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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전지방법원 2014.1.16.선고 2013재고합5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2013재고합5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위반

피고인

박○○

검사

김가람 ( 기소 , 공판 )

변호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윤천우

판결선고

2014 . 1 . 16 .

주문

피고인은 무죄 .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이유

1 . 공소사실의 요지 및 사건의 경과

가 . 공소사실의 요지 및 적용법령

1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사람으로서 , 1977 . 12 . 28 . 서울고등법원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죄로 징역 및 자격정지 각 1 년 6월의 형을 선고받고 , 상고하였으나 , 1978 . 3 . 14 .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확정되고 , 같은 해 11 . 5 .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는바 ,

가 ) 1978 . 4 . 19 . 06 : 40경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울구치소 12사상 16 방에서 같은 방에 수용중인 재소자 변○○ , 이○○ , 홍○○ , 백○○ , 이△△ 등 약 10명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 박 정권 물러가라 , 유신헌법 철폐하라 . ” 라고 3 ~ 4회 고함을 지르 고 , 이어서 위 방 변소에 들어가 약 50명의 출역수들이 취사 준비중인 창 밖의 취사장 을 향하여 큰 소리로 “ 유신헌법 철폐하라 , 박 정권 물러가라 . ” 라고 2 ~ 3회 외치고 ,

나 ) 1978 . 12 . 27 . 07 : 15 경 피고인이 수용되어 있는 충남 공주군 장기면 금홍리 공 주교도소 2사하 16방에서 복도쪽 창문을 내다보고 밖을 향하여 같은 사에 수용중인 재 소자 40여명과 교도관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 유신헌법 철폐하라 , 유신독재 타도하자 , 독재정권 물러가라 . ” 는 구호를 15회 가량 외치고 ,

다 ) 같은 날 11 : 45경 같은 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같은 내용의 구호를 5회 가량 외 쳐서 ,

각 시위의 방법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

2 ) 적용법령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령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 ( 1975 . 5 . 13 .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로 제 정되고 , 1979 . 12 . 7 .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 이하 '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 라 한다 ) 1 .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

나 . 집회 · 시위 또는 신문 , 방송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 도화 , 음반 등 표현물에 의 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청원 · 선동 또 는 선전하는 행위

7 .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

나 . 사건의 경과

대전지방법원은 1979 . 4 . 20 . 78고합171 , 79고합5 ( 병합 ) 사건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 피고인에게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죄로 징역 1년 6월 및 자 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고 ( 이하 ' 재심 대상판결 ' 이라 한다 ) , 피고인이 1979 . 8 . 13 .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

2 . 판단

가 .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

1 )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 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 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 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 이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 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 이 점에서 구 대한민국헌법 ( 1980 . 10 . 27 .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이하 ' 유신헌법 ' 이라 한다 )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 천재 ·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 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 ” 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

2 )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 유언비어를 날조 , 유포 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 , “ 집회 · 시위 또는 신문 , 방송 ,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 도화 ,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 · 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 , “ 학교 당국의 지도 ,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 학생의 집회 · 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 및 “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 일체를 금하고 ( 제1항 각 호 ) ,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 · 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 · 배포 · 판매 · 소지 또 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 ( 제2항 ) ,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 모한 자도 또한 같고 ( 제7항 ) ,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 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 구금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 ( 제8항 ) ,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 위반자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 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 · 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 휴업 · 휴 교 · 정 간 · 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 제5항 ) 는 것이다 . 이는 유신 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 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 라 ,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 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 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 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

3 )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 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 국가로 하여금 국 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 ( 현행 헌법 제10조 ) 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 ( 현행 헌법 제21조 ) 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 하고 ,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 ( 현행 헌법 제12조 ) 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 ( 현행 헌 법 제16조 ) 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 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 ( 현행 헌법 제26조 ) 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 회 · 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 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 휴교 ,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 ( 현행 헌법 제22조 ) 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 현행 헌법 제31 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

4 )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 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 해한 것이므로 ,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 되어 위헌 · 무효이고 ,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 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 무효이다 ( 대법원 2013 . 4 . 18 . 결정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 .

나 . 폐지 또는 실효된 형벌 관련 법령이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한편 ,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 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 법원은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 나아가 형 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 폐지 ' 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 그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 ” 의 무죄사유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0 . 12 . 16 .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

3 .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 제7항 전단 및 후단 , 제1 항 나호가 당초부터 위헌 · 무효이어서 “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 ” 에 해당하 므로 ,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 형사소송법 제 440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아울러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위법 ·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큰 시련과 옥고를 겪게 된 피고인에게 이제야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고 명예를 회복시 켜 드리게 된 점에 대하여 사과드리면서 , 이 사건 재심 판결이 피고인이 지난 날 겪었 던 고통에 대한 위로와 명예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은 아 픈 역사를 교훈삼아 , 재판부로서는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기 본권을 보장하고 보편적 정의를 구현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임을 다 짐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이종림

파사 김정익

판사 조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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