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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다1487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동시이행 항변권 제도의 취지 및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에서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가 아니지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2] 매도인 갑 등이 매수인 을 주식회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병 주식회사에 부동산을 신탁하면서 ‘매매계약이 을 회사의 귀책사유로 해제되는 경우, 갑 등은 을 회사의 동의 없이 병 회사에 신탁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으나, 갑 등은 우선수익자인 정 은행에 대한 을 회사의 채무를 우선수익한도 금액 내에서 대위변제하여야 하고, 대위변제하지 아니할 경우 을 회사로부터 수취한 금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약정하였는데, 을 회사의 귀책사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자 갑 등이 신탁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병 회사의 신탁재산이전의무와 갑 등의 대위변제의무 또는 매매대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겸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윤경 외 3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윤재식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베스트개발 주식회사(이하 ‘베스트개발’이라고만 한다)는 대전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천안시 (주소 생략) 일대 토지를 매입하여 아파트를 건설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공동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한 사실, ② 베스트개발은 2007. 11. 19. 망 소외인(이 사건 공동원고였으나 제1심 계속 중 사망하여 그 처와 자녀들인 원고들이 망 소외인을 소송수계하였다) 및 원고 1, 2(이하 ‘망인 등’이라 한다)와 사이에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이 사건 부동산(토지 4필지 및 그 지상 주택 1동)을 매매대금 합계 77억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③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는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 76억 7천만 원 중 계약금 7억 4천만 원은 계약 시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사업승인 후 PF 대출이 실시된 때 또는 계약 후 5개월 이내’ 중 먼저 도래하는 시기에 지급하며, 주택에 관한 매매대금 3천만 원은 계약금 없이 계약일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하며, 사업의 안정성을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신탁처리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④ 망인 등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2007. 11. 21.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기간: 신탁계약 체결 시부터 신탁부동산 처분(해지) 시까지, 위탁자: 망인 등, 수탁자: 피고,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 대전상호저축은행(10억 100만 원), 신탁원본 및 신탁수익의 수익자: 망인 등, 매수예정자 및 채무자: 베스트개발, 채무자: 주식회사 우리경원, 대광기업, 태명에이지’로 하는 이 사건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앞으로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⑤ 대전상호저축은행은 같은 날 베스트개발을 비롯한 채무자 회사들에게 합계 83억 원을 대출하면서 베스트개발에 갈음하여 그중 7억 7천만 원을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토지에 관한 계약금 및 주택에 관한 매매대금으로 망인 등에게 지급하였고, 베스트개발은 2009. 6. 30. 나머지 채무자 회사들의 대출금 채무 전액을 중첩적으로 인수한 사실, ⑥ 이 사건 신탁계약서에는 신탁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신탁계약을 중도해지할 수 없고(제16조), 신탁기간 만료 또는 신탁해지에 의하여 신탁이 종료하며, 신탁종료 시 수탁자는 신탁원본을 수익자에게 교부한다(제19조)고 정하고 있고, 특약사항에는 “위탁자와 매수예정자는 본 신탁계약 체결과는 별도의 약정(이하 ‘별도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기로 한다”고 정하고(제2조), “별도약정이 매수예정자의 귀책사유로 무효로 되거나 취소, 해제되는 경우에는 매수예정자의 권리는 무효화되며, 위탁자는 매수예정자의 동의 없이 수탁자에게 신탁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단, 위탁자는 우선수익자에 대한 매수예정자의 채무를 우선수익한도금액 내에서 대위변제하여야 한다. 위탁자가 대위변제하지 아니할 경우 본조 제3항에 따라 처리하기로 한다”고 정하며(제6조 제2항), “별도약정이 위탁자의 귀책사유로 무효로 되거나 취소, 해제되어 매수예정자가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는 경우 또는 신탁기간 경과에 의하여 신탁이 종료되는 경우에는 위탁자는 별도약정에 의하여 매수예정자로부터 수취한 금액 일체를 매수예정자에게 반환하고, 수탁자에게 신탁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매수예정자의 대금 반환 청구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자가 매수예정자에게 금액 일체를 반환하지 않을 경우에, 우선수익자와 매수예정자, 수탁자가 협의하여 수탁자의 내부규정(부동산담보신탁업무규정)에 따라 신탁부동산을 처분하기로 하며, 처분에 따른 대금의 지급순위는 다음 각 호와 같으며, 이에 따른 신탁보수 및 제반 비용은 신탁재산에서 수취하기로 한다”고 하면서 그 지급순위로 ‘1. 신탁보수 및 제반 비용, 2. 우선수익자의 수익한도금액, 3. 수익자의 배당액’을 정하고 있는 사실(같은 조 제3항), ⑦ 베스트개발은 2007. 4. 24. 천안시장에게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였다가 2008. 3. 25. 불승인처분을 받았고, 2008. 6. 18. 재차 승인을 신청하였다가 2010. 8. 18. 이를 취하한 채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⑧ 망인 등은 베스트개발이 잔금지급을 지체하자 2009. 4. 14. 베스트개발에 ‘2009. 4. 25.까지 매매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으나 베스트개발은 현재까지 매매잔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베스트개발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망인 등의 해제권 행사로 적법하게 해제되었고(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토지 부분에 관한 매매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한 이상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된 주택에 관한 매매계약 역시 함께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매수예정자의 귀책사유로 매매계약이 무효, 취소, 해제되는 경우 위탁자에게 신탁계약 해지권을 부여한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망인 등이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하기 위하여는 위 규정 단서에 따라 대전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베스트개발의 채무를 대위변제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망인 등의 대위변제의무 이행이 해지권 발생 그 자체의 요건 내지 정지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배척하고, 이 사건 신탁계약은 위 규정에 따른 해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원고들의 2011. 4. 19.