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미군 영내에서 미군헌병이 우리 나라 국민을 적법절차 없이 체포·구금한 경우,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 유무(적극)
판결요지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이하 미군지위협정이라고 한다) 제22조 제10항 가호와 위 협정 제22조 제10항에 관한 의사록 규정에 의하면 대한민국 내 주둔하는 미합중국 군대의 시설과 구역 내에서는 미합중국 군대가 그 경찰권을 행사한다고 할 것이나, 이는 위 시설과 구역 내에서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그 시설과 구역 내에 있는 자로서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군속, 또는 가족이 아닌 자에 대하여는 경찰권의 행사가 신중하고 제한적이어야 할 것이며, 그 행사에 있어서도 주둔지국인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하여 행사되어야 할 것이므로,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211조 및 제206조에 규정된 현행범이거나 긴급구속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외에는 강제수사할 수 없다 할 것이고, 가사 긴급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피의자에게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206조, 제209조, 제72조의 규정에 따라 피의자를 구속함에 있어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러한 고지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고 우리 나라 국민을 강제연행한 것은 불법한 체포행위라 할 것이고, 강제연행 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수갑을 채운 채 조사를 진행하다가 약 3시간 후에 내보냄으로써 대한민국 법관의 영장 없이 불법구금한 것이므로, 대한민국은 위 미군지위협정 제23조 제5항에 의하여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인 헌병 등의 이러한 직무수행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용환외 5인)
피고
대한민국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4. 6. 10.부터 1995. 8. 9.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을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2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위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의 1-7, 갑 제4호증의 1-9, 갑 제4호증의 13-34,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원고는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합중국 군대의 시설과 구역 내에 출입할 수 있는 택시를 운영하는 소외 건양기업 주식회사 소속의 운전기사로서 1992. 11.경부터 위 회사 소유의 택시를 운전하여 왔다.
나. 원고는 1994. 1. 29. 11:10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미합중국 군대의 정규편성부대인 미육군 제8군사령부(이하 미8군이라고만 한다) 부대원의 아파트인 한남빌리지에서 위 회사 소유의 1162-723호 택시에 흑인여자 등 3인을 태우고 같은 구 용산동 소재 미8군 구역 내에 있는 '이글 글러브'라는 곳에 가기 위하여 위 한남빌리지 후문을 나와 같은 동 소재 이태원으로 향하는 폭이 좁은 도로를 지날 무렵 맞은 편에서 주한미군사령부 제8헌병여단 소 속의 소외 해리스 캐시(Harris Cassy M. 이하 해리스라고만 한다)가 운전하던 차와 교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위 도로의 양쪽으로 불법주정차 차량이 많아 한쪽이 양보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나 서로 양보하지 않고 영어와 한국어로 상호 욕설을 하면서 말다툼을 하던 중 위 해리스가 공무수행을 위하여 위 차를 운전한다는 점을 내세워 원고에게 양보토록 하여 진행하고는 주한미군사령부 헌병대에 원고가 위 해리스에게 폭행을 가하였다고 신고를 하였다.
다. 위 해리스에게 진로를 양보한 원고는 계속하여 위 승객을 태우고 위 도로를 지나 같은 날 12:00경 미8군 구역출입문인 제52번 문을 통하여 위 미8군 구역 내로 들어갔는데 위 해리스의 신고를 받은 주한미군사령부 제142헌병중대 소속의 소외 와인더 아론(Winder Aron, 이하 와인더라고만 한다) 외 헌병들이 원고의 위 택시를 정차시키고는 다수의 사람이 구경하는 가운데 원고에게 아무런 이유의 고지 또는 설명도 없이 원고의 신체를 수색하고 원고의 양손에 수갑을 채운 다음 원고를 위 헌병대로 호송하여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30여 분간 위 헌병들의 감시하에 대기시키다가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토록 하는 등의 조사를 한 후 같은 날 15:00경 원고를 위 헌병대에서 내보냈다.
라. 한편, 원고의 직장동료들은 원고가 연행된 후 위 헌병대 부근에서 원고의 연행에 항의한 외에 1994. 2. 8. 서울지방검찰청에 위 와인더 등을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고발하였고 이에 미8군 헌병대에서도 자체조사 후에 원고가 소속한 위 건양기업 주식회사에 와서 위 해리스와 와인더의 행위에 대하여 서면으로 사과하였다.
2.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이하 미군지위협정이라고만 한다) 제22조 제10항 가호에 의하면, "합중국 군대의 정규편성부대 또는 편성대는 이 협정 제2조에 따라 사용하는 시설이나 구역에서 경찰권을 행사할 권리를 가진다. 합중국군대의 군사, 경찰은 동 시설 및 구역 안에서 질서 및 안전의 유지를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적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 협정 제22조 제10항에 관한 합의의사록에 의하면 "합중국 군당국은 합중국 군대가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 안에서 통상 모든 체포를 행하다. 합중국 군당국에 의하여 체포된 자로서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군속 또는 가족이 아닌 자는 즉시 대한민국 당국에 인도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은 당원에 현저하다.
3. 판 단
위 협정의 규정들에 의하면, 대한민국 내에 주둔하는 미합중국 군대의 시설과 구역 내에서는 미합중국 군대가 그 경찰권을 행사한다고 할 것이나 이는 위 시설과 구역 내에서 질서와 안전의 유지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 만큼 위 시설과 구역 내에 있는 자로서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군속 또는 가족이 아닌 자에 대하여는 그 경찰관의 행사가 신중하고 제한적이어야 할 것이며 그 행사에 있어서도 주둔지국인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하여 행사되어야 할 것이므로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211조에 규정한 현행범이거나 이에 준하는 자 또는 동법 제206조에 의하여 긴급구속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강제수사는 행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현행범이거나 이에 준하는 자가 아님은 명백하고 긴급구속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임에도 위 와인더를 비롯한 주한미군사령부 소속 헌병들은 원고를 수갑을 채워 강제연행한 사실을 알 수 있고 가사 긴급수속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위 와인더 등 헌병들은 원고에게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206조, 제209조, 제72조의 규정에 따라 원고를 긴급구속함에 있어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러한 고지의무 등을 전혀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와인더 등이 원고를 강제연행한 것은 불법한 체포행위라 할 것이고, 또한 위 헌병들은 원고를 강제연행한 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에서 수갑을 채운 채 감시하다가 원고에 대하여 당시의 상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다가 약 3시간이 경과된 후에야 원고를 내보냄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를 대한민국 법관의 구속영장 없이 약 3시간 동안 불법구금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와인더 등 미군헌병들은 원고를 불법으로 체포, 구금함으로써 원고에게 막대한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위 미군지위협정 제23조 제5항에 의하여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인 위 와인더 등 헌병들의 위와 같은 직무수행상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위 미군헌병들에 의하여 체포, 연행, 구금된 경위, 불법구금으로 인정된 구금시간(약 3시간), 그 후 주한미군사령부 헌병대장이 서면으로 사과한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사항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원을 위자료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익일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4. 6. 10.부터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1995. 8. 9.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