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창원지법 2015. 5. 13. 선고 2015노236 판결
[강제집행면탈] 확정[각공2015하,491]
판시사항

피고인 갑이 을에게 병의 소송비용을 빌려달라고 하여 돈을 송금받았는데, 그 후 병이 사기 등으로 고소를 당하고 피고인 갑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가압류 결정문을 송달받아 을에게서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게 되자, 피고인 정, 무와 공모하여 그들을 채권자로 하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강제집행을 면탈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 갑이 을에게 병의 소송비용을 빌려달라고 하여 돈을 송금받았는데, 그 후 병이 사기 등으로 고소를 당하고 피고인 갑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가압류 결정문을 송달받아 을에게서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게 되자, 피고인 정, 무와 공모하여 그들을 채권자로 하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강제집행을 면탈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을은 피고인 갑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다음 피고인 갑이 병과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가 대여금 반환 청구는 철회하였는데, 제1심법원이 피고인 갑의 을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후 항소심에서 피고인 갑이 을에게 돈을 지급하는 대신 일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로 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을의 피고인 갑에 대한 채권이 인정되고, 을의 피고인 갑에 대한 대여금 반환 채권이 소취하 및 조정 성립 결과 사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더라도, 가압류결정 당시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확정적이지 않은 이상 가압류집행 후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으며, 대여금 반환 청구와 손해배상금 지급 청구는 ‘동일한 생활사실이나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서 해결방법만을 달리하는 경우’로서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므로 가압류의 효력은 변경된 청구권인 손해배상금 채권을 보전하면서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항 소 인

피고인들

검사

김병욱 외 1인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 1이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합계 1억 730만 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송금받았다’고 되어 있으나, 관련 민사사건 소송절차에서 피해자는 피고인 1에 대한 대여금 지급 청구를 철회하고 불법행위 청구로 변경하였고 위 사건의 제1심법원은 피고인 1의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원심의 범죄사실 인정은 잘못되었다.

또한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 1은 피해자로부터 위 금원을 빌린 사실도 없으므로,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요건인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채권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1: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2, 피고인 3: 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의 주지이고, 피고인 2, 피고인 3과 피해자는 위 사찰의 신도이다. 피고인 1은 피해자에게 ○○○의 신도인 공소외 2의 민사소송비용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여 합계 1억 730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후 공소외 2는 ○○○ 신도들로부터 고소당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1고합27 등), 피해자는 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였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피고인 1의 재산에 가압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어 알게 되자, 2011. 6. 7.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피고인 1 소유의 거제시 (주소 1), (주소 2), (주소 3 생략) 등 3필지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가압류 신청을 하였다. 위 지원은 2011. 6. 8. 2011카합145호로 가압류결정 (이하 ‘이 사건 가압류’라 한다)을 하고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에 가압류 등기를 마쳤다. 피고인 1은 2011. 6. 17.경 위 가압류 결정문을 송달받아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자 피고인 2, 피고인 3과 공모하여 사실은 피고인 2와 피고인 3에게 채무를 부담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인 2, 피고인 3을 각 채권자로 하는 각 차용증,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피고인 2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억 8,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피고인 3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억 2,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였다(이하 두 근저당권을 통틀어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합계 3억 원의 허위 채무를 부담하였다.

2) 법치국가의 원리와 강제집행면탈죄의 입법 취지

개인이 자력에 의해서 침해된 권리를 구제 또는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 자력구제는 원시사회에서는 널리 인정되었으나, 국가권력이 확립되고 법적 구제절차가 정비됨에 따라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는 공권력에 의하게 되어 권리를 자력에 의해서 실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법치주의와 소송제도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국가가 권리의 확인과 실현에 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권리구제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가적 활동과 국가공동체적 생활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법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국가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고, 법치국가원리의 구성요소 중 하나가 사법적 권리구제제도의 완비이다. 법치국가는 효율적인 절차와 효과적인 권리보호를 위하여 사법보장 의무를 지니는데, 사법절차의 보장은 국가법질서의 통일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헌법은 권리의 실현·구제를 위하여 청구권적 기본권을 규정하여 흠이 없는 권리보호를 목표로 하는 법치국가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 헌법 제27조 제1항 , 제3항 에 규정된 재판청구권은 법치국가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주요한 절차적 기본권이다.

권리보호를 위한 사법보장청구권은 국가에 대한 개인의 공권으로서 두 가지의 기능을 내재하고 있는데, 하나는 개인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법기관에 사법행위(사법행위)를 해달라고 하는 청구권을 보장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법 영역에서 분쟁의 실효적 해결을 위한 법적 절차를 준비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말한다. 국가가 사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이상 국가는 사회발전이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한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여야 하고,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통상적인 민사소송 이외에도 당사자가 신속하고 간단하게 잠정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보전처분에 관한 규정을 설정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보전처분의 헌법상 근거는 사법보장청구권에서 찾을 수 있다.

