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도16496 가. 재물손괴
나. 폭행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S, C, T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5. 10. 2. 선고 2015노2655 판결
판결선고
2016. 1. 2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폭행 부분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 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E를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이에 관한 사실오인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폭행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것을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각 재물손괴 부분에 대하여
가.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의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8530 판결 등 참조).
나. (1) 제1심은, (가) 피고인이 2012. 11. 15. 시간불상경, 2013년 4월 일자 및 시간 불상경, 2013. 5. 31. 17:00경 서울 성북구 D건물 제지하 1층 5404호, 5405호(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서 E가 유치권을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기재한 현수막 또는 공고문을 손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나) ① E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H이하 'H'라 한다)가 I으로부터, 1과 J이 1/2씩 소유하고 있는 위 D건물 제지하1층 5402호, 5403호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내부인테리어 공사를 도급 받아 완료하였으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I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2. 11. 28. 승소판결을 받아 위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당시 피고인이 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가 위 소송에서 의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였고, ② F는 서울중앙지방법원 K 임의경매절차(이하 '이 사건 경매절차'라 한다)에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낙찰받아 2012. 9. 25.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H가 2011. 6. 23. I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유치권신고를 하였으며, ③ 피고인은 이 사전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현수나 똥을 설치하는 E의 행위에 대하여 철거단행가처분 내지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 등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하여 7. 배제를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F는 이 사건 최종 범행일 다음날인 2013. 6. 1. E와 H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H의 유치권부존재확인 및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를 구하는 민사소송(인천지방법원 2013가단215156호)을 제기하였으며, ④) 2012. 11. 15.자 재물손괴 범행 당시에는 주식회사 제일이 저축은행에서 H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항소심 계속 중이었고, 6) E는 이 사건 범행 이전부터 유치권자임을 주장하는 인쇄물을 반복적으로 붙였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자로서 임대업무 등을 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재물손괴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2) 원심은 이러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제1심증인 P는, 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인공투 석실 설치공사를 도급받아 기존 시실을 철거하고 공사를 완료하였는데, 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함에 따라 2007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건설회사 사무실로 사용하였고, ② 2009년경에는 0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5405호의 일부를 사용하도록 허락하여, 그 무렵부터 이 사건 경매절차가 종료될 무렵까지 자신과 이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공동출입문에 대한 열쇠를 관리하여 왔으며, ③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낙찰받은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2012년 11월 무렵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남아 있던 자신 소유의 물건들을 넘겨받으면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하여 주었는데, ④ 그때까지도 E나 H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한 적이 없고 자신과 0의 점유·사용을 방해한 적도 없었으며, 다만 이 사건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1년 겨울 무렵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아닌 5403호에 집기를 갖다 두고 유치권자라고 주장하면서 그 통로 벽쪽에 유인물과 현수막을 붙인 사실이 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또한 제1심증인 이는, ① 2011년 12월 이전부터 P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5405호에서 'R'를 운영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공동출입문에 대한 열쇠를 관리하여 왔고, ② 2012. 9. 10.경 피고인을 만나 위 열쇠를 건네주는 한편, 위 출입문의 자물쇠를 교체한 피고인으로부터 새로운 열쇠 1개를 교부받았으며, 2012년 11월 초경에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5405호를 피고인에게 인도하였는데, ③ 그 무렵까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공동출입문 안쪽에 H의 현수막이나 유인물이 붙어있지는 아니하였고, 다만 5403호의 복도 벽에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F가 E와 H를 상대로 제기한 위 민사소송의 제1심은, ① H가 으로부터 도급 받은 공사를 완료한 다음 I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하였고, 이 2008년 5월말 경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서 병원을 운영하였으며, J의 아버지인 N가 P에게 H의 공사 부분을 철거하고 인공투석실을 설치하는 공사의 도급을 준 사실, ② 그 후 2008년 11월 내지 12월 무렵 위 병원의 운영이 중단되었는데, 당시 H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경매개시결정등기 무렵인 2011. 3. 30. 및 2011. 4. 7.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현황조사에 따라 작성된 부동산현황조사서에 H가 그 주장의 유치권에 기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정황이 나타나지 아니한 사실, ③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0, P로부터 그 점유를 이전받아 2012. 12. 7.부터 2012. 12. 11.까지 사이에 칸막이 철거공사 등을 한 사실, ④ I은 2011. 9. 23. P가 2009. 1. 12.경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P를 상대로 그 인도 및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은 0를 상데로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5405호에 대한 인도명령을 신청한 사실 등을 인정하여, H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당시에 이를 점유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E와 H의 유치권 항변을 배척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F의 인도청구 부분을 인용하였다. 이에 E와 H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라) E가 자신의 점유보조자라고 내세우는 G은 ① 위 민사소송에서 2013년 2월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관리를 맡았다고 증언하였고, ② 이 사건 제1심에서도, E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공동출입문에 현수막을 처음 설치한 시기는 이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한 후인 것 같다고 진술하는 한편, O와 P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사용할 당시에는 E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내부에 유치권자임을 주장하는 공고문을 붙이지 아니하였으며, H가 2011년 12월경부터 5402호와 5403호를 점유하기 시작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마) E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진들에 의하면, E가 설치한 위 현수막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공동출입문을 가로지르고 있어서 이를 제거하지 아니할 경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정상적인 출입이 불기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제거한 위 공고문들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외벽 유리창 및 현관 유리문에 붙어 있었거나 E가 같은 곳에 붙이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 이 공사를 마친 H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받은 이후 피고인이 현수막을 최초로 제거한 2012. 11. 15. 이전까지 E나 H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찾을 수 없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E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당시는 물론이고 F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낙찰받아 피고인이 P와 이로부터 이를 인도받을 무렵까지도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받은 후에 비로소 위 현수막과 공고문을 붙이거나 붙이려고 하였다고 볼 수 있는 개연성이 높고, 이러한 E의 행위는 F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위 현수막과 공고문을 부착 후 바로 제거하는 등의 피고인의 행위에 따른 E의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위 현수막과 공고문의 설치로 인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출입하지 못하거나 그 임대를 하지 못하게 됨으로 말미암아 F가 입게 되는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이를 적법하게 인도받은 F의 이사인 피고인이 그 동의나 허락 없이 설치되어 이 사건 가 부동산의 출입이나 임대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위 현수막과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 제거하거나, 반복하여 공고문을 붙이려는 E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공고문을 손괴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의 소유권 행사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시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제1심이 판시한 것과 같이 이 사건 경절차에서 E가 유치권 신고를 하였다거나 E의 위 행위에 대하여 민사소송이나 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실들만을 가지고 달리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E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위 현수막과 공고문을 설치하기 시작한 시기나 그 설치 당시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점유 현황 및 위 현수막과 공고문의 제거 경위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속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각 재물손괴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부분과 폭행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신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박보영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