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금지통고가 있음에도 예정된 일시에 집회 및 시위를 강행하여 개최한 경우,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 의 규정에 의한 금지통고를 한 경우, 당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같은 법 제9조 제1항 에 의한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절차나 행정소송절차의 진행 중에 원래 예정되었던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도과하여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같은 법 제9조 제3항 은 당해 금지통고가 위법 또는 부당한 것으로 재결되거나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에 금지통고 등으로 인하여 시기를 놓친 이의신청인은 일시를 새로이 정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예정되었던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도과하였더라도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여전히 있다. 이러한 경우의 소의 이익은 금지통고로 인하여 개최하지 못한 집회 또는 시위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인데, 주최자가 금지통고에 위반하여 예정된 일시에 집회 또는 시위를 강행하여 개최해 버렸다면, 당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로서는 금지통고가 취소된다고 하여 같은 법 제9조 제3항 에 따른 새로운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원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박주민)
피고
서울특별시 지방경찰청장
변론종결
2007. 4. 24.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7. 3. 23. 원고에 대하여 한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36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7. 3. 21. 13:00경 피고에게 명칭 ‘한미FTA 저지를 위한 민중 총궐기대회’, 개최일시 ‘2007. 3. 25.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최장소 ‘서울시청광장(서울시청광장 - 을지로입구 - 종각 - 서린 R - 석탄회관 - 국세청 - 시민 열린마당), 진행방향 2개 차로 이용 행진(서린 R 이후는 1개 차로 이용)’, 참가인원 ‘5,000명’으로 하는 옥외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신고를 하였다.
나. 피고는 2007. 3. 23. 원고에게, ⑴ 원고가 종전에 한미FTA와 관련하여 9차례에 걸쳐 신고 없이 또는 옥외집회금지통고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고, 집회과정에서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불법집회를 개최하였는바 원고의 불법행위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고, ⑵ 행진구간 일부가 미국대사관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를 통과하고, 집회일시가 휴일이기는 하나 2007. 3. 26.부터 서울에서 한미통상장관 회담이 예정되어 있어 회담준비 등으로 외교기관의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대사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⑶ 행진구간 전부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 해당하고 위 도로들의 1일 교통량이 상당하여 평상시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곳으로 같은 도로구간에서 1 ~ 2개 차로를 이용하여 5,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행진할 경우 당해 도로와 주변도로의 교통소통에 장애를 일으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것이 명백하고, ⑷ 신고한 행진과 시간과 장소가 경합되는 총 6건의 선 신고된 집회가 있고, 동시개최시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된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5조 제1항 제2호 , 제11조 , 제12조 , 제8조 제2항 에 의하여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도 불구하고 2007. 3. 25. 14:00경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약 7,000여 명 정도(경찰 추산)가 참석한 가운데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하였다.
2. 원고의 주장
헌법에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 에서 말하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라 함은 단순히 과거에 집회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자가 개최하려는 집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최될 집회와 공공의 안녕질서에의 직접적인 위험발생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를 말하고, 이 사건 집회는 공휴일에 개최될 예정이고 미대사관과 한 블럭 떨어진 도로를 행진하는 것이므로 미대사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으며, 이 사건 집회가 일반 국민이 수인할 수 없을 정도의 교통불편이 야기되는 경우라고 할 수 없고, 피고가 들고 있는 선 신고된 집회 중 원고와 상반된 목적을 가진 집회는 없으므로 서로 방해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4. 소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서장이 집시법 제8조 의 규정에 의한 금지통고를 한 경우, 당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집시법 제9조 제1항 에 의한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절차나 행정소송절차의 진행 중에 원래 예정되었던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도과되어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집시법 제9조 제3항 은 당해 금지통고가 위법 또는 부당한 것으로 재결되거나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에 금지통고 등으로 인하여 시기를 놓친 이의신청인은 일시를 새로이 정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예정되었던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도과되었더라도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여전히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이러한 경우의 소의 이익은 금지통고로 인하여 개최하지 못한 집회 또는 시위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인데, 주최자가 금지통고에 위반하여 예정된 일시에 집회 또는 시위를 강행하여 개최해 버렸다면, 당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로서는 금지통고가 취소된다고 하여 집시법 제9조 제3항 에 따른 새로운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금지통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돌아와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일방, 이 사건 처분에서 금지한 이 사건 집회를 예정된 일시인 2007. 3. 25.에 개최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바, 그렇다면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 생략]