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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29. 선고 2012가합4515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2가합4515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1. 15.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6. 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원고 C, D에게 각 2억 원 및 그 중 1억 원에 대하여는 2011. 4. 6.부터, 나머지 1억 원에 대하여는 2011. 2. 28.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A, B은 망 E(F 출생, 2011. 6. 5. 사망)의 부모, 원고 C, D는 망 G(H 출생, 2011. 4. 6. 사망), 망 I(HH 출생, 2011. 2. 28. 사망)의 부모이다.

나. 망 E, G, I(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세퓨가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그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PGHOligo(2-(2-ethoxy) ethoxyethyl guanidinium chloride} 성분으로 인하여 간질성 폐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다. 피고는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을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가 보편화된 1990년 대 후반 이후 매년 의학계에서는 영유아가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 발표되었고,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조사요청을 받은 2011. 4. 이전에도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원인미상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한 영유아의 사례가 상당수 있었으며, 중환자실 등에서 투병 중인 사례도 10건이 넘는 등 피고로서는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화학성분이 위험하고, 미확인 폐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심사 · 관리하거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공산품안전법'이라 한다)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살균제 성분에 대하여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신속히 역학조사를 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가습기 살균제의 판매 및 사용을 중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방치하였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고, 의약외품범위지정(보건복지부 고시)에서도 살균제제를 의약외품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하지 않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아니하였다.

라. 따라서 피고는 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망인들의 사망으로 인하여 망인들 및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인바,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하는 것이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와 같은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대로만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 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5785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국가에게 국민의 생명·신체를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고, 유해물질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할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해물질의 정의나 기준이 유동적인 데다가 그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그 당시의 기술수준, 사회적 인식 등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나중에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국가의 관련 조치가 적정,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것만 가지고 함부로 공무원의 부작위를 들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였다고 속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갑 제8, 9, 18 내지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SK케미칼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998년 발간한 'MIT 물질의 유해평 평가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는 원료인 CMIT나 MIT의 흡입독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중 하나인 PHMG가 함유된 수용액을 제조·판매하는 SK케미칼 주식회사는 위 제품의 용도를 공업용 항균제로 한정하고 유해물질로 명시한 사실, 2006년경 대한소아학회지에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급성 간질성폐렴'이라는 논문(이하 '2006년 논문'이라 한다)이 게재되었는데, 위 논문은 2006. 3.경부터 2006. 6.경까지 간질성폐렴으로 입원한 환아 15명에 대한 증상 및 치료에 관한 연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사실, 2008년 경에도 대한소아학회지에 '급성 간질성 폐렴의 전국적 현황 조사'라는 논문(이하 '2008년 논문'이라 한다)이 게재되었는데, 위 논문은 2008. 2.경부터 2008. 7경까지 간질성폐렴으로 입원한 환아 78명에 대한 증상, 원인 및 치료에 관한 연구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피고 산하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 위 논문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사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는 2005. 12. 14.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습기 10대 중 3대에서 병원성세균, 알레르기 유발균 등 세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 질병관리본부는 2011. 4. 25,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원인 미상 폐질환에 대한 조사를 요청받고,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및 전문가 검토 등을 실시한 후 2011. 8. 31.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경우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하여 폐손상의 발병률이 약 47.3배에 달한다는 점과 환자들의 급성 폐손상 등이 가습기 살균제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발표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든 증거들, 을라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망인들의 사망 전에 영유아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사망하였다는 점을 의심할 만한 분명하고도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에게 관련 법령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하여 그 판매를 중지시킬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설령 원고들의 주장대로 망인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미국 환경보호청이 CMIT 또는 MIT의 흡입독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하더라도, 피고가 위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더욱이 원고들이 망인들의 사망원인으로 들고 있는 성분은 CMIT 또는 MIT가 아닌 PGH이므로, CMIT 또는 MIT의 흡입독성 유무가 피고의 주의의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SK케미컬 주식회사가 PHMG를 유해물질로 분류하였다 하더라도, 피고가 위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망인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에는 PHMG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③ 2006년 논문 및 2008년 논문에는 소아에게 급성 간질성 폐질환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만 기재되어 있을 뿐 그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음을 밝히거나 암시하고 있지는 않다(위 각 논문의 저자인 서울아산병원 J도 자신은 2011년 봄까지 가습기 살균제가 급성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④) 가습기에서 병원성세균, 알레르기 유발균 등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급성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제2조 제8호는 유해화학물질을 '유독물, 관찰물질, 취급제한물질 또는 취급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 그 밖에 유해성 또는 위해성이 있거나 그러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1조는 '신규화학물질이나 10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관찰물질 등 유해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화학물질'에 대하여 유해성 심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유해성 심사는 화학물질 자체에 대하여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통해 유해성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바, 피고는 2003년경 PGH(원고들이 망인들의 사망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이다)에 대하여 유해성심사를 한 결과 급성경구독성)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및 부식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 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는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하였는데, 이는 위 각 법령에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 당시의 유해물질의 정의나 기준 등에 비추어 피고가 가습기 살균제를 유해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지 않은 데에 대하여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산품안전법에 의하면 안전관리대상공산품은 안전인증대상공산품,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안전·품질표시대상공산품 등으로 구분된다(제2조 제13호 참조). 가습기 살균제는 세정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에 해당하여 그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해당 공산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스스로 확인(이하 '자율안전확인'이라 한다)한 후 이를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나(그 당시 세정제의 경우 유해성분으로서 염산 및 황산, 수산화나트륨 및 수산화칼륨, 테크라클로로에틸렌, 트리클로로에틸렌 성분에 대하여 시험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살균제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안전확인 및 신고의무를 제조업자에게 강제할 근거가 없고, 실제로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업자들은 자율안전확인 및 신고를 한 바 없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공산품안전법에 따라 신고되지 아니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및 그 유해성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없었다.

⑦ 질병관리본부장 등이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위하여는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바(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참조), 원인미상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은 위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감염병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사실만으로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를 게올리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8 의약외품범위지정(보건복지부 고시) 제3조 나목은 약사법 제2조 제7호 다목2)에 따른 의약외품의 범위에 관하여 "다. 인체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살균·소독제제(희석하여 사용하는 제제를 포함한다), 1) 알코올류, 알데히드, 크레졸, 비누제제 형태의 살균소독제, 2) 기타 방역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는 감염병 예방이 아닌 가습기의 물때 방지 등과 같은 청소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위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의약외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소속 공무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구분하여 관리하지 아니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심우용

판사이우용

판사황정언

주석

1) 입을 통해 1회 투여하였을 때 나타나는 유해영향

2)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의약외품(의약외품'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품(제4호나목 또는 다목에 따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은 제외한다)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살균·살충 및 이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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