강제집행면탈죄는 보전처분신청이나 제소권 등 사법보장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행사할 예정인 경우 강제집행에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3) 강제집행면탈죄의 법리

가) 총론

강제집행면탈죄는 위태범(위태범)으로 현실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의한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 아래, 즉 채권자가 본안 또는 보전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주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고, 반드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되거나 행위자가 어떤 이득을 취하여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3999 판결 참조), 은닉한 부동산의 시가액보다 그 부동산에 의하여 담보된 채무액이 더 많다고 하여 그 은닉으로 인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198 판결 참조).

집행할 채권이 조건부 채권이라 하여도 채권자는 이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를 할 수 있으므로(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2항 ), 이와 같은 가압류를 면할 목적으로 형법 제327조 소정의 행위를 한 이상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되며, 그 후 그 조건의 불성취로 채권이 소멸되었다 하여도 일단 성립한 범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1544 판결 참조).

나아가 보전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어서, 보전이의 신청 및 보전취소 신청에 따라 사후적으로 보전처분이 취소된 경우에도, 가압류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는 이상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한다.

나) 부동산가압류집행의 효력

등기된 부동산의 가압류는 가압류결정에 관한 사항을 부동산등기부에 기입하는 방법으로 집행하고( 민사집행법 제293조 제1항 ), 가압류집행은 가압류목적물에 대하여 채무자가 매매, 증여, 담보권설정, 그 밖에 일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효력을 생기게 한다. 가압류의 목적이 장차 목적물을 현금화하여 그로부터 금전적 만족을 얻자는 데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까지 채무자의 처분행위를 막는 것은 채무자의 이익 내지 일반 거래상의 안전을 지나치게 해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에서 가압류에 위반한 처분행위라도 그것은 처분행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전적으로 유효하고, 단지 그것을 가압류채권자 또는 가압류에 기한 집행절차에 참가하는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없다(상대적 효력설). 위와 같은 개별상대효설에 의하면 가압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첫째, 가압류 후 채무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면, 양도 후 채무자(구 소유자)의 채권자들은 채무자 소유였던 부동산을 압류할 수 없고 그에 관한 배당요구도 할 수 없다(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7다57337 판결 참조).

둘째, 가압류 후 부동산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 가압류를 근거로 한 집행절차에서 채권자들이 모두 만족한 후 부동산의 환가대금 중 남은 것이 있으면 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에게 내준다(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누5228 판결 참조). 만약 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의 채권자가 부동산에 대해 경매신청을 하였다면 제3자의 채권자는 부동산의 매각대금 중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의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6다19986 판결 참조).

셋째, 가압류 후에 저당권을 취득한 사람은 가압류권자와 동 순위로 배당을 받지만(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77446 판결 참조), 저당권자보다 후순위의 일반채권자도 배당요구를 하였을 경우에는 위 세 사람에게 안분배당을 한 후 담보물권자가 후순위 일반채권자의 배당을 흡수한다( 대법원 1994. 11. 29.자 94마417 결정 참조).

다) 보전처분의 유용

어느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이 되면 위 피보전권리와 청구의 기초를 달리하는 경우는 물론 청구의 기초를 같이하는 다른 권리의 보전을 위하여도 앞서 받은 보전처분을 유용할 수 없게 되므로 보전명령의 취소사유가 된다(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므1259 판결 참조). 유용을 허용하면 채권자가 가능한 모든 피보전권리를 열거하여 보전처분을 받아 놓고 순차적으로 각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별소를 제기하여 모든 소송이 끝날 때까지 그 보전처분을 이용할 수 있어 채무자를 장기간 부동적인 상태에 두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본안소송의 진행 중 청구를 변경하여 피보전권리를 바꾸었을 때에는 청구의 기초가 동일한 이상 그 보전처분의 효력은 변경된 청구권을 보전하게 된다( 대법원 1982. 3. 9. 선고 81다1223 판결 참조).

본안 패소판결의 확정 이외에도 종국판결 후의 소취하(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 제척기간의 경과 등으로 본안의 소 제기가 불가능하거나 소를 제기하여도 패소를 면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보전처분은 그 이유가 소멸하여 취소되어야 하고 별개의 소송을 위해 유용할 수 없다. 다만 종국판결 전의 소취하 또는 취하 간주의 경우에는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취하의 원인, 동기, 그 후의 사정 등에 비추어 채권자가 보전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아니하는 한 보전처분의 효력을 유지시켜야 한다( 대법원 1998. 5. 21. 선고 97다4763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라) 부동산가압류와 강제집행면탈죄의 관계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의 권리보호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강제집행의 기본이 되는 채권자의 권리, 즉 채권의 존재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요건이다. 따라서 채권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을 때는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도2252 판결 참조).