자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신탁계약은 부동산처분신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망인 등과 베스트개발 사이에 체결된 별도약정인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매매대금, 매매상대방 등이 정해진 상태에서 체결된 것으로서,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 자체보다는 베스트개발이 이 사건 공동주택건설사업을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신탁등기라는 형태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미리 확보하는 한편 대전상호저축은행을 우선수익자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담보로 활용하여 망인 등을 비롯한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들에게 지급할 매매대금 등을 마련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러한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에 비추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과 이 사건 신탁계약의 효력을 연계시킬 필요성이 있었고, 이에 따라 망인 등과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 제3항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 취소, 해제되는 경우 그 원인에 관계 없이 위탁자인 망인 등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은 본문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매수예정자의 귀책사유로 무효, 취소, 해제되는 경우 위탁자가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단서 제1문으로 ‘단, 위탁자는 우선수익자에 대한 매수예정자의 채무를 우선수익한도금액 내에서 대위변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문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위탁자의 귀책사유로 무효, 취소, 해제되는 경우 위탁자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의하여 매수예정자로부터 수취한 금액 일체를 매수예정자에게 반환하고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위탁자의 신탁계약 해지권 행사와 관련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신탁이 종료되는 경우 신탁원본은 수익자에게 귀속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기본계약 제19조 참조) 비록 위탁자의 해지권 행사로 신탁이 종료되는 경우에도 우선수익자인 대전상호저축은행은 적어도 그 수익한도금액 내에서는 신탁재산에 대하여 수익자인 망인 등에 우선하는 권리를 갖는다고 할 것이고, 망인 등과 피고는 위와 같은 신탁종료 후 신탁재산의 귀속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 제3항에서 망인 등의 해지권 행사와 관련하여 망인 등이 직접 베스트개발의 대전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채무를 대위변제하거나, 베스트개발에게 기지급받은 매매대금을 반환하도록(이 경우 베스트개발은 그 돈으로 대전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게 될 것이다)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입각하여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고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행에 있어서 견련관계를 인정하여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 일방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에는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바,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서 볼 때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에 있어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관계에서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약정 내용에 따라 그것이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8다6176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 등이 부담하는 대위변제의무 내지 매매대금반환의무는 신탁종료 시 피고가 우선수익자에게 수익한도금액 내에서 신탁재산을 이전해야 하는 문제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 점,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우선수익권은 베스트개발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담보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만일 망인 등의 신탁해지를 이유로 피고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망인 등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도록 하게 되면 그 담보권은 형해화되고 마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신탁계약의 전체적인 규정 체계 및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 등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 취소, 해제되는 경우 일단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신탁종료를 원인으로 피고에 대하여 신탁재산의 이전을 구하기 위하여는 그와 상환으로 대전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베스트개발의 채무를 우선수익한도금액 내에서 대위변제하거나(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 베스트개발에게 기지급받은 매매대금을 반환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 단서 제2문은 ‘위탁자가 대위변제하지 아니할 경우 본조 제3항에 따라 처리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매수예정자의 대금 반환청구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자가 매수예정자에게 금액 일체를 반환하지 않을 경우에, 우선수익자와 매수예정자, 수탁자가 협의하여 수탁자의 내부규정에 따라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신탁보수 및 제반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우선수익자의 수익한도금액에 충당한 후 나머지 금액을 수익자에게 배당한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탁자가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수탁자의 신탁재산 이전의무와 위탁자의 대위변제의무 내지 매매대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위탁자가 자신이 부담하는 대위변제의무 내지 매매대금반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수탁자는 신탁종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신탁원본의 이전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위 각 규정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스스로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위탁자의 대위변제의무 내지 매매대금 반환의무를 직접 이행함으로써 신탁종료에 따른 법률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특별히 마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 등과 피고가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5항에서 다시 위와 같은 수탁자의 신탁재산 처분권을 제한하도록 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앞서 본 동시이행관계의 인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마.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 소송대리인은 원심에서 제출된 2011. 6. 1.자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6조 제2항은 ‘대위변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위 규정의 실질적인 내용은 신탁계약이 해지되어 신탁재산이 소멸하고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이 반환되는 경우 수익자의 권리를 보호할 방법이 없으므로, 신탁재산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대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에게 (우선)수익금을 지급한 후 신탁재산을 신탁자에게 귀속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예비적으로나마 피고가 부담하는 신탁종료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원고들이 부담하는 대전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대위변제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주장에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석명을 구함으로써 이를 분명히 한 후 그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을 단순히 망인 등의 대위변제의무 이행이 해지권의 발생요건 내지 정지조건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만 파악하여 이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대해 판단을 누락하였거나 석명권 행사를 게을리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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