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두46414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호 담당변호사 신동욱 외 1인
피고, 상고인
인천세관장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6. 25. 선고 2020누56324 판결
판결선고
2021. 11. 2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경위와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아래 나.항 기재와 같은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을 수입하기 위하여 수입신고를 하였다.
나. 이 사건 물품은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전체적으로 동양인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며, 머리 부분은 나사로 결합 및 분리가 가능하다. 이 사건 물품은 머리 부분에서 발 부분까지의 전체 길이가 148cm, 무게가 17kg이고, 얼굴 부분의 인상이 상당히 앳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사건 물품의 항문 부분은 사람의 항문과 유사한 모습이고, 그 성기 부분은 성행위를 위하여 구멍이 뚫려 있고 음순과 질구가 표현되어 있는 등 여성의 성기 외관과 유사한 모습인데 음모 등은 표현되어 있지 않으며, 가슴과 엉덩이 부분만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
다. 피고는 2019. 10. 11. 이 사건 물품이 구 관세법(2019. 12. 31. 법률 제168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관세법'이라고만 한다) 제237조 제3호, 제234조 제1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물품의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라.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보아 수입통관을 보류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세법 제234조 제1호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은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37조 제3호는 '세관장은 이 법에 따른 의무사항을 위반하거나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2368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8도254 판결 등 참조). 우리 사회에서의 음란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사회의 성윤리나 성도덕의 보호라는 측면을 넘어서 미성년자 보호 또는 성인의 원하지 않는 음란물에 접하지 않을 자유의 측면을 더욱 중점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물품의 전체 길이, 무게는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16세 미만 여성의 인상에 가까워 보이는 점, 이 사건 물품의 성기 부분은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물품의 형상, 재질, 기능, 용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물품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성 관련 물건은 청소년유해물건으로서,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판매·대여·배포·무상제공이 금지되어 있으므로(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4호 나.목, 제28조 제1항, 제58조 제3호), 성행위 도구인 이 사건 물품은 19세 이상의 성인만이 구입하는 등 사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다. 1)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고, 같은 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도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죄는 위계 또는 위력이나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에 의함을 요하지 않으며, 설령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성립한다(대법원 1982. 10. 12. 선고 82도2183 판결 참조). 즉, 19세 이상의 성인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처벌대상에 해당된다.
2)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5호는 종전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규정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은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성학대를 의미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실제의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포함되는바, 그 이유는 실제 아동·청소년인지와 상관없이 아동·청소년이 성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각종 매체물의 시청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도863 판결 참조). 가상의 표현물이라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의 지속적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고, 또한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3헌가17, 24, 2013헌바85 결정 참조).
라. 위와 같은 법리를 이 사건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 이 사건 물품은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과 비교하여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
마. 한편, 이 사건 물품과 같이 사람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하였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당해 물품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물품의 형상, 재질, 기능, 용도, 이 사건 물품이 본뜬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을 확인하여 이 사건 물품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면밀히 심리한 다음, 이 사건 물품이 관세법 제237조 제3호,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통관보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물품이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조재연
주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