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이 장비업자인 을에게 갑 소유 공터에 방치된 쓰레기더미 등을 치워달라고 요청한 다음, 사위 병에게 위 작업 시 현장을 안내하고 작업을 거들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그 후 병이 위 공터에서 을 등과 함께 쓰레기더미를 치우는 작업을 하던 중 을 소유의 굴삭기 관련 사고로 상해를 입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 등에 공단부담금을 지급한 다음, 을 및 을과 영업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정 보험회사를 상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에 따른 구상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사고에 관하여 병에게도 20%의 과실이 인정되는데, 공단은 과실상계 전 병의 손해액 중 공단부담금 부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만을 이전받고 그중 을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액수만을 구상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장비업자인 을에게 갑 소유 공터에 방치된 쓰레기더미 등을 치워달라고 요청한 다음, 사위 병에게 위 작업 시 현장을 안내하고 작업을 거들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그 후 병이 위 공터에서 을 등과 함께 쓰레기더미를 치우는 작업을 하던 중 을 소유의 굴삭기 관련 사고로 상해를 입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 등에 공단부담금을 지급한 다음, 을 및 을과 영업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정 보험회사를 상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에 따른 구상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을은 위 사고를 일으킨 자로서, 정 회사는 위 굴삭기의 보험자로서 병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에 따라 을 및 정 회사에 위와 같이 소요된 비용을 구상할 수 있다고 한 다음, 다만 관련 민, 형사 판결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병에게도 20%의 과실이 인정되는데,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은 피해자가 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은 후 이에 상응하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존속시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중이득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규정일 뿐, 더 나아가 피해자가 자신이 실제로 지출한 치료비 중 가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도 구상의 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결국 피해자가 이를 배상받지 못하게 하기 위한 규정으로까지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공단은 과실상계 전 병의 손해액 중 공단부담금 부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만을 이전받고 그중 을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액수만을 구상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원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김춘식 외 1인)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무등 종합법률 외 1인)
변론종결
2018. 11. 22.
주문
1.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5,141,344원 및 그중 13,192,520원에 대하여는 2013. 12. 25.부터, 12,967,792원에 대하여는 2014. 12. 17.부터, 4,043,936원에 대하여는 2015. 11. 17.부터, 730,968원에 대하여는 2016. 5. 31.부터, 744,008원에 대하여는 2016. 12. 22.부터, 433,968원에 대하여는 2017. 3. 14.부터, 3,028,152원에 대하여는 2018. 10. 18.부터 각 2018. 12. 20.까지는 연 5%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43,926,680원 및 그중 16,490,650원에 대하여는 2013. 12. 25.부터, 16,209,740원에 대하여는 2014. 12. 17.부터, 5,054,920원에 대하여는 2015. 11. 17.부터, 913,710원에 대하여는 2016. 5. 31.부터, 930,010원에 대하여는 2016. 12. 22.부터, 542,460원에 대하여는 2017. 3. 14.부터, 3,785,190원에 대하여는 2018. 10. 18.부터 각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소외 1은 소외 2의 사위이고, 소외 2는 전주시 ○○구 △△동 □□□□ 부근 공터(이하 ‘이 사건 공터’라 한다)의 소유자이다.
2) 피고 2는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굴삭기(이하 ‘이 사건 굴삭기’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상호 변경 전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보험사로서, 2012. 6. 20. 피고 2와 이 사건 굴삭기에 관하여 대인배상Ⅰ·Ⅱ 등을 담보하는 자동차종합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사고 발생
1) 소외 2(아래에서 보는 사고 당시 77세)는 이 사건 공터를 고물상업자에게 임대하였는데, 고물상업자가 수집한 고물을 그대로 둔 채 연락이 되지 않아 이 사건 공터에 쓰레기더미 등이 방치되어 있었다. 이에 소외 2는 포크레인 운전기사로서 사돈 관계에 있는 소외 3에게 쓰레기더미를 치워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소외 3이 자신이 가진 장비로는 어렵다고 하면서 장비업자를 소개하여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소외 3은 피고 2에게 연락하여 이 사건 공터에 쌓인 쓰레기더미 등을 치워 달라고 요청하였다.
