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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09. 10. 30. 선고 2009노1251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퇴거불응][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항 소 인

피고인 1 및 검사

검사

이성범

주문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첫째,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퇴거불응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병원으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은 곳(이하 ‘이 사건 시위 장소’라 한다)은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병원 외부와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출입통제도 하고 있지 않아 외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으므로, 병원의 위요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둘째, 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신고한 집회장소(이하 ‘이 사건 신고 장소’라 한다)와 이 사건 시위 장소는 1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에 불과하여, ○○대학교병원(이하 ‘병원’이라 한다) 업무나 환자들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에서 볼 때 위 두 장소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사건 신고 장소에서의 시위가 오히려 병원을 출입하는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가져올 위험성이 적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시위 장소에서 시위를 한 행위가 이 사건 신고 장소를 뚜렷이 벗어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비록 피고인에게 퇴거불응죄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 2, 3, 4에 대하여)

원심이 피고인 2, 3, 4에 대하여 선고한 형(각 징역 3월 선고유예)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 1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1) 퇴거불응의 점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건조물의 위요지가 되기 위해서는 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 토지로서 관리자가 외부와의 경계에 문과 담 등을 설치하여 그 토지가 건조물의 이용을 위하여 제공되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 것이기는 하나, 근래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담장을 제거하고 화단의 설치, 수목의 식재 등으로 담장의 설치 등을 대체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건물에 인접한 주변 토지가 건물, 화단, 수목 등으로 둘러싸여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한 그 경계에 문과 담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퇴거요구에도 불구하고 건조물에서 퇴거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의 건조물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퇴거불응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한편,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시위 장소와 병원 외부 사이에 문이나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고 또 관리자가 있어 이 사건 시위 장소에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이 사건 시위 장소를 병원의 건물들과 화단, 그리고 화단에 식재된 수목들이 둘러싸고 있으면서 병원 외부와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시위 장소가 각 병원 건물의 앞 또는 옆 마당으로서 병원 각 건물로 오가는 통행로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위장소가 병원 건물의 이용에 제공되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할 것이다.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률관계에 비추어 들여다보면, 이 사건 시위 장소는 병원 건물의 위요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신고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현실로 개최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위 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에서 정한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하였는지 여부에 의하여 가려야 한다. 또한, 이를 판단할 때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 집회 등의 주최자로서는 사전에 그 진행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신고내용과 실제 상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비교하여 살펴본 다음 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4 판결 참조).

한편,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신고 장소는 출입구 등에 위치하고 있어 병원 부지의 옆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인 반면, 이 사건 시위 장소는 병원의 부지의 안쪽에 위치하여 병원 건물들의 앞 또는 옆 마당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신고 장소는 병원 부지 중앙에 식재되어 있는 수목들에 가려 병원 각 건물에서 피고인들의 시위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 반면, 이 사건 시위 장소는 그 주변에 병원 건물들이 둘러서 있어 병원 어느 건물에서나 피고인들의 시위모습을 볼 수 있는 사실, ③ 병원 건물의 각 1층에는 진료과목의 외래환자가 접수·수납하는 원무과가 있고, 2층에는 각 진료과목의 외래진료실이 있는데, 이 사건 신고 장소는 병원 1동 건물로부터 약 20~25미터, 병원 2동 및 3동 건물로부터는 약 55~6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반면, 이 사건 시위 장소는 병원 1동 건물로부터 약 5미터, 병원 2동 및 3동 건물로부터 약 4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사실, ④ 또 이 사건 시위 장소는 병원 각 건물로 가는 통행로 역할도 하고 있어 병원의 옆면 출입구 등에 위치해 있는 이 사건 신고 장소보다 오히려 통행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사실, ⑤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신고 장소에서 시위를 하도록 허가를 해준 경찰관 공소외 1(대법원 판결의 공소외인)도 이 사건 시위 장소는 집회불허장소이어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시위 장소에서 시위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하였다면 그 허가를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⑥ 피고인 1이 신고한 시위방법은 ‘평화적인 집회 후 피켓 선전전’이었으나, 실제 시위는 ‘목에 형틀을 두른 채 일렬 횡대로 앉아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진행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률관계에 비추어 들여다보면, 이 사건 신고 장소와 이 사건 시위 장소의 거리가 수치상으로는 멀지 않다 하여도 양자 사이에는 커다란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시위 장소에서 한 시위 행위가 신고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시위 행위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졌고, 피해자인 병원과 원만히 합의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동종의 범죄로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현재 일정한 직장이 없는 위 피고인에게 벌금형의 처벌이 오히려 중한 형벌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비롯하여 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항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부당하게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 2, 3, 4가 병원의 정당한 퇴거요구에 불응하고 시위를 하기는 하였으나, 그 시위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던 점,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인 병원 측과 원만히 합의한 점, 위 피고인들에게 가벼운 벌금형 전과 이외에 달리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비롯하여 위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과 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항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부당하게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1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우룡(재판장) 강동원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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