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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05. 3. 25. 선고 2004나6366 판결
[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등][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평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최선교외 1인)

피고(선정당사자), 항소인

피고

변론종결

2005. 3. 4.

주문

1. 피고(선정당사자)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선정당사자)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원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2, 3, 갑 제11호증, 갑 제16호증, 갑 제17호증의 1 내지 3, 갑 제20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 을 제4호증의 1 내지 10,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및 갑 제12호증의 1 내지 5, 갑 제18호증의 1 내지 11의 각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레미콘 제조 및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피고 등’이라고 한다)은 원고와 사이에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원고가 제조한 레미콘을 수요자에게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레미콘 운송차주들이다.

나. 피고 등과 계약조건이 같거나 비슷한 전국의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00. 9. 19. 영등포구청에 위 노동조합설립신고를 하였고, 피고 등을 비롯하여 원고와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운송차주들은 2002. 5. 6. 위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아산 성진분회를 설립하고 위 노동조합으로부터 인준을 받았다.

다. 그 후 피고 등은 2004. 2.경부터 원고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2004년도 운반단가 인상 등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피고 등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 단체교섭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위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대표자 소외 1)이 원고 등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2004조정8호로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였는데, 원고가 위와 같은 이유로 위 조정에도 응하지 아니하여, 중앙노동위원회는 2004. 3. 5.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조정종료결정을 하였다. 또한, 위 소외 1은 원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2를 천안지방노동사무소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였고, 피고 등은 2004. 3.경 원고 사업장 내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였고, 원고가 다른 레미콘차량을 임시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을 실력으로 저지하기도 하였으며, 2004. 5. 17.경 원고 사업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기도 하였다.

라. 2004. 6.경 원고와 피고 등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운송차주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분쟁은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에 따르기로 하고 그 무렵부터 정상적인 레미콘 운송을 재개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 등은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송사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이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소정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등은, 피고 등이 원고로부터 레미콘 차량을 불하받아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의 노무관리정책의 변경에 따른 것일 뿐이고, 원고와의 실질관계는 도급관계가 아닌, 피고 등이 원고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용종속관계이므로, 피고 등은 위 법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다툰다.

3. 당원의 판단

가.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호증의 1내지 3,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1997.경부터 피고 등 레미콘 운송차주들과 개별적으로 1년 단위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될 경우 다시 변경계약을 체결하거나 묵시의 갱신을 하여 왔다.

(2) 원고는 운송차주들을 3개조로 편성하여 각 조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데, 원고의 출하실 직원이 레미콘 출하 전날 저녁에 미리 게시판에 조별 출근시간을 적어 주면 피고 등은 이에 맞춰 출근을 하여 왔고, 만일 출근시간이 변경될 경우 원고의 관리실 내지 경비실 담당자가 피고 등에게 전화로 변경된 시간을 알려 주었다.

(3) 피고 등은 지정된 출근시간에 맞추어 원고 공장에 출근하여 대기하다가 원고로부터 출하 물량을 배정받으면 각자의 레미콘 차량에 적재하여 원고가 지정한 건설 공사 현장까지 운반하였으며, 원고 공장으로 복귀한 뒤 원고 공장 내에서 대기하다가 원고로부터 다시 물량을 배정받으면 레미콘을 운반하는 업무를 반복하여 왔다. 다만, 운송차주들은 실제 근무시간이 아닌 운반횟수에 따라 운송비를 받으므로 그 복귀 시간이 정하여져 있는 것은 아니다.

(4) 피고 등의 출근시간을 원고의 경비실에서 일일이 확인하여 기록하고, 출근시간을 지키지 아니한 운송차주를 관리부에 통보하도록 하였고, 운행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원고의 승인하에 퇴근 또는 운휴를 하도록 하여, 운송차주들이 원고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결근이나 조퇴를 하였을 경우 배차정지 등의 불이익을 주였는바, 선정자 (이름 생략)이 지각을 하여 2002. 7.경 2일간 배차정지를, 선정자 (이름 생략)이 무단결근을 하여 2003. 5.경 1일간 배차정지를 당하였다.

(5) 원고는 피고 등 운송차주들에 관한 별도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인사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원고와 피고 등이 체결한 운반도급계약서 제2조(책임과 의무) 제1항은, “1. 피고 등은 원고의 레미콘 운반지시에 따라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2. 계약을 수행함에 있어 레미콘 타설장소의 현장조건, 장거리 출하 등 특별히 부득이한 경우라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3. 항시 원고가 지정한 시간 20분전까지 공장에 대기하여 원고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운행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원고의 승인하에 퇴근 또는 운휴하여야 한다. 4. 운송차주들은 직접 차량을 운전하여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원고로부터 2일 전에 승인을 받고 일정기간 대리운전을 할 수 있다. 5. 차량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지시받은 마크 및 색상을 원고의 승낙없이 변경 또는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 15. 모든 건설현장의 감독자 지시에 따라 안전모, 안전화 착용, 기타 안전복장을 필히 착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6) 실제로 피고 등은, 원고가 지급하는 근무복을 입고, 원고의 로고와 전화번호가 새겨진 레미콘 차량으로 원고가 지정하여 준 장소로 레미콘을 운송하였고, 레미콘 운송 도중에도 원고의 영업부 직원들로부터 공사현장의 타설 상황 등에 대한 연락을 받기도 하였다.