2) 소외 1은 소외 2의 요청이 있을 때면 고령인 소외 2를 대신하여 소외 2의 일을 봐주고는 하였는데, 소외 1은 소외 2의 부탁으로 이 사건 공터의 쓰레기더미 등을 치우는 작업 시 현장을 안내하고 작업을 거들어 주기로 하여, 2013. 3. 17. 피고 2와 전화 연락을 통하여 ‘2013. 3. 18. 오전에 이 사건 굴삭기를 가지고 이 사건 공터로 와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3) 피고 2는 2013. 3. 18. 08:30경 소외 1, 덤프트럭 기사, 인부와 함께 이 사건 공터에 모여 쓰레기더미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소외 1은 09:00경 공터에 있던 냉동탑차의 탑을 치우기 위하여 탑을 밧줄로 감은 후 탑 위에 올라가 그 밧줄을 다시 굴삭기에 걸었고, 피고 2는 소외 1에게 탑의 중심을 잡기 위하여 잠시 밧줄을 잡고 위 탑 위에 있으라고 한 다음 굴삭기로 탑을 약 0.5m 들어올렸다. 그런데 밧줄이 끊어지면서 소외 1이 약 2.5m 높이에서 추락하여 척수를 심하게 다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4)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소외 1은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피고 2는 사고 발생 이후에도 작업을 계속하다가 소외 2에게 연락을 하니 소외 2가 더 이상 작업을 하지 말라고 하여 작업을 중단하였다.
5) 소외 1은 이 사건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영구적인 양측 하지의 완전 이완성 마비 및 신경인성 방광과 장의 후유증을 입게 되었다.
다. 원고의 요양급여 실시
원고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부상 등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에 대한 공단부담금을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한편, 위 요양급여와 관련하여 본인부담금 상한을 초과하여 소외 1이 부담한 금액을 소외 1에게 지급하여 주었는바, 그 지급 내역은 아래 표와 주1) 같다.
최종지급일 | 공단부담금 + 본인부담금 상한 초과액 |
2013. 12. 24. | 16,490,650원 |
2014. 12. 16. | 16,209,740원 |
2015. 11. 16. | 5,054,920원 |
2016. 5. 30. | 913,710원 |
2016. 12. 21. | 930,010원 |
2017. 3. 13. | 542,460원 |
2018. 10. 17. | 3,785,190원 |
합계 | 43,926,680원 |
라. 관련 민사소송의 경과
피고 회사는 소외 1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소외 1은 손해배상청구의 반소를 각 제기하였는데, 그 소송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위 법원은 피고 회사가 소외 1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는데, 그 주요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굴삭기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소외 1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소외 1이 튼튼한 밧줄을 준비하였어야 하고, 추락의 위험이 있음을 알면서도 냉동탑차에 올라가 밧줄을 묶는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사정에 비추어 소외 1이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
- 피고 회사의 면책약관[대인배상Ⅱ: 보상하지 않는 경우 - 기명피보험자로부터 허락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또는 그 부모, 배우자 및 자녀(승낙피보험자)가 죽거나 다친 경우]에 따라 소외 1이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므로 대인배상Ⅱ에 따른 책임은 면책된다.
- 소외 1의 손해에 대하여 과실상계를 한 금액이 책임보험금 한도액 1억 2,000만 원을 초과하고 그중 2,000만 원은 피고 회사가 이미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에 구상관계로 지급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소외 1에 대한 책임을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정한다.
위 법원은 1심판결과 동일하게 판단하여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위 법원은 과실상계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 ‘소외 1이 준비한 밧줄이 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 것이 이 사건 사고의 중대한 원인이 된 점, 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비가 내리는 상황이었고, 사람이 냉동탑차의 탑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굴삭기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할 경우 미끄러지거나 밧줄이 끊어지는 등으로 추락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본인의 안전을 위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특별한 안전장치나 조치 없이 이 사건 탑에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인 점 등을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측면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의 과실을 20%로 참작하여 피고 회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실제로 이 사건 굴삭기를 임차한 사람은 소외 2이고, 소외 1이 장인인 소외 2의 부탁을 받고 그 작업을 안내하고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1이 임차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작업 당시 소외 2의 대리인 또는 사자로서 작업일정을 전달하고 현장에 참여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소외 2를 승낙피보험자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 파기 및 환송판결을 하였다.
4) 전주지방법원 2018나8340(본소), 2018나8357(반소) - 파기환송 후 2심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재판 계속 중이다.
