매출금액 상당을 편취한 데 대하여 그 가맹점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민섭 외 3인)
피고,피상고인
이영자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승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 이영자는 1994. 4. 22. 원고와의 사이에 하나비자카드 가맹점계약을 체결하고 '찬스 1/2'이란 상호로 식기류 소매업을 운영하여 오다가 같은 해 7. 말경 폐업하면서 소외 김종연을 통하여 소외 1에게 위 가맹점 허가증, 임프린트기, 예금통장 5개와 도장 등을 금 7,000,000원에 양도한 사실, 소외 1은 같은 해 10. 12.부터 같은 달 21. 사이에 원고와 신용카드 업무제휴계약을 체결한 소외 국민신용카드 주식회사의 신용카드 회원들의 신용카드를 위조하고 마치 위 회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위 '찬스 1/2'에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의 매출전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원고에게 제시하여 매출대금에서 소정의 수수료를 공제한 합계 금 36,525,120원을 위 예금통장으로 입금받아 이를 편취한 사실, 위 신용카드 회원들의 이의제기로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원고 은행 안양지점 대리 송학봉 등은 같은 해 11. 11. 피고 이영자와 그의 남편인 피고 강한묵에게 위 양도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하여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줄 것을 요구하여 피고들로부터 '위 카드 위·변조로 인한 사고 발생으로 하나은행에 끼친 손실이 본인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원고에게 발생할 손해가 본인들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임이 판명될 경우 피고들이 연대하여 이를 배상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각서상 '본인들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임이 판명될 경우 이를 배상하겠다.'라는 문언의 취지는 피고 이영자가 소외 1의 카드위조 및 허위 매출전표의 작성을 예상하고 이를 묵인하였거나 직접 이에 가담하는 등 범법행위에 관여하였음이 판명된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하는 취지라고 해석하고, 이러한 전제하에, 피고 이영자가 위와 같이 가맹점 허가증 등을 양도한 사실만으로는 소외 1의 범법행위를 알고 묵인하는 등 이에 관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약정에 기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먼저, 위 각서상 '본인의 귀책사유로 판정될 경우'라는 문언의 해석에 관하여 보건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시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대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위 각서에 기재된 '귀책사유'라 함은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책임 발생의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위 각서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가 피고 이영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일 경우 피고들이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책임지기로 한 취지의 약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1994. 10.경부터 위 소외 회사 신용카드회원들의 연이은 이의제기로 소외 1의 신용카드 위조에 의한 사기범행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원고 은행 안양지점은 사건 경위를 자체 조사한 결과, 피고 이영자의 아들인 소외 강두영으로부터 위 피고가 같은 해 7.경 가맹점 영업을 폐업하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가맹점 허가증 등을 양도한 사실을 확인받기에 이른 사실, 이에 따라 위 송학봉 등은 이 사건 사고가 피고 이영자의 가맹점 양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같은 해 11. 11. 피고들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였던바, 피고 이영자는 위 강두영의 진술과는 달리 성명미상자에게 신용카드 조회기만을 매도하였을 뿐 예금통장 등을 양도하거나 통장 비밀번호를 타에 누설한 사실이 없고 이를 분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사고로 인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한 사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과 관련한 다소의 논란 끝에 피고 이영자는 위 송학봉 등의 요청에 따라 '본인의 귀책사유로 판정될 경우'라는 문언을 삽입하여 각서를 작성하고 이를 교부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각서 작성 당시 피고들의 책임과 관련하여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논란이 되었던 것은 피고 이영자가 신용카드 위조행위에 가담하였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가맹점을 양도하였는가의 여부였고 위 각서 문언이 삽입된 것도 자신이 가맹점을 양도하지 아니하였다는 위 피고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지는 점, 원고 직원들이 자신들의 주도하에 각서를 작성하면서 굳이 피고들의 책임을 완화하여 피고 이영자가 소외 1의 신용카드 위조 및 허위 매출전표의 작성을 묵인하거나 이에 적극 가담하는 등의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들에게 책임을 묻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를 받을 이유가 없는 점, 위 각서의 내용이 피고 이영자가 소외 1의 위조행위에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면 자신이 위 범행에 가담하지 아니하였음을 잘 알고 있는 위 피고로서는 위 각서의 작성을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이 피고 이영자가 폐업한 후 발생하였고 위 각서 작성 당시 위 피고로서는 그 경위를 잘 알 수 없었다고 하여 원심의 판단과 같이 위 각서의 문언을 위 피고가 신용카드의 위조 및 허위 매출전표의 작성을 묵인하거나 이에 적극 가담하는 등의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하여 피고 이영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원고 은행은 내부규정상 개업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평점 22점 이상을 받은 사업자에 한하여 자체 신용조사절차를 거쳐 가맹점계약을 체결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가맹점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자가 있을 경우 그가 정상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업 후 1년이 경과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신용조사절차만을 거쳐 가맹점계약을 체결하여 온 사실, 피고 이영자는 스스로도 개업 후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원고 은행과 가맹점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수인이 누구인지 또 그가 어떠한 의도로 스스로 가맹점을 개설하지 아니하고 대가를 지급하면서까지 위 가맹점 명의를 사용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이 가맹점 허가증 등을 양도하고 신용카드대금 결제계좌의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어, 소외 1로 하여금 '찬스 1/2' 명의로 매출전표를 작성하고 이에 기하여 원고 은행으로부터 매출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이 그러하다면, 피고 이영자가 위 양도 당시 그 양수인이 양수한 가맹점 허가증이나 은행통장 등을 구체적으로 어떠한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를 비정상적이거나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나아가 '찬스 1/2' 가맹점 명의의 매출전표와 예금통장 등을 이용하여 원고로부터 카드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양수인인 소외 1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제3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위조하여 허위 매출전표를 작성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신용카드를 위조한 것은 그가 원고로부터 금원을 편취하기 위하여 허위의 매출전표를 작성함에 있어 필요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소외 1이 신용카드를 위조하여 범행할 것까지는 미처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하여 위 피고에게 이 사건 손해의 발생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각서에 나타난 피고들의 의사표시를 해석함에 있어 피고 이영자가 소외 1의 카드위조 및 허위 매출전표 작성을 묵인하거나 또는 직접 이에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위 약정에 기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도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