(7) 피고 등이 이용한 레미콘 차량은 피고 등의 소유이나, 피고 등은 위 차량을 원고가 지정하는 레미콘 운반업무에만 사용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다른 레미콘 회사의 레미콘 운송을 위하여 사용할 수는 없다.

(8) 원고에 고용되어 근무하던 레미콘운송기사들이 원고의 레미콘차량 불하정책에 따라 원고로부터 차량을 불하받은 후 운송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레미콘 운송업무를 한 경우가 있는데, 불하 전과 비교하여 그 근무형태에 별 차이가 없다.

(9) 피고 등은 미리 정하여진 계약운반단가에 따라, 자신들이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운반한 회전수를 집계하여 그 운반비를 청구하면, 원고는 이를 확인, 검토한 후 그 운반비를 익월 15일에 지급하여 왔을 뿐, 위 운반비 외에 원고가 운송차주들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나 기본급, 퇴직금 등은 없다.

(10) 피고 등은 차량운행에 따른 유류대, 타이어 교체비용 및 기타 차량 정비비, 보험료 등 제반비용을 자신의 계산으로 부담하여 왔다.

(11) 원고는, 회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운송차주의 대기상태가 불량하거나 작업을 회피할 때에는 그에 따른 대체차량을 외부용차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사용료를 해당 월 운반도급금에서 우선적으로 공제하도록 하여(위 운반도급계약서 제6조 제2항) 레미콘 출하지장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영업상의 손실을 운송차주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고, 피고 등이 출근하지 아니하여 레미콘 운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더라도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뿐 이를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다.

(12) 피고 등에 대하여 원고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하고, 피고 등이 일반사업자들과 같이 별도의 사업자 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다.

나. 판단

(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서, 계약의 형태가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에 있어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이 있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57959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피고 등의 업무가 레미콘 운반 업무로 정해져 있고, 원고의 운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으며, 출·퇴근 등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대하여 원고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위 지시를 어기는 경우 배차중지 등 불이익을 받으며, 피고 등의 복장이나 차량 관리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점검을 받고, 피고 등이 운행하는 차량을 다른 레미콘 회사의 운송업무에 이용할 수 없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 일정 부분 원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것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① 피고 등이 원고의 레미콘 운반 지시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음은 피고 등이 체결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의 성질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으로서 이를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②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관하여 원고의 지시에 따라야 함은, 레미콘을 필요로 하는 건설현장으로부터 공급주문을 받는 주체가 원고인 이상, 원고가 운반도급계약의 상대방인 피고 등으로 하여금 운반장소를 지정하여 운송을 위탁하는 것은 운반도급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고, 레미콘 제조회사가 레미콘의 타설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건설현장의 공정에 따라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타설하여야 하는데, 운송차주들이 건설현장에서 원하는 시간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제조회사인 원고가 피고 등에게 구체적인 출하시간을 알려 줄 수밖에 없는 점에 비추어 레미콘 운송의 특성상 불가피하다 할 것이며, ③ 피고 등의 복장이나 차량관리를 통제하는 것은, 공사현장에 상시로 출입하는 피고 등의 안전을 위한 것이거나, 장기적이고 전속적인 레미콘운반도급계약에 수반되는 것으로 레미콘 제조회사인 원고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제조회사의 식별을 위한 것으로서, 피고 등과 사이에 레미콘운반도급계약시에 양해된 사항이라 볼 것이고, ④ 원고가 제조한 레미콘만을 운반하도록 하여 운송차주들의 사업상 독립성을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것은, 레미콘은 생산된 시점으로부터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여 신속히 수요자에게 운송될 것을 필요로 하고, 레미콘의 정확한 강도와 규격에 대한 품질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이는 안정적인 운송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적정 품질의 레미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운송차주들인 피고 등 또한 레미콘 제조회사와의 전속적이고 장기적인 운반계약을 통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 증대시킬 수 있다는 이로운 점이 있어 그와 같은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것이다.

이상으로 본 바와 같이, 피고 등이 업무수행과정 등에서 어느 정도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은 레미콘 운송업무의 성질상 불가피하거나, 피고 등이 운송이익 증대를 위하여 스스로 감수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운송차주들의 복귀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 복귀여부도 자유로운 점,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점, 레미콘 운송차량의 소유권이 운송차주들에게 있고 그 차량의 관리를 운송차주들 스스로 하여 온 점, 운송차주들이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한 점, 근로소득세를 원고가 원천징수한 것이 아니라 운송차주들이 각자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운송차주들인 피고 등을 원고에 대하여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소정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 등은 원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할 것이고, 원고와 피고 등 사이에 노동조합 및 근로자의 지위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있는 이상, 그에 대한 확인을 받을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선정자목록 생략]

판사 강영호(재판장) 송경근 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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