마. 관련 형사소송의 결과
피고 2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아래와 같이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1) 전주지방법원 2014고단2335 - 1심
- 주문: 금고 6월
-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
피고인은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굴삭기의 조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
피고인은 2013. 3. 18. 9:00경 전주시 (주소 생략)에 있는 소외 2 소유의 공터에서, 위 굴삭기를 조종하여 소외 2의 사위인 피해자 소외 1(47세)과 함께 그곳에 있던 냉동탑차 화물칸을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
당시 피고인은 굴삭기를 화물의 적재·하역 등 그 주된 용도가 아닌 냉동탑차 이동에 이용하기 위하여, 굴삭기 붐대의 연결고리에 밧줄을 연결하고 이 밧줄을 냉동탑차 화물칸에 묶은 후 굴삭기를 조종하여 이동시키게 되었는바, 이러한 경우 굴삭기 조종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냉동탑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쇠밧줄을 사용하고 이동을 할 때 수평을 맞추어 이동시키는 한편, 굴삭기 붐대의 회전반경 내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 굴삭기 조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 |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위 냉동탑차 위에서 밧줄 연결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내려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이 밧줄과 연결된 굴삭기의 붐대를 그대로 들어 올린 과실로, 냉동탑차의 중량을 견디지 못한 밧줄이 끊어지면서 그 위에 있던 피해자가 2.5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피해자에게 영구장애인 흉추 11번 파열성 골절로 인한 척수 흉추 12번 완전 척수손상, 양측 하지마비와 신경인성 방광 및 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
- 피고 2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2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위 법원은 소외 1이 건설기계의 조종 등의 업무에 관한 전문지식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소외 1이 피고 2에게 ‘일당을 줄 테니 굴삭기를 조종하여 위 냉동탑차 화물칸을 옮기는 작업을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였고, 이에 피고 2는 소외 1에게 위 작업에 필요한 밧줄을 미리 준비할 것을 지시하였던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2와 소외 1은 굴삭기 붐대의 연결고리에 밧줄을 연결하고 그 밧줄을 냉동탑차 화물칸에 묶은 후 굴삭기를 조종하여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기로 하였고, 이에 소외 1이 피고 2의 위 작업을 돕기 위해 냉동탑차 위에 올라가 밧줄을 묶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피고 2가 소외 1에게 밧줄을 묶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한 점, 소외 1이 위와 같이 냉동탑차 위에서 밧줄 연결작업을 한 후 미처 내려오지 않은 사이에 피고 2가 굴삭기의 붐대를 들어 올리게 되었고, 이에 소외 1이 피고 2에게 손짓하면서 내려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고 2는 손바닥을 내보였을 뿐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점, 소외 1이 바닥으로 떨어진 후 피고 2가 소외 1에게 다가왔고, 이에 소외 1이 피고 2에게 ‘왜 나를 내려주지 않고 그냥 들어 올렸느냐’라는 취지로 말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 2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양형의 이유
위 법원은, 피고 2가 소외 1과 함께 작업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서 소외 1의 부주의함도 사고 확대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굴삭기 조종의 업무에는 고도의 주의력과 안전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함에도 피고 2가 만연히 업무에 임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피고 2의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큰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인정하였다.
2) 전주지방법원 2015노881 - 2심(확정)
- 주문: 금고 6월, 집행유예 1년
- 판결 이유
위 법원은, 피고 2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및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하면 그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하면서도 피고 2가 소외 1과 합의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 7, 16, 17, 18호증, 을가 제1호증의 1, 2, 3,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 1이 입은 상해와 관련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 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을 부담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피고 2와 보험자인 피고 회사는 연대하여 소외 1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에 따라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위와 같이 원고가 부담한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
2) 피고들
이 사건 사고는 소외 1의 전적인 과실(소외 1이 준비한 밧줄이 끊어짐)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책임이 없거나 책임이 있더라도 소외 1의 과실이 참작되어 과실상계가 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 회사는 소외 1이 승낙피보험자로서 자동차종합보험 대인배상Ⅱ에 따른 책임이 면책되었고, 대인배상Ⅰ에 따른 책임과 관련하여서는 그 최대한도금액을 이미 소외 1에게 지급함으로써 의무이행을 다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책임이 없다.
나. 판단
1) 피고들의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및 원고의 구상권
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2는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자로서,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굴삭기의 보험자로서 연대하여 소외 1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2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 2에게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소외 1은 소외 2의 대리인 또는 사자로서 작업일정을 전달하고 현장에 참여한 것으로서 소외 1을 피고 회사의 보험약관상 대인배상Ⅱ에 따른 책임이 면책되는 승낙피보험자로 볼 수 없고, 피고 회사는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따라 소외 1이 입은 손해를 한도 없이 배상하여야 하므로 피고 회사의 면책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그리고 원고는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부상 등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공단부담금을 요양기관에 지급하거나, 본인부담금 상한을 초과하여 소외 1이 부담한 금액을 소외 1에게 지급하여 주었는바,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의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규정에 따라 피고들에게 위와 같이 소요된 비용을 구상할 수 있다.
