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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6. 4. 18. 선고 96나3899 판결 : 상고기각
[대여금 ][하집1996-1, 314]
판시사항

증권회사의 고객위탁주식의 처분이 신용융자금 상환기일이 훨씬 경과한 후 주가 저가시에 이루어진 경우, 그로 인한 고객의 손해에 대하여 증권회사가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증권관리위원회 제정의 증권회사의 구 미수금정리절차등에관한규정(1990. 9. 20.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는 고객이 미수금의 납입기한 등을 통지받고도 그 통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증권회사는 지체 없이 미수채권 상당 위탁주식을 처분하여 미수금에 임의 충당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처분 시기에 관하여는 확정적인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바, 그 규정은 미수금을 신속히 회수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주식매수대금 미납으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증권회사에게 그 매수주식의 처분권한을 부여한 취지이므로, 증권회사가 그 규정에 의하여 당해 고객과의 관계에서 매수 유가증권을 지체 없이 처분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는 볼 수 없고, 주가의 하락으로 증권회사가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추이를 예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가변동이 심한 주식시장의 특성상 그 신용융자금 상환기일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것임을 증권회사 또는 그 피용인들이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 융자금의 상환기일이 훨씬 경과한 저가시에 그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고객이 입은 손해가 그 증권회사 또는 그 피용인들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손해라고 할 수 없다.

원고, 항소인

한양증권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송복주

주문

1.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7,648,835원 및 이에 대한 1990. 9. 22.부터 완제일까지 연 1할 9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위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갑 제1, 2, 3호증, 갑 제4호증의 1 내지 11, 갑 제9호증의 1, 갑 제11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1989. 4. 19. 원고 회사의 역삼지점(현 삼풍지점) 차장인 소외 신재목의 권유로 원고 회사와 사이에 주식매매거래계좌설정계약을 체결(계좌번호 105343)하고 주식매입자금 25,000,000원을 예탁한 다음, 위 신재목에게 위임하여 주식거래를 하여 오던 중, 1990. 1. 6. 한보철강공업 주식회사의 주식 2,500주를 대금 42,250,000원(1주당 금 16,900원)에 매수하여 원고에 대하여 금 24,727,162원의 신용융자금 상환의무를 부담하게 된 사실, 한편 피고는 위 매매거래계좌설정약정 당시 원고와 사이에 피고가 신용거래융자금을 그 상환기일(보통거래의 경우 거래일로부터 3일째 되는 날)까지 상환하지 아니하는 경우 당해 매매거래의 매수증권 또는 매도대금 기타 본인을 위하여 점유한 현금, 유가증권의 순으로 필요한 수량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초가 결정에 참여하는 호가에 의하여 처분하여 신용거래에 따른 미수금채무 변제에 임의 충당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며, 신용거래 미납금에 대하여는 증권관리위원회가 정하는 이율 및 계산방법에 따른 연체료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고, 증권관리위원회가 정하는 신용융자금에 대한 연체이율은 연 19%인 사실, 그런데 피고가 원고 회사로부터 수 차례에 걸친 상환 최고를 받고도 위 신용융자금을 변제하지 아니하므로 원고 회사는 위 약정에 기하여 1990. 9. 21. 피고로부터 예탁받아 보유 중이던 피고 소유의 위 한보철강 주식 2,500주를 임의로 매각하여 그 대금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신용거래로 인한 채무에 변제 충당한 결과, 미회수원금 7,648,835원의 채무가 남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위 주식매매위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 회사의 차장인 위 신재목과 사이에 우량주에 국한하여 위 예탁금을 사용하여 투자하되 신용거래나 외상으로 주식을 매수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신재목이 피고의 동의 없이 신용융자금으로 이 사건 주식을 임의로 매수한 것이어서 피고는 그로 인한 융자금의 상환의무가 없다고 항쟁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다시, 증권회사의 미수금정리절차등에관한규정 제5조에 따라 피고가 위 신용융자금을 결제일인 1990. 1. 9.까지 납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통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납부할 것을 최고하고 그 때까지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즉시 매수한 당해 유가증권을 매도(반대매매)하여 위 신용융자금을 회수하여야 함에도 원고 회사가 이를 게을리하여 융자금의 상환기일을 훨씬 경과한 같은 해 9. 21.에야 피고 소유의 위 한보철강주식을 1주당 금 8,200원의 저가로 처분하여 위 융자원리금에 변제충당한 과실로 위와 같은 미상환융자금이 발생하게 된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가 취득한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이 사건 신용융자금채권을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신용거래 당시 시행되고 있던 증권관리위원회 제정의 증권회사의 미수금정리절차등에관한규정(1990. 9. 20.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는 고객이 미수금의 납입기한 등을 통지받고도 그 통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증권회사는 지체 없이 미수채권 상당 위탁주식을 처분하여 미수금에 임의 충당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처분 시기에 관하여는 확정적인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미수금을 신속히 회수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주식매수대금 미납으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증권회사에게 그 매수주식의 처분권한을 부여한 취지라고 할 것이므로 증권회사가 위 규정에 의하여 당해 고객과의 관계에서 매수유가증권을 지체 없이 처분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는 볼 수 없고, 주가의 하락으로 피고가 매수한 위 주식의 가치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추이를 예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가변동이 심한 주식시장의 특성상 위 신용융자금 상환기일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것임을 원고 또는 그 피용인들이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입은 위와 같은 손해가 원고 또는 그 피용인들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손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반대매매가 불법행위가 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는 또한 위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상사채권인 이 사건 신용융자금채권의 상환기일이 신용거래일로부터 3일째 되는 1990. 1. 9.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의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인 1995. 9. 15.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체결된 위 주식매매거래계좌설정약정에 기하여 1990. 9. 21. 보유 중이던 피고 소유 주식을 매도하여 그 대금 중에서 위 신용융자금채권 중 일부를 변제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로써 위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후 다시 진행된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되기 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역수상 분명하므로 결국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상환융자원금 7,648,835원 및 이에 대한 1990. 9. 22.부터 완제일까지 연 1할 9푼의 약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원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국(재판장) 박대준 정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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