가압류신청 당시 이미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한 가압류결정처럼 가압류결정이 당연무효인 경우(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6287 판결 참조)에도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압류에는 처분금지적 효력이 있으므로 가압류 후에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취득자 또는 그 제3취득자에 대한 채권자는 그 소유권 또는 채권으로써 가압류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가압류 후에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취득자가 다른 사람에 대한 허위의 채무에 기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마치더라도 이로써 가압류채권자의 법률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476 판결 참조).

4)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채권의 존재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4. 2. 5. 피고인 1에게 대여금 1억 730만 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4가합327 ), 위 소송절차에서 2014. 3.경 피고인 1이 공소외 2와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으며, 이후 2014. 8. 14. 대여금 반환 청구는 철회한 사실(그 법적 성질은 소취하에 해당한다), 위 법원은 2014. 10. 23. 피고인 1의 피해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하여 위 금원 중 6,438만 원을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 이에 피고인 1이 불복하여 2014. 10. 30. 항소하였는데, 2015. 3. 23. 항소심 법원(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14나22300 )에서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6,400만 원을 지급하되 위 금원을 지급하는 대신 이 사건 부동산 중 거제시 (주소 2 생략)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와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즉시 마쳐주기로 하는 등 조정(이하 ‘관련 민사사건 조정’이라 한다)이 성립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채권이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채권이 존재하지 않아 피고인들에게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설사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대여금 반환 채권이 본안의 소취하 및 조정 성립 결과 사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더라도, 조건부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가압류를 면할 목적으로 형법 제327조 소정의 행위를 한 이상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되며, 그 후 그 조건의 불성취로 채권이 소멸되었다 하여도 일단 성립한 범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법리( 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1544 판결 참조)에 비추어 보면, 가압류결정 당시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확정적이지 않은 이상, 가압류집행 후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 사건의 경우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본안의 소취하와 이 사건 가압류의 효력

(1) 원심은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77446 판결 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 가압류가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인들이 허위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근거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배당절차에서 가압류권자의 안분배당액이 줄어들 위험이 발생하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의 범죄사실 인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심에서 참고자료로 청구채권의 내용이 ‘대여금’으로 기재된 이 사건 가압류 결정문을 다시 제출하고 있다. 이러한 피고인들의 주장 내용과 변론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주장을 ‘이 사건 가압류의 청구채권인 대여금 반환 채권에 관한 소가 본안소송인 관련 민사사건에서 취하되었으므로, 이 사건 가압류의 효력이 없어 피고인들에게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선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관하여 본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전처분의 피보전권리와 본안의 소송물인 권리는 엄격히 일치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본안소송의 진행 중 청구를 변경하여 피보전권리를 바꾸었을 때는 청구의 기초가 동일한 이상 그 보전처분의 효력은 변경된 청구권을 보전하게 된다( 대법원 1982. 3. 9. 선고 81다1223 판결 참조). 여기서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다는 것은 동일한 생활사실이나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서 그 해결방법만을 달리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대법원 1988. 8. 23. 선고 87다카546 판결 참조).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관련 민사사건에서 자신이 피고인 1에게 1억 730만 원을 송금한 동일한 사실에 그 기초를 두고 피고인 1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구하면서, 송금받은 사람인 피고인 1에 대한 대여금으로 보아 그 반환을 구하거나 최종 수익자인 공소외 2의 불법행위에 피고인 1이 방조하였다고 하면서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그 지급을 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여금 반환 청구와 손해배상금 지급 청구는 ‘동일한 생활사실이나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서 그 해결방법만을 달리하는 경우’로서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가압류의 효력은 변경된 청구권인 손해배상금 채권을 보전하면서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이 사건 공소제기 후 피고인들은 이 사건 근저당권을 모두 말소한 점, 피고인 1, 피고인 2는 초범이고, 피고인 3은 벌금형 전과 1회 이외에는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2015. 1. 21. 원심판결 선고 후 2015. 3. 23.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6,400만 원으로 인정하는 조정이 성립되었음에도, 당심 변론종결일인 2015. 4. 29.까지 위 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당심 변론종결일에 피해자가 그 수령을 거절한 6,400만 원을 피해자를 위하여 공탁하였을 뿐, 위 조정에 따른 소유권 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피고인 1에 대한 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종전 주장을 유지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또한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점, 그 밖에 동종 범죄와의 양형의 형평,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창영(재판장) 최아름 정동주

arrow
심급 사건
-창원지방법원통영지원 2015.1.21.선고 2013고단1071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