2) 과실상계 및 이에 대한 처리방법
가) 과실상계 인정 여부
앞서 든 사실 및 그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굴삭기를 조종하던 피고 2의 주의의무 위반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기는 하지만 소외 1이 안전을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추락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다가 스스로 준비한 밧줄이 끊어지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측면이 있는 등 관련 민, 형사 판결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에서 소외 1의 과실을 20%로 인정한다.
나) 과실상계를 하는 경우 원고의 구상권의 주2) 범위
(1)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사람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게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요양급여에 소요된 비용의 한도 내에서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구상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 이때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라면 과실상계의 법리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3채무자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의 범위가 문제 된다.
(2)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거기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하여야 하고, 그 공제되는 보험급여에 대하여는 다시 과실상계를 할 수 없으며, 보험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후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를 한 전액이다.”라고 판시하고 있고(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0149 판결 등 참조), 이는 결국 앞의 쟁점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총 손해액(엄밀히 말하면 총 치료비이다)을 먼저 산정하고, 그 산정된 손해액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과실상계를 하여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총 배상액을 산정하며, 공단은 가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이 산정된 총 배상액의 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보험급여액 상당의 구상권을 취득하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위의 총 배상액에서 공단이 위와 같이 취득한 구상권의 액수를 공제한 나머지 액수의 손해배상만을 구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3)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대법원의 해석에 따를 경우 과실상계 후 가해자가 지급하여야 할 총 배상액의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액 전부를 우선적으로 구상할 권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장하는 결과 피해자는 자신이 실제로 지출한 치료비 중 가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완전히 배상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피해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축소시키는 결과가 된다.
(나) 대법원의 해석은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는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는 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는 이중의 이익을 얻게 되므로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하고 그 과실상계 후의 손해액의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액 전부를 공제하여야 함(선 과실상계 후 손익상계)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국민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하는 제도로서 가입이 강제되고, 가입자는 이에 대해 보험료를 납부하며, 설령 가입자 등이 자신의 온전한 과실로 인하여 부상 등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 등은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항목의 치료비를 부담할 뿐, 공단부담금은 여전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는 주3) 점 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요양급여를 손익상계에서의 이익과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결국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인데, 대법원의 해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과실상계 후의 총 치료비의 범위 내에서 공단부담금 전액을 구상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결국 피해자의 총 치료비 전부를 대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인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위의 대상을 요양급여 실시에 직접적으로 상응하는 손해액인 공단부담금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모든 치료비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
(라)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은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은 후 이에 상응하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존속시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중이득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규정일 뿐, 더 나아가 피해자가 자신이 실제로 지출한 치료비 중 가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도 구상의 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결국 피해자가 이를 배상받지 못하게 하기 위한 규정으로까지 해석할 수는 없다.
(4) 따라서 위 대법원의 해석은 그대로 인정할 수 없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과실상계의 법리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3채무자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과실상계 전의 피해자의 손해액 중 공단부담금 부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전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중 가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액수만을 구상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소결
이와 같이 보는 경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5,141,344원(43,926,680원 × 0.8) 및 그중 13,192,520원(16,490,650원 × 0.8)에 대하여는 2013. 12. 25.부터, 12,967,792원(16,209,740원 × 0.8)에 대하여는 2014. 12. 17.부터, 4,043,936원(5,054,920원 × 0.8)에 대하여는 2015. 11. 17.부터, 730,968원(913,710원 × 0.8)에 대하여는 2016. 5. 31.부터, 744,008원(930,010원 × 0.8)에 대하여는 2016. 12. 22.부터, 433,968원(542,460원 × 0.8)에 대하여는 2017. 3. 14.부터, 3,028,152원(3,785,190원 × 0.8)에 대하여는 2018. 10. 18.부터 각 2018. 12.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를 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원고는 2018. 11. 1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그 내역을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들이 다투고 있지 아니하다.
주2) 이 부분 판단은 아래 논문을 참고하였음. 황중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제3자에 대한 구상권의 범위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적 고찰-”, 판례연구회 논문집 창간호(2012년)
주3) 가입자 등이 자신의 온전한 과실로 인하여 부상 등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 등은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항목의 치료비를 부담할 뿐, 공단부담금은 여전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보면, 가입자 등이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치료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에 대해 공단부담금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단부담금 중 가입자 등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은 스스로 부담하고, 나머지 타인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을 그 타인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