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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75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1990.12.15.(886),2479]
판시사항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피고인 이외의 자가 진범인으로 다시 제소된 경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소정의 상고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갑이 을을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해를 입히고 도주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갑이 피고인으로 제소되었으나 갑은 사고당시 을이 운전하였다고 범행을 부인하였지만 제1,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된 후 갑의 탄원에 의한 재수사과정에서 을이 자기가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켰음을 자백하여 군검찰관이 을을 교통사고를 일으킨 진범인으로 지목하여 군사법원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으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갑에 대한 원심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법 제383조 제3호 소정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상고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B 외 1인

이유

변호인들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함께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89.6.9. 21:50경 뒷 자리에 피해자 C를 태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다가 상주시 D에 있는 E약국앞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편 피해자 F를 들이 받는 사고를 일으켜 위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그들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것인바, 제1심은 피고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과 검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1, 제2각회 피의자신문조서 및 제1심법원의 증인 C·G에 대한 각 증인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등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위 각 증거와 원심증인 H·I의 각 증언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2. 제1심과 원심이 채택한 위 각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건대, (i)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난 직후 사건을 수사한 상주경찰서 경찰관과 사건을 이송받아 계속 수사한 군사법경찰관에게는 물론 원심의 공판기일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사고가 일어나던 날 고등학교 동창생인 피해자 C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많이 취한 C를 대신하여 자신이 C 소유의 오토바이 뒷 자리에 C를 태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던 중, C가 도중에 자기가 오토바이를 운전하겠다고 고집하므로 서로 자리를 바꾸어 C가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ii) 원심증인 H는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장소를 관할하는 파출소에 근무하는 순경으로서, 교통사고발생신고를 받고 바로 피해자들이 입원하여 있던 병원으로 가서 사고경위를 조사하였는데, 그 당시 피해자 C는 자기가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를 내었다고 말하였으므로 사고차량의 운전자를 C로 기재한 교통사고발생보고서를 작성하여 상주경찰서장에게 보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iii) 원심증인 I는 자신이 당시 사고현장을 목격하기는 하였으나 오토바이를 누가 운전하였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iv) 이들 각 증거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되지 못하고, (v) 다만 제1심증인 G는 당시 사고현장 부근에서 오토바이가 달려오다가 "타닥"하는 소리를 내면서 넘어지는 소리를 듣고 쳐다보았더니 군복을 입은 피고인이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오토바이와 같이 끌려가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vi) 제1심증인 C는 사고가 일어나던 날 피고인 등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술집을 나와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다가 너무 취하여 오토바이를 넘어뜨리자, 피고인이 오토바이를 대신 운전하여 집에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기에 오토바이 뒷 자리에 탓는데 그 이후의 일은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간 것조차 전혀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vii)결국 원심은 위 G와 C의 제1심공판에서의 각 진술만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셈이 된다.

3. 그런데 변호사 J가 상고이유서에 첨부하여 제출한 육군보병 제5사단 보통군사법원 군법원서기가 작성한 공소장등본과 육군보병 제5사단 보통검찰부 서기가 작성한 수사기록 등본의 각 기재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이 제1심과 원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후 1990.7.13.경 자신의 무고함을 들어 이 사건을 재수사하여 줄 것을 육군범죄수사단에 탄원하여 군사법경찰관이 마침 육군에 입대하여 복무중인 위 C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다시 수사를 하게 되었던바, 그 재수사과정에서 C는 피고인이 일관하여 주장한 바와 같이 처음에는 피고인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였으나 도중에 피고인과 자신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자신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실을 자백함으로써, 이 사건 제1심공판에서의 자신의 증언이 허위의 공술이었음을 시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사고현장을 목적하였다는 K의 진술, C에 대한 거짓말탐지기의 시험결과 등, C의 위와 같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들이 재수사과정에서 나타난 결과, 군검찰관이 C를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진범인으로 지목하여 1990.8.9. 육군보병 제5사단 보통군사법원에 C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으로 공소를 제기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제420조 제5호 소정의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같은 법 제338조 제3호 소정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상고이유가 있다고 할 것 이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있고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재성(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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