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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2. 12. 1. 선고 2022노1666 판결
[준강간][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군검사

대위(진) 조성운(기소), 대위(진) 이해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천선 담당변호사 공준식

원심판결

제2함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22. 6. 10. 선고 2021고10 판결

주문

군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 공소외 1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주된 부분에서 일관된다. 공소외 2의 진술과의 불일치나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으로 범죄사실의 주요부분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피해자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허위신고할 동기가 없는 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인 패싱아웃 또는 그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주1)

2. 판단

가. 관련 법리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다음,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음주정도, 범행 전후의 CCTV 영상 속 피해자의 모습과 상황, 피해자의 진술과 대리기사인 공소외 3, 피해자의 지인인 공소외 2의 각 진술의 불일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과 클럽을 나와 피고인의 차량으로 이동하던 당시 다소간 약한 정도의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고는 할 수 없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상세히 설시한 사실 및 사정들과 아울러,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까지 더하여 보면,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행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신상실’의 상태 내지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과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 및 이용한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위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군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군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해자는 2020. 1. 4. 01:06경 지인인 공소외 2와 함께 클럽에 입장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02:10경 클럽에서 함께 나오는데, 클럽계단을 오를 때 피고인은 피해자의 허리와 둔부 쪽을 감싸안고 계단을 오르면서 피해자를 다소 지탱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피해자는 입에 담배를 문 채로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곳에서도 정확히 그 방향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을 비추고 있는 CCTV 영상에서 02:12경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에 타기 전 한 발 뒤로 물러서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에 손을 두르며 차에 들어가도록 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 때에도 피고인이 강제력을 쓰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클럽에서 나와 피고인의 차가 주차되어 있던 공영주차장까지는 도보로 거리 126m를 걸어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피해자는 위 거리를 피고인과 함께 비교적 정상적으로 걸어갔을 뿐만 아니라, 한 시간 가량 뒤 클럽으로 돌아올 때에는 차에서 내린 후 클럽 방향으로 정확히 혼자서 빠른 걸음으로 뛰듯이 찾아 왔는바, 클럽 주2) 에서 피고인의 차가 주차된 장소까지의 이동경로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사건 당시 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소주 1병, 클럽에 들어와서 피고인을 만나기 전 양주 2~3잔, 피고인을 만난 후 양주 2~3잔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하고 있고, 평소 주량은 소주 2병이라 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는 주량을 넘어서 마시게 되면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나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고 술을 마신 이후 기억이 아예 통째로 사라지는 경험을 해 본 적도 더러 있는 편이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지인으로서 사건 당일 피해자와 함께 클럽에 갔던 공소외 2 역시 원심법정에서 피해자의 주량은 2병 정도로 그 정도 마시면 어떨 때에는 기억을 못하고 필름이 끊길 때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클럽에서 만나 이름, 나이, 직업을 말해주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와 술을 마시며 위와 같은 인적사항을 들었다면서 피해자의 본명 주3) 을 정확히 알고 있다. 주4) 또한 피해자는 클럽에서 피고인 일행이 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후 주5)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피고인의 차량 뒷좌석이었다고 주장하며, 피고인과 함께 담배를 물고 계단을 올라갔던 것도, 당시 날씨가 매우 추웠음에도 외투도 입지 않고 클럽 밖으로 나간 것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에서 나간 후로 클럽으로 뛰어 들어가 공소외 2와 연락한 후 공소외 2의 부축 하에 클럽에서 나오고 당일 바로 신고를 한 점 및 피해자가 사건 당일 처음 만난 피고인을 무고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해자 진술이 거짓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본 피해자의 클럽에서 차량까지의 이동 행적, 클럽내부 및 주차장의 CCTV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피해자의 모습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은 술에 취하여 당시에는 나름 의식적으로 행동을 하였으나 나중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증상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결국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자신의 진정한 의지와 무관하게 피고인의 성관계 시도에 호응했을 수는 있겠으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다가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것(소위 ‘원나잇’)이 아주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사건 발생 장소인 피고인의 차는 번화가 한복판 공영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 옆 차도와 인도가 구별되어 있지 않은 길로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직전 피고인이 대리기사를 불렀고 사건 발생 후 20분 가량이 지나 대리기사가 왔는데, 차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고 대리기사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점 등까지 더하여 보면,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까지 나아갔다는 준강간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군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군사법원법 제430조 제1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광섭(재판장) 박영욱 황성미

주1) 군검사는 항소이유로 원심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블랙아웃 여부가 쟁점이 된 바 없음에도 이를 무죄의 근거로 삼은 원심판결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으나, 원심판결에서 피해자의 ‘블랙아웃’ 여부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여부의 판단을 위한 하나의 논거 내지 고려대상이 된 것일 뿐 독자적인 쟁점이라 보기 어렵고, 또 당심법정에서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주장·증명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으므로 위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주2) 피해자는 이 날 클럽을 처음 방문하였다.

주3) 피해자 보호 절차에 따라, 피해자는 가명인 공소외 1로 조사를 받았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기록을 열람·등사하더라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은 제공되지 않으므로, 사건 당일 피해자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본명을 알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4)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나이는 23세, 직업은 대학생이라고 알려주었다고 진술하였다.

주5)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 일행이 술에 약을 탄 것 같다고 신고하였으나, 피해자의 소변에 대한 마약성분검사에서 아무런 검출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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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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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법원법 제430조 제1항

원심판결

- 제2함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22. 6. 10. 선고 2021고1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