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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13. 2. 20. 선고 2012가단93143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13상,307]
판시사항

갑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구치소 공무원들이 시국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사람의 전향수기를 갑 등의 사방거실에 넣었다가 항의를 받고 회수한 사안에서, 위 도서의 전달만으로 구치소 공무원들이 갑 등에 대하여 사상전향공작을 하였다거나 갑 등의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갑 등의 명예감정을 훼손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구치소 공무원들이 시국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사람의 전향수기를 갑 등의 사방거실에 넣었다가 갑 등의 항의를 받고 회수한 사안에서, 위 도서의 전달만으로 구치소 공무원들이 갑 등에 대하여 사상전향공작을 하였다거나 갑 등의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갑 등의 명예감정을 훼손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광철)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3. 1. 30.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12. 22.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각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은 소위 ‘ ○○○ 간첩단 사건’에 관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원고 1, 4는 각 2011. 7. 5., 원고 2, 3, 5는 각 2011. 7. 2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23. 선고 2011고합1131호 로 징역 9년 등의 형을 선고받고 이에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 2012노805호 로 재판이 계속 중인 자이며,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고 5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나. 피고 소속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은 2011. 12. 22.경 일명 △△△△당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소외 1의 전향수기인 ‘어느 지식인의 죽음’(이하 ‘이 사건 도서’라고 한다)을 원고들이 수감 중이던 각 사방거실에 넣어주었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들로부터 항의를 받자 원고 2, 4로부터는 이를 바로 회수하였고, 원고 1, 3, 5에 대하여는 위 원고들이 2012. 12. 23. 재판에 출석하기 위하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위 원고들의 사방거실에 들어가서 이 사건 도서를 회수하고 이러한 사실을 위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다. 이 사건 도서의 저자소개에는 ‘ 소외 1은 △△△△당 사건으로 구속된 후 1972. 7. 15. 사형되었다’는 기재가 있으며, 서문(재출간에 즈음하여)에는 ‘ △△△△당 사건은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적발된 ○○○ 간첩단 사건과 동일하게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으며, 책의 본문은 소외 1이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한 반성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정 근거]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1호증, 갑2호증의 1 내지 갑3호증, 갑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1) 피고 소속의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은 원고들에게 사상전향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등으로 사상전향공작을 하였는바 이는 원고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이 일반적인 도서인수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상전향을 찬양하고 있는 이 사건 도서를 무단으로 원고들에게 전달한 행위는 원고들을 간첩단으로 전제하고 사상전향을 할 것을 표명한 행위로 원고들의 ‘명예감정’을 훼손하고, 원고들의 사상·양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다.

또한 피고 측이 임의로 교부한 도서라도 교부가 완료된 이상 수용자 개인의 사물인데,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은 원고 1, 3, 5가 사방거실을 비운 사이 무단으로 이 사건 도서를 회수하고, 위 원고들에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고 한다)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그 이유와 처리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이 사건 도서에 관한 원고들의 처분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2) 그러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에 의하여, 피고 소속의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의 위 (1)항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서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이 사건 도서의 전달로 인한 원고들의 권리침해 여부

(가) 원고들의 사상·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사상전향공작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2호증의 1 내지 갑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 3의 각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도서가 구입·전달된 경위 및 절차에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사상전향공작을 하였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양심의 자유 침해’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양심은 ‘남과 북이 서로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남북공동선언 제2항의 정신에 따라 연방제 또는 국가연합제의 방식으로 통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사건 도서에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있기는 하나 헌법 전문의 평화추구의 이념과 헌법 제4조 의 평화통일의 지향 등 평화국가원리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서울구치소 공무원들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도서를 읽도록 강요한 바 없이 즉시 회수한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도서의 전달만으로 원고들의 사상·양심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참고로 을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사건 도서 전달에 관한 원고들의 진정에 관하여 같은 취지로 결정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원고들의 명예감정 훼손 여부

민법 제764조 에서 말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하고,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감정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으나(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756 판결 참조), 다만 타인의 명예감정에 대하여 간과하기 어렵고 명확하면서도 그 정도가 심한 침해행위를 한 경우 그 침해행위가 그 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기는 하다( 서울고법 2008. 1. 16. 선고 2006나92006 판결 참조) 주1) .

이 사건에서 이 사건 도서의 전달이 원고들의 명예감정에 대하여 간과하기 어렵고 명확하면서도 그 정도가 심한 침해행위를 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가사 원고들의 명예감정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위와 같은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도서의 전달이 원고들의 명예감정을 훼손하고 그 정도가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2) 이 사건 도서회수에 관한 원고 1, 3, 5의 처분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피고 측이 원고 1, 3, 5로부터 이 사건 도서를 회수하고 그 이유와 처리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 위 원고들의 처분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 원고들은 이 사건 당시 미결수용자였는바, 구치소 내 각 사방거실은 질서유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하여 교도관이 상시 관찰하거나 검사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한도 내에서 위 원고들의 처분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점, 이 사건 도서는 위 원고들의 개인 소유가 아닌 점, 이 사건 도서의 전달에 관하여 원고들의 이의 제기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도서를 형집행법상 ‘수용자의 물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한 이 사건 도서의 회수로서 위 원고들의 처분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2) .

다. 소결

따라서 피고 소속 서울구치소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의한 원고들의 권리침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창훈

주1) 명예권은 인격권(헌법 제10조)의 내용으로 모든 국민이 사회적 명예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인데, 명예권의 침해가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침해자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민법상 사실의 적시가 없는 단순한 의견 개진만으로 명예가 훼손당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만 어떤 의견의 표현이 그 전제로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이거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때라야 명예훼손이 성립할 것이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5다75736 판결 참조).

주2) 위 원고들은 서울구치소에 이 사건 도서의 전달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을 뿐 이 사건 도서를 되돌려달라고 요구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도리어 이 사건 도서의 회수에 관한 처분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되